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7화(17/40)
제17화
“네가 날 대신해서 백작 대리와 이야기를 좀 나눠 주겠느냐.”
“알겠습니다, 어르신.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군요, 백작 대리. 저는 바그무트 미엘레폰이라고 합니다.”
“멜리사 카스카디아예요. 미엘레폰의 마스터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이윽고 오스베르크의 옆에 있던 사내, 바그무트가 검성을 대신하여 그녀에게 마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용 자체는 별거 없었다. 간단한 조사를 위한 방문.
왕실에서도 이미 허락한바, 거부할 명분이 없는 멜리사로선 문제점만 확인하고 허가를 내려 줄 모양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조용히 눈앞의 존재,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을 똑바로 직시했다.
“하면 다른 주제를 이야기할까요. 제 동생에게 듣기로는…….”
“그래. 내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구나.”
“거절하겠습니다.”
생각할 것도 없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어 거부 의사를 남겼다.
[눈앞의 상대는 상당한 실력가로 추정됩니다.]사서가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긴 했지만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내 스승이 되려면 적어도 나보단 강해야 할 거 아니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이다.
눈앞의 상대는 대륙에서도 견줄 자가 없는 강자 중 하나.
실제로 본 그는 소문 이상의 실력을 지닌 듯 보인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간단했다.
내가 라비린토스에서 완성한 경지.
그곳에서 내가 쌓아 올린 탑은 눈앞의 검성이 쌓아 올린 것보다 아득히 높았다.
쉽게 말하면 굳이 배울 게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내가 스승을 구한 조건 역시 그러했다. 내가 닿지 못하는 경지에 있으면서 내가 배울 것이 있는 존재.
그들 모두가 내 손에 목이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허…….”
내 단호한 대답에 오스베르크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이야기를 나누던 멜리사와 사내, 바그무트 또한 내 단호한 대답에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야, 너 미쳤어? 이걸 왜 거절해?! 검성의 제자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지 몰라?! 검성의 제자가 되려고 대륙의 수많은 천재들이 찾아갔다가 죄다 퇴짜맞은 이야기도 몰라?!’
멜리사는 따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실제로 검성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의 제자가 되면 막대한 이점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명예, 돈, 무력, 어느 쪽이든.
하지만 내 결정엔 변함이 없었다.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겠느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조용히 그를 따라 테라스 쪽으로 걸어 나갔다.
멜리사와 오스베르크를 수행하는 사내, 마그무트가 마경에 관한 일을 조율하는 사이 나는 오스베르크와 함께 테라스의 난간에 섰다.
“이유를 들어 볼 수 있겠느냐.”
“별건 없습니다. 제 아버지이신 선대 백작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뒤로 저희 가문에 남은 건 제 동생인 멜리사와 저뿐입니다.”
“유감스러운 일이로구나.”
“그래서 떠날 수가 없습니다. 제 동생은 영특하고 재능도 좋지만 아직 어립니다. 제가 옆에서 지탱해 주지 않으면 혼자서 버텨 내지 못할 테니까요.”
멜리사가 들었다면 기막혀하거나 서운해할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이 사실 자체를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멜리사는 미숙하니까.
“동생을 믿지 못하는 게냐?”
“믿으니까 이런 대답을 내놓는 겁니다. 사내같이 괄괄하긴 해도 속으로는 아직 많이 여립니다. 지탱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난간에 살짝 기댄 채 쓰게 웃자 그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아직 어린 나이지.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가문을 지탱하기엔……. 하면, 저 아이가 온전한 변경백이 되면 제자가 될 생각이 있느냐.”
그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에 나는 조금 더 직관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
“음?”
“의지, 의념, 개화, 개찬, 극의.”
뜬금없는 한마디였지만 오스베르크의 표정엔 당혹감이 서려 있다.
“그 무슨?!”
“어르신은 그 이상을 제게 보여 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 물음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의지는 첫 번째 깨달음이요, 의념은 그 이후의 깨달음이다.
개화는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빗대는 경지요.
개찬은 자신의 사상을 완성하고 세상의 이치를 자신의 의지대로 비트는 위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극의는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종합하는 위치.
단순한 말뿐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스베르크 정도 되는 실력가라면 내가 말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 안에 어떤 것이 내포되어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했으리라.
당신은 검의 극의, 그 전부와 그 이상을 내게 보여 줄 수 있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극의에 다다랐지만, 아직 그 극의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제의해 주신 점은 감사하나 저는 저의 길이 있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을 그는 말없이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 * *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바그무트 미엘레폰은 계속해서 말없이 사색에 잠긴 노인에게 말을 붙였다.
“어르신.”
“…….”
마경의 숲은 춥고, 황량하며, 고요했다.
“그 소년이 무엇이라 하였기에 그리 고심하십니까?”
오랜 시간 동안 검성,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을 수행해 온 바그무트였기에 지금 상황이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검성이 누구던가.
대륙에서 최고의 검사라 불리며 막말로 검을 잡는 이들 대부분이 존경하고, 경의를 표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그에게 검을 사사 받을 수 있다면 제 가족을 팔아 치우려는 작자들도 얼마든지 있을 터다.
미엘레폰 가문 내에서도 그의 검술을 정식으로 사사 받은 자가 없었던 만큼, 그걸 거절한 레온 카스카디아라는 소년의 진의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고심이라. 흐음, 그래. 틀린 말은 아니구나. 이 경지에 오르고 이토록 복잡한 심경에 빠지긴 처음이니.”
티벨의 위조된 출입 권한이 아닌 멜리사의 정식 출입증 덕분에 입장 자체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서걱!! 서걱!!
-키아아악!
-캬아악!!
바그무트의 검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마물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 나갔다.
“세상에는 검의 사랑을 받거나, 검의 축복을 받았다 일컬어지는 이들이 종종 있지.”
“예?”
“하지만 그 아이는 무엇이라 표현할까. 묘하구나.”
우스갯소리로 역사에 나올 법한 천재들에게 검 그 자체나 다름없다고 표현하긴 하지만, 레온을 상대로 놓고 비교해 보면 그들도 범재에 불과하다.
수많은 검사들은 깨달음을 얻고 경지를 개척한다.
하지만 오스베르크가 본 레온 카스카디아에게선 그런 과정이 전혀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 깨달음 자체가 이미 확립이 되어 있는 채로 검을 쥔 아이니까.
“천재? 끌끌끌. 아니, 그건 천재라고 부를 수가 없지.”
그건 천재가 아니다.
재앙이지.
검을 쥐는 이들이 보았을 때, 절망하고 검을 꺾게 만들어 버릴 재앙.
검성이라 불리는 오스베르크조차 무념에서 벗어나 질투심을 느낄 정도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천재는 빠르게, 남들보다 수월하게 경지를 개척하고 강해지지만 재앙에 가까운 그 아이는 애초에 실패한다는 확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가 강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깨달음을 제외한 다른 요소, 즉 육체가 아직 온전히 여물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니까.
다른 이는 몰라도 오스베르크의 눈에는 확연히 보였다.
그런 아이를 가르치라고?
완성된 아이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간일 뿐.
“바그무트.”
“예, 어르신.”
“마경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가문으로 돌아가 검을 가져오거라.”
“검이라 하심은…… 설마!”
“그래.”
담담한 대답에 바그무트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어르신! 그건 미엘레폰의 가보 중 하나입니다!”
“그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그게 제일이겠지. 저점에 매수하는 건 사업의 기본이 아니더냐.”
검에 재능이 있던 황자에게도 무심하게 대하던 오스베르크가 이렇게까지 연을 트고 싶어 한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차라리 이번 내전에 손을 거들어 주시는 건 어떠할는지요. 아무리 그래도 가보는…….”
“그건 하책 중의 하책이로구나. 그리고 아까워하지 말고 내주거라. 내 장담컨대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게다.”
검성의 표정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정말로 미엘레폰의 가보인 그 검을 주고도 아깝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넘기는 건 절대 불가합니다. 당장 미엘레폰의 가주님만 해도 절대 안 된다며 기함을 토할 겁니다. 차라리 대여는 어떠하신지요.”
“허어. 이리 노인네를 못 믿어서야…….”
“대체 무엇을 보셨길래…….”
“불의의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면 장담컨대 저 아이는 다음 대의 검성…… 아니지,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도달할 녀석이다. 제자로 받을 수 없다면,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밖에.”
물론, 진짜 레온은 지독한 둔재이며.
극의에 오르는 과정까지 말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한 끝에 도달했다는 진실이 있지만 그걸 바그무트나 검성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이 알 길은 없었다.
“어르신, 다 좋지만 우선 조사부터 해야겠군요.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하자마자 여기저기 깨어져 있는 석함을 보고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석함의 주변엔 마치 바짝 마른 미라가 죽을 때의 표정을 고스란히 남친 채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성녀의 예언보다 상태가 심각한 것 같구나. 갇혀 있던 뭔가가 풀려난 게다.”
“누가 인위적으로 풀어 준 것 같군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 * *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이 떠난 이후 나와 멜리사는 서로 풀어야 할 대화가 있음을 직감했다.
콱!!
“어딜 도망가, 이리 안 와? 나랑 할 이야기가 많잖아.”
은근슬쩍 빠지려는 내 뒷덜미를 낚아챈 그녀는 자기 집무실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빼내려 했다.
어? 이것 봐라?
“동작 그만, 어디서 개수작질이야.”
“뭐, 왜.”
“그거 당장 안 끼워? 누구 마음대로 승계를 넘기려고.”
“아니 그렇잖아!”
그녀도 억울한지 대뜸 소리를 질렀다.
“네가 나보다 더 강하잖아! 그뿐이야? 방금 내가 보인 추태는 절대 마경을 지키는 변경백이 보여선 안 될 추태였어.”
확실히, 멜리사보다 강했던 비시리 카스카디아를 단번에 베어 버렸으니 그렇게 보일 법도 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현재 백작 대리는 넌데. 넌 그런 걸로 따질 거면 방금 찾아왔던 검성에게 반지라도 건네주게?”
“그건 아니긴 한데…….”
“잘 들어, 이 멍청한 문어 대가리야. 아버지가 네게 후계를 넘겨준 게 단순히 네가 익스퍼터라서인 줄 알아?”
“아니었어?”
그녀가 보기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고작 무력 하나만 가지고 네가 후계 자리를 넘긴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내 설명에 그녀는 고심하듯 침음을 삼켜야 했다.
이대로 잘 넘어가면…….
“그냥 받기 싫어서 개소리 내뱉는 거 같은데.”
쯧,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이 싫다.
“잘 생각해 봐. 티벨과의 싸움 과정에서 내가 유별나게 피를 많이 봤어. 영지민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고. 반대로 넌 자비와 따뜻함으로 영지민을 대하지. 이 차이를 알겠어?”
거의 다 넘어온 표정이다.
“레온.”
“왜, 동생아.”
“네가 티벨의 부하들을 마구잡이로 베어 버린 건 며칠 안 된 일이잖아. 그리고 마경을 감시하는 변경백가는 본래 규율이 엄격해야 돼.”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곁에 있던 단단한 장식을 그대로 들어 내게 집어 던져 버렸다.
“이 비글 같은 새끼가 어디서 나를 속여?!”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그녀가 던진 장식을 피해 버린 내가 비웃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