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8화(18/40)
제18화
“뭐, 왜.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이익?!”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아버지 유지를 따라서 네가 백작 되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내 깐족거림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아…… 아아!! 목덜미!”
“그건 됐고, 티벨 카스카디아 문제부터 마무리 짓자. 그 인간만 처리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거다.”
타 왕국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우리가 있는 이 바타 왕국의 경우엔 왕실에서 공인하는 경지라는 것이 있다.
카스카디아 변경백을 물려받기 위해선 그 공인 경지가 최소 익스퍼터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멜리사는 소드 익스퍼터이기에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공인이니 인증이니 하는 번거로운 작업 때문에 아직 왕실 공인으로는 그녀가 오러 유저로 등록되어 있다.
티벨 카스카디아가 그녀를 밀어내고 백작위를 노릴 수 있는 것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진짜 1도 쓸모없는 시스템이지.”
“맞아. 개 같은 시스템.”
이 부분에 관해선 멜리사도 나도 같은 입장이었다.
물론, 왕실 공인 익스퍼터가 되어 버리면 확실히 이점을 챙길 수 있지만 티벨이 중앙 귀족들에게 로비를 하면서 그 부분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니 남은 수단은 하나밖에 남지 않는 것이다.
티벨의 죽음.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죽었으니 티벨이 도주할 가능성이 있을 거야.”
멜리사는 티벨 카스카디아라는 인간을 잘 알았다.
“그렇겠지.”
“이쪽에 자기가 생각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을 끌면 자신이 유리할 거라는 판단.”
그녀의 말대로 티벨 카스카디아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을 이였다.
자신의 힘을 믿고 다시 전면전을 걸어 올 가능성도 있지만 차라리 그렇게 되면 이쪽도 편해진다.
“아직 그가 자기 저택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사실상 시간문제겠지. 그러니까 제대로 결판을 내려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해.”
문제는 이쪽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멜리사도 이렇게 갑자기 전면전으로 번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예측 시간은 어느 정도 돼?”
“당장 움직여야 해. 눈치 빠른 인간이니 빠르면 오늘 안에도 백작령을 벗어날 수 있어.”
“좋아. 그럼 병력과 기사들을 규합해서 준비해 둘…….”
쾅쾅쾅!!
“아가씨!! 아가씨!! 큰일 났습니다!!”
그때였다.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온 기사 하나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나타난 것이다.
“하폰 경? 무슨 일이길래 이리 급히…….”
“마경에서 탈출해 백작령에 숨어든 것으로 추정되던 몬스터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지금 속히 움직이지 않으면 인명 피해가…….”
“뭐라고요?!”
그녀의 표정에 핏기가 사라졌다.
“이건 무슨 소리냐?”
“그…….”
이에 내가 그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경에서 나온 몬스터.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몇 주 전 마경에서 감시를 뚫고 한 몬스터가 백작령까지 숨어들었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이에 백작령은 다급히 조사대를 파견했었다.
마경의 몬스터는 극히 위험해서 인명 피해가 극심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 몬스터, 찾아서 제거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게…….”
“너 설마, 사실 아직 못 잡은 거냐?”
내 물음에 그녀가 이를 악물고 시선을 피했다.
“아이고, 머리야.”
딱 봐도 그림이 나온다.
분명 숨어든 흔적은 있는데 놈을 찾지는 못하니 영지 분위기가 극도로 침체되는 걸 막기 위해 벌인 짓이겠지.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땐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테니 말이다.
“……지금 넌 티벨을 신경 쓸 때가 아니네.”
“…….”
티벨은 적어도 대놓고 사람을 해치진 않지만 몬스터는 다르다.
특히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이곳에 숨어들어 온 주제에 기사들에게 들키지 않은 놈인 만큼 위험도는 더욱 높을 터.
백작령의 병력 상당수가 투입되어야 할 문제였다.
“찢어지자, 멜리사.”
“안 돼!”
“내가 티벨을 정리할 테니, 넌 몬스터부터…….”
“웃기지 마!!”
그녀가 악을 쓰듯 소리 질렀다.
“너…… 너 지금 장난해?! 티벨의 저택에 혼자 쳐들어가겠다고?!”
“어.”
“가서 다치면 어쩔 건데!!”
그 외침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피식 웃었다.
“다쳐? 장난이 지나치네.”
“아니! 절대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 으악! 그거 내려놔!”
내가 곁에 놓인 화분에서 흙을 한 움큼 쥐고 던지려 들자 그녀가 기겁하며 물러났다.
“일단 정찰! 정찰만 해! 알아들었어?! 티벨 카스카디아도 전력을 많이 잃었어! 놈이 도망치려 하면 기사단을 쪼개서라도 보낼 테니까 절대 혼자 가지 마. 알아들어?! 이건 명령이야!”
다급하게 소리치지만 나는 그녀의 잔소리를 무시하듯 그녀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 * *
멜리사는 내게 단순히 정찰만 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절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내 직감이 맞는다면 티벨은 반드시 오늘 안에 도망치거나 백작령을 습격할 터였다.
물론, 후자의 경우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지만 말이다.
어떤 의미로 보면 마경에서 빠져나왔다는 몬스터라는 존재가 참 얄궂을 정도로 타이밍이 좋다.
어둠 속에 녹아들기 좋은 검은색의 코트를 걸친다.
겉보기엔 방어 능력이 전무해 보이지만 사실상 이건 꽤 고급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물건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없는 것보단 나을 테고, 무엇보다 피가 묻어도 금방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은 최고의 효능이나 다름없다.
“도련님.”
백작가를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짜리몽땅한 드워프가 양손에 무언가를 든 채 내게 다가왔다.
“베루스? 떠난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실실 비웃음을 날리자 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차고는 시선을 돌렸다.
“거, 뭐 떠날 이유가 사라졌으니 굳이 떠나지 않는 것이오.”
“정말로 그게 다야?”
“거, 정말 성질 고약한 분이시로군. 아들놈을 구해 주셨으니 은혜라도 갚아야겠소.”
그의 말에 나는 낄낄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들겼다.
“잘 생각했어, 베루스. 후회하지 않을 거다. 내 동생 잘 부탁해.”
“끄응…… 나뿐만이 아니오. 나와 같이 가족이나 소중한 이들을 납치당한 이들은 모두 두 분께 빚을 진 셈이나 다름없소.”
그렇게 말하며 그는 품 안에 든 것을 내게 건네었다.
“뭔데 이건?”
“검이외다. 도련님이 잠들어 있는 동안 만들었소. 듣자 하니 검을 쓸 때마다 오러를 못 견뎌서 부서진다고.”
“아. 그랬지.”
“미스릴을 첨가해서 만든 검이오. 비록 온전히 버티는 건 힘들지 몰라도 꽤 오랫동안은 버텨 줄게요.”
조금 놀란 감정을 담아 천을 걷어 내자 은빛의 직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의 예리함도 좋고, 무게중심도 잘 잡혀 있다.
흔히 말하는 고급품.
게다가 미스릴까지 섞였으니 보통 비싼 물건이 아닐 것이다.
“이건 어디서 난 거야. 보통 가격이 아닌 것 같은데.”
“미스릴이 남는 게 있어서 말이오. 도련님이 잠든 동안 직접 만들었소, 장시간 공을 들이진 못한 탓에 그리 튼튼하진 못하니 부서지면 가져오시오. 녹인 후에 다시 만들어 드리리다.”
은빛의 검날을 보니 제법 공을 들여 만든 티가 났다.
“고마워. 마침 무기가 필요했는데 잘됐네.”
“그리고 이건 마도구 상점의 영감이 보낸 것이오.”
척 봐도 마법이 각인된 듯한 아티팩트였다.
“이런 걸 준다고?”
“그 구두쇠답지 않게 통 크게 내주더이다. 그리고 이건 약당 주인이 준 상비약이오.”
마치 내가 떠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마치 내가 뭘 할지 안다는 듯한 태도네?”
“말하지 않았소, 나이를 먹으면 눈치만 는다고.”
자신의 가족, 소중한 사람들을 구해 준 이들의 보답이다.
마침 필요한 물건도 제법 있었기에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잘 쓸게.”
“도련님.”
거절 없이 물건들을 전부 받고 말에 오르자 드워프 베루스가 나를 불렀다.
“또 왜.”
동시에 그가 허리를 크게 움직여 고개를 숙여 왔다.
“내 아들을 구해 주어서…… 정말 고맙소. 그리고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나는 정찰 임무로 가는 건데?”
“내 눈에는 정찰이 아니고 파괴하러 가시는 것 같은데.”
“하하!”
나는 굳이 말을 덧붙여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
어차피 사실이었으니까.
* * *
땅거미가 지고 노을이 가라앉아 어둑어둑해진 커다란 저택에 누군가가 소리 없이 진입했다.
“거봐. 이럴 거 같더라니까.”
저택의 분위기는 해가 꺼지고 달이 떠오른 밤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스럽기 그지없었다.
티벨 카스카디아가 내린 선택은 도주였던 것이다.
그것도 오늘 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자신의 병력 상당수가 몰살을 당하고 아들까지 죽은 마당이다.
나와 멜리사에게 어떤 조력이 있을지 모른다고 착각하고 있을 그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몸을 안전한 곳으로 빼돌린 뒤 다른 방법을 모색하리라.
물론, 그를 살려서 이 저택 밖으로 보낼 생각은 없었다.
멜리사는 정찰만 하라 하였지만 언제부터 내가 멜리사의 말을 잘 들었다고.
드워프 장인 베루스에게서 받은 미스릴이 섞인 검을 뽑아 들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흑야검 1호다.”
첫 시연이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를 드러냈으니 대충 그렇게 짓도록 하자.
사실 무기의 이름이야 뭐가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건 이 검이 잘 베는가, 혹은 튼튼한가 정도일 뿐.
실제로 라비린토스에 있을 때도 검이 부러지면 새로운 검이 나타났고, 그걸 쥐고 휘둘렀다.
검의 전당에선 검이 무한정으로 나온 탓에 검에 대한 애착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
다행히 드워프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흑야검 1호의 성능은 제법 탁월해 보였다.
스릉…….
“어?”
촤아악!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경계를 서던 위병 하나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백작령을 지키고 있어야 할 위병이 사적으로 저택을 지키고 있는 꼴이라니.
비시리가 나를 납치하여 성문을 나설 때도 티벨 쪽에 들러붙은 위병들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규모가 생각보다 거대하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아버지가 사람에겐 너무 물렀지.”
사람이 워낙에 좋다 보니 이런 놈들을 걸러 내는 실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셨던 것 같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어 버린 위병들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나는 부산스러운 저택을 한눈에 천천히 담았다.
이전에 아버지를 따라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저택 자체가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유해진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널린 장식들은 휘황찬란하기 그지없고 사용인의 수도 상당했다.
본래 티벨이 이끄는 방계 가문은 작은 사업체 두어 곳을 담당하고 있었다.
유지는 할 수 있되 이렇게까지 사치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낼 여력은 없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티벨 카스카디아는 대체 어디서 이만한 돈을 얻어 온 것일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기 때문이었다.
[경고, 접근이 감지됩니다.]적어도 사서는 나보다 감지 능력이 좋은 건 틀림없다.
“수준은?”
[오러 유저 하나, 그 외에 일반 병사로 추정됩니다.]“시작하자.”
티벨 카스카디아가 내 침입 사실을 눈치챘을 즈음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나는 흑야검 1호를 빙그르르 돌려 고쳐 잡은 뒤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빠르게 몸을 날렸다.
* * *
“나름대로 보험을 들어 놓길 잘했구나.”
굳은 얼굴로 티벨 카스카디아가 중얼거렸다.
고작 몇 시간 만에 몇 년은 늙어 버린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