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9)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9화(19/40)
제19화
비시리 카스카디아.
티벨의 첫째 아들은 물론, 멜리사를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해 보낸 대부분의 전력이 하루아침에 혈편이 되어 흩어졌다.
아무 힘도 없던 그 아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티벨이 가진 전력의 대다수를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빌려온 전력만 한둘이 아니다.
비록 티벨 카스카디아 또한 비시리 카스카디아처럼 익스퍼터 중급의 경지이지만 이미 중급의 익스퍼터들이 다수 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칩으로 걸고 싸울 생각은 없는 그였다.
“우선은 수도로 간다. 안전을 확보한 후에 후일을 도모하자꾸나.”
그의 둘째 아들 비벨 카스카디아는 약간 불만이 있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한창 자신의 재능에 물이 올라 있을 시점에 이렇게 쫓기듯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이 저택까지 밀고 들어오면 제가 단칼에 베어 버리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굳은 얼굴로 짧게 대답한 그가 뒤이어 들어온 기사에게 소리쳤다.
“지하의 물건들은 어찌 되었느냐.”
“이미 인력을 보내 준비 중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처분해야 할 것은 처분하고 챙길 것은 챙기고 있습니다. 저택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본래라면 전부 처분했어야 했다.
하지만 마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이 많았다.
“특히 엘프 쪽은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한다. 흔적도 남기지 말고 깡그리 불태워 버리도록.”
“명심하겠습…….”
그렇게 대답하던 찰나였다.
부산스럽던 저택이 묘하게 조용하다는 기시감이 찾아왔다.
“음?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이냐. 멜리사가 몬스터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얼른 움직여야 하거늘.”
묘할 정도로 조용하다.
기사는 전신에 오러를 두른 채 검을 뽑았다.
“가주님, 뭔가 이상합니다. 제가 상황을 보고 올 터이니 이곳에서 나가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허겁지겁 기사가 떠나가자, 자리에 앉아 있던 티벨은 묘한 불안함이 휩싸였다.
“아버지?”
“걱정 마라. 별일 아닐 게다.”
그렇게 믿었다.
10분, 20분이 지나고도 기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까지 말이다.
“아버지, 아무래도.”
“…….”
티벨은 굳은 얼굴로 곧바로 검을 챙겨 들었다.
“따라오너라.”
이상하리만치 저택이 조용하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저택에는 수많은 사용인이 있다.
그리고 백작가에서 빼돌린 기사와 사병도 있다.
그럼에도 너무 조용하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흡?!”
이윽고 집무실을 빠져나온 티벨 카스카디아와 그의 둘째 아들, 비벨 카스카디아는 복도에 늘어진 지옥도에 경악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 죽어 있다.
사용인의 시체는 보이지 않지만 기사와 사병들, 그 누구도 살아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끔찍한 피 냄새가 사방을 휘감는다.
언제 이렇게.
아니, 대체 어떻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애써 추스르며 로비로 나갔을 즈음이었다.
보고를 하러 왔던 기사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등을 보인 채 가만히 서 있는 한 소년이 있었다.
“티벨 카스카디아.”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짓눌린다.
“네, 네놈, 설마…….”
등을 돌리고 있던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서늘하기 그지없는 하늘빛 눈동자는 제 아비와 정반대로 상당히 차가운 기색을 품고 있었다.
“레온이냐. 레온이더냐!”
“숙부님, 그새 조카 얼굴도 까먹으셨나 보네.”
“…….”
레온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티벨 카스카디아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전부, 네놈이 죽인 것이더냐?”
“그럼요. 누가 죽였겠습니까.”
“이…… 이 악마 같은 놈!!!”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조리 죽이다니!! 네놈이 정녕 사람이더냐!!”
“에이, 왜 이러실까. 조카를 납치하고, 위협하고, 죄 없는 사람까지 핍박한 당신이. 걱정 마세요, 관계없는 사용인들은 건드리지 않았으니.”
레온은 검붉은 오러가 형체 없이 넘실거리는 은빛의 검을 겨누었다.
오러도 다루지 못하던 반푼이 둔재였다.
이렇게 막대한 위압을 내뿜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티벨의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을 숨긴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그 미묘한 차이를 모를 리가 없는데.
“네놈이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것이로구나!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세상에 알려 네놈을 끌어내기 전에!!”
티벨은 온전한 검기를 뿜어내며 위협하듯 말했다.
보아하니 오러 유저는 된 것 같다. 모종의 이유로 위압을 내뿜는 건 놀랍지만 그래 봐야 오러 유저.
익스퍼터, 그것도 중급에 달하는 그가 어찌 될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둘째 아들인 비벨 또한 재능이 넘치지 않던가.
그때였다.
“지하에 재밌는 걸 숨겨 두셨나 봅니다.”
“…….”
“뭘 그리 증거를 없애려고 불까지 지르려고 하셨나. 그런 주제에 뭐? 악마? 거, 왕실이나 당신의 뒤를 봐주는 귀족들은 노예나 엘프가 지하에 갇혀 있는 건 아나 몰라.”
“네, 네놈이 그걸 어떻게?!”
그러게 평소에 인복이 있으셨어야지. 죽어 버린 이들에게 티벨은 그저 돈을 주는 고용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친절하게 다 알려 줍디다. 애초에 우리 바타 왕국은 노예가 금지인 걸 모르진 않을 텐데. 혹시 해외로 팔아넘기려 했습니까? 일반 노예도 아니고 엘프를? 세계수의 엘프들과 전쟁이라도 하시게?”
“아버지!”
그때였다.
티벨의 곁으로 비벨 카스카디아가 걸어 나왔다.
비록 익스퍼터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견줄 자 없는 천재임에는 틀림없다.
“제가 저놈의 목을 베어 내겠습니다.”
애초에 저택의 기사와 사병들을 소리 없이 베어 넘긴 시점에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알지만 비벨에겐 그런 간단한 사실이 인지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반푼이 둔재 따위가 오러를 내뿜으며 위협하고 있는 꼴이 우습게 보일 뿐.
아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비벨은 자신의 검을 내세우며 사납게 웃어 보였다.
“살다 살다 네놈이 날뛰는 꼴을 보는구나. 그래 봐야 불량품 주제에.”
“비벨! 물러나라!!”
“흥! 아버지! 고작해야 레온입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불량품이요! 보나 마나 이 상황도 모종의 사술을 쓴 것이겠지요!”
사실 비벨의 경우, 가진 재능이 제법 탁월했었기에 백작령의 두 남매를 상당히 깔보는 기질이 강했다.
멜리사의 경우 제법이라고 판단하긴 했지만 레온이라니.
오러조차 다루지 못하던 멍청한 둔재 따위가 지금 아버지와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꼴이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티벨에게 주입받듯 레온을 비교하며 살아온 그였다.
당연히 레온이라는 존재는 감히 비교 불가능한 둔재. 그가 날고 기어 봐야 절대 비벨을 이길 수 없다는 자신감이 단단하게 굳혀져 있었다.
“오만에 대한 대가는 팔 하나로 용서해 주마, 레온.”
비벨은 아직 멜리사나 레온보다도 한참 어렸지만 자신의 재능을 믿었다.
같은 오러 유저라면 자신이 질 리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비벨의 재능이 거짓은 아니었던 터라 같은 오러 유저급 중에서도 견줄 자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아직 경험이 부족한 비벨과 달리 티벨 카스카디아는 섬뜩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애초에 비벨의 말마따나 사술이 있다고 할지라도, 병력을 모조리 죽인 레온은 위험했다.
“아, 안 돼!! 비벨!! 멈추거라!”
순식간에 파고들듯 검을 찔러 넣는 그에 반해, 레온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비벨과 달리 지금 사태의 이상을 알고 있는 티벨이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그렇게 비벨의 검이 레온에게 닿기 직전.
티벨은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마치 레온의 시간만 순간적으로 가속한 것처럼 그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흩어지더니 소중한 아들, 비벨의 팔을 잘라 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벨의 검은 애꿎은 허공만을 갈랐다.
비벨의 재능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재능이라는 게 좋다고 해서 그 존재가 강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것일 뿐.
재능에 심취한 이들이 간혹 저지르는 실수이며 오만이기도 했다.
“끄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과 함께 비벨이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뿜어내며 온몸을 버둥거렸다.
“팔 하나로 용서해 준다고? 그럼 이제는 두 개를 잘라야 용서해 주나?”
“끄아아아악!? 이…… 이 빌어먹을 놈이…… 꺽……?!”
또 하나의 팔이 날아가 버리자 비벨은 양팔을 잃어버린 채 비명을 꺽꺽 질러 댔다.
“멈춰라, 레온!!”
“내가 싫다면, 당신이 뭘 할 수 있습니까?”
레온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티벨을 직시했다.
“아, 아버지, 뭔가 이상…… 사, 살려.”
퍼어엉!!!
쓰러진 비벨을 걷어차 날려 버리자 녀석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했다.
재능은 뛰어났으나 아직 개화하지 못한 재능은 긁지 않은 복권일 뿐이었다.
“비벨!! 안 된다!!!! 레온!! 네놈을 살려 두어선 안 되었다. 예전에 죽였어야 했어!”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겠지.”
“천지 분간 못 하는 놈이!! 지금 네놈이 얼마나 거대한 세력을 상대로 싸움을 건 것인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이거 하나는 확실히 짚고 갑시다. 내가 건드린 게 아니야, 당신네들이 나를 건드린 거지. 겁도 없이.”
그 말에 레온이 한 발 내디뎠다.
쿠웅!!!
동시에 묵직한 기류가 그의 발끝부터 터져 나오며 사방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이게 오러 유저가 품은 오러의 양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저건 괴물이다. 아마 비시리 카스카디아를 포함한 주 전력이 전멸한 데엔 저놈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대로 싸우는 건 하책이다. 하지만 놈이 아들의 팔을 잘라 버렸다.
이에 그가 이를 빠득 갈며 검기를 피워 올렸다.
“네놈의 눈을 뽑고, 짓뭉개 버리기 전엔 내 분노가 가라앉지 않으리라.”
“그렇게 자식 소중한 양반이 제 혈육의 가족을 왜 그렇게 막 대했나 몰라.”
“레온!!!”
아들의 부상에 눈이 돌아가 버린 티벨은 소드 익스퍼터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레온을 몰아붙였다.
소드 익스퍼터에 준하는 그였다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레온의 현재 육체 강화는 정상 범주를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막대한 오러를 다루는 데엔 그만큼의 제어 능력도 요구되지만, 레온에겐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엄청난 속도로 검의 폭풍이 일어났다.
익스퍼터 중급이라는 경지가 헛된 것은 아닌지 티벨의 검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맹공을 가했다.
카앙!! 촤악!!
카카칵!! 촤악!!
엄청난 속도로 검이 충돌하면서 레온의 검에 섞인 오러가 뭉텅이로 깎여 나간다.
막대한 오러가 소모되고 있지만 레온의 오러는 마르지 않는 바닷물처럼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겉보기엔 티벨의 공세가 매섭게 몰아치는 것 같지만 그의 공격은 전부 차단되거나 허공을 갈랐을 뿐, 단 한 발자국도 밀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레온의 공격이 오히려 틈틈이 티벨의 몸에 상흔을 남겼다.
“대체!! 대체 네 놈의 오러는 왜 사라지질 않는 게냐!! 있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 검기도 뿜어내지 못하는 오러 유저의 기준이라면 오러를 저렇게 방어하듯 내두르기만 해도 막대한 소모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 마당에 검기와 충돌하면 보통의 경우 한 번 내지 두 번 만에 오러가 바닥날 수밖에 없다.
그건 천재고 둔재고 다를 것 없는 절대적인 명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레온의 오러는 도저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티벨의 오러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죽어라!!”
이윽고 그가 괴성을 내지르며 레온의 검을 튕겨 내고 그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