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21화(21/40)
제21화
내가 멍하니 중얼거리자, 기사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저거 보여?”
“예? 하늘에 뭐가 있습니까?”
나를 제외한 기사들은 붉게 변해 버린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붉은 달의 전조 현상은 오로지 당신만이 관측할 수 있습니다.] [붉은 달이 사라지지 않으면 대지와 대기, 영역 내의 모든 것이 침식됩니다.]염X.
뭐가 됐건 붉은 달은 내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안겨 준다.
라비린토스의 하늘도 저렇게 붉은 달이 떠 있었으니까.
물론, 단순히 환각 같은 형상이라 검으로 하늘을 갈라도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럼 이 붉은 달이 일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갑자기 눈앞에 환각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 가는 멜리사와 그런 그녀를 거대한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끔찍하게 거대한 입을 쩍 벌린 검은 그림자의 존재였다.
-오라버니…….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그녀가 곧이어 괴물에게 한입에 집어삼켜지며 환각이 끊어졌다.
“흡?!”
섬뜩한 기분에 내가 흠칫 놀랐다.
내가 방금 본 게 뭐지?
[당신이 방금 본 것은 환각이 아닙니다.]뭐? 미친 이게 뭔 소리야. 그럼 지금 내가 본 건…….
[다만, 현실도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 곧 벌어질 미래입니다. 대비하고자 한다면 서두르시길 추천드립니다.]미래? 그럼 내가 방금 본 건 멜리사와 내가 볼 미래라는 소리인가?
누구 마음대로.
얄밉기 그지없고 툭하면 괴롭히고 싶은 동생이지만 그녀가 죽기를 바란 적은 없다.
놀려도 내가 놀리고, 괴롭혀도 내가 괴롭히지, 어디 다른 놈이 끼어들어?
상도덕이 없네.
사서의 설명과 동시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기사의 검을 빼앗듯 뽑아 들고는 내가 가진 부러진 검인 흑야검 1호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도…… 도련님?!”
“검 좀 빌릴게. 이거 가지고 가서 베루스 무기점에 가져다줘. 그리고 여기 잡혀 있는 이들 전부 책임지고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가.”
손에 쥐어진 검은 은빛의 깔끔한 검이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흑야검 2호다.
흑색과 관련이 없는 은빛의 검이지만 그건 상관없는 문제였다.
“도련님?!”
그의 말은 끝내 내 귀에 닿지 않았다.
폭발적으로 각력을 강화한 뒤 바닥을 박찬 내가 전속력으로 멜리사가 있던 곳을 향해 내달렸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멀었지만 그런 걸 투정 부리고 있을 틈이 없었다.
* * *
-끼이이아아아악!!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빠르게 어두운 하수로를 내달리는 부정형 몬스터를 쫓아 기사들이 빠르게 내달렸다.
코를 찌르는 하수구의 악취가 그들의 신경을 거슬렀지만, 멈추는 이들은 없었다.
겉보기엔 별거 없어 보이는 괴물이지만 현재 멜리사와 기사들이 쫓고 있는 몬스터는 절대 사람이 사는 곳에 들어와선 안 될 위험군의 몬스터였다.
마경에만 서식하는 마물, 데몬 슬라임.
이름만 들으면 이 녀석이 정말로 위험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약체군에 속하는 슬라임에 데몬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점에서부터 모를 수가 없다.
작은 체구와 달리 극도로 위험한 독성을 내포한 채 악마와 같은 비명을 내지르는 녀석이다.
이놈이 자칫 상하수도에 독이라도 풀어 버리는 순간 지옥도가 열리리라.
물론, 녀석은 품고 있는 위험성에 비해 위치만 특정하면 토벌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아가씨!! 그리로 갔습니다!!”
“흐아압!!”
순식간에 파고든 멜리사의 검에 매끄러운 검기가 맺힌다.
동시에 섬광처럼 파고들어 데몬 슬라임의 부정형 몸체를 갈라 내고 그 안의 단단한 핵까지 파괴해 버렸다.
-끼이이이익…….
처절한 비명과 함께 무너지는 녀석을 보며 멜리사는 땀을 닦아 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방금 놈이 마지막 개체입니다.”
“가서 마무리를 지어야 해. 부상자는?”
“다행히 중독된 인원은 없습니다.”
자신이 이러고 있는 사이 레온이 사고라도 칠까 걱정이 된다.
하루아침에 변해 버린 레온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마차 같았다.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퇴치한 데몬 슬라임의 수는 총 일곱 마리.
“레온을 혼자 두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네.”
“이 녀석들을 놓쳤다면 큰 사고가 터졌을 겁니다. 아가씨께서는 옳은 판단을 하신 겁니다. 게다가 병력 일부를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콰아아앙!!!!
하수구를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굉음.
“무슨 소리야?”
“티벨 카스카디아의 저택인 것 같습니다만…….”
“뭐?!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쳐?!”
적이 뭘 숨기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대뜸 혼자 가서 공격을 박아 버리는 이 상황을 멜리사로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없어! 전 병력! 빠르게 티벨 카스카디아의 저택으…….”
서걱!
그때였다.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멜리사의 곁에 있던 오러 유저급 기사 하나의 머리통이 허공을 날았다.
“어?”
기사들은 모두 멍한 얼굴을 한 채 머리가 날아가 버린 동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든 거대한 검은 손이 멜리사의 몸을 그대로 움켜잡음과 동시에 상상 이상의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기사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힘없이 튕겨 나가야만 했다.
“커헉?!”
“끄아아악!!”
익스퍼터급들조차 견디기 힘든 척력.
막대한 충격파에 휩쓸린 기사들은 곧 주변을 잠식하는 검은 기류에 노출되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끄…… 으으…… 끄아아악!”
반면 멜리사는 튕겨 나가지 않았다.
거대한 손이 그녀를 움켜잡았으니 말이다.
물론, 막대한 압력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지만.
익스퍼터급의 강력한 신체 능력도 괴물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저게 뭔…….”
괴물의 생김새는 사람과 흡사한 크기와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전신이 검은 안개처럼 너울거렸고 손은 제 몸보다 거대하게 늘어나 있었으며, 얼굴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10센티는 되어 보이는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입술 대신에 돋아나 깔끔하게 맞물려 있고, 나머지 부위는 섬뜩한 붉은 눈동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콰앙!!!
이윽고 괴물이 멜리사를 가볍게 허공으로 던진다.
이에 그녀는 손에 쥔 검에 더욱 힘을 주고 놈을 베어 버리기 위해 검기를 피워 올렸다.
괴물은 휘적휘적 움직이며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하압!!”
카가가가각!!!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찔러 넣은 멜리사였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놈의 몸을 꿰뚫지 못했다.
그녀의 공격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것이다.
“이게 무슨?!”
터어어엉!!!
뒤이어 날아든 괴물의 손이 다시금 그녀보다 거대해지며 마치 파리채를 휘두르듯 그녀를 후려쳐 날려 버렸다.
순간적으로 의식이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탓에 그녀의 육신은 그녀의 의지를 배신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힘, 속도, 내구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였다.
대체 저런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있던 민가들은 이미 죄다 충격파에 터져 나가 폐허가 된 상황이었다.
대체 얼마나 죽은 거지?
오러 유저 이상급의 기사는 살아남았지만 일반 사병들 중에 사망한 이도 다수 보인다.
그중에 전투가 가능한 건 멜리사뿐이었지만 멜리사도 조금 전의 일격에 온몸이 부서지는 격통을 느껴야 했다.
“끄륵…… 끅…… 쿨럭!”
고통스러운 기침을 뱉어 내며 피를 울컥울컥 토해 낸다.
기괴한 검은 괴물은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더니 이내 새하얗고 커다란 이빨을 쩍! 하고 벌렸다.
수백 개는 박혀 있는 것 같은 이빨들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미 피난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녀가 죽고 나면 괴물은 근처에 기절한 기사들이나 사병들을, 그리고 그들 다음엔 이 백작령 전체를 먹어 치울 것이다.
백작가를 지키는 백작 대리로서 막지 않으면 반드시 대참사가 터진다.
그녀가 마지막 생명줄을 쥐어짜듯 오러를 끌어냈다.
쾅!!!
“커헉!”
하지만 상대는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
괴물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바닥에 패대기쳤고, 그 이후로도 두어 번 더 패대기쳤다.
“까흑…….”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의식이 서서히 흐려진다.
멜리사가 그렇게 얌전해지고 나서야 괴물은 천천히 그녀를 잡아 들고 머리를 물어뜯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
그때였다.
휘리리릭!!! 터어엉!!!
어디선가 날아든 평범하게 질이 좋은 철검이 괴물의 신형을 강하게 때리며 괴물을 날려 버렸다.
멜리사의 검기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던 괴물의 첫 반응이었다.
“야, 걔 내려놔. 생긴 게 티라노사우루스처럼 포악하게 생겼어도 내 동생이야.”
이에 멜리사는 의식을 잃어 가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이내 저 멀리서 걸어오는 이를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아…… 레온.”
얄밉기 그지없는 놈인데.
이 상황에서 왜 이렇게 눈물 나게 반가운 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목소리를 쥐어짜 내듯 소리쳐야 했다.
“머, 멍청이야…… 도망가. 이 괴물은 검기조차 안…….”
그의 말에 레온은 바닥에 쓰러진 기사의 검을 한 자루 다시 주워 들었다.
“이건 흑야검 3호…… 아니다. 2호 주운 지 얼마나 됐다고 바람을 피워.”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오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형태조차 고정되지 않은 채 멋대로 날뛰던 오러들이 이내 천천히 정제되면서 올곧은 형태를 잡기 시작했다.
삐릭!
이름 : 레온 카스카디아
나이 : 17세
성별 : 남성
능력 :
(검의 전당)
소드 익스퍼터(최상위) – 익힌 기술은 펼쳐 보기로 확인 가능.
극의의 [오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무의 전당)
피스트 익스퍼터(최상위)
흉성의 [오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다른 이에겐 보이지 않지만 레온의 시야에는 명백하게 글자가 새로운 변화를 알려 주고 있었다.
소드 유저에서 소드 익스퍼터로, 동시에 같은 오러 유저에서 피스트 익스퍼터로.
“조금 더 미루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일단 벽부터 깨자.”
소드 익스퍼터의 개화.
멜리사가 그 현상을 모를 수가 없었다.
‘무슨…….’
멍한 얼굴로 있던 그녀는 생각하는 것도 잊은 채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반면 레온은 담담하게 괴물을 향해 걸어 나갔다.
“저거, 보이드 글러트니였던가?”
[개체 확인. 공허의 아귀종, 확인되었습니다.]사서가 그 확인에 쐐기를 박아 준다.
-그르르르…….
괴물은 손에 쥐고 있던 멜리사를 휙! 하고 던져 버린 뒤 서슬 퍼런 기세를 내뿜었다.
녀석이 내뿜는 섬뜩한 기류가 레온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녀석에게 패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멜리사의 검기에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으니 말이다.
[보이드 글러트니, 검강 이하의 오러에 면역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승리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알고 있어. 이거 잡으려고 내가 얼마나 죽었는데.”
보이드 글러트니.
솔직히 검의 전당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게 강한 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러를 다루는 이들 입장에서 검기 이하의 능력을 가지고는 놈을 죽이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칼로 물을 베는 것이 그러할까.
타박…… 타박…….
검기를 피워 올린 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가 순간적으로 대지를 강하게 굴렀다.
엄청난 충격파가 발끝으로 터져 나가며 레온의 신형이 섬광처럼 잔상을 만들어 내며 파고들었다.
투쾅!!
엄청난 소음과 함께 파고드는 레온의 속도는 확실히 어지간한 눈으로 좇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보이드 글러트니는 얼굴에 달린 수많은 눈동자를 일제히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그 속도를 따라잡았다.
쩌억!!
녀석의 입이 순식간에 거대화하며 벌어지고, 양손도 이빨이 잔뜩 달린 입처럼 변하며 막대한 치악력으로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