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22)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22화(22/40)
제22화
카가가가가각!!!
단단한 금속이 강제로 긁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레온이 미끄러지듯 놈의 뒤로 내려섰다.
반면 검은 안개가 몽실몽실하며 반쯤 흩어졌던 보이드 글러트니는 만족스러운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가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것으론 나를 죽일 수 없다, 라고 말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검날 다 빠졌네.”
흑야검 1호 정도는 아니더라도 잘 제련된 검이었는데.
검기까지 발현한 덕분에 검이 깨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건만, 아무리 온전한 검기를 두른다고 해도 상대가 그만큼 단단하면 검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가 수복 같은 특수한 기능을 지닌 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스릉…….
처음 집어 던졌던 흑야검 2호를 다시 레온이 주워 들었다.
“그럼 벽을 한 번 더 넘어야지.”
* * *
고개를 돌려 주변을 파악한다.
무너진 가옥, 쓰러진 사람들.
살아 있는 사람도 많지만 죽은 이들도 상당수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던 멜리사도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보아하니 부상이 상당해서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이 지역이 인구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지역이라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척력장.
보이드 글러트니의 주특기나 다름없는 능력으로 자신이 먹어 치운 것을 에너지로 발현시켜 막대한 척력장을 만들어 내는 괴물이다.
물론, 마스터급 이상의 저항력을 지닌 이들은 그 흐름 자체를 무마해 버릴 수 있다지만 그보다 낮은 이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다.
솔직한 말로 이 괴물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길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붉은 달이니 뭐니 하며 하늘은 붉게 변했고, 눈동자 같은 붉은 달이 떠 있다는 점이다.
“사서야.”
[확인.]“그 붉은 달이라는 거, 이렇게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족속이냐?”
어떤 인과도 없이, 단순히 하늘에 붉은 달이 뜨자마자 사람 사는 영지 한복판에 이런 재앙 같은 몬스터가 나타난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게 된다.
[붉은 달은 규칙성이 없는 불가해의 흐름입니다. 다만, 현 상황을 추측해 보건대, 붉은 달에서 파생된 몬스터의 핵이 이미 이 영지 내에 들어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핵에서 저게 나온 거라고? 범인은 안 물어봐도 답 나오네.”
티벨 카스카디아.
죽어서까지 방해질이라니.
숨을 짧게 고른 나는 저놈을 빨리 처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이야 저놈 혼자지만 내가 아는 보이드 글러트니는 자신과 닮은 분신체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생명체였다.
아직 녀석이 먹어 치운 것이 거의 없으니 이 정도지, 예전에 검의 전당에서 놈과 함께 나온 고블린들이 녀석에게 전부 먹혔을 때 만들어진 지옥도는 다시 겪고 싶은 광경이 아니었다.
“익스퍼터는 뚫었는데, 정작 저놈은 일반 검기로는 죽이질 못한다 이거지. 음…… 소드 마스터의 벽을 넘는 건 지금 조금 무리수가 짙은데…….”
잘못했다가 육신에 영구 손상이 남는다? 절대 못 하지.
[일반적으로 보이드 글러트니 개체의 경우 검강 이상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마법에도 어느 정도 취약한 면이 존재, 세 번째 전당의 기억을 회수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그거 단시간에 되나?”
[상당량 시간을 벌어야 가능합니다. 우선 후퇴 후…….]“그럼 됐다. 벽 한 번 더 열자.”
[연속적인 경지의 개척은 육체와 영혼 전체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기억 불러오는 것보단 안전하겠다.”
나는 폭발적으로 넘쳐흐르는 기류를 전부 몸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러자 매끄럽게 펼쳐진 검기도 덩달아 사라진다.
“후우…….”
짧게 숨을 들이마신 뒤 눈을 뜬다.
녀석은 뭔가 심상찮다는 분위기를 느꼈는지 다급하게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녀석의 거대한 주둥이가 일순간 쩌억 벌어지며 나를 한입에 삼킬 것처럼 휘감았다.
그리고 녀석이 입을 다물려던 그 순간.
호흡을 정리한 내 전신에서 폭발적인 오러가 다시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택을 날려 버리면서 대량의 오러를 쓰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오버드라이브] [개화]* * *
[소드 마스터로의 개화가 진행됩니다.] [실패했습니다.] [불안전 각성 상태가 됩니다.]검기와 검강의 차이가 무엇인가.
단순 크기?
그런 것이라면 소드 마스터가 전략 병기라 불릴 이유가 없다.
익스퍼터는 의지의 영역.
그리고 소드 마스터는 의념의 영역이다.
자신의 의념을 검에 담아 내는 경지.
단순히 물리적인 것을 넘어 의지를 담아 마나의 결속까지 끊어 낼 수 있는 정도.
오러 유저 당시에도 검기 비슷한 것을 흉내 내긴 했지만 검기를 쓰는 익스퍼터가 검강을 흉내 내는 건 더욱 난도가 높고 강력하기 그지없다.
레온을 죽이기 위해 달려든 보이드 글러트니의 입이 네 갈래로 쩍 벌어지며 그를 휘감았다.
한입에 삼켜 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보이드 글러트니에게 포식당할 경우, 절대 곱게 죽지 못합니다. 참고 바랍니다.]‘먹혀 봐서 잘 알지.’
개화를 통해 강제로 개방시킨 의념이 검기에 스며든다.
생김새는 오러 유저 당시에 검기를 흉내 내듯 만들어 내던 것과 비슷하지만 그 형태만 그럴 뿐 내부 구조는 완전히 달랐다.
오러 유저의 상태로 유사한 검기를 만들어 내던 행동의 원류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게 뭔지 알아? 사실 나도 몰라.”
온전히 검을 수련한 이들이 이것을 보면 무엇이라 할까.
레온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지금 레온이 하는 짓은 검사들이 그동안 가진 검에 대한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살기 위해서 자기 경지 이상의 힘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콰작!!!!
이윽고 활짝 열린 놈의 입이 다물어진다.
녀석의 입은 정확히 레온을 삼켰다.
하지만 입이 닫히기 직전, 레온의 검이 일순간 움직였다.
늘 익숙하게 사용하던 반격 계통의 검술, [일각선참]이었다.
다만, 똑같은 [일각선참]이라도 오러 유저 당시에 사용하던 것과, 익스퍼터에서 개화까지 사용한 후에 휘두르는 검의 위력은 속도도, 위력도, 품고 있는 진의조차도 완전히 달랐다.
쩍…… 쩌저저저적!!!!
레온을 삼켜 버린 녀석의 거대한 몸집 곳곳에 검붉은 검흔이 여기저기 생겨난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놈이 버둥거렸지만 이미 육체는 놈의 의지를 벗어났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육신이 검강에 갈기갈기 찢기며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놈에게 먹혔던 레온은 무심하게 검에 묻은 검은 액체 같은 것들을 털어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의념. 검강. 자신의 의념을 담아 법칙에 간섭하는 경지.
레온의 주변으로 마치 검은 연꽃 같은 문양이 짙게 새겨졌다.
가볍고 신속해 보이는 검과 달리 그 여파를 돌아보니 가히 강렬하기 그지없었다.
레온을 중심으로 펼쳐진 거대한 연꽃의 문양의 검흔은 그 크기만 수십 미터에 달했고 검흔이 날아가 부딪친 건물은 마치 날카로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모조리 잘려 나가 있었다.
그리고 연꽃 흔적의 주변 또한 마찬가지로 무수한 자상의 흔적들이 깊게 남았다.
그 기세를 최대한 보이드 글러트니에게 집중시켰음에도 그 여파가 주변 전체에 남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보이드 글러트니는 완전히 죽지 않았는지 눈알로 보이는 파편 하나가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마치 도망가려는 듯한 모습이지만 레온은 성큼성큼 다가와 서늘하게 검 끝을 들어 올렸다.
“질긴 새끼.”
푸콱!!
동시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며 손에 쥐어진 흑야검 2호가 바스러지듯 깨졌다.
흑야검 2호 사망.
[개화]의 여파는 당연히 이전에 사용하던 무분별한 오러의 방출보다 더 반동이 심했다. [아주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습니다.]“이 정도면 꽤 널널한 편이야.”
이후 그는 쓰러진 멜리사를 품에 안아 들고는 입을 열었다.
“한발 늦으셨네요, 검성 어르신. 이 얄궂은 타이밍에 말이죠.”
어마어마한 기운을 몸 안에 거두고 있는 존재.
벽을 넘어서고 개화 상태까지 열어젖힌 내가 검성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허어…… 다친 곳은 없느냐.”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일까.
검성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이 괴물이 나타날 걸 알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내 말에 검성의 곁에 있던 바그무트의 눈이 살짝 크게 뜨였다.
그럼에도 파고들지 않는 건 검성 이상으로 멜리사의 상태가 위중했기 때문이었다.
“피차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 대화를 나누긴 힘들 듯하니 다시 시간을 잡아도 괜찮을는지요.”
내 눈빛에 서린 서슬 퍼런 기세를 눈치 못 챌 정도로 그들은 아둔하지 않았다.
“어르신.”
“오해할 법한 상황이지. 그래. 레온, 네 말대로 하자꾸나. 피차 할 이야기가 많은 듯하니.”
“그럼.”
이후 나는 쓰러진 기사의 품 안에서 신호탄을 꺼내 쏘아 올린 뒤 멜리사를 등에 업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부상이 심각하다.
아직 숨은 붙어 있지만 만약 늦었다면 그녀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으리라.
“열 받네.”
티벨 카스카디아가 뿌린 씨앗이라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티벨 카스카디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명백히 적의를 가지고 나타난 보이드 글러트니의 존재였다.
붉은 달이라는 존재는 내 계획에 없었다.
자칫 멜리사를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정말 오랜만에 피가 차갑게 증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는 왜 허구한 날 당하고 있냐.”
깨어나면 그녀에게 맞는 검술을 가르치든지 해야지.
비록 내가 쓰는 검술을 가르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내가 만들고 버린 검술이나 연공법은 많았다.
가문의 전통이니 뭐니 했지만 그녀가 죽으면 그것도 다 끝이니까.
티벨 카스카디아와의 내전,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괴물 보이드 글러트니와 붉은 달.
솔직한 말로 이번 싸움은 백작령 전체를 뒤집어 놓은 수준이었다.
자칫하면 백작령 전체가 무너져 내려앉을 수도 있는 수준이기도 했다.
가장 큰 요소는 티벨이 매수한 자들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숙부인 티벨이 백작위를 먹기 위해 백작령의 인재들을 죄다 매수해 버린 탓에 그들을 모두 쳐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낮게는 위병부터 위쪽으론 사업가, 혹은 가문의 종신들까지.
선을 넘어 버린 놈들은 전부 처형할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전부 추방 선에서 처리하는 게 맞겠지.
“사서야.”
[확인.]“붉은 달, 내가 라비린토스에서 보던 그 하늘 맞냐?”
[비슷하지만 다릅니다.]“어떻게 다른데?”
[라비린토스의 붉은 달은 실재하는 현상이 아닙니다.]즉, 라비린토스에서 본 붉은 달은 단순히 그렇게 보일 뿐이고.
지금 내가 겪은 붉은 달은 진짜라는 뜻이다.
“그거, 생긴 게 눈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자세한 정보는 록이 걸려 넘겨드릴 수 없습니다. 스스로 개척하여야 합니다.]“그래, 큰 기대도 안 했다. 그럼 하나 더 물어보자.”
[확인.]“붉은 달의 침식이라는 거, 생겨나는 위치와 시간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보이드 글러트니는 어떤 의미로는 재앙에 가깝다.
다만 내 예상대로라면 이것만으로 끝나진 않으리라. 만약 대륙 전역에 이런 게 벌어진다면 아마 대륙은 난리가 나겠지.
[붉은 달이라 할지라도 침식을 무분별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당분간은 조용하리라 예상됩니다.]“그 붉은 달이라는 거, 나만 볼 수 있잖아.”
[그렇습니다.]“그게 의미가 있나?”
보이드 글러트니가 위험한 건 맞지만 사실 검성 오스베르크였다면 단번에 베어 버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쉽게 끝날 문제였다면 붉은 달을 대비하라느니 조심하라느니 말할 필요도 없었겠지.
하늘만 붉어질 뿐 나타나는 괴물을 못 보는 건 아닐 테니까.
[붉은 달이 침식을 시작하면 생명체에게 적대적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