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23)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23화(23/40)
제23화
“그건 봐서 알아.”
애초에 보이드 글러트니 같은 존재가 일반적인 생명체라곤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향후의 침식부터는 당신이 그 침식의 근원을 파괴하지 않으면 침식이 멈추지 않습니다.]그러니까 그걸 구분하고, 적대적인 존재를 끌어내는 근원을 처리하지 않으면 괴물이 계속해서 쏟아질 거라는 소리였다.
보이드 글러트니를 해치웠더니, 또다시 그런 놈이 나온다?
끝없는 군세와 싸우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내가 이걸 해야 되나?”
[선택은 자유이지만 붉은 달은 생명체의 터전에 치명적입니다.]그래. 그냥 두면 언젠가는 내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모조리 사라지겠지.
한숨이 나오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붉은 달도 무작정 침식을 진행할 순 없다는 점이었다.
“예상 시간은?”
[확인은 불가하지만, 누군가의 개입이 없다면 당분간은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 추정됩니다.]그 붉은 달인지 뭔지도 결국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일을 저지를 순 없다는 뜻이겠지.
“뭐, 그 정도면 다행이네.”
나는 붉은 달에 관한 것을 깔끔하게 털어 냈다.
붉은 달도 붉은 달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부상을 입은 기사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멜리사의 존재였다.
백작 대리까지 이렇게 된 마당에 결국 관리를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평소 멜리사의 업무를 도와주던 노집사에게 자잘한 보고를 듣고 나니 멜리사가 그동안 가만히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구나.
일반 귀족가였다면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파괴된 백작령을 복구하고, 사상자의 상태를 확인. 부상자는 빠르게 치료한다.
그 외에 티벨 카스카디아의 저택에서 빼낸 물건이나 그들로부터 구해 낸 아인종 노예들의 노예 계약도 해지해야 했다.
이 또한 늦으면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으니까.
그뿐이랴. 생명체로 추정되는 상자가 뭔지도 조사해야 하지만 이건 당장 급한 게 아니니 방에 놔둘 뿐이다.
그렇게 급한 불씨를 꺼뜨리는 데에만 시간이 상당량 흐를 수밖에 없었다.
눈이 뻐근할 정도로 복잡한 서류 처리 이후 나는 침대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멜리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검성 오스베르크와의 약속은 어차피 며칠 뒤로 미뤄졌으니 지금 나를 방해할 이는 없었다.
“크흐…… 크흐흐흐.”
나는 깃펜의 잉크로 잠든 그녀의 뺨에 수염을 그리고 콧수염을 그려 넣었다.
그러고는 미친놈처럼 낄낄대다가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의 말로는 전신의 뼈가 성한 곳이 없다고 하더라.
그 외에도 오러가 극심하게 고갈된 상태라 정신을 차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어째서인지 그녀의 회복이 더디다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보이드 글러트니는 그런 저주 같은 힘을 지닌 놈이 아니었다.
내가 기억해 낸 전당 중에 신성 마법을 다루는 전당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세 번째 기억을 받을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여받으시겠습니까?]“내가 고를 순 없나?”
[이미 정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당신은 대답만 하시면 됩니다.]“…….”
[간단한 유머였습니다.]“넌 어디 가서 헛소리하지 마라.”
어차피 나 말고는 녀석의 문자를 볼 수 있는 이는 없겠지만.
“정해져 있다고?”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공간이라지만 나름대로 규칙과 순서가 존재합니다.]“먼저 끝난 순서대로 돌려준다, 뭐 이런 건가?”
[그렇습니다.]“복잡한 마법 같은 건 뒤쪽으로 밀린다는 뜻 같은데.”
검도 복잡한데 마법을 개척해?
장담컨대 그 난도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분명 마법 계통은 나중에나 얻을 수 있으리라.
솔직히 마법이라는 게 실제로 써 본 적은 없기에 조금 기대감이 있었지만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기억을 부여합니다. 극심한 멀미에 대비해 주세요.]“우웁!!”
이미 멀미가 찾아온 뒤에 이런 경고라니.
“후우…… 읍…….”
[세 번째 전당, 사령의 전당의 기억이 온전히 이관됩니다. 당신의 몸 안에 망자의 왕의 사령 마나가 깃듭니다.]예?
순식간에 내 전신으로 검은 마나가 퍼져 나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내 머릿속으로 사령 마법, 그리고 생명체의 모든 요소들이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검을 배울 때보다 확연히 많은 정보량이었다.
끔찍한 멀미에 휘청거리고 있던 찰나.
멜리사의 육신 위에 흐느적거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뭐야, 저건.
야밤인데도 환하게 비치는 주변 풍경에 명확하게 잡히는 그것.
그건 다름 아닌 사람의 형상이었다.
그렇다고 생명체? 생명체는 아니지.
그러던 중 인간의 형체가 멜리사의 목을 조르려 드는 것을 보자마자 손을 뻗어 낚아챘다.
이놈이구나. 이놈이 멜리사의 회복을 막고 있었어.
-커헉?!
망자의 귀곡성 같은 비명이 울려 퍼진다.
이게 뭔지 알고 있다.
극심한 원한을 품은 원령.
낮은 확률로 망령화가 된 인간이다.
그리고 나는 그 영혼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하…….”
나는 곧바로 몸 안의 사령 마나를 움직였다.
사령술사가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영혼을 교감하고, 영혼을 지배하는 것.
“티벨 카스카디아, 대가리 박아.”
쿠웅!!!
영혼이 강제로 제어당하며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다.
[사령술의 경우 당신의 경지가 사라져도 영혼의 지배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알고 있어.”
그러니 소드 익스퍼터 중급에 달했던 영혼도 이렇게 제어가 가능하지.
티벨은 마음에 안 들지만 생전에 익스퍼터 중급까지 간 망자라면 제법 쓸 만하게 언데드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레온!!
나를 향해 귀곡성을 퍼붓는 티벨 카스카디아의 영혼.
새로이 정착한 사령의 전당의 기억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빠르게 늘려 주었다.
“원판이 그래도 제법이라 그런가, 생명력도 제법이네.”
생각보다 놈에게 생명령이 많이 남아 있다.
사령술사에게 생명력은 사령 마나의 일종이나 다름없다.
죽음의 기운인 사기와 생명력.
작은 잡기에 불과한 기술이며 생전에 소드 익스퍼터 중급에 달하는 실력자의 영혼이 극심하게 소모되겠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았고.
-뭐…… 뭐 하려는 것이냐!!
“거 죽어 놓고 뭐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게 많아.”
뿌드득!!
그대로 놈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어 버렸다.
-그아아아아!!
“어우. 망령이라 그런가, 훤하게 뜯겨 나오네.”
반짝거리는 영혼의 스킨헤드를 보며 나는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솔직히 그렇게 한 방에 날려 버리고 나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 당신이 그동안 해 온 짓이 있는데, 안 그래?”
-극…… 그그르륵?!
“일개 망령으로 영락한 주제에, 멜리사에게 저주를 날려?”
나는 놈에게서 찢어 버린 영혼의 조각을 그대로 변형했다.
그리고 그것을 막대한 생명력으로 치환한 뒤 멜리사의 몸에 스며들게 했다.
-끄아아아아악!! 그만!! 그마아안!!!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지지만 그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건 사령 마법을 익히면서 영안을 개안한 나뿐이었다.
“당신이 그렇게 소리 지르면 어쩔 건데.”
-크아아악!!
“뭘 할 수 있냐고.”
* * *
티벨 카스카디아의 망령을 저항 못 할 정도로 잘게 찢어 버리는 과정에서 나온 적당한 양의 생명력을 에너지로 치환하여 멜리사의 육체를 활성화하자, 자연 회복력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티벨의 망령이 가하던 저주도 사라진 터라 멜리사의 육신은 다시 본래의 회복 속도를 되찾으리라.
실제로 날이 밝자마자 그녀를 진찰한 의사는 그녀가 안정기에 들어갔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로 얻은 기억인 사령술의 경우 시작은 굉장히 더뎠지만 강해지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사령술을 얻음으로써 할 수 있는 게 방대하게 늘어났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할 일이 있었다.
“오셨습니까.”
보이드 글러트니를 해치우자마자 나타났던 검성 오스베르크 미엘레폰과의 만남은 오래 미뤄 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바쁜 시기에 이리 찾아와서 미안하게 되었구나.”
“아닙니다. 그 전에 저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솔직히 의심 단계일 뿐이다. 그리고 일이 잘못된다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우선 자네가 묻고 싶은 게 뭔지는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 있으리라 생각하네만.”
“솔직히 고민을 좀 했습니다. 잘못하면 저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가 위험하니까요. 다만 확실히 해야 하는 문제이니 먼저 질문드리겠습니다.”
“흐음…… 말해 보게.”
“어르신. 그 괴물, 보이드 글러트니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만.”
만약 보이드 글러트니의 출현에 그가 관련이 있다면.
나는 눈을 감은 채 고심했다.
만약 이번 습격에 그의 의도가 섞여 있었다면? 내가 이걸 들춰냄으로써 그가 살인멸구라도 할 생각이라면.
머릿속으로 소드 마스터 하나와 그 이상의 존재 하나와의 싸움을 그려 보았다.
적어도 팔 하나에 극심한 영혼 손상까지는 각오해야 할 듯싶었다.
“허허. 나를 의심하고 있구나.”
“…….”
“걱정 말거라. 그 괴물이 풀려난 건 내 의도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 괴물의 출현을 막고자 이곳에 온 것이다.”
그는 품 안에서 작은 편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이게 뭡니까.”
“성국의 성녀가 보내온 편지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말이다.”
내용은 간단했다.
카스카디아 백작령의 마경에서 악의 씨앗이 깨어나는 계시를 받았다고.
검성이 가서 그 존재를 조사하고 처리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국과 성국이 그리 사이가 좋았던가요?”
“정확히 말하면 제국이니 성국이니 하는 건 관계가 없다. 그저 성녀 그 아이가 나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뿐.”
계시라…….
그럼 계시만 있으면 붉은 달을 대처할 수 있다는 건가?
사서는 묘하게 자존심을 세우는 듯한 태도였다.
‘그럼 이번 계시는?’
[단순히 우연입니다.]묘할 정도로 단호하다.
아니, 분명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문자열이지만 그 안에 묘하게 분노가 서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열 내지 마라. 뭘 그렇게 열을 내.’
[명심하십시오. 붉은 달을 볼 수 있는 건 현재 당신뿐입니다. 이번 습격의 경우 고작 보이드 글러트니 하나만 나타났지만 향후 생겨날 붉은 달은 핵을 동반하게 됩니다.]그 핵을 볼 수 있는 내가 그걸 처리하지 않으면 적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붉은 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붉은 달은 언젠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붉은 달은 일개 인간이 의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내가 사서와 의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자 오스베르크가 나를 불렀다.
“고민이 많은가 보구나. 내 이름을 걸고 약조하마. 이번 습격을 주도한 건…….”
“믿겠습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 이 백작령에 오신 이유도 이해가 되네요.”
어차피 그와 싸워 봐야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크다면 굳이 들쑤실 이유가 없었다.
“그럼 내가 질문 하나 해도 되겠느냐.”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익스퍼터의 벽을 넘었더구나.”
“그렇지요.”
“하지만 놈을 처리할 때 네가 보여 준 신위는…….”
“검강이요? 그거 검강 아닙니다.”
담담하게 답한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흉내지.”
“허허…… 검강이 흉내 낸다고 될 수 있는 것이더냐. 놀랍구나, 놀라워. 소드 마스터의 경지도 넘지 못한 자가 어떻게 검강을…….”
검강이라는 게 소드 마스터의 상징이라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가장 큰 것이 검강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즉, 소드 마스터도 아닌 이가 검강을 뽑는 것은 엔진 없는 차량이 맹렬하게 달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확실히 개화를 사용하여 검강을 끌어낸 건 사실이지만 아직 소드 마스터의 벽을 부숴 버리기엔 육체의 부담이 너무 컸다.
이 또한 결국 막대한 오러와 극의의 깨달음으로 인한 영향일 뿐이지만.
“알려 줄 수 있겠느냐. 대체 어떻게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소드 마스터의 벽도 뚫지 않고 정수나 다름없는 검강을 사용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