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25)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25화(25/40)
제25화
* * *
“와, 미친. 개맛있어.”
“이게 아니야, 이건 아이스크림에 대한 모독이다!”
“미쳤어? 맛만 좋구만, 뭘.”
애석하게도 내가 예전에 만들어 먹던 것과는 맛이 많이 달랐다.
나는 통한의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재료가 부족한 게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빼먹어서? 재료의 질이 달라서?
그나마 전생과 비슷한 재료들이 많아서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야, 더 줘.”
반면 멜리사는 맛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비어 버린 그릇을 내게 내밀었다.
“몸속에 돼지 한 마리를 키우나, 적당히 처먹어.”
“야, 이거 진짜 맛있다니까? 더 내놔!”
저렇게 식탐이 많은 걸 대체 누가 데려갈는지…….
나는 혀를 차면서도 만들어 둔 실패작 아이스크림 1호를 내주었다.
멜리사는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듯 생글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
“야. 그거 먹다가 살찐다.”
“익스퍼터가 살찌는 거 봤어? 열량 조절은 껌이거든? 흐으…… 오러 운용하면서 먹으니까 뜨거워진 몸이 빠르게 식는 기분, 너무 좋아. 뇌가 떨려…….”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녀는 제법 만족한 듯 보였지만 나로선 아직 이걸로 돈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레온! 이거 팔자! 이거 장담하는데 돈 된다!”
“어휴…… 야, 장난하냐? 사업 말아먹을래?”
“아니, 맛있는데? 재료도 비교적 저렴하고. 아니지, 이걸 백작령의 특산품으로 만들어서 왕래하게 만들면…….”
“그렇게 쉬울 리가.”
“아니 뭐가 문젠데?”
나는 실패작 아이스크림을 툭툭 두드렸다.
“처음엔 호응 좋겠지. 아주 잠깐은.”
“나중에는 아니라고?”
“직접 겪어 보면 알아. 자, 먹어.”
나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내밀었고, 그녀는 맛있게 먹었다.
“자.”
그리고 또 먹는다.
주는 대로 받아먹는 그녀였지만 이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아, 물려…….”
“알겠냐? 맛이야 있지. 다만 이건 실패작이야. 금방 물릴 수밖에 없는 맛이거든.”
맛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금방 물리는 맛이었다.
“사업 벌였는데 질려 버린 사람들이 이걸 먹겠냐?”
“흐음…… 그렇네……. 그럼 이건 실패작인가?”
“실패작이지. 다만, 사업 자체가 실패하는 건 아니야.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는 거지. 돈은 그 이후의 문제야.”
그러니 당분간은 이걸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맛의 자극이 덜해도 금방 물리지 않는 맛.
그게 핀 포인트였다.
“그래도 시작이 꽤 좋아. 이건 내가 만들 테니까 넌 티벨의 저택을 뒤처리하고, 거기서 구해 낸 이종족들이나 신경 써.”
노예 계약을 부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에 그들은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노예 계약을 파괴한 뒤엔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그쪽에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 거야. 다만 일부는 돌아갈 곳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거둬 주려고.”
“같은 카스카디아인데? 남겠다는 이들이 있다고?”
“정신이 망가진 이들. 스스로 노예에서 탈출할 의지도 잃어버린 이들은 치료가 필요해.”
“수는 얼마나?”
“파악 중이긴 한데. 적은 수는 아니야. 일단은 사용인으로 고용하고 숙식을 제공해 줄 생각이야.”
이종족들을 무사히 돌려보내면 큰 분란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아무리 그래도 세계수 같은 거대 세력과 벌이는 싸움은 사절이었다.
납치당한 아인종들의 회복도 병행해서 신경을 써 주는 수밖에.
큰불이 꺼진 만큼 이제 내 휴식을 방해할 이는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다.
괴물 사태가 있고 약 2주가 지났다.
대부분의 뒤처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티벨의 저택에서 발견한 것들은 다 수거했다.
물론 보물 창고에서 발견한 것들은 아직 내가 지니고 있지만 말이다.
멜리사는 금방 회복해서 목발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부상을 입은 이들 역시 간단한 운신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와 평온함이었다.
“도련님.”
나를 찾아온 하녀의 부름에 주방에서 주방장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던 내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아가씨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조만간 왕성으로 가서 공식 익스퍼터가 되고 백작 후계로서 자리를 인정을 받아야 하건만.
또 뭔 일이 있어서 나를 부르나.
이에 내가 그녀의 집무실을 찾아갔을 때.
나는 한껏 비웃음을 품고 있는 그녀를 보고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표정이 왜 그래. 기분 나쁘게.”
“푸훕…… 너 큰일 난 거 같은데?”
그녀는 손에 쥔 편지 한 장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게 뭔지 알아?”
그녀가 흔들어 젖히는 편지는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종이 재질이었다.
수신인은 멜리사인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모를 불안함이 증폭되었다.
내가 아는 동생 멜리사는 아주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좋은 일로 저렇게 웃지 않을 텐데?
나는 고심에 빠졌다.
그녀가 저렇게 웃는 경우는 어떤 경우였던가.
-레온, 아버지가 너 운동시키래. 흐흐…… 따라와. 오늘 원 없이 패 줄 테니.
-레온, 너 사고 친 거 아버지한테 다 일러바쳤어. 너 잡아 오라고 길길이 날뛰시는데? 도망쳐 봐. 10초 뒤에 잡으러 갈게.
-레온…….
“이런 망할!”
반사적으로 내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 하지만 그녀의 손에 쥐어진 단검이 순식간에 내 뒤편에 있는 문에 박혔다.
“어딜 도망가, 이 새끼야.”
“오라버니한테 칼을 던져? 너 돌았냐?”
“야, 너 내가 기절해 있을 때 수염 그린 거 아직 안 잊었어.”
뒤끝!
내가 질린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2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그거 가지고 난리냐?”
“응, 몇 년이 지나도 절대 안 잊을 거야.”
저 끔찍한 뒤끝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후우…… 그래서, 그거 뭔데.”
“뭐 같아 보여?”
그녀가 비실비실 웃었다.
“망할. 뭐냐고 그거.”
“흐흐…… 흐흐흐흐.”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불안하다.
그녀는 가주 대리. 즉 그녀가 까라면 까야 하는 위치다.
“미엘레폰.”
“음?”
“약혼 예단 목록 승낙 요청서야. 와, 이건 좀 많이 놀라운데……. 미엘레폰의 보고에서 검을 하나 보내 준다니.”
“어? 그건 그냥 혼약 이야기가 나왔다 정도로 소문만 내기로 한 건데? 갑자기 뭔 예단을…….”
말 그대로다. 그냥 말만 나오는 정도지 이렇게 서신을 보낼 필요까진 없었는데?
묘한 불안함이 치솟았다.
“미쳤어? 미엘레폰 같은 대가문이 약혼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예단도 준비 안 하고 있다가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그건 몰랐는데?
“흠, 그런가?”
“그런가는 얼어 죽을.”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단순히 헛소문이라고 일축해 버리면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다.
그러니 미엘레폰에서도 입을 다물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냥 소문만 내면 그쪽 가문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마치 나를 놀리듯 그녀가 가주 직인을 꺼냈다.
“야…… 야! 이 미친년아! 멈춰!!”
“안 멈출 건데? 이야! 부럽다? 돈 많고 권력 센 가문의 아가씨랑 결혼하게 생겼네?”
“웃기고 있네, 장난 적당히 쳐라.”
“응, 안 돼. 이거 거절하면 일 커져.”
상당한 예단 목록을 보냈는데도 거절하면 카스카디아가 욕심을 부린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한순간!
귀족이란 본래 쓸데없는 일에도 명예를 중시하곤 한다. 즉, 이것을 풀어 말하면…….
사업 접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이에 비명을 지르듯 내가 소리를 쳤지만 그녀는 사악하게 웃으며 서류에 직인을 쾅!! 하고 찍어 버렸다.
“어디 한번 엿 먹어 봐라, 개자식아.”
저걸 내가 왜 구해 줬을까.
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게…… 이렇게까지 번거로워진다고?”
“애초에 거짓 약속이라고 해도 네가 먼저 꺼낸 이야기야. 저쪽에선 받아들였다! 한마디면 할 말 없는 건 우리 쪽이야. 그런 마당에 무슨 명분으로 예단을 거절할 건데?”
“음…….”
듣고 보니 그렇네.
“보통 양이 아니야. 이거 거절하는 순간 욕심 그득그득한 돼지 새끼가 되는 거라고.”
아니, 이렇게 대놓고 예단까지 박아 버리면 자칫했다간 정말로 약혼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걸 왜 몰라.
한번 성사되면 그때부턴 약혼을 물려도 서로에게 손해만 남는다.
괜히 저 서류가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신을 휙 하니 뒤로 빼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사고는 네가 쳤잖아. 책임져야겠지?”
“이렇게 된 이상 예단 잘 모아 놨다가 나중에 돌려주면 돼.”
“레온, 네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이참에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어.”
그녀가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았다.
“정략혼이라는 건 말이야, 갑자기 찾아와서 정략혼 합시다! 하면서 성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너처럼 소문만 흘리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왕실이나 거대 가문이 왜 이런 추문을 칼같이 잡아내는데.”
“…….”
“가주 대리의 명령이야. 네 업보가 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지 마.”
“망할, 명 받들겠습니다.”
그녀가 얄밉게 입을 삐쭉이며 비웃었다.
“아, 명 받들겠습늬데~ 이거 은근히 느낌 좋네. 그래, 평소에도 날 공경하라 이 말이야.”
“메갈로돈같이 포악하게 생긴 게 아주 생긴 대로 성질을 부리는구나.”
밖에서 아무리 멜리사더러 예쁘니 고고하니 해도 내 눈엔 한 마리의 삼엽충 같은 녀석이다.
귀족들의 생태를 자세히 몰랐던 내가 뿌린 씨앗이다. 물론, 적당히 소문만을 부탁했지 예단까지 보내 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멜리사의 말마따나 내가 너무 안일하긴 했다.
애초에 그 영감도 알고 있었을 텐데. 한마디도 경고해 주지 않았다니.
[그는 충분히 경고했습니다. 또한, 제 판단으로는 경고를 하든 하지 않았든, 그 당시의 검성의 행동을 추측하건대 오히려 반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조용히 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래, 고작 예단 목록일 뿐이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얼마든지 자잘한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정도의 사안. 멜리사도 이걸 알고 있으니 가볍게 생각하는 거겠지.
기회를 놓치기 힘들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고.
“아, 솔직히 말해도 돼?”
콧노래까지 부르며 예단 목록을 훑던 멜리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손깍지를 끼고 턱을 괴었다. 그 표정이 사뭇 진지하지만, 나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뭐.”
“너 당황하는 거 보니까 너무 재밌다.”
물론, 그 진지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를 놀리는 데 최적화된 비웃음만이 남는다.
내가 문에 박힌 단검을 뽑아 들자 그녀도 예비 단검을 뽑아 들었다.
“뭐, 왜 하극상이라도 하시게? 들어와. 오늘 너 죽고 나는 사는 거야.”
한마디도 지지 않는 행동거지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휴, 됐다.”
소문을 살짝 흘려 달라곤 했지만 그 스케일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다만 가짜 약혼이라고 못을 박아 둔 이상, 그쪽에서 갑자기 결혼하겠다고 나오는 영애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검성도 이 이상 무언가를 하지는 않으리라.
“아 참. 조만간 왕실로 갈 거야.”
“공인 익스퍼터에 백작 승인 때문에?”
멜리사는 이미 익스퍼터. 그녀가 백작이 되려면 우선 왕실 공인 익스퍼터 승인이 내려져야 하고, 그 후에 국왕에게 임명을 받아야 했다.
좋든 싫든 바타 왕실에 들러야 하는 상황이다.
“너는 남을 거야?”
“아니. 따라가야지.”
“별로 안 좋아했잖아.”
이제 와서는 상관없는 일이다.
왕국 수도는 사실상 범의 아가리나 다름없다. 티벨의 뒤를 봐주던 귀족들이 있는 곳이니까. 당연히 멜리사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안해서 따라가야겠다.”
“고맙게 받아들일게.”
그녀는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티벨이 처단되고 그녀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든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리고 약 나흘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멜리사와 나는 마차에 올라 최소한의 인원만을 데리고 왕실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덜그럭!!
“그건 뭐야.”
내 품에 있는 파란색의 작은 상자를 보며 멜리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별거 아냐.”
생명체이긴 한데. 내가 없는 사이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가져가는 수밖에.
다행히 당장 뭔가 변화가 생길 기색은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