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28)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28화(28/40)
제28화
물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소모한 듯 보이지만.
덕분에 유체 이탈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버린 그였지만, 늦기 전에 내가 그의 영혼을 그에게 다시 안착시키고 육체와 공명시킴으로써 되살려 낸 셈이다.
“이게 되네.”
물론, 여러 보조를 해 줄 요소들이 없는 탓에 성공률은 극히 낮았지만. 아무래도 이 파렐 베를리라는 공작가의 삼남은 제법 운이 좋은 모양이었다.
“말도 안 돼.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베르그 법칙을 기반으로 한 건가? 아니면 파라밀러스 방정식? 아니, 이게 어떻게 돼? 상식적으로 불가능해야 정상인데…….”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들어 가는 꼴을 보니 속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봐요.”
“사령 마법인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사령 마법에 이런 방식은 없었는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그를 말없이 보고 있던 나는 무영을 그림자 속에 거둔 뒤 몸을 돌렸다.
느낌이 온다.
흔히 세간에 알려진 정말 귀찮은 스타일의 마법사 같은 족속.
놈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자리를 뜨려 했다.
텁!!!
“형님!!”
물론, 이 미친놈은 나를 쉽게 보내 줄 생각이 없던 모양이다.
“언제 봤다고 형님입니까. 이거 안 놔?”
“형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형님이지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은혜를 갚는 것과 귀찮음을 털어 내는 것. 저울이 일방적으로 후자에 기운다.
“다 필요 없으니까 우리 서로 갈 길 갑시다.”
“그…… 그럼 저를 살릴 때 대체 어떤 방법을 쓰신 건지라도!”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이에 깊은 빡침이 밀려온 내가 그대로 놈의 머리에 전술핵 폭격을 투발했다.
까앙!
“끄아악!!!”
전술핵 폭격 꿀밤에 맞은 그가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을 뒹굴기 시작하자, 무영이 그 꼴을 보다 천천히 다가가 그의 옆에서 같이 뒹군다.
제 딴엔 노는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언데드치곤 묘할 정도로 활기가 풍부한 움직임이다. 네임드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한 게 끼어들어 간 건가?
한참 같이 뒹굴던 무영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몸을 낮춰 샤샥 하고 다시 일어났다.
그러고는 머쓱한 듯 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온다.
“끄으…… 이게 아니지. 일단 저를 구해 주신 분인데 감사부터 드려야지요.”
그가 힘겹게 일어난다.
“형님, 혹시 가능하시면 제 저택에 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저택?”
“예! 일단 은혜는 갚아야 형님과 깊은 친분을 다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히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이놈을 똑바로 직시하며 내가 서늘하게 말했다.
“다 필요 없으니 서로 갈 길 가자고.”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무례했군요. 그렇다고 해도 혹여 도움이 필요하시면 꼭 베를리 공작가를 찾아 주십시오!! 저를 살려 주신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몰상식한 놈은 아닌지 놈은 품 안에서 자신의 가문패를 꺼내 내게 건네주고는 물러났다.
그나저나 베를리 공작가면 바타 왕국의 두 소드 마스터 중 하나인 베를리 공작이 있는 가문이 아니던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사실상 바타 왕국의 마지막 소드 마스터.
실제로 베를리 공작가는 유서 깊은 검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의 아들이 마법사라니 조금 의외이긴 했다.
“하긴, 기사 부모 아래에서 마법사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
내 아버지도 소드 마스터였다. 반면 나는 사령술사이기도 하지 않은가.
무영을 만들고 강화하느라 던전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는지 던전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물론, 무영의 존재를 굳이 들킬 필요는 없었기에 녀석을 대놓고 데리고 돌아다닐 이유는 없기도 했다.
“레온! 나 공인 익스퍼터가 됐어!”
해맑게 웃으며 자랑하는 동생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 밤에 있을 연회, 시작과 동시에 전하께서 잠시 들르실 거야. 거기서 백작위 승계식을 할 거고.”
그 이후부터 그녀는 명실상부 공인 카스카디아 변경백이 된다.
“이제 공작위를 지닌 이가 제약이라도 걸지 않는 이상 승계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
꼭 그렇게 말하면 문제가 생기던데.
* * *
왕실 연회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귀족들이 참석한다.
왕국의 두 공작부터 다섯 명의 후작, 그 외에도 수많은 귀족과 그 가족, 자제들.
물론, 명단만 그러할 뿐 각자의 사정에 따라 참석을 못 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긴 했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연미복을 입고 있던 나는 평소답지 않게 예쁘게 꾸민 동생 멜리사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눈깔 착하게 안 떠?”
늘 보던 회색의 긴 장발은 반묶음으로 올렸고 어머니를 닮은 순둥순둥해 보이는 호박색 눈동자엔 이전처럼 피로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예쁘게 차려입고 청초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 꼬락서니가 저 지경이다.
“하여튼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어때 보여? 나 좀 괜찮아 보여?”
“올챙이한테 날개 달아 준다고 백조가 되나. 날고 기어 봐야 날개 달린 개구리지.”
퍽!!
그녀는 말 대신 로 킥으로 대답했다.
“야, 날개 달린 개구리, 이리 와 봐.”
심통 난 얼굴로 돌아서는 그녀를 불러 세운 나는 그녀의 머리에 헝클어진 부분을 정리해 주었다.
“백작씩이나 될 거면서 이런 것도 관리 못 하냐?”
“뭐래. 봤으면 빨리 고쳐 줄 생각 안 하고.”
“내가 말해 뭣하겠냐.”
말은 그리하면서도 그녀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왜 이리 실실 웃어.”
“아버지가 남긴 자리야. 이제야 되찾은 거라고. 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내가 지켜야 돼. 넌 나만 믿어.”
부모님과 막냇동생을 잃은 건 그녀나 내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녀는 백작 대리로서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왔을 것이다.
그게 이제야 어느 정도 해소가 된 셈이고.
물론, 그녀는 아직 아버지나 어머니, 그리고 막냇동생의 생존을 굳게 믿고 있었다.
반면 나는 조금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소드 마스터급에 달하는 아버지가 어지간한 사고로 돌아가실 리가 없다.
멜리사의 노력 끝에 당시 사고의 흔적을 찾아내긴 했었다.
다만, 그 흔적에서 해왕종 크라켄의 흔적을 발견해 버린 게 문제였지.
냉정하게 말해서 크라켄은 소드 마스터 수준으로 어찌해 볼 수 있는 괴물이 아니다.
단순히 큰 문어?
어림도 없지. 놈은 단순히 문어와 생김새만 닮았을 뿐 재앙이나 다름없다.
검의 전당, 무의 전당, 사령의 전당에서 모두 크라켄을 만나 보았지만, 내 기준으로 소드 마스터 초입 정도의 수준으로는 바다에서 크라켄을 만나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최소한 놈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조차 안 되면 목숨이라도 걸고 바다로 나가는 수밖에.
해왕종 중에 크라켄이 흔한 것도 아니고.
‘뻔한 걸 물어. 조각내서 찢어 버려야지.’
[확인.]말없이 왕성으로 향하는 마차에 오르기 전,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에스코트해 주며 물었다.
“아직, 부모님이나 아르샤가 살아 있다고 믿어?”
“믿어야지. 강요는 하지 않지만 나는 끝까지 믿을 거야.”
단순한 투정은 아니었다.
어쩌면 부모님과 막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녀가 붙잡고 있던 희망의 정체가 아닐까.
“그래. 그렇게 믿자.”
“레온.”
피곤한 목소리로 그녀의 가정을 긍정해 주자 그녀가 말없이 나를 직시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내 눈가에 닿았을 즈음 그녀의 눈이 살짝 크게 뜨였다.
“너…… 잠은 자는 거 맞지?”
“그래. 조금씩은 자고 있어.”
온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서 아직 제대로 수면을 취하는 건 어렵지만, 첫 시도 덕분에 조금씩이라도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된 건 큰 소득이다.
그녀는 작은 주먹을 꼭 쥐고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연회장은 이미 많은 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외부 활동이 거의 없던 나와는 달리 멜리사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가끔 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니, 아마 아는 사람도 제법 있으리라.
물론, 그녀의 승계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기에 내가 멜리사를 에스코트하여 들어가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내리꽂혔다.
“저 영애가 카스카디아 백작 대리인가.”
“흐음……. 젊은 나이에 백작, 거기에 재능도 출중하고…….”
아무래도 많은 귀족들 사이에서 멜리사는 상당히 관심을 부르는 존재인 듯 보였다.
“긴장 풀어, 인마.”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타박하자 살짝 굳어 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제 백작이니까.”
승계식 때문에 이미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승계식을 진행할 국왕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백작 대리. 나는 올티스 자작…….”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군요.”
저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던 귀족들은 멜리사가 입장하기가 무섭게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들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멜리사는 얼굴에 철판 하나를 깔고 미소로 화답하며 그들과 대화를 이어 나간다.
“어휴. 내 성질에 저 짓거린 못 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와 적당히 거리를 벌리는 나였다.
물론.
백작 대리도 아닌 내게 큰 관심을 주는 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형님! 카스카디아 백작가 분이었습니까?”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던 내게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건 것이다.
“아…….”
그제야 나는 이놈이 귀족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이리 반가울 수가! 아버지! 이분입니다! 이분이 저를 살려 주셨어요.”
그 말과 동시에 그의 곁에 있던 중후한 인상의 사내가 나를 시야에 담는다.
마치 무언가를 파악하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에 나는 조용히 예를 표했다.
“왕국의 검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베를리 공작님. 레온 카스카디아라고 합니다.”
“반갑네. 설마 갈레온의 아들이 파렐의 은인인 줄은 몰랐군.”
갈레온.
갈레온 카스카디아는 내 아버지의 이름이다.
그리고 아버지를 이리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이 나라에서 단둘뿐이기도 했다.
“아버지께 공작님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하더냐. 네 아비의 일은 유감스럽게 되었다. 크라켄을 만났다지.”
“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막냇동생 아르샤가 타고 가던 배가 사고에 휘말린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다만, 그 사고에서 어떻게 소드 마스터나 되는 인물이 사망했는가.
그것에 대해 아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친우의 죽음에 직접 검조차 들지 못하다니.”
“아닙니다. 크라켄은 재앙에 가까운 생명체이니까요.”
내 대답에 그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아들놈에게 들었다. 녀석을 구해 주었다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아티팩트가 없었다면 제가 가져다드린 건 아드님이 아니라 유품이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