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화(3/40)
제3화
주변이 변하면서 모든 게 다시 또렷해졌다.
각 전당에서 얼마만큼의 체감 시간이 흘렀든지 간에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끝낸 후에야 정신을 차린 것이니까.
고생은 그곳에 빠진 내 자신들이 한 것이지 지금의 나는 아니라는 게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 * *
주변을 둘러보았다.
복잡한 과정 끝에 도달한 곳은 처음 문양을 마구 눌렀던 공간이었다.
이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느껴지는 붉은 하늘과 눈동자 같은 붉은 달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극의에 이른 검의 모든 정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건…….
[축하합니다.] [당신은 모든 과업을 완수하고 이곳으로 돌아오셨습니다.]“끝났다고?”
잠깐 어지럽다가 말았는데.
나는 기억을 모두 봉인한 채로 모든 전당을 완수해 내는 데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막상 끝났다고 하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문자와 나눈 대화. 녀석과 나눈 거래.
현재 나는 검의 전당 이외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당장 조금 전에 검의 전당에서 나온 직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마 다른 기억들은 복원되지 않고 봉인되어 있겠지.
기이한 이질감이 존재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미칠 수 없다는 조건은 내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와 다를 바 없이 만들어 주었다.
[현재 당신은 검의 전당의 기억을 제외한 한 가지 기억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그래?”
[이후 당신의 정신이 안정화될 때마다 기억이 하나씩 복원됩니다. 동의하십니까?]“그러기로 했으니까.”
망할 문자에 대한 분노? 증오? 이런 건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분노도 하루 이틀이지,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지쳐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저 나가고 싶을 뿐.
[기억이 복원됩니다. 질문이 있으십니까?]“내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라비린토스 이전의 기억, 전생의 기억 같은 게. 그때 본 것 하나하나가 전부 기억나는 기분인데.”
[이 공간은 당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이전 기억은 절대적으로 보존됩니다.]다른 어떤 기억보다 라비린토스에 들어오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들이 완전히 보존된다는 뜻인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었다. 실컷 고생하고 돌아갔는데 과거의 기억이 하나도 없으면 그것대로 웃긴 일일 것이다.
“그럼 빨리 기억이나 넘기고 내보내 줘.”
[무의 전당 기억을 각인합니다. 극심한 멀미에 주의하십시오.]“으읍…… 우웨에에엑. 아이고, 나 죽, 우웨에에엑.”
나는 저항도 못 한 채 축 늘어지듯 엎어져 속에 든 것을 모두 게워 냈다.
먹은 게 없으니 위액밖에 나오진 않지만…… 구토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던 기억이 떠올랐다.
맨손, 혹은 건틀릿을 낀 손으로 적들을 분쇄해 내며 끝내 공간을 내 심상으로 장악하고 깨부순 기억.
무의 전당에서의 기억이었다.
저곳에서 요구하는 건 격투술이었나 보다.
거참, 하드코어하네…….
신기하게도 지난 기억이라 생각하니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 기억들은 생생하지만, 생각보다 고통스럽진 않았다.
삐릭!!
이름 : 레온 카스카디아
나이 : 17세
성별 : 남성
능력 :
(검의 전당)
극의 – 익힌 기술은 펼쳐 보기로 확인 가능.
(무의 전당)
흉성 – 익힌 기술은 펼쳐 보기로 확인 가능.
늘 보던 상태 창에는 새로운 전당에 대한 정보가 기입되어 있었다.
[기억 복원이 완료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당신을 서포트하는 저는 소멸합니다.]“뭐?”
[당신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습니다. 라비린토스 또한 당신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 파괴됩니다.]내 결정 덕분에 저 글자도, 이 공간도 파괴된다는 모양이다.
“다시는 사람 납치하지 말고, 개자식들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드리고 물러나겠습니다.]저 문자에게 자아가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죽는다는 뜻인데 저렇게 담담하다니.
참 꺼림칙한 놈이었다.
이에 나는 문자를 향해 중지를 쳐올리며 서늘하게 웃었다.
이윽고 세상이 깨진다.
화아아아악!!!
동시에 시야가 일변했고, 내가 책상에 엎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뺨에 붙어 있던 서류가 떨어진다.
사업체 조사 보고서?
아, 그렇구나.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나는 미친놈처럼 웃어 대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여긴 내 방이었으니까. 꿈의 미로, 라비린토스에 갇히기 전에 내가 살았고, 내 추억이 남아 있는 카스카디아 백작가.
내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했던 보금자리.
심지어 라비린토스에 들어간 이후 내가 보낸 억겁의 모든 시간은 이곳에서 단 1초도 흐르지 않았다.
“드디어!! 미친 드디어 돌아왔다고!! 아하하하!!”
나는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단순한 웃음이 아닌, 악다구니가 섞인 웃음이었다.
이렇게 미친 듯이 웃지 않으면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기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저택이 소란스러워진다.
동시에 쾅!! 소리를 내며 내 방문이 열렸다.
“시끄러워!!! 다들 자는 시간에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 새끼야!!!”
표독스러운 외침에 나는 웃음을 드디어 멈추고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회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 어머니를 닮아 순한 호박색 눈매.
겉보기엔 청초해 보이지만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다크서클까지 내려와 있는 소녀다.
그녀의 시선은 분노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뛰어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솔직히 라비린토스에서 나오면서 생긴 묘한 괴리감 때문에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엉거주춤하며 휘청거렸지만 기어서라도 나아가 그녀를 꽈악 끌어안았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저 미친놈처럼 실없이 웃었다.
그토록 바라 왔던 집이니까.
“뭐, 뭐 하는 짓이야!”
그녀가 당황한 듯 소리쳤다.
무수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에 대한, 그리고 이 집에 대한 모든 기억이 그 어떤 것보다 생생하다.
“내 동생…… 참 말도 지지리도 안 듣고 성질머리도 더러운 내 동생…….”
“아니, 이 자식이 야밤에 진짜 미쳐 버렸나…….”
표독스럽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어째서인지 내 손을 쳐 내지 않았다.
“그런 성질머리로 나중에 남편 될 사람에게 어떤 패악질을 부릴까 걱정이 되는 내 동생.”
“다, 닥쳐!!”
결국 힘을 강하게 줘서 나를 쉽게 밀어내 버리는 그녀였다.
“보고 싶었다, 멜리사.”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
정말 많이 싸웠던 사이.
정말 얄미운 친동생.
그럼에도 지금 나는 그녀가 너무도 반가웠다.
하지만 그녀는 인상을 찡그릴 뿐이다.
“뭐래. 2시간 전에 봐 놓고 갑자기 X랄이야, X랄이. 너 때문에 지금 몇 명이 깬 건지 알아? 겨우 잠들었는데 너 때문에 나도 깼잖아.”
그래, 2시간 정도겠지. 하지만 내겐 헤아릴 수 없는 갈망이었다.
나는 그녀와의 기억을 되짚었다.
-야, 선물이다.
-응? 꺄아아악!!!
대뜸 찾아가서 그녀의 목덜미 안에 벌레를 집어넣어 버린다든지.
-흐응, 개약하네, 레온? 혹시 2족이 아니고 4족 보행으로 움직이고 싶어서 그렇게 기어다녀?
-박치기 공룡같이 생긴 게 어디 비음을 처섞고 있어. 고릴라처럼 힘만 세면 다야?
-이, 이 개 같은. 너 이리 안 와?!
음, 생각해 보니 정말 그녀와 나는 참 올바른 남매 관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부터 나는 그녀와 참 많이도 싸웠고, 친하게 지냈다.
남매는 서로 싸우기 위해 태어난 거다! 라는 말을 입증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어머니의 관심을 빼앗아 간 저 X새끼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라는 마인드가 탑재된 건지.
나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그 충돌은 더욱 컸다.
나는 틈만 나면 장난을 걸었고, 그녀는 대련을 통해 나를 물 먹였다.
정작 늦둥이 막냇동생에겐 우리 남매 모두가 한없이 부드러워졌지만.
근본적으로 참 많이 싸운 사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만큼 잘 지낸 적도 제법이긴 했지만.
“왜 자다가 일어났어. 더 안 자고.”
“이거 미친놈 아냐? 네가 야밤에 소리 지르면서 웃어 댔잖아! 지금 저택의 당직 사용인들까지 다 깬 거 안 보여?!”
아.
그제야 창밖의 하늘이 보인다.
잠에 빠졌다는 건 밤이라는 뜻이지. 즉, 나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저택의 모두를 깨웠다는 소리였다.
크흠. 큼.
“아하하…… 웃음이 계속 나오네.”
“하! 웃기다 이거지? 난 또 뭐라고.”
“응?”
“넌 지금 상황이 웃겨? 웃음이 나와?”
그녀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어머니 아버지에 막내까지 사고에 휘말리고 아직 시체도 못 찾았어. 이해가 안 돼? 가문에 남은 게 너랑 나뿐이라고.”
고작해야 열여섯 살짜리 소녀 한 명과 한 살 차이의 열일곱 살 소년이 하나.
가문에 남은 마지막 일원이다.
“누군 사고 이후에 6개월 동안 휘청거리는 이 가문 살리려고 잠까지 아껴 가고 있는데…… 넌 지금 이 상황이 웃겨? 웃기냐고!!!”
급작스레 서러움이 터졌는지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악을 쓰듯 외쳤다.
아. 그래 못 잊지.
우리 가문은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고작 열한 살이던 막내 여동생 아르샤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던 부모님.
배를 타고 가던 중 사고가 터지면서 세 사람의 시체도 찾지 못했다.
가주이자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카스카디아 백작가는 근본부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멜리사.”
“됐어. 넌 지금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몰라.”
그녀가 흐느끼며 내 팔을 강하게 잡았다.
거의 볼 일이 없던 그녀의 약한 모습이었다.
“내가 실수하면 가문이 무너져, 레온. 모든 게 위태로워서 사용인들의 월봉도 제대로 주지 못할지도 몰라. 그럼 그들의 가족은 뭘 먹고 사는데? 우리 가문이 무너지면 몇 명의 삶이 박살 나는지 넌 알아?”
서럽게 흐느끼며 그녀가 애원했다.
“제발 부탁이야. 도와 달라곤 하지 않을게. 내가 오라버니하고 가문 다 지켜 낼 테니까 제발 방해만 하지 말라고.”
그렇게 왈가닥이던 소녀는 순식간에 어른이 되어야 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그렇게 한바탕 쏟아 낸 뒤 힘없이 돌아섰다.
“하아…… 미안, 소리 지를 생각은 없었는데. 조금 예민해졌나 봐.”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그녀를 너무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왜 그녀가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을 가주 대리로서 가문을 지켜야 했으니까.
우리 가문은 왕국의 북부를 지키는 변경백가다.
가문의 영지 인근에는 마경이 존재하는데, 우리 가문은 대대로 그 마경에서 몬스터가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감시하는 가문이기도 했다.
부모님과 막냇동생의 사고 사건은 고작해야 6개월 전.
본래라면 장남인 내가 그 뒤를 이어받는 게 맞지만 아버지가 정한 후계는 내가 아닌 그녀였다.
간단한 이유였다.
극악의 둔재였던 나와 달리 그녀가 검술에 재능이 있었고 영특했으니까.
변경백의 위치에는 몇몇 조건이 필요한데, 검에 재능이 없는 나는 그 조건을 완수하지 못했다.
당시의 나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서라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 싶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 그녀의 억장을 무너뜨릴 이유는 없었다.
즉, 가문의 일을 이어받아야 하는 그녀에겐 그 책임감 또한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밖으로 나오고 내가 미친 게 틀림없지.”
어린 나이에 오러 유저도 아니고 무려 소드 익스퍼터 초입에 들어선 천재.
그게 내 동생 멜리사였다.
반면 라비린토스에 갇히기 전의 내 수준은 오러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소드 맨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