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0)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0화(30/40)
제30화
“어…… 튤립 정원이면 저쪽으로 나가셔서 우측 길을 쭉 따라가시면 됩니다.”
“그래. 수고해라.”
카스카디아 백작령 내에서의 문제라면 몰라도 왕성에선 지지든 볶든 내 관심사 밖이다.
거기에 끼어들 생각이면 처음부터 왕의 문제부터 해결했겠지.
그래도 기분 나쁘게 구는 건 그냥 넘어가 줄 수 없는 문제였다.
콰직…….
녀석의 서클 하나에 내 사령마나를 슬쩍 끼워 넣었다.
마치 톱니 사이에 이물질을 끼워 넣듯 말이다.
이걸 눈치채지 못하면 저놈은 5서클은 꿈도 못 꾸게 되리라.
* * *
그래도 분별 자체는 아직 되는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추태를 보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읍…… 우웨에에엑……. 주, 죽을 거 같네, 진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속에 든 것을 여지없이 게워 내는 멜리사의 등을 퍽퍽 두드리며 내가 혀를 찼다.
백작이 된 그녀는 여러 귀족, 즉 티벨 카스카디아와 손을 잡지 않았던 귀족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많이 접촉한 모양이었다.
수십 명 이상과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잔을 부딪치다 보니 이 꼴이 되었다.
“자, 숨 고르고. 따끔할 거야.”
“흐읍!”
한차례 게워 낸 그녀의 해독 능력을 오러로 침을 놓듯 자극하자 그녀가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으윽……. 그, 그만!”
“안 되지, 안 돼. 백작씩이나 돼서 어디 가서 쪽팔리게 토하고 다닐래? 너 그러다가 소문나서 시집 못 간다. 자 다시, 따끔.”
“흐읏!”
그녀가 내게서 벗어나서 도망치려 하지만 나는 단단하게 그녀를 고정시키고 오러를 불어넣었다.
“웁…… 우웨에에엑…….”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그녀가 이내 입을 틀어막더니 결국 다시 속에 든 것을 게워 냈다.
“흐으…… 흐으……. 이것도 진짜 할 짓이 못 되네.”
“잘도 믿겠다.”
“꺄악!”
철썩!
그녀의 등짝을 후려친 내가 물었다.
“볼일 끝났어?”
“응. 이제 숙소로 가서 쉬고 내일 아침 백작령으로 내려가자. 나 많이 피곤해.”
제법 수확이 있었는지 그녀는 휘청휘청 걸었다.
“레온, 나 없는 사이에 사고 안 쳤지?”
“사고는 네가 치게 생겼다, 인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업혀.”
“이게 미쳤나. 갑자기 돌았어? 왜 이렇게 잘해 줘?”
그녀가 저항할 새도 없이 그녀를 등에 업어 들자 처음엔 저항하던 그녀도 몸이 나른한지 더는 반항하지 않았다.
“너 말이야…… 은근히 체격이 좋구나?”
“그래 보이냐?”
“어. 비리비리했던 것 같은데…….”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매번 싸우고 서로를 괴롭히던 사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까. 내게 있어서 멜리사는 괴롭히고 싶은 동생 이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최후의 버팀목이 되어 있다는 것을.
나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세상에서의 밤하늘은 전생의 밤하늘과 확연히 달랐다.
빽빽하다 못해 밤하늘을 환하게 비춰 주는 듯한 별.
물리 법칙 같은 건 개나 줘 버린 듯 떠 있는 거대한 행성의 형상과 신기한 빛의 고리.
마치 지구의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거대한 토성의 형상이 밤하늘에 떠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이런 주제에 조수 간만의 차, 중력 문제, 동물이나 인간의 크기, 그 외에도 수많은 요소가 전생과 다를 바가 없다.
중력의 법칙은 개나 줬나 싶지만, 이 대륙은 놀랍게도 여러 법칙이 뒤섞여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낸다.
피곤했는지 내 등에 업혀 잠이 든 멜리사를 데리고 나는 한적하게 걸었다.
내 그림자에서 망령 그림자 늑대인 무영이 튀어나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변을 쏘다니며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몬스터 태생의 망령이지만 녀석이 하는 짓을 보면 주인에게 애교를 피우는 강아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어차피 남들 눈에 안 보이게 잘 처신할 녀석이니 굳이 막진 않았다.
“조금만 돌고 갈까.”
마차로 돌아가서 바로 숙소로 갈까 했지만 막상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묘한 감상에 젖었다.
-컹!! 컹컹!!
그때였다.
정원의 숲 저편으로 들어갔던 무영 녀석이 무언가를 입에 물고 내게 빠르게 다가왔다.
“뭐야, 이건. 아무거나 주워 오지 말라고 했지.”
이 녀석은 이전에 파렐의 영혼도 물어 오더니 뭘 이렇게 물어 오는 게 많아.
녀석은 곧바로 입에 물고 있는 검은 돌멩이 같은 것을 보여 주었다.
“뭐야, 이거. 아티팩트?”
설마 이놈이 왕성 방호 아티팩트를 물어 온 건가?
“야! 뱉어! 인마! 퉤 해! 퉤!”
내 외침에 녀석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뱉었다.
잘못하면 이거 왕실 암살 혐의로 걸릴 수 있다.
절대 안 될 말이지.
“그거 당장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 잠깐만.”
당장 왕성에 펼쳐진 결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다시 가져다 놓으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무영에게 그것을 다시 가져다 놓으라 명령하려던 찰나.
내 시야에 기이한 것이 비치기 시작했다.
[적대적 마나 감지.]“어. 그렇게 보이네.”
이거, 결계용 아티팩트가 아니다.
[주구로 추정됩니다.]사령 마법을 익히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방식.
저주 마법을 쓸 때 사용하는 매개체와 그 구조가 너무도 동일했다.
나는 등에 업고 있던 멜리사를 그대로 놓아 버렸다.
쿠당탕!!
“으걱!!”
갑작스러운 충격에 멜리사가 비명을 지르며 엉덩이를 문질렀다.
“아야야.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 새끼야!”
“야, 멜리사.”
내 부름에 그녀가 인상을 찡그린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 왜! 오랜만에 업어 준다길래 이게 미쳤나 했더니…….”
“왕성에 왜 이게 있냐.”
내가 바닥에 떨어진 주구를 집어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뭔데, 이게.”
“사람 죽이는 도구.”
그것도 꽤 정교한 저주 매개체다.
* * *
멜리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내민 물건을 노려보았다.
뭐 왜. 네가 보면 아냐?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그녀도 머쓱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크흠! 큼! 뭐, 뭔가 있긴 한 거 같은데, 이거 어디서 났어?”
“가다 주웠지.”
주웠다는 말에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주웠다고?”
“정확히는 찾았지.”
“그런데 이게 사람 죽이는 도구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사령마나가 이렇게 악의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를 수가 있나.”
사령마나는 주로 두 가지 분야로 나뉜다.
생명력과 사기.
그중 이 주구엔 악랄한 사기만이 모여 있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 후우. 아니다, 됐다.”
애초에 나를 이해하길 포기한 그녀였다.
“그래서, 이게 있으면 어떻게 되는데?”
“정확히는 모르지. 단편만 보고 확신하는 건 위험하니까. 직접 알아봐야 하는데, 솔직히 과정이 좀 번거로워.”
“번거롭다고? 야, 솔직히 말해 봐. 그냥 귀찮은 거지?”
“캬, 이걸 들키네.”
내 대답에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카스카디아 가문 내에서 이런 게 발견됐다면 뒤집어엎어서라도 찾아냈겠지만, 이곳은 왕성이다.
한 가지 사실을 잊어선 곤란했다.
“그냥 귀찮은 게 아니구나?”
“이상하지 않냐? 지금 상황에 이런 물건이 갑자기 내 손에 들어왔다.”
함정의 가능성이다.
“그러네. 확실히 그럴 수 있어. 이게 정말로 사람을 해치는 주구면 자칫 네가 암살 미수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지. 대상이 누구인지, 이 주구가 이미 발동한 건지는 봐야 알겠다만.”
단순 매개체만으론 확인이 힘들다. 이것이 이어진 경로를 고스란히 따라가서 상황을 직접 봐야 했다.
문제는 현 세상의 사령 마법과 저주술에 관한 지식 정도였다.
지금 내가 확립한 사령 마법의 서클은 다섯 개. 그마저도 온전히 돌아가는 게 아닌 독특한 방법을 채택한 탓에 조금 속도가 느렸다.
“그래도 모르니까 일단 확인해 보자. 혹시 가능해?”
고민 끝에 멜리사는 조사해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녀가 결정했다면 방향성을 수정하는 것 정도야.
“어렵진 않지.”
그렇게 말한 나는 곧바로 주구를 허공에 던져 올렸다.
그리고 한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보랏빛의 마법진들이 다수 생겨나더니 주구의 주변을 휘감고 허공에 띄웠다.
동시에 내 발밑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원형의 보랏빛 마법진에서 룬어들이 마치 띠처럼 뿜어져 나와 허공에 던져진 주구를 한 번 더 휘감았다.
파앗!!
저주와 관련된 만큼 사령마나로 그 틈 사이를 비집고 스며들어 공명하고, 제어 권한을 조금씩 탈취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해킹과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원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마법 시스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 제어 권한이나 정보를 탈취하는 행동.
생각보다 흔하게 써먹던 방식이긴 했다.
실제로 이 힘을 이용해 상대의 마법을 역으로 강탈한 경험도 자주 있다.
비록 사령 마법의 극에 이르렀다곤 하나 현재 내 수준으론 5서클 사령 마법이 전부.
이 세상의 사령 마법과 내가 익힌 사령 마법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고 내가 가용 가능한 마법의 정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알기에,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레 접근했건만.
“뭐야, 이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너무 쉬운데?”
“엥?”
마치 일부러 들어오라고 문이라도 열어 놓은 것 같았다.
내가 장난치듯 주구에 서린 마법진들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내 입맛대로 조정하며 코딩했다.
“이거 봐, 이거. 툭 건드리면 부서지네. 무슨 쿠키도 아니고.”
“레온.”
“조용히 해, 집중하고 있잖아.”
어처구니없는 내 시비에 그녀는 인내심 있게 질문을 던져 왔다.
“마법은 또 대체 언제 익힌 거야?”
“최근에.”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참고로 서클은 어느 정도?”
“당장은 5서클 정도.”
“어이가 없네, 야, 너 5서클이 대마법사 바로 아래 단계라는 건 알고 있지? 검강 비슷한 걸 만들어 내는 것도 황당한데, 뭐?”
“기연이야.”
“대체 무슨 기연을 처먹어야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경지가 되는 건데!”
6서클부턴 소드 마스터급. 즉 대마법사의 영역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검사로 치면 소드 마스터 정도의 경지.
단순 척도만 놓고 보면 소드 마스터가 더 오르기 힘들지만, 마법은 기본 재능이 없으면 1서클조차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이윽고 마법진 자체에, 완벽하게 내 제어하에 들어온다.
이에 나는 전체적인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사령마나를 뻗어 내 작은 맵으로 만들었다.
“됐다.”
“오, 신기하다. 무슨 거미처럼 생겼네?”
“왕성에 매개체가 몇 개 더 있네. 전부 이어져 있어서 금방 찾아냈어.”
“그럼 이건?”
그녀가 가리킨 것은 매개체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장소였다.
즉 거미의 몸통이다.
“저주 대상이겠지. 누굴 죽이려고 이렇게까지 했는진 모르겠다만. 해제하는 건 쉽겠어. 나머지를 굳이 찾을 필요 없이 당장이라도 멈출 수 있거든. 그렇게 되면 이건 단순히 버려진 돌멩이가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