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1)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1화(31/40)
제31화
목적을 완수하면 자체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게끔 만들어진 방식.
무슨 재료를 썼든 돈깨나 썼을 법했다.
“이상하네. 함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공들여서 만들었고,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보안이 허술하고.”
내 설명에 그녀가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내가 볼 때 네가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저쪽은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넌 그게 우스워 보이는 거지.”
“아니, 뭔 수천 년 역사의 마법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독학으로 익힌 내가 이렇게 쉽게 뚫어 버리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아무리 내가 사령술의 극의를 봤다고 해도 지금 한 행동은 고서클의 마법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사용한 마법은 고작 2서클 수준의 침식이니까.
“웃기네. 하루아침에 그렇게 강해진 네가 상식을 논해?”
[수많은 인간이 쌓아 올린 역사 이상으로 당신은 홀로 그 역사를 쌓아 올렸습니다.]사서도 동조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됐고, 저 장소인데. 어딘지 알겠어?”
내 질문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가 가리킨 창문을 바라보았다.
“잠깐만, 저긴 전하의 침소잖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저주의 대상이 설마 전하였어?”
“하긴. 연회장에서 봤을 때도 이미 사기 중독 증세가 있긴 하더라.”
“그걸 왜 이제 말해?”
“괜히 끼어들면 우리도 피곤해져.”
내 대답에 그녀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더는 타박하지 않았다.
카스카디아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치였으니까.
“그럼 이걸 막으면 전하의 신변을 지킬 수 있는 건가?”
“아니, 저주가 이미 들어가 있으니 심어진 저주를 어떻게 해야겠지.”
동시에 그녀가 폴짝 점프해 내 등에 안착했다.
“가자! 전하를 뵈어야겠어.”
“그건 알겠는데, 왜 업히냐? 멜리사 네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너 무겁다.”
“됐고! 얼른 가자! 오라버니!”
지 필요할 때만 오라버니라니.
그래도 묘하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주 옛날, 그녀와 사이가 마냥 나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기뻐하며 내게 업히던 그때의 멜리사가 떠올랐으니까.
나름대로 소중한 기억이다.
* * *
전하의 침소 주변은 말 그대로 고요 그 자체였다.
멜리사는 일단 바타 왕국의 변경백이 되었기 때문에 알현 요청이 일반 귀족들보다 훨씬 쉬운 편이었다.
“카스카디아 백작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비켜요. 급히 전하께 아뢸 이야기가 있으니.”
멜리사가 단호한 얼굴로 내 등에 업힌 채 호령했다.
“…….”
이에 나는 조용히 그녀를 내려 주었다.
“업힌 채로 말하니까 진짜 모양 빠진다.”
“크흠! 큼!”
내 등에서 내려온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침소를 지키는 기사들에게 다시 근엄하게 말했다.
“시급한 문제입니다. 만일 이 일로 전하의 신변에 문제라도 발생하면 경이 책임질 건가요?”
“그…… 그것은…….”
“빨리 아뢰세요. 문자 그대로 전하의 신변과 관련된 중한 일이니.”
그녀의 단호한 요구에 기사는 한숨을 내쉬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한 남성과 함께 나왔다.
“공작님.”
“카스카디아 백작. 이곳엔 무슨 일인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만. 공작께서는 어째서 여기에…….”
그녀의 물음에 그는 침묵으로 대답한 뒤 그녀와 나를 데리고 침소 안으로 들어갔다.
전하의 허락도 없이?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해진 모양이다.
이윽고 내부로 들어가자 십여 명의 남녀가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저쪽은 의사.
저쪽은 신관?
이쪽은 마법사네.
그리고 그들 모두 침대에 누워 쇠약한 숨을 몰아쉬는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실 겁니다. 의술로 어찌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의사의 말에 신관이 받았다.
“회복 마법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전하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말했던 대로 이건 마법 쪽 영역인 것 같습니다.”
신관 여성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카스카디아 영애? 여기가 어디라고…….”
“승계식을 치렀으니 백작이겠지, 비다르 후작.”
베를리 공작의 말에 노령의 사내, 비다르 후작이 짧게 혀를 찼다.
“그래서, 카스카디아 백작께선 어쩐 일로 이곳을 온 것이오.”
“전하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깨닫고 온 겁니다. 그런데 여기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셨던 모양이네요.”
순한 눈매와 다르게 단호하고 차가운 말투였다.
비다르 후작을 향한 적의도 명백하게 느껴졌다.
“전하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 일은 기밀이었을 텐데. 마치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로군.”
“그러게요, 아버지. 제가 알기로 카스카디아 백작가는 마법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골드선 비다르.
연회장에서 파렐과 대화하던 내게 와서 헛소리를 늘어놓던 놈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가족이라곤 하나 이런 중한 자리에 반푼이까지 데려오다니. 백작께선 일의 경중을 전혀 모르시는 듯하네요.”
그 말에 멜리사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안 돼. 쟤 죽이면 일 커져.”
누가 보면 수틀리면 다 죽이는 미친놈인 줄 알겠네.
“커헉?!”
갑자기 그가 머리를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멜리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네가 했냐는 듯한 시선이었다.
이에 나는 조용히 어깨만 으쓱였다.
그래. 내가 바로 그 미친놈이다.
“뭐 하는 게냐. 전하께서 쉬고 계시는 자리거늘.”
비다르 후작은 오히려 골드선을 타박했다. 이에 골드선이 눈동자를 굴리다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버지! 방금 저놈이!”
“이놈이 이 자리가 얼마나 중한 자리인지 모르는 것이냐. 이 아비의 얼굴에 먹칠이라도 할 셈이야?”
그 말에 골드선이 당황한 듯 우물거렸다.
“아니, 아버지, 저는 그러려던 게 아니라…….”
“닥치거라.”
아니, 이걸 왜 아무도 못 알아보지? 애초에 들켜도 상관없어서 쏘아 보낸 것인데.
빠악!!
“끄악!!!”
이윽고 한 번 더 무색 무형의 마탄을 날려 놈의 미간을 때리자,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골드선!!”
“아아악!! 정말이란 말입니다!”
재밌다, 이거.
완전히 숨기지 못한 내 웃음을 눈치챈 것일까.
멜리사는 남들이 보이지 않게 주먹을 내 쪽으로 내밀었고, 나 또한 주먹으로 그녀의 주먹을 부딪쳐 주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그녀 또한 속 시원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멜리사와 나의 출현으로 소란스러워졌지만 이내 전하의 숨소리가 거칠어지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파렐 베를리가 어디로 갔나 했더니 국왕의 상태가 심상찮아서 실력 있는 마법사들까지 모두 모여든 모양이었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지. 카스카디아 백작, 어떻게 알고 이곳에 온 거지?”
비다르 후작은 멜리사의 방문이 불쾌한 듯했다.
“다시 말하지만 전하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듯하여 급히 찾아온 겁니다.”
“백작이? 무슨 수로 이 상황을 안다는 것인가?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이로군.”
비다르 후작의 말에 멜리사가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게다가 자네가 온다고 뭔가 달라지겠나. 자네들의 행동으로 인해 이 상황이 밖으로 새어 나갈…….”
“이거 때문이죠.”
멜리사의 신호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주구를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인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척 봐도 안 좋은 기운이 응축된 물건이죠. 다만 이것들이 전하의 침소와 이어져 있다는 건 알아냈어요”
“하!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 것들이 뭘 안다고 나서는 게냐!! 한눈에 본다고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줄 알았더냐!”
그의 외침에 멜리사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흐음? 왜 몰라요? 잘난 마법사이시지 않나요? 우리 오라버니는 한 번에 알던데?”
그녀가 콧대를 세우고 가슴을 편다.
그러고는 슬쩍 한쪽 눈을 떠 내 눈치를 살폈다.
묘하게 성격이 바뀐 느낌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요지는 내가 잘났다는 거잖아. 그래야지,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런 반응 좀 받아서 나쁠 게 뭐 있나.
나도 콧대를 높였다.
“크흠, 제 눈이 좀 좋긴 합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우리를 바라보는 좌중들이었다.
“우연이겠지요. 마나라곤 한 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애초에 카스카디아 백작께선 익스퍼터지요. 그리고 레온 카스카디아의 경우엔 카스카디아의 반푼이…….”
“골드선 비다르, 공자.”
“…….”
멜리사가 순간적으로 기세를 방출하며 그를 압박했다.
“한 번만 더 우리 오라버니를 반푼이라고 모욕한다면 그땐 그 대가를 철저하게 치러야 할 거야.”
당장이라도 그를 찍어 눌러 죽여 버릴 것처럼 서슬 퍼런 살기를 내뿜는 그녀 때문에 골드선 비다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책상물림을 해 온 골드선 비다르와 달리 멜리사는 실전을 많이 겪었으니 말이다.
비록 비시리 카스카디아에게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멜리사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기도 했다.
쩍!!
“그만. 카스카디아 백작도 당장 그만두게. 전하의 어전일세.”
그때 베를리 공작이 손으로 허공을 그어 그 흐름을 강제로 끊어 버린 뒤 싸늘하게 일갈했다.
“한 번만 더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면 내 검이 용서치 않을 걸세. 확인해 보게, 비다르 후작.”
“기다리시오.”
그는 내게서 받은 돌멩이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이에 다른 마법사인 파렐과 골드선 비다르 또한 같이 그 돌멩이를 바라본다.
“확실히 맞는 거 같습니다.”
시작은 파렐이었다.
“다만 저로선 이게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네요.”
그가 다른 이들의 의견을 구하듯 비다르 부자와 왕실 마법사인 바르달 백작을 바라보았다.
“크흠……. 나…… 나도 좀 더 확인해 봐야 할 듯하오. 제대로 된 장비가 있어야…….”
바르달 백작이 백기를 들었다.
아니, 이걸 왜 모르지?
물론, 나로선 조금 의문이었다.
나름대로 공을 들인 것은 맞지만 보안은 형편없는 마법이었다.
당장 내가 극의에 이른 사령술사가 아니라 5서클 사령술사였어도 금방 구조를 파악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의아한 심정을 애써 숨기고 있자니 멜리사가 귓속말을 해 왔다.
“야, 왜 쉽다면서, 이 사람들 왜 몰라?”
“내가 아나. 진짜 쉬운데 이걸 왜 모르지?”
반면 비다르 부자는 침묵을 지킨 채 돌멩이를 노려본다.
“크흠…….”
뭔가 곤란하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이에 멜리사가 도발을 감행했다.
“비다르 후작께선 왜 말씀이 없으시죠?”
“기다려 보게!!”
짜증스레 말하며 그가 수염을 쓸어내렸다.
“좀 더 자세히 봐야지. 마법이라는 게 검처럼 그리 쉬운 분야인 줄 아는가!”
비다르 후작은 왕국 내에서도 검을 멸시하고 마법을 추종하기로 유명했다.
말은 그리하지만 그의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딱 봐도 모르는데 모른다고 하기엔 왕실 마법사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한 모습이다.
그건 그의 아들인 골드선 비다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