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3)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3화(33/40)
제33화
“네 오러를 내가 빼앗은 것뿐이야.”
“아니…… 그게 된다고?”
“보안이 허술하더라고. 사령 마법은 틈이 보이면 빼앗기 좋은 마법 체계니까.”
나는 사령 마법을 정의할 때 서로 연결된 컴퓨터라고 정의하곤 한다.
실제로 사령의 전당의 기억에서 같은 고위 사령술사형 적과 싸울 때, 누가 먼저 보안을 뚫고 파고드는가의 싸움으로 이어진 적도 있었다.
백날 언데드 수백 수천을 거느려 봐야 빼앗기면 다 쓸모가 없으니까.
오로지 사령 마법끼리이기에 가능한 해킹이고 탈취이지만, 애초에 사령술사들이 언데드를 지배하는 족속들이 아니던가.
지배력 싸움, 즉 얼마나 잘 침투해서 장악하는가.
다른 말로 하면 해킹 싸움이다.
그것은 언데드뿐만 아니라 저주도 마찬가지.
해킹에는 여러 방법이 존재하지만, 오랜 시간 상식으로 굳어 온 지식의 탑의 디테일을 근본적으로 이해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와, 미친놈.”
짧은 탄성이 나왔다.
* * *
어두운 색상의 로브를 입은 몇몇 인영들이 지하 은닉처에 모여들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주는 성공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역시 주군께서 하사하신 아티팩트입니다.”
“바타의 왕실 마법사들이 나름대로 해주 마법을 진행하긴 하겠지만, 그들은 그 해주 마법이 올리아드 국왕의 명줄을 단축한다는 걸 꿈에도 모를 겁니다.”
독약도 때에 따라서 약이 된다.
하지만 잘못 사용한 약은 독약이 된다.
그런 간단한 이치를 이용하였지만 사령술사들에겐 놀라울 정도로 기발하고 공을 들인 저주였다.
“이걸로 올리아드 국왕이 사망하게 되면 바타 왕실은 말 그대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겠지요. 수많은 인사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내전을 벌이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네가 국왕을 암살했구나! 하고.
이미 서로 골이 깊어져 있는 귀족들은 서로를 쳐 내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게다가 현 국왕은 후계조차 애매한 상황.
아들은 너무 어리니 상대적으로 공주가 그 뒤를 이어받게 될 터다.
다만, 공주가 왕이 되기엔 조금 유약한 성정이라는 건 꽤 유명했다.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으면 그때부턴 저희 손아귀에 모든 것이 떨어지게 될 겁니다.”
“끌끌끌…….”
“흐흐흐흐.”
스산한 웃음을 흘리며 그들이 승리를 자축했다.
덜컹!!!
그때였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 하나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소란 피우지 말게. 이리 좋은 날에.”
“저, 저주가…….”
“저주가 왜.”
“해주되었습니다.”
그 말에 로브의 사내들 사이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아니,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그토록 완벽한 저주가 어떻게! 해주했다간 대상을 반드시 죽이도록 되어 있을 터인데?!”
“그…… 그게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갑자기 저주가 해주되어 버렸습니다……. 올리아드 국왕은 현재 회복 중에 있습니다.”
“아니! 주군의 저주 마법을 대체 어떻게 해제했다는 게야!!”
사내들이 테이블을 쾅쾅 내리쳤다.
“이런 망할!! 어떤 자식이 감히!!!”
그 외침에 사내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저주를 그나마 해주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령 마법뿐이지요.”
“하지만 그만한 실력가가 있는가.”
“천재라 불리는 4서클의 사령술사가 하나 있습니다. 비다르 후작가의 자식인 골드선 비다르.”
그들의 눈빛에 증오가 가득 찬다.
“그놈이구나! 그놈이 우리 계획을 망가뜨렸어!”
“빌어먹을, 이 일이 알려지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야.”
실상은 골드선 비다르가 아닌 레온이었지만, 이들에겐 레온이라는 존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골드선 비다르! 그놈을 잡아 와! 그놈에게 이번 일의 대가를 철저하게 물어야겠다!”
“예!!”
의도하지 않게 골드선 비다르는 적을 만들고 말았다.
* * *
의도하지 않게 올리아드 국왕의 목숨을 구해 버린 덕분에 멜리사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게 충성심이 아닌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기뻐하는 이유는 이로 인해 왕실에 큰 빚을 지울 수 있다는 사실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녀가 기분이 좋은 이유는 또 있었다.
“아. 비다르 후작, 그 인간 표정 아주 마음에 들었어.”
비다르 후작.
왕실 마법사장이며, 현재 티벨의 뒷배인 고위 귀족으로 유력한 사내.
그런 그가 이번 일로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무려 왕성에서 국왕에게 저주가 가해졌다.
그 사실을 왕실 마법사장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에겐 큰 책임이 부과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들인 골드선이 올리아드 국왕을 죽일뻔했다는 점도 크게 한몫했다.
물론, 이 일에 관해서 비다르 후작은 피해자에 가까운 입장이지만 왕실 마법사장이라는 위치는 그런 무지를 용서하지 않았다.
“비다르 후작은 이번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아마 잃는 것도 많겠지.”
“그만큼 너나 나를 쥐잡듯이 잡으려 들걸?”
“무슨 상관이야. 네가 있는데.”
그녀가 피식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이에 나 또한 잔을 내밀어 부딪쳤다.
짠!
“그리고 비다르 후작은 이제 우리를 신경 쓸 틈이 없을 거야.”
원래 무리의 세력을 지닌 자가 흔들리면 주변의 하이에나들이 물어뜯게 된다.
“아마 후작이 무리수를 두거나 주변에서 그를 끌어내리거나, 어느 쪽으로든 흘러가겠지. 다만 왕실의 가장 큰 정적이던 비다르 후작이 저주 사건의 주동자가 아니라면 일이 조금 심각해지는데…….”
외부의 누군가가 바타 왕국의 국왕을 암살하려 했다.
사실 절대 가벼운 사안은 아니었다.
“레온, 짐작 가는 범인 같은 거 있어?”
“모르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가 눈을 반개한 채 나를 조용히 직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대륙의 사령술사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나도 감이 잡히질 않아서.”
공을 들였던 걸 보면 지식이 없진 않은데 보안이 형편없다.
이 현상은 사서가 말했듯이 마법에 대한 폭넓고 정교한 이해도가 받쳐 줘야 하는 일이다.
냉정하게 내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저주를 건 상대는 겉핥기만 한 초보자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는 어쩌면 대마법사급 사령술사일 수도 있었다.
대상을 축소하지 못하면 어느 쪽이든 답이 보이지 않는다.
“됐어. 이건 왕실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나설 일은 아니지.”
이윽고 멜리사가 손을 휘저으며 키득거렸다.
“우린 마경만 잘 지키면 돼. 애초에 왕실의 귀족들 알력 싸움은 우리하고 상관없잖아?”
“그렇지.”
“자, 그럼 건배! 돌아가면 내가 용돈 더 올려 줄게.”
그리고 다음 날.
숙소에 늘어져 있던 멜리사와 내게 국정 회의에 참석하라는 왕명이 떨어졌다.
멜리사는 이해하지만 나는 왜.
나름대로 변명거리를 만들어 항명하려던 나를 질질 끌고 간 것은 멜리사였다.
올리아드 국왕이 현재 의식 불명 상태인 탓에 그 자리를 대신하여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바타 왕국의 공주였다.
본래 후계는 왕자이지만, 현재의 바타 왕자는 아직 한참 어린 아이이기에 국정 회의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유약한 성정을 지닌 공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국정 회의는 크게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현재 국가의 상황이나 이웃 국가의 정황 같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올리아드 국왕을 대신해 회의를 주관하는 바타 공주 또한 같은 생각인 듯 보였다.
물론, 전날 저주 사건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극비리에 처리된 사안이라 이곳에서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게 한참 회의가 이어진 즈음.
한 귀족이 새로운 안건을 꺼내 들었다.
“잠시 쉬어 가는 셈 치고 간단한 안건을 올리고자 합니다, 공주 저하.”
“받아들이겠습니다.”
공주의 대답에 그는 콧수염을 쓸어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시다시피 얼마 전 저희는 왕국의 소드 마스터 한 명을 잃었습니다. 바로 카스카디아 백작이지요.”
그의 말에 멜리사의 눈에 옅은 분노가 서렸다.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저희는 그가 가지고 있던 막강한 권한의 소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무슨 뜻이죠?”
멜리사가 싸늘한 어조로 쏘아붙이자, 그가 연설하듯 외쳤다.
“현 카스카디아 변경백이신 멜리사 카스카디아 백작께서는 아직 어리십니다. 아직 세상 경험도 부족하시지요. 때문에 이 같은 막강한 권한이 자칫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멜리사에게서 권한을 압수하자.
“지금 변경백의 권한을 압수하겠다는 뜻인가요? 대체 무슨 명분으로?”
“압수라니요. 커흠, 그런 게 아닙니다. 다만, 백작께서 스무 살이 되는 해, 그때 돌려준다는 뜻이지요.”
“그럼 그 권한은 누가 관리하겠다는 건가요.”
멜리사는 어디 한번 계속 지껄여 보라는 말투를 고수했다.
다만 귀족들 대부분은 이미 말을 맞춘 듯했다.
“우선은 중앙에서 관리 후, 20세가 되는 해에 다시 부여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를테면 비다르 후작님 같은 관록이 있으신 분이 말입니다.”
그의 제안에 상당수의 귀족들이 거수한다.
“찬성합니다.”
“찬성합니다.”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놓고 마치 납득하라는 양 나오는 꼴이 퍽 가소롭기 그지없다.
어쩌면 본래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에 나는 조금 전 카스카디아를 물어뜯으려 했던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허허, 과반수가 찬성을 하는군요. 후작께서도 한 말씀 하시지요.”
이윽고 귀족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비다르 후작에게 바통을 넘겼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파랗게 질린 채 회의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카스카디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칫하면 그의 위상 자체가 흔들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멜리사가 서서히 노기를 드러내며 화를 내려던 찰나.
나는 그녀를 제지한 뒤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베를리 공작에게 말했다.
“공작께서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내 물음에 담긴 뜻을 모를 멍청한 인간이 아니다.
기왕지사 파렐 베를리의 목숨을 구해 준 은혜는 이걸로 갚으시죠.
그가 천천히 눈을 감자 일부 귀족들 사이에서 비웃음이 서렸다.
“크흠,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발언하는가. 대체 누군가, 저자를 데려온 게!”
“남의 집 일을 자기들 멋대로 결론짓고 넌 따라라, 하고 말하는 몰상식한 인간들이 체면 차리는 꼴이라니.”
“저놈이!!”
내 비아냥에 몇몇 귀족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격노했다. 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밀고 나갔다.
그래서 내가 이러면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이미 공식 명을 받고 출두한 입장인데.
대부분의 시선은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서 공작가에 도움을 요청하냐는 듯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