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4)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4화(34/40)
제34화
“카스카디아 백작은 이미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할 능력을 보여 주었소. 이 안건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이는군.”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중립을 유지해 온 베를리 공작이 갑자기 이쪽 편을 들어 버리자 귀족들이 아연실색하며 수군거렸다.
이럴 줄은 몰랐겠지.
그 와중에 바타 공주까지 드물게 나서서 이쪽 편을 들었다.
“공작의 말이 맞습니다. 카스카디아 백작의 권한을 굳이 빼앗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그…… 그것이…….”
베를리 공작에 이어 심성이 유약한 공주까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할 비다르 후작은 어째서인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단순 왕실 마법사장의 위치가 흔들렸다고 보기엔 너무 기이한 행동이다.
“없다면 이 안건은 기각하겠습니다. 아바마마께서 편찮으신 지금, 서로 권력 투쟁을 하는 건 좋게 보이지 않네요.”
이윽고 바타 공주가 그 안건을 기각해 버리자 귀족들은 불만을 표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국정 회의를 파하고 나는 바타 공주의 부름을 받았다.
아마, 국정 회의에 나를 부른 이유가 이 때문이었겠지.
“어서 오세요, 레온 카스카디아.”
“왕국의 작은 달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녀의 곁엔 베를리 공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감사 인사부터 드려야겠군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바마마를 구하지 못했을 겁니다.”
“신하 된 도리일 뿐입니다.”
물론, 나는 그 도리가 밥 먹여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비록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이 일로 카스카디아 백작가의 권한을 물어뜯으려는 하이에나들은 가능한 한 막아 드릴 수 있어요.”
“바다와 같은 은혜 감사드립니다.”
적당한 선에서 예를 지키며 고개를 숙여 보이자 그녀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혜라니요. 당신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정말 큰 혼란에 빠졌을 겁니다.”
그녀가 곱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고는 짧게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실은 레온 공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리 불렀습니다.”
“제게 말입니까?”
“네. 실은 전날 밤 비다르 후작가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비다르 후작가가?
내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자, 그녀를 대신하여 베를리 공작이 대신 설명해 주었다.
“전하를 암살하려 한 자들의 짓이 분명하네. 그들은 아무래도 전하의 저주를 해주한 게 비다르 후작의 아들인 사령술사, 골드선 비다르라고 알고 있는 모양일세.”
그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게 골드선이 내 방패가 되어 준 셈이다.
어쩐지, 국정 회의장에서 비다르 후작의 표정이 말이 아니더라니.
국왕 암살에 대한 책임 때문이 아니었구나.
그렇다곤 해도 권력을 위해선 아들도 몰아붙이던 인간이 왜?
“충분히 가능성은 있군요. 한데…… 그 말씀을 하시는 건 제가 그를 구해 내길 바라시는 것입니까?”
당당한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원하시나요?”
“전혀요.”
“그럼 그의 구출까지 바라진 않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맡길 일이겠죠. 대가는 확실히 지불하겠습니다.”
그녀는 계속 자신의 손 아래를 흘끗흘끗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이분이 커닝을 하시네.
공주가 이래도 돼? 이 나라의 미래가 괜찮은 게 맞나.
이들에게 빚을 지워 두면 멜리사의 뒤를 봐주게 될 테고, 카스카디아 백작령에 벌어질 귀찮은 일들을 차단해 줄 방파제가 될 수 있다.
멜리사는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나로선 생각이 달랐다.
사령술사 무리가 골드선 비다르를 하루 만에 납치할 정도로 행동력이 좋다면, 그다음 타깃이 내가 될 거라는 건 안 봐도 뻔한 이야기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멜리사에게도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득을 최대한 챙기는 수밖에.
나는 검지와 엄지를 둥글게 말아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알아보셨습니까, 공주 저하.”
* * *
내게 있어서 카스카디아 백작령은 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꿈속의 미로, 라비린토스는 하나의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지독한 시간 동안 갇혀 있었던 그곳에서 나는 오로지 하나만을 목표로 삼았다.
반드시 집으로 돌아간다.
사실 카스카디아 백작가에 큰 무언가를 숨겨 놓은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내 보금자리였고, 이 지옥의 끝에서 돌아갈 수 있는 장소였다.
그렇기에 내게 카스카디아 백작령, 그리고 백작가는 내 버팀목이자 그토록 갈망해 온 장소였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서 가장 큰 우선순위는 다름 아닌 백작령 그 자체의 안위였다.
나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공격해 올 놈들이다.
나중에 찢어발기든 지금 찢어발기든 똑같지만, 여기에 가문의 이득을 챙길 요소가 생긴다면 당연히 그쪽을 고르는 게 현명할 것이다.
내 요구에 바타 공주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베를리 공작은 그 상황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에겐 아직 내게 빚이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봐도 괜찮을까요?”
공주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냥 거절한다고 능사는 아닐 테니까요.”
그걸 알아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가 있을까.
“카스카디아 인근 지역에 바타 왕실 소유의 광산이 있지요.”
“예.”
“그걸 내드리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베를리 공작을 시야에 담았다.
아. 공작의 발언이 있었구나.
솔직히 생각 이상으로 큰 걸 내걸었으니 이쪽도 조금 불안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런 것을 내주어도요.”
“네. 본래 카스카디아 가문에 양도할까 논란이 오가던 광산이니까요. 이 기회에 확고히 카스카디아의 소유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는 제 권한으로 가능합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생각에 빠졌다.
그러니까, 어차피 카스카디아에 내려 주려고 생각 중이던 광산이지만 이 기회에 확실히 넘겨주겠다?
왕실의 뜻이지 귀족파의 반대에 부딪히면 몇 년이고 늘어질 게 뻔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 상황을 명분 삼아 깔끔하게 넘겨받는다라.
이 정도면 추후에 대가 문제로 카스카디아를 귀찮게 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정식적인 거래라면 여기서 끝이다.
여기서 더 주고 받아 낼 것인가.
그럼 여지를 만들어 놔야겠네.
“좋습니다. 다만, 기회가 있으면 뭐든 놓치면 안 되는 법이죠.”
“뭘 더 원하시는가요?”
“제가 만약 그 토벌에서 공을 세운다면 그 공을 잊지 않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요구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이 그만한 공을 세운다면 왕실은 절대 그 공훈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럼 자세한 작전에 대해 들을 수 있을까요?”
“가주와 상의는 필요하지 않나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멜리사의 반응을 떠올렸다.
내가 장담하는데, 멜리사라면 광산 소유권만으로 광대가 승천할 것이다.
그만큼 가문의 자금 사정이 안 좋은 마당이니 그녀로선 광산의 소유권이 가지는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아마 반드시 승낙할 겁니다.”
“좋아요. 그럼 토벌 작전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공작, 부탁드려요.”
* * *
“그래서 그 개자식을 구하러 간다고?”
“아니지, 그놈은 상관없고.”
“그 사령술사들? 그런데 왕실에서 네 힘을 알고 있어?”
“정확히는 몰라. 왕실에서 요구한 건 사령 마법에 대한 내 지식 전반뿐이니까. 아마 나는 토벌대에 합류해서 정보 담당으로 활동하겠지.”
신중하게 생각하던 그녀가 입을 다시 연다.
“웃기네. 마법뿐만 아니라 검에서도 괴물인 주제에.”
그녀는 내가 유사품이지만 검강을 발현해 내거나 5서클의 사령 마법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극소수의 인물이다.
사실, 그 두 가지 모두를 아는 이는 그녀가 유일할 터다.
아무리 그녀가 알고 있는 내 무력이 정상 범주가 아닐지라도.
왕국에 테러를 한 집단이다.
그녀로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으리라.
“그래서 그냥 공짜로 도와준다고 한 건 아니겠지?”
저 정도로 알뜰해야 가문을 지탱하겠지.
나는 당당하게 품 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보여 줘 봐.”
“어허, 맨입으로?”
“아니, 뭔데 그렇게 요란이야. 뭐, 광산권이라도 준다고 하든?”
그녀의 질문에 내가 웃는 얼굴로 침묵하자 그녀가 비웃음을 지웠다.
“진짜?”
대답 대신 종이를 팔랑팔랑 흔들자, 그녀가 눈을 파르르 떨며 엉거주춤 다가왔다.
그러고는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마치 신을 영접하듯 양팔을 높이 들었다.
“오오…… 이 영롱한 빛깔 좀 봐…….”
“잘 모셔야겠지?”
“그걸 말이라고! 광산 채굴권 맞지?! 진짜지?! 독소조항이나 그런 건…….”
“어허! 이 불경한 자가 불신을 해?”
감히 신을 모함하려 드는가.
나는 엄한 표정으로 그녀의 실수를 바로잡았다.
“채굴권이라니, 감히 어디 채굴권 따위를 들이밀어.”
“채굴권이 아니라고? 그럼…….”
그녀의 눈이 더욱 크게 뜨여졌다.
“설마?! 소유권이야?!”
“잘 모셔야겠지? 그래야 내가 이걸 네게 주겠지?”
“오라버니! 옛날부터 당신 같은 오라버니를 기다려 왔어!”
“솔직히 나도 그랬어.”
“진짜?”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그 꼴이 예전에 머리를 터뜨려 죽인 고블린의 눈빛과 흡사하다.
괜히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라 나는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밀어 버렸다.
“뻥이야.”
과감하게 그녀를 밀어 버린 뒤 그녀에게 서류 봉투를 던져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바로 가 봐야 하니까 넌 그거 정리나 해.”
“와. 소유권…… 진짜잖아? 세상에…….”
그러거나 말거나 소유권에 눈이 돌아가 버린 그녀는 서류에 적힌 글씨가 제대로 박혀 있는 게 맞는지 몇 번이고 다시 읽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려!”
그 후 그녀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독특하게 생긴 팔찌를 내게 던져 주었다.
“그거 가지고 가. 비싸게 주고 산 방어 아티팩트야. 그리고 약속 하나만 해.”
조금 전까지의 헤픈 표정은 지워 버린 그녀가 굳은 얼굴로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올려다보았다.
“절대, 절대 다치지 말고 돌아와.”
나는 그녀의 눈 안에 서린 지독한 한을 볼 수 있었다.
문득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 막냇동생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가문을 떠안듯이 물려받았을 때.
아버지의 서재에서 퀭한 눈으로 아버지의 일기장을 내려다보던 그녀의 모습을 말이다.
겉으론 괜찮은 척했지만 역시 속이 썩어 문드러져 있었구나.
“백작으로서 첫 명령이야.”
옅게 웃음을 터뜨리며 나는 과장되게 응했다.
“명 받들겠습니다, 가주.”
아, 내가 카스카디아 백작가 자체에 한이 맺혀 있다면 그녀는 가족이 멀리 나가는 것에 한이 맺혔겠구나.
한순간에 가족을 잃어버리고 휘청이는 가문을 지탱해 온 그녀니까.
가족을 잃는다는 것에 극심한 트라우마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