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5)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5화(35/40)
제35화
평소처럼 얄궂게 말할 수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 * *
사령술사들은 수도 던전의 7계층으로 숨어들었다.
수도 던전은 현재 5계층까지 개방되어 있는 편인데, 그 이유는 6계층부터 그 난도가 확 뛰어오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은밀함과 신속함이었다.
왕실에선 토벌대를 두 개의 분대로 나누었다.
1분대는 베를리 공작을 필두로 한 섬멸대.
그리고 2분대는 납치당한 비다르가의 자제를 구출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추적대.
나는 당연히 섬멸대 쪽이었다.
조금 의외였던 점은 비다르 후작이었다.
섬멸대 쪽이 공훈이 높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그는 추적대에 자원했다.
가문을 위해서라면 자식 정도는 가볍게 내칠 냉혈한.
하지만 지금의 그는 묘하게 그런 인식과 달랐다.
정작 아들이 위기에 처하니 부성이라도 발현된 건지.
자세한 건 모를 일이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위치가 수도 던전인 터라 대규모 병력을 밀고 들어갈 순 없기에 왕실에서는 정예 병력들을 끌어모아 한 번에 몰아칠 작정이었다.
그리고 섬멸대가 밀어붙이는 동안 추적대는 다른 길로 빠져 인질을 구출한다.
소드 마스터인 베를리 공작이 나선 것도 그런 이유일 터다.
문제는 놈들의 흔적이 끊어진 장소였다.
녀석들의 흔적은 지하 7계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도 던전은 5층까지는 상시 개방이지만 6층부터는 위험 지역이나 다름없었다.
5층과는 격이 다른 넓이, 험준한 지형, 위험한 몬스터까지.
그런 탓에 던전을 관리하는 곳에선 일반적으로 6층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놈들은 6층을 넘어 7층까지 파고든 상태였던 것은 물론,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위험 계층의 안전지대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왕실 내부에 그들과 내통하는 이들이 있다는 뜻입니까?”
“심증은 그러하지.”
베를리 공작과 함께 이동하며 7층에 도달한 나는 확실히 던전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5층까지는 느껴 보지 못한 죽음의 냄새. 짙은 마나의 잔향.
이곳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라면 그 위험성은 가히 높다.
실제로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그림자 망령 늑대 무영은 조금 전부터 무언가를 경계하듯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긴장되는가.”
“아뇨.”
“그래. 자네는 숨겨 둔 수가 있겠지. 공주 저하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네를 과소평가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하네.”
애초에 2서클 마법사가 던전의 5층까지 내려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자네는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네. 그러니 혹여라도 무슨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자리를 반드시 지키게.”
그가 해 줄 수 있는 던전 하층에서의 조언은 그게 전부였다.
7층까지 진입하는 데엔 사실 내가 할 만한 게 없었다.
추적을 뿌리치고 도망치는 데에 집중한 탓인지 그들도 오는 길목 곳곳에 함정을 설치할 여력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고작 이런 이유였다면 바타 공주가 광산을 내걸면서까지 나를 찾진 않았을 것이다.
“이것일세.”
“아아.”
7층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펼쳐진 거대 미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입구부터 거대한 마법으로 인해 단단히 잠겨 있었다.
미리 와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던 파렐 베를 리가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며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형님! 어서 오세요!”
파렐은 선발대로, 추적대와 토벌대 이외에 먼저 길을 조사하는 극소수의 전문가 중 하나로 파견되었다는 모양이었다.
“여기 입구들이 보이십니까?”
그가 주변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거대한 미로처럼 된 7계층은 진입 직후부터 여러 길이 보였는데, 그중 파렐이 서 있는 입구만이 기이한 마법의 흔적이 보였다.
“실은 이 입구가 안전 루트로 향하는 길입니다만, 사령술사들이 추적을 막기 위해 길을 틀어막아 버린 상황입니다. 마법사들이 달려들어서 차단막 자체를 해제하려 했는데…….”
“해제하려 했는데?”
“무슨 방법을 쓴 건지 대처가 안 됩니다. 힘으로 부수려 하다간 자칫 거대한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요.”
저주 사건이 있었으니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바타 왕실의 사령술사들이 실력이 떨어지는가 하면, 그건 애매했다.
그저 왕실 사령술사보다 상대의 마법이 더 정교했을 뿐.
그런 상황이니 저들의 틈을 볼 수 있는 내가 필요한 것이겠지.
실제로 이곳에 있는 세 명의 사령술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받은 게 있으면 밥값은 해야지.
나는 사령마나를 흩뿌려 함정 마법진에 내 힘을 밀어 넣었다.
역시 이것 또한 보안이 형편없다.
힘으로 부수거나 정공법으로 마법을 해제하면 시한폭탄이 터지듯 내재된 마법이 발동되는 식이다.
그렇다면 방식이야 간단하지.
순식간에 다른 이들의 눈에는 비치지 않는 마법 문자 배열들이 내 시야로 비쳐 들어온다.
그리고.
콰창!!!!
강제로 코딩을 덮어씌워 해킹한다.
가만, 이거 생각보다 마법 구성이 괜찮네.
나는 작업을 잠시 멈추고 베를리 공작을 바라보았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겐가?”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마법을 탈취하긴 했는데 이거 멋대로 손봐도 되겠습니까?”
“뭐?”
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당연히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은…….”
“사령술사들, 도망치지 못하게 저희만 통과 가능하도록 차단할 수 있습니다만,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어떻게, 해 드릴까요?”
“그…… 부, 부탁하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확실한 덫이 되어 준다면야.”
직접 보고도 어이가 없는지 공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락도 떨어졌으니 입맛대로 개조해 볼까.
이 마법은 이제 내 것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손짓을 따라 마법이 내 입맛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마법사, 혹은 사령술사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그리고 당혹감이.
마지막으로 경악이 감돌았다.
이후 약 1분 정도가 흘렀을까.
내가 사방에 흩뿌리던 미약한 사령마나가 사라지자, 그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그러나. 문제라도 생겼나?”
“끝났는데요?”
“어? 방금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예, 오래 걸렸잖아요. 1분이나.”
전장에서 1분 동안 마법을 탈취하고 있는다고?
죽고 싶어 환장했다면 그리하겠지.
그럴 시간에 공격을 박아 넣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최소 6서클 이상의 경지를 회복했다면 이딴 마법 해제하고 개조까지 끝마치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았으리라.
고요한 침묵 속에서 수많은 시선이 내게 꽂힌다.
단언컨대 가장 강렬한 시선을 보내는 건 사령술사들이었다.
“레온 공자! 방금 그거 한 번만 더 보여 줄 수 없겠는가!”
“세상에……. 이 정교한 마법을 고작 1분 만에 탈취하고 개조했다는 겐가.”
“허어…… 어떻게 인간의 두뇌로 이런 연산 간섭이 가능한 거지?”
“무슨 방법을 쓴 건지 혹시 알 수 있겠나! 아니, 그럴 게 아니지. 혹시 내 집에 와서 이번 마법에 대해 좀 심도 있는 토론을…….”
이자들은 지금 토벌 작전 중이라는 것을 잊은 것일까.
마법사들이 마법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건 잘 알고 있다.
적어도 나도 마법형 몬스터와 싸우다가 가끔 그렇게 죽어 나자빠진 경험도 있으니까.
문제는 사령술사뿐만이 아니었다.
원소 마법사든 사령술사든 둘 다 똑같은 마법사답게 원소 마법사들 또한 마찬가지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중 가장 눈을 번뜩이는 건 베를리 공작의 아들, 파렐 베를리였다.
물론, 그의 머릿속에 무슨 계획이 있건 그의 아버지인 베를리 공작이 그냥 둘 리가 없지만 말이다.
“레온, 다른 마법은 없는가.”
“당장 눈에 보이는 건 없네요. 진입하는 건 가능하지만 그래도 함정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서 진입하세요. 그리고 제 생각이 맞다면 저들은 자기 마법이 빼앗겼다는 사실도 아직 모를 겁니다.”
적어도 사령 마법의 극의를 보면서 이런 경우에 상대가 눈치챌 새로운 방법은 없었다.
그걸 눈치채려면 필요 수식이 하나 더 필요했으니까.
현재 압도적인 기습의 우위를 점했다.
그 말뜻을 모를 리 없는 베를리 공작은 시간 끌 것도 없다는 듯 검을 들었다.
“놈들은 주로 언데드를 앞세운 뒤 흑마법으로 견제한다. 하나 걱정 마라. 철저하게 대비한 대로만 움직이면 저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니.”
스르릉!! 창!!
일순간 검을 뽑는 기사들을 한번 훑는 그였다.
“파렐 베를리.”
“예, 아버지.”
“레온과 함께 움직이며 천천히 따라와라. 놈들이 숨겨 놓은 함정 마법이 더 있을지 모르니 그걸 대비해.”
그의 명령에 파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진입한다.”
그의 말을 끝으로 기세를 죽인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일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상대 언데드들을 좀 양도받아야 할 텐데.
기존의 언데드와 사령술사들이 그동안 관리해 온 언데드는 당연히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솔직히 사령술사들의 언데드가 완벽한 상태일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그거야 개조를 거치면 되는 일일 터.
나는 고민에 빠졌다.
* * *
7계층의 미로 안전 루트는 이전의 안전 루트 이상으로 넓고 복잡한 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은신할 공간, 쉼터 같은 공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수도 던전에는 으레 그러하듯 안전 루트가 각 층마다 존재했는데, 그 층에는 몬스터가 나타나거나 진입하지 않는다.
대체 누가 이런 던전을 만들었고, 대체 이 몬스터들은 어디서 나타나는가.
수많은 학자들이 달려들었지만, 그 미스터리는 적어도 던전의 심층을 돌파하기 전엔 알 수 없다는 것이 그 결론이기도 했다.
애초에 중요한 것은 던전의 생태 따위가 아니었다.
“뭐…… 뭐야?!”
촤아악!!!
다수의 언데드들을 데리고 주변을 정찰하던 사령술사 하나가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한 채 목이 떨어져 나갔다.
입구를 틀어막은 마법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던 그들에겐 꽤 뼈아픈 실책이나 다름없었다.
베를리 공작이 이끄는 토벌대는 닥치는 대로 사령술사들을 발견하면 그 목을 베어 냈다.
골드선을 구조하고 적들을 추적하는 추적대와 적을 닥치는 대로 토벌하는 섬멸대의 전투는 가히 왕실 기사단과 왕실 마법사단의 위용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오. 이건 그나마 뽑아낼 만하네.”
육체 관리는 엉망진창이지만 원본이 되는 언데드의 영령이 제법 괜찮은 수준인 케이스가 간간이 보였다.
나는 마치 묘지를 언박싱하는 네크로맨서처럼 언데드들을 수집해 나갔다.
예상했던 대로 이 사령술사들은 나름대로 실력을 쌓은 것 같긴 하지만 보안 자체는 형편없었다.
물론, 보안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내 사령마나가 지닌 지배력은 고작 5서클 정도가 아닌 전당에서 쌓아 올린 수준의 지배력을 머금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