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7)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7화(37/40)
제37화
“움직이는 거 같은데요?”
이윽고 데스나이트가 흉흉한 안광을 일렁이더니 검을 집어넣고 빠르게 어디론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녀석의 제어권을 빼앗으려던 나는 아직 5서클이라는 경지가 은근히 발목을 잡는 걸 느끼며 뒤늦게 놈을 쫓았다.
언데드인 만큼 지치지 않는다.
데스나이트는 마치 길을 알고 있다는 양 복잡하기 짝이 없는 미로를 주파했다.
물론, 그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던 탓일까.
“흐억…… 헉…… 허억!”
뒤따라오던 파렐이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숨을 헐떡거린다.
“형님…… 잠시…… 잠시만…….”
내가 속도를 늦추니 어떻게든 뒤따라온 녀석이 핑핑 도는 시선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휘청거렸다.
“저거 멈추질 않는데요?! 애초에 데스나이트를 저희 같은 허약한 몸을 지닌 마법사가…….”
말을 하다가도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녀석이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잠깐, 형님. 왜 멀쩡하십니까?”
현재 내 육체 능력은 소드 마스터가 와도 어떻게 못 할 정도로 올라 있다.
그러니 저놈이 뛰어 봐야 내 손바닥이고, 파렐이 나를 쫓아오지 못하는 것이겠지.
파렐의 속도에 따라 움직이면 늦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저놈을 그냥 보내면 반드시 사고가 터진다.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사령 마법은 5서클.
다행히 저 녀석의 수준은 익스퍼터 최상위 정도로 내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데스나이트였다.
이쪽에서 상대를 쫓아가지 못하면 상대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상책.
실제로 내 주변으로 사령마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흡?!”
내 곁에 있던 파렐이 흠칫하는 것은 물론 앞서서 이동하던 데스나이트도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고작 5서클의 문은 좁디좁고 한없이 미약하다.
하지만 그 좁은 문을 통해 계속해서 빠져나오는 사령마나의 양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안에 서린 지배력은 언데드들에겐 완전히 다르게 작용했다.
“어? 데스나이트가…….”
녀석이 한 걸음, 두 걸음, 내게서 뒷걸음질 친다.
서서히 그리고 더욱 짙게 퍼져 나가는 사령마나가 이내 검은 안개처럼 휘몰아치자, 녀석이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아앙!!!
내게서 도망치듯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무급 노예가 도망친다!
지금까지 획득한 언데드들이야 어차피 무영의 밥으로 먹여 버릴 만큼 가치가 떨어지지만, 저건 아니었다.
마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듯 녀석이 내달리고 그 뒤를 따라 내가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그리고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강하게 힘을 응축시킨 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속도로 녀석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 * *
토벌대는 정예답게 빠르고 신속하게 사령술사들의 은거지를 침공했다.
사령술사들은 자신들의 단단한 방비가 갑자기 소리 없이 해제된 것, 그리고 그 방벽이 오히려 그들을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버린 것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어떻게 된 거야!!”
“문이…… 문이 안 열립니다! 으아아악!!”
“빌어먹을 함정이 왜 발동을?! 으악!!”
사방에서 사령술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설치해 둔 방어 시스템이 전부 적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몰랐다.
일반 원소 마법보다 더 심오하지만 보안에서 밀린 자들의 말로였다.
은신처에 있던 수십여 명의 사령술사들이 비명횡사하는 데엔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남은 것은 이번 사태를 지휘한 노령의 남성 사령술사인 5서클의 사령술사 발라뿐이었다.
“발라 님…….”
“망할. 지금 우리 전력으로 5서클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까지 상대하는 건 힘들다. 빨리 막혀 버린 길을 열어라!!”
그는 거친 수염을 정리할 생각도 못 한 채 소리 질렀다.
토벌대가 밀고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빠르게 진입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7계층의 안전 루트. 이들이 숨어 있는 은신처로 들어오기 위해선 그들의 주군이 준 아티팩트로 설치한 마법을 뚫고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마법은 멀쩡한데 토벌대가 내부로 들어왔다.
“배신자가 있는 건가?”
“아니면 마법에 문제가…….”
“큰일 났습니다!! 왕국 놈들의 일부가 마지막 제물이 있는 곳으로…… 크아악!!”
콰아앙!!!
이윽고 굳게 잠긴 철문이 일제히 박살 나며 다수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진입해 왔다.
피를 뿌리며 쓰러진 사령술사를 밀어낸 뒤 서슬 퍼런 오러 블레이드를 내뿜으며 진입하는 건, 다름 아닌 바타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 베를리 공작이었다.
“전하를 시해하려 한 테러리스트들은 들어라. 오늘 네놈들은 여기서 도망치지 못한다. 항복하는 자는 비명은 지르지 않아도 될 거다.”
살려 주는 일 따윈 없다는 말을 비아냥대며 한 말이지만, 그걸 못 알아듣는 이들은 없었다.
“베를리 공작…….”
사령술사 발라는 긴장한 얼굴로 베를리 공작과 주변을 포위하는 이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대체…… 대체 어떻게 벽을 뚫고 들어온 거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보려 머리를 굴려 보지만, 베를리 공작은 가차 없이 검을 빼든 채 한 걸음 내디딜 뿐이다.
“잠깐!! 골드선! 골드선 비다르의 신변을 찾고 있지 않나?! 이런 식이면 그의 신변을 찾을 수 없을 텐데?!”
“전하를 시해하려 한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 놈들을 사살하라! 저놈은 내가 잡겠다.”
어차피 목숨이 붙은 놈은 한 놈이면 충분하다.
단호한 공작의 대처에 발라가 결국 이를 악물고 소리 질렀다.
“젠장!! 마지막 제물을 가동해라!! 다크 스웜!!”
그러고는 자신의 남은 언데드를 모조리 끄집어낸 뒤 거대한 흑색의 안개를 쏟아 냈다.
서걱!!
물론 발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를리 공작의 저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커헉!!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양팔을 잃어버린 발라가 바닥에 꼴사납게 쓰러졌다.
다른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빠르게 언데드를 정리하고 사령술사들의 목숨을 끊어 냈다.
토벌대 중 섬멸을 목표로 한 섬멸대의 임무가 끝을 맺은 것이다.
골드선 비다르의 신변을 아직 추적대가 찾아 파고들고 있지만 그 또한 시간문제이리라.
빠르게 진입한 게 가장 큰 성공 요인.
저들이 믿고 있던 마법을 순식간에 탈취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저들의 탈출까지 막아 버린 레온의 공로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가 마법을 건드리는 방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령술사들의 마법 방식과는 너무 다릅니다. 마치 알고 있는 진리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큰 힘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보통 사령술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마법을 침식하고 모든 것을 빼앗았다.
“크윽…… 커헉!!”
고통스러워하는 발라를 한쪽 발로 밟은 채 검을 겨누던 그가 숨을 짧게 골랐다.
고작 이런 놈들에게 국왕이 암살당할 뻔했단 말인가.
솔직히 이곳의 마법사들 수준으로는 저주의 주구는 물론, 이곳을 보호하던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건 이놈을 잡아가서 알아보면 될 일이다.
“모두 사살에 성공했습니다.”
이윽고 한 기사가 천천히 다가와 바닥에 제압당한 발라를 포박하려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베를리 공작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우우웅!! 우웅!!
주변 공간 전체가 공명하기 시작한다.
섬뜩한 불안함이 뇌리를 치고 지나가기가 무섭게, 베를리 공작은 반사적으로 오러를 최대한 끌어내 사방으로 방출했다.
터어어어엉!!!!!!
동시에 아득한 충격으로 정신을 한순간 놓아 버린 그가 휘청거렸다.
방금 무슨 일을 당한 거지?
흐릿한 시야 너머로 사방에 깔린 검은 안개가 가장 먼저 보였다.
빠르게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공작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오러가 한순간에 상쇄되어 흩어진 것이다.
고갈 수준은 아니지만 단번에 소모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다.
즉, 그가 조금만 반응을 늦게 했어도 그는 물론 일대의 모두가 사망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마법의 내용물이 무엇이건 절대 가벼워 보이진 않았으니까.
저건 사령 마법? 이런 사령 마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다.
아니, 애초에 전략 병기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의 자체 방어를 뚫고 이렇게 타격을 가할 수가 있는가.
검을 지지대 삼아 휘청거린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주변의 토벌대원 전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스르륵!
처덕…… 처덕…….
그리고 곧이어 은신처의 반대편 통로로부터 두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이어 어둠 속 복도에서 드러난 존재에 그가 눈을 부릅떴다.
서슬 퍼런 푸른 안광, 새까만 뼈.
검은 로브.
겉보기엔 메이지 스켈레톤인가 싶지만, 그는 절대 그런 존재가 아님을 직감했다.
검은 뼈.
저렇게 검은 뼈를 지닌 언데드는 그가 알기론 단 한 존재뿐이다.
자기 수명을 넘어 마법을 탐구하고자 금기에 손을 댄 최소 6서클 이상의 대마법사.
리치.
그의 손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한 사내가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비다르 후작…….’
그 존재는 다름 아닌 추적대로 자신의 아들을 찾으러 갔던 왕실 마법사장, 비다르 후작이었다.
대마법사, 그것도 리치와의 싸움이라면 그가 아무리 날고 기는 왕실 마법사장이라도 저렇게 될 수밖에.
이후 나타난 두 번째 발소리의 존재를 확인한 그는 순간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칠 뻔했다.
-죽…… 여…… 줘.
그 존재는 거대한 살점 덩어리의 괴물이었다.
마치 인간의 육신을 극도로 비대하게 부풀린 뒤 이것저것 기워 붙인 듯한 끔찍한 몰골이다.
괴물의 얼굴 부분에는 작디작은 인간의 얼굴이 수십 개는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붙은 얼굴은 베를리 공작도 알고 있는 이의 얼굴이었다.
골드선 비다르.
비다르 후작이 필사적으로 찾으려 했던 존재.
후작가가 습격당한 이후 납치당했던 인물인 골드선 비다르였다.
그는 텅 빈 안구에서 끝도 없이 검은 피눈물을 쏟아 내며 자신을 죽여 달라 외치고 있었다.
“호오. 꽤 공들인 함정이었을진대 살아남다니, 제법이로구나. 보아하니 소드 마스터 같은데 두 번째로 괜찮은 데스나이트가 되겠어.”
한기를 머금은 섬뜩한 목소리에 베를리 공작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검 끝을 리치에게 겨누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허어, 꼬마 녀석이 제법이로고. 소드 마스터라 해도 고작 문턱을 겨우 넘어선 주제에 겁에 질리지도 않았구나.”
그는 마치 공작이 위협 따위도 되지 않는다는 듯 느긋하게 다가와 안광을 빛냈다.
“네놈이 내 제물을 파괴했으니 어쩔 수 있느냐. 너희를 대신 삼아 회수하는 수밖에.”
그 말과 동시에 리치가 허공에 손짓하자 검은 안개가 뻗어 나간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령술사, 발라의 육신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