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8)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8화(38/40)
제38화
마치 거대한 모기떼가 휩쓸고 지나가듯 한바탕 휩쓸자, 그곳에는 미라처럼 바짝 마른 시신만이 남았다.
리치는 그렇게 빨아들인 생기를 한입에 삼켜 버린 뒤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그리고 천천히 휘저었다.
서걱!!!
동시에 검은 칼날이 공작의 뒤편에 쓰러져 있던 기사 둘의 몸을 베어 버렸다.
-그아아아아아!!!
-아…… 아아안 돼!!
마치 영혼이 끌려 나오듯,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영혼들이 바닥을 타고 허우적대며 리치에게 빨려 들어갔다.
“흐음…….”
다만 그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입맛을 쩍쩍 다셨다.
“네 이놈!!”
그 모습에 격분한 베를리 공작이 검을 치켜세우고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투웅!!!!
동시에 일대 공간 전체에 끔찍할 정도로 복잡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거대한 압력이 그를 짓누르며 그의 몸에 충격을 가했다.
무슨 마법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저 마법진은 파괴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저 마법진이 존재하는 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커헉?!”
“허허. 이 장소가 어딘 줄 알고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모르겠구나. 이제 보이느냐? 네가 어디에 발을 들이밀었는지.”
“이곳 자체가 함정이었느냐…….”
정체 모를 사령마나의 격류가 그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가 약한 게 아니었다.
리치는 최소 6서클의 마법사가 금기를 발현해 만들어진 존재.
6서클은 대마법사, 즉 도달만 해도 베를리 공작과 비슷한 경지라는 뜻이었다.
그런 존재가 오랜 시간 살아왔다면 저 존재는 최소 6서클, 지금 마법의 규모나 정교함만 놓고 보면 7서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볍게 공작을 짓이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오호. 근처에 생명력이 충만한 것들이 둘이 더 있구나. 마침 내 데스나이트도 가까이 있고.”
그 말에 베를리 공작이 휘청거리며 눈을 부릅떴다.
두 명.
그게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를 수가 없다.
그의 아들인 파렐과 카스카디아 백작가의 장남인 레온 카스카디아.
그는 조금 전부터 온몸을 옥죄는 힘을 서서히 풀어 헤쳤다.
그리고 말했다.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괴물 같은 놈.”
이에 괴물인 리치가 껄껄 웃기 시작했다.
“허허허, 갓 벽을 넘은 아이가 패기롭구나! 좋다, 어디 해 보거라.”
패배가 확실시되어도 그는 물러날 수 없었다. 그가 물러나면 다음 타깃은 그의 아들이었으니까.
레온의 존재가 순간 떠오르긴 했지만 그라고 해서 다를 게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 * *
“으아아아아!!!”
베를리 공작은 필사적으로 리치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마법진이 발동한 이후 싸움의 여파는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커헉!!”
사방에서 날아든 검은 칼날을 베어 내고 소드 마스터답게 거의 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었으나, 상대 또한 대마법사 이상의 존재.
리치의 마법은 소드 마스터인 베를리 공작조차 어쩔 수가 없을 정도로 견고했다.
게다가 리치는 악랄하게도 쓰러져 있는 토벌대를 간간이 노려 틈을 만들거나, 마법으로 인해 베를리 공작이 억제당한 힘을 자신의 것으로 빨아들여 더욱더 강한 힘을 끌어냈다.
“대체…….”
베를리 공작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물었다.
“대체 이 마법은 무슨…….”
그의 외침에 허공에 부유하고 있던 리치가 검은 뼈뿐인 손을 펼쳤다.
그러자 검은 송곳이 안개로 만들어졌고, 그가 천천히 다가와 베를리 공작의 어깨를 부드럽게 찔렀다.
저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크으윽?!”
그러자 베를리 공작의 몸에서 희끄무레한 안개 같은 것이 일렁이듯 빠져나오려 했다.
그는 다잡은 먹잇감을 가지고 놀듯 여유를 부렸다.
“궁금했더냐. 그래, 못 알려 줄 것도 없지. 이 마법은 내 평생의 역작이니라.”
“고유…… 마법.”
“끌끌, 꽤 공을 들인 마법인 데다, 이곳에서 너와 나는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
“뭐라고?”
뜬금없는 비유에 공작의 눈이 꿈틀거렸다.
“아이야. 넌 죽음과 명계에 얼마나 가깝더냐.”
의미 모를 질문이었다.
“이 마법은 저울과 같다. 너와 내가 서로의 존재를 걸어 놓은 것이지. 그중 죽음과 명계에 더욱 가까운 존재에게 기울게 되면…….”
그의 섬뜩한 해골이 일렁이더니 부드럽게 일그러졌다.
끔찍한 미소였다.
“그렇게 죽음과 명계에서 더 먼 쪽은 자신의 영혼을 저당 잡히게 되지.”
저당 잡힌 존재가 어떻게 되는지는 굳이 더 물을 것도 없었다.
현재 베를리 공작은 자신의 몸 상태가 끔찍하게 나빠지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오러가 분해되고 육체는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렇게 억제되고 빼앗긴 힘은 에너지로 치환되어 리치에게 빨려 들어간다.
왕실 기사단장으로서 많은 적들과 싸워 본 그였지만, 단연코 이렇게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마법은 생전 처음 보는 부류였다.
리치가 말한 조건이 무엇이건 그걸 베를리 공작이 지금 와서 역전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재미는 충분히 보았으니 슬슬 수확을 해야겠구나.”
이윽고 리치가 검은 송곳을 휘젓자, 허공에서 검은 초승달 형태의 칼날들이 나타나 쓰러져 있던 이들을 몇몇 베어 버렸다.
베를리 공작이 다급하게 방어해 보려 하지만 뒤이어 날아든 검기가 그의 몸에 큰 상처를 남기며 그를 제압해 버렸다.
-그아아아아!!!
-아아악!!
검은 검기에 노출된 이들은 끔찍한 꼴이 되었다. 육체에서 안개 같은 것들이 빠져나오더니 이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길게 늘어지며 리치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멈춰라, 이 괴물 놈!!”
베를리 공작이 격분하며 소리 질러 보지만 리치는 섬뜩한 미소를 지은 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둘 집어삼켜진다.
왕국의 미래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아직 젊은 이들도, 노련한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괴물을 만나 죽을 이들이 아니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대체…… 대체 왜 우리 바타 왕국을 노리는 게냐!!”
공작의 외침에 리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물었다.
“아이야, 생명체는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하지 않겠더냐.”
“무슨 헛소리를.”
“무얼, 그저 나를 봉인에서 꺼낸 이들이 왕국의 파멸을 원한다고 하니 들어 줄 뿐. 내게 있어서 이 나라는 길가에 보이는 개미와 다를 바가 없을지니. 인간이 개미를 밟았다고 하여 벌을 받더냐.”
재앙이다. 이런 상황은 끔찍한 재앙이었다.
베를리 공작은 자신의 마지막 숨겨 둔 수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방법을 쓰면 진기가 소모되어 그조차 모든 힘을 소실하고 금방 죽음에 이르겠지만, 저 괴물을 풀어놓는 건 너무도 위험했다.
그렇게 베를리 공작이 자신의 진기를 자극하여 깨우려던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단단한 벽면이 박살 나며 새카만 갑옷에 붉은 안광을 한 기사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어?
허겁지겁 리치의 곁으로 다가가고 나서야 멈춰 섰다.
겉보기에 살벌해 보이는 검은 갑옷의 위용과는 뭔가 어긋난 느낌이었다.
“음? 이게 어찌 된 것이냐. 내 데스나이트가 왜…….”
리치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영혼의 섭식을 멈추고 데스나이트를 바라보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
그것도 일반 언데드도 아니고 느껴지는 기운만 최소 익스퍼터 최상급의 언데드다.
그런 언데드가 대체 뭘 보고 겁에 질렸단 말인가.
그 대상이 리치였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애초에 저 데스나이트는 리치의 소유였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의문은 곧 이어진 황당한 상황에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뭐야. 공들인 주제에 이상한 곳에서 조잡한 마법은.”
후웅!!!
손짓으로 마치 마법진의 일부를 일그러뜨리듯 휘저으며 들어오는 두 명의 소년의 존재가 보인다.
“웁…… 우웨에에엑!!!”
그중 한 명은 마법진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속에 든 것을 게워 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베를리 공작의 아들, 파렐 베를리였다.
그는 이 마법 영역이 얼마나 끔찍한지 온몸으로 체감하며 고통스러워했다.
“파렐!!”
“크흐흐흐. 그야말로 불꽃에 뛰어드는 부나방이 따로 없구나!”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리치라니…… 대체……. 게다가 이건 또 무슨 마법…….”
파렐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리치가 아니었다.
“줄다리기 마법이네. 어느 쪽이 더 사령마나가 많은가, 그리고 사령마나에 깃든 지배력이 짙은가.”
“호오?”
놀란 얼굴로 리치가 탄성을 흘렸다.
“자세한 건 봐야 알겠다만, 겉으로 보이는 시스템은 그런 식이네.”
고통스러워하는 파렐과 달리 레온은 너무 멀쩡했다.
이쯤 되니 공작은 물론 리치도 의문이 들었다.
“한데…… 네놈은 왜 이렇게 멀쩡한 게냐?”
리치도 황당했는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마법이 발현되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적대 생명체를 대상으로 발동하네. 오, 이런 식으로? 여전히 보안이 형편없는 것치고는 참신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허공에 손짓하며 마법진을 마음대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었다.
데스나이트에게서 마법 쪽으로 관심이 넘어간 지는 오래였다.
“흐음. 결국 자기보다 사령 마법의 경지가 낮은 쪽에 각종 디버프를 끼얹는 식이구만.”
담담하게 말한 레온이 리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강자를 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기한 무언가를 보는 눈이었다.
그 때문일까.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미물아.”
무슨 스위치를 건드렸는지 은은하게 분노한 리치가 막대한 힘을 터뜨리자, 영향을 받는 이들 대부분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개중 상태가 가장 나쁜 것은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던 파렐이었다.
그의 체질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파렐이 조금 전의 충격파로 엄청난 내상을 입은 건 분명해 보였다.
“파렐!!”
동시에 격분한 리치가 손짓하자 레온의 주변으로 새카만 구체가 생겨나 그를 휘감는다.
“절대 곱게 죽이지 않겠다.”
“도망치게, 레온!”
공작이 다급히 도망치라 말하려 했지만, 레온이 움직이기도 전에 검은 구체가 레온을 완전히 삼켜 버리며 허공으로 떠오른다.
역시 이 괴물은 6서클이 아니었다.
최소 7서클 이상의 오래된 옛 괴물.
애초에 토벌대는 이 리치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시점에서 패배한 것인지도 모른다.
베를리 공작은 절망했다.
사실 마음 한편에 레온이 멀쩡한 것을 보고 그가 무언가 숨겨 둔 수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라.
레온은 검은 구체에 삼켜져 사라져 버렸고, 파렐은 실시간으로 내상을 입으며 죽어 가고 있다.
“저항이 거센 놈이로고. 재능이 있으니 이 마법이 더욱 고통스럽겠지.”
리치는 만족스러운 듯 검은 안개로 만들어진 송곳을 들어 파렐의 어깻죽지를 찔렀다.
“커헉!! 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파렐을 지켜봐야만 하는 공작의 심정은 비통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