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4)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4화(4/40)
제4화
변경백의 직위를 보유하기 위해선 최소 익스퍼터 이상의 실력이 필요했다.
그러니 그녀가 고생할 수밖에.
그녀의 입장에선 안 그래도 힘든데 야밤에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웃어 대니 얼마나 어이없고 화가 났을까.
그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나 또한 할 말은 있었다.
라비린토스 그 지옥에서 빠져나온 것이 얼마나 큰 환희를 주는지 그 누구도 모를 테니까.
눈앞에 국왕이 버티고 있었어도 나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을 것이고, 눈앞에 유명한 대륙의 검성이 있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절대 그건 인간이 겪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지난 기억이 되어 버린 지금에서는 웃어넘길 수 있는 사안이 되었을 뿐.
기억은 흉터가 된다고 했던가.
솔직히 PTSD가 심하게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라비린토스의 정신 방비는 그런 부분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호해 주었다.
나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오러를 순환시키려 했다.
그러다가 멈칫했다.
라비린토스는 꿈의 미로, 즉 꿈이다.
그곳에서 쌓은 경험은 존재하지만 지금 나는 아무 힘도 없는 레온 카스카디아의 약한 육체뿐이다.
그런데.
“왜 오러가 멀쩡하게 있지?”
과거 나는 검에 대한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오러 연공법은 물론 검도 일찌감치 포기하고 단순한 샌님으로 남았다.
그렇기에 내 몸은 오러가 쌓여 있을 수 없는 몸이다.
“미친.”
하지만 지금의 내 몸속엔 검의 전당에서 쌓아 올린 오러, 아니 정확히는 그 양의 두 배에 가까운 오러가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정하고 순환만 시키면 이 막대한 오러를 이용해 엄청난 힘을 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뭐야, 이런 게 어디서 나온 거야. 오러는 분명 사라져야…….”
[현재 당신에게 저장된 오러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체들은 당신이 전당을 클리어한 보상입니다.]“워메, 미친 깜짝이야!”
눈앞에 떠오른 문자는 내가 알던 그 문자와는 색이 달랐다.
이 새끼 이거, 분명 소멸한다고 했는데? 내게 약을 팔아?
하지만 녀석은 나를 처음 본다는 듯 대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향후 ‘사서’라 불러 주십시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명백히 그 느낌이 이전의 녀석과는 달랐다.
* * *
눈앞에 떠오른 글자를 보자마자 나는 식겁했다.
저 글자는 내가 그 망할 꿈속, 라비린토스에 있을 때 봐 왔으니까. 설마, 지금 여기도 현실이 아닌가? 난 그 꿈에서 빠져나왔다고 착각한 것인가.
혼란스러운 감정을 애써 추스른 채 물었다.
“너 뭐냐?”
[본 개체, ‘사서’. 레온 카스카디아를 돕기 위해 생성된 인공 자아입니다.]문자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이모티콘을 만들며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인공 자아답지 않게 귀여운 이모티콘을 쓰는 꼬락서니가 아주 배알이 꼴렸다.
“사서고 나발이고, 네가 왜 밖에 있냐고. 설마, 지금도 꿈은 아니지?”
[현재 당신은 라비린토스에서 확실히 퇴장하셨습니다. 이곳은 현실이며, 한 번 죽으면 돌이킬 수 없고, 미칠 수도 있으며, 시간도 흐르고 있습니다.]세 가지 명제가 이전과 정반대.
하지만 나는 다시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넌 뭔데.”
[‘사서’입니다.]“아니, 사서고 나발이고 네 정체가 뭐냐고.”
[제 정체는 ‘사서’입니다.]돌아 버리겠네.
뭐 이런 폐급이 다 있어?
“됐다. 말이 안 통하네, 진짜.”
그건 이미 합의가 끝난 내용이다.
그 방대한 기억을 한 번에 받아들이면 안전장치가 없는 지금의 나는 극의에 이른 정신력으로도 버티지 못할 수 있다.
[하여, 당신의 기억을 순차적으로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권한을 지닌 관리자가 상주할 필요가 존재합니다.]즉, 이놈은 내가 기억을 전부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내 곁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검의 전당에서 보낸 기억과, 무의 전당에서 보낸 기억, 두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기억은 아직 되찾지 못했지만 근본적으로 그 두 가지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사실이었다.
“그럼 라비린토스에서는 확실하게 퇴장한 거지?”
[그렇습니다. 라비린토스는 당신이 퇴장함과 동시에 소멸하였습니다.]“애초에 그건 누가 만든 거고, 왜 만든 건데?”
대답을 바라진 않았다.
이 질문은 이전에 검의 전당에 있을 때도, 무의 전당에 있을 때도 수도 없이 했던 질문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시에 이 녀석은 그에 대한 대답을 전혀 해 주지 않았었다.
다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사서라는 녀석은 전당에서 본 문자와는 다른 녀석인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라비린토스의 소멸과 동시에, 그에 관한 대부분의 기록이 말소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삐릭!
[T T]우는 이모티콘을 내세우는 녀석의 꼴을 보니 은근히 열받는다.
내가 오랜 시간 그곳에 갇혀 있으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 글자들은 자아가 따로 실재하는 존재인가.
적어도 내가 보기엔 이것들은 생명체의 자아와는 다른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 강했다.
즉, 얼마의 시간이 흐르든, 이들에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휴, 됐다.”
더 이상 대화는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나는 손으로 문자를 흩어 버린 뒤 침대에 몸을 던졌다.
생각해 보니 전당에서는 단 한 번도 편안하게 잠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르다.
이곳에선 내가 잠든 동안 습격을 당할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동안 쌓인 고통을 보상이라도 받듯 하루 정도는 원 없이 잠들어도 되리라.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10분 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뜨기 전까지.
“잠을 잘 수가 없네.”
정말 많은 의미가 담긴 한마디였다.
잠을 너무 오랜 시간 자지 않은 폐해? 아니다, 이건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였다.
그래,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라비린토스에 떨어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던가.
바로 잠에 빠졌다가 떨어진 게 아니었나.
완벽하게 보호된다고 하더니, PTSD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모양이다.
결국 나는 밤을 꼴딱 지새운 채 피로를 호소하는 꼴이 될 때까지도 잠에 빠져들지 못했다.
* * *
나름대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잠을 못 자겠어요 한들 뭐가 달라지기야 하겠는가.
라비린토스에서는 잠을 자지 않아도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원인 자체는 여럿으로 나뉠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소는 어쩌면 트라우마, 혹은 버릇이 아닐까.
그곳에서 생긴 트라우마는 아닐 테고. 아마 이곳에 나온 뒤에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 싶었다.
현재 나는 백작저의 연무장에 홀로 앉아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예민해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집중할 곳을 만들어서 그 고통을 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현재 나는 두 개의 전당에서의 기억을 보유 중이다.
검의 전당과 무의 전당.
검을 써서 적을 베어 내던 기억과.
격투가로서의 기억이 동시에 존재한다.
물론, 둘 다 오러라는 것을 사용하는 것도 같지만 근본적으로 몸의 움직임이 달랐다.
다행인지 사서 녀석도 라비린토스에서 함께했던 글자 녀석처럼 내 상태를 출력해 줄 수 있었다.
삐릭!!
이름 : 레온 카스카디아
나이 : 17세
성별 : 남성
능력 :
(검의 전당)
소드 맨(초급)
극의의 [오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무의 전당)
격투가(초급)
흉성의 [오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극의와 흉성이라고 적혀 있던 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익힌 것들도 모조리 사라져 있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두 전당의 항목에 적혀 있는 오러의 양이 보존되어 있다는 말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래도 둘 다 오러를 쓰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긴 한데……. 흐아아암.”
나는 하품을 쩍쩍하며 몸속의 오러를 움직였다.
오러라는 건 기본적으로 육체를 이용한 전투를 진행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다.
주로 육체를 강화하거나 체외로 발현해 날카롭게 벼려 내기도 하는 힘이기도 했다.
다만, 이 오러라는 것은 다른 것들보다 유별나게 쌓아 올리기가 힘든 에너지였다.
전략 병기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들조차 그 양의 최대치만 놓고 보면 6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양을 보유하게 된다.
물론, 그만큼 소량으로도 대량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곤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오러는 상식적으로 생명체가 보유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이거, 오러가 너무 많아도 문제가 생기긴 하네.”
이론적으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는 건 처음이 아닐까.
[그렇습니다. 빠르게 오러를 다시 순환시켜 육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검사들의 가장 첫 단계인 소드 맨. 그리고 소드 맨들이 수련을 거쳐 연공법을 단련하고 오러를 다루기 시작하면 도달하는 경지가 바로 오러 유저라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오러 유저는 오러를 느끼고, 제어하기 시작하며, 그것을 육체 안에 순환시키는 경지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순환이 가장 어려운데, 그 이유는 오러를 처음 순환시키는 데에 막대한 소모가 뒤따른다는 점 때문이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 때 처음 배터리를 가지고 엔진 시동을 거는 것처럼.
로켓이 날아오를 때 가장 처음 단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였다.
게다가 그 오러 순환은 오러의 보유량이 많을수록 처음 한 바퀴를 순환시키는 게 어렵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르면서 쌓은 막대한 양의 오러?
이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생각했다.
어려울 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며, 성공 시 이점이 너무 크다고.
한 번 순환을 시작하면 내가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전신을 순환하며 내 육체를 강화해 주지만, 그 시작이 어려우니 오러 유저도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법이기도 하다.
그런 마당에 나는 다른 이들과는 격이 다른 오러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거 쉽게 안 움직이네?”
[보통의 경우, 육체가 오러를 제어하지 못하면 육신이 붕괴하게 됩니다. 다만, 당신의 경우, 오러의 양이 너무 방대한 탓에 첫 시동에 막대한 소모가 예상됩니다.]아주 사람 속을 잘 긁어 대는 사서를 애써 무시했다.
마치 무거운 쇳덩이를 옮기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집중하여 천천히, 대량의 오러를 순환시켰다.
무수한 반복과 육체 붕괴 끝에 만들어 낸 내 방식이 존재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로 오러를 온전히 옮기기 시작했고, 이내 완전히 순환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비록 무협에서 말하는 중단전, 상단전을 뚫은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러를 순환시켰다는 게 중요하지.
기본적인 혈도를 타고 회전하는 오러는 그 양이 워낙에 방대하여 내 육신의 뼈의 마디마디와 근육, 장기, 혈도 전체에 스며든다.
그리고 천천히 강화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벌써 체외로 흘러나오네.”
[보유량이 한계를 넘어섰기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익스퍼터라는 경지를 뚫기 위해선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만, 지금 체외로 흘러나오는 것만 보면 확실히 학계가 뒤집어질 만한 현상인 건 분명했다.
물론, 지금 와서 이걸 당장 내가 잘났다, 라며 소리칠 생각은 없었다.
아직 내 기준으로 볼 때 너무 미약했으니까.
그래도 상태 창에는 변화가 충분히 생겼다.
(검의 전당)
오러 유저(초급)
극의의 오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무의 전당)
오러 유저(초급)
흉성의 오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오러를 다루는 이들이 도달하는 오러 유저 경지로 확연히 바뀌었다.
초급이라곤 하지만 내게 있어서 초급이나 중급, 상위, 최상위 같은 단계는 앉은자리에서 당장 바꿀 수 있을 만큼 쉬운 문제였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