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6)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6화(6/40)
제6화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서한을 보냈던데? 그 내막을 좀 알아보러 왔어.”
“뭐, 별거 있겠소. 그 말이 그 말이지.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긴 어렵소. 나도 관리 사업을 정리하고, 이곳을 떠날 생각이외다.”
그는 더 할 말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돌아가시오.”
그가 비협조적으로 나온 탓일까.
언제 따라 들어왔는지 호위 기사 하나가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으르렁거렸다.
“무례하다! 예를 갖춰라! 장인 베루스!”
“물러나. 위협하러 온 거 아니야.”
문을 걷어차 박살 낸 주제에 위협하러 온 게 아니라니. 기사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담담하게 물었다.
“이야기 좀 한다고 돈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 뭣 좀 내올 거 없어?”
“허.”
어이가 없다는 듯 베루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남의 집 문을 박살 내 놓고 이제는 대접까지 하라?”
“드워프가 호쾌하고 넉넉하다는 말도 옛말인가 보네.”
“기다리시오.”
그는 휘청휘청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창고에서 커다란 오크통 하나를 꺼내 왔다.
“오, 드워프제. 그거 좋지.”
“……도련님은 특이한 인간이로구먼…….”
“두 사람.”
자리에 앉은 나는 호위로 따라온 두 기사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조금 전부터 우릴 미행하는 것들이 있더라. 괜히 티 내지 말고 역으로 추적해 봐.”
내 말에 드워프 베루스와 두 호위 기사 모두 움찔한다.
“예? 그게 무슨…….”
“티 내지 말고 심부름 가는 것처럼, 알겠지?”
내 말에 두 기사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저희는 아가씨의 명으로 도련님의 신변을…….”
“여기서 누가 사고라도 치겠어? 괜찮으니 가 봐. 혼자서 추적하긴 힘들 수도 있으니까, 두 사람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이곳에 있을 생각이야.”
애써 두 사람을 보낸다. 어차피 소득이야 없겠지만 나는 단둘이서 대화하기를 원했다.
“방금 움찔하던데.”
“…….”
“그 미행하는 놈과 관련이 없진 않나 봐?”
“드시고 가시오.”
그는 관심 없다는 듯 취한 얼굴로 술을 들이켰다.
“베루스,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님이 살아 계실 적부터 우리 카스카디아 백작령에서 활동했지?”
드워프가 인간보단 오래 산다 해도 그가 생의 많은 부분을 카스카디아와 함께한 건 사실이다.
“다 옛일일 뿐이오. 내 주군이 돌아가신 이상 굳이 이곳에 목을 맬 이유는 없지.”
“아버지 때와 달리 내 동생은 못 미더운가?”
내가 물음에 그는 뭔가 생각이 깊어지는지 미간에 골을 만들고는 게슴츠레 노려보았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
“우리 쪽이 판단하기에 계약 파기 이유가 납득이 되질 않아서 말이야. 게다가 그렇게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만한 인사로도 보이지 않는데…….”
내 제안에 그는 코웃음으로 대응해 왔다.
“흥, 아직 여물지도 못한 아이 두 명이서 뭘 할 수 있다고…….”
그는 술잔에 시선을 내리깐 채 한참 동안 침묵했다.
“이야기하지 않게?”
“나이를 처먹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게 많아지는 법이오. 건방지다 할 수 있지만 내 하나 묻도록 하겠소.”
“뭔데?”
“지금 카스카디아 백작가에서 이쪽에 신경을 쏟을 여력은 있소?”
그 질문에는 불신이 서려 있었다.
“카스카디아 가문은 고작 몇 개월 만에 많이도 내려앉았소이다. 변경백이 지녀야 할 강대한 전력도 이미 반 토막이 났지. 간단히 말하면 아가씨든 도련님이든 아직 감당하기엔 어렵다는 뜻이외다.”
멜리사는 가문의 중요 기밀을 내게 굳이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변화 정도야 한눈에 보고도 알 수 있는 수준이나 다름없다.
최근 성벽을 지키는 병력들이나 백작가의 사병, 기사들의 수가 묘하게 적다는 느낌은 받았으니 말이다.
“내 비록 귀족은 아니지만 연장자로서의 충고요. 카스카디아 백작이 사망하고, 굶주린 승냥이들이 몰려들고 있소, 살고자 하면 굴욕이 문제겠는가. 아가씨는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고 도련님도 데릴사위라면…….”
“베루스.”
내가 그의 말을 끊자 그가 나를 바라본다.
“한 가지 확실하게 해 놓고 가자고. 내 동생은 훌륭한 카스카디아 가주가 될 거다. 그걸 내가 정한 이상 하늘이 두 쪽 나도 정해진 사안이야.”
“허, 젊어서 혈기는 넘치는군.”
“이게 단순히 젊은 놈의 혈기처럼 보여?”
멜리사는 어릴 때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아 왔다.
그녀에게 카스카디아 변경백작가를 이어받는 건 하나의 목표이자 인생.
이제 와서 내가 그 자리를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멜리사가 다른 이도 아니고 영지민에게 무시당하는 꼴은 내가 못 본다.
이후 말 대신 손에 쥐고 있던 잔을 맨손으로 우그러뜨려 버리자 그의 눈에 놀라움이 서린다.
“하…… 하하하하하!”
뭐가 그리 웃기는지 그는 낄낄거리며 미친 사람처럼 웃어 댔다.
“검도 잡아 본 적 없는 샌님이 그런 말을 하시오?”
“어차피 떠날 거라면서.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 떠나는 걸 막진 않을게. 대신 아버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아는 걸 다 이야기해 줘.”
치우는 건 내가 한다.
내 말에 그가 침묵했다.
“적어도 우리를 노리는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야겠어.”
“……별거 없소, 최근 이 일대에 질 나쁜 놈들이 자리를 잡았수다.”
“질 나쁜 놈들?”
“그렇소. 고리대금업을 하는 놈들인 모양인데, 처음엔 멀쩡하고 건실한 사업가인 척 들어와 자리를 잡은 다음에 여기저기 저금리로 돈을 빌려줬었소.”
“흐음…….”
“다만, 그 이후가 문제였지. 백작께서 그리되시고 곧바로 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자를 올리기 시작했소.”
“이자를 멋대로 올렸다고? 위병에게 신고는 했나?”
내 물음에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아시오? 이미 위병의 절반 이상이 그놈들과 한통속이오. 뒤로 돈을 찔러주면 뭔들 못 할까.”
그는 지친 얼굴로 말했다.
“최근 타 영지에서 대규모 영지전이 벌어진 건 알고 있으시오? 백작 나리가 그리되신 뒤로 카스카디아의 병력 규모가 줄어들면서 우리도 살길을 찾기 위해 그곳에 무기를 대겠다고 계약했소.”
간간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하는 일이기에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원자재가 필요해서 돈을 빌렸다 이건가?”
“그렇소이다. 계약상 문제도 없고, 이자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라 받아들였소.”
이자도 그리 높지 않고, 당장 군비가 축소되고 있는 가문 상황을 생각하면 무기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빌리고 나니 정작 타 영지에서 대금을 보내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고, 그때를 노린 듯 이자가 늘었다.
그뿐이랴. 고리대금업자들은 이자를 상환하려는 베루스와의 만남을 핑계를 대며 거절했고, 이자를 계속해서 뻥튀기시켰다.
그가 빌린 금액은 이미 원금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
총량은 근 열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아주 악랄한 방식. 전생이나 현생이나 거지 같은 놈들은 변함이 없네.
“애초에 전부 짜고 치는 판이었네.”
“우리뿐만이 아니외다. 카스카디아 백작가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체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꼴이오. 내 비록 오랜 시간 백작가를 모시며 사업체를 관리해 왔지만, 이제는 한계요.”
순간 의문이 일었다.
“이런 사태가 될 동안 멜리사가 방치했다는 건가?”
“방치라…… 틀린 말이지. 대부업체 놈들이 그러더군, 지금의 카스카디아 백작가는 가주가 부재하여 권한이 없다고.”
“권한이라…….”
나는 침음을 삼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현재 변경백가는 공석이다.
대리 가주로서 멜리사가 영지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아직 그녀는 왕실로부터 변경백의 업무를 이어받는 걸 허가받지 못했다.
그녀가 허가받은 것은 후계자로서의 자리.
다른 가문이라면 월권일 수 있지만 바타 왕국 내에서 카스카디아는 중요한 위치이기도 했다.
멜리사가 그런 입장이다 보니 누군가가 그 틈을 비집고 일을 벌였다.
“이런저런 같잖은 이유를 들먹이며 백작가의 권한을 멋대로 탈취한 자가 있다는 거네.”
극도로 낮게 떨어지는 기분에 내가 서늘하게 물었다.
타 영지에서 카스카디아 백작령에 간섭하는 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백작가가 가진 힘을 약화하려는 자들이야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권한을 일부 가진 내부의 누군가가 돕지 않고선 불가능했다.
“어떤 놈이 이걸 용인한 거지?”
“그건…….”
“아니지. 카스카디아 가문의 권한을 이용할 수 있는 놈이라면 애초에 정해져 있네.”
현재 백작가 내에서 이런 짓을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은 멜리사 한 명뿐이다.
하지만 권한을 주장할 수 있는 이는 백작가의 저택 밖에도 하나 존재한다.
같은 카스카디아의 혈통, 백작가의 방계 가문.
아버지의 형제, 티벨 카스카디아.
나와 멜리사의 숙부.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도 변경백의 권한에 욕심을 숨기지 못하던 인간.
멜리사는 그에 대해 내게 크게 언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6개월이 긴 시간 같지만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다 보면 고작이라는 시간일 정도로 짧다.
나는 베루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차용증. 볼 수 있나?”
“뭐, 여기 있소.”
그는 낡은 상자 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보여 주었다.
왕가가 책정한 최대 이자율을 넘어서 받을 수 있도록 조작된 교묘한 차용증의 내용이 보인다.
법적으로 가도 처벌을 피할 수 있게끔 수작을 부려 놓은 흔적도 보였다.
다만 해결 방법이 없진 않았다.
얼마든지 백작가에서 중재를 통해 과도하게 책정된 이자를 되돌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이들이 떠나려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비단 빚 때문만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정도는 우리가 처리해 줄 수 있는 문제야.”
“되었소. 나는 이미 마음을 굳힌…….”
“탁 까놓고 이야기하자고. 애초에 빚 때문에 떠나는 게 아니잖아. 결국 이 빚은 핑계일 뿐이야.”
내 질문에 그가 대답을 회피한다. 다만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반쯤 금이 간 액자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상대의 눈은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내뱉곤 한다.
이것도 버릇이지. 적들의 눈이 어딜 보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파악해서 싸울 때도 많았으니까.
유쾌하게 웃고 있는 드워프, 베루스와 함께 있는 어린 드워프 하나.
배경은, 아무래도 베루스의 대장간인 듯했다.
장소는 이곳인데, 보여야 할 놈이 보이지 않는다? 느낌이 왔다.
“저 사진은 아들인가?”
“그렇소.”
“그 아들, 지금 어디 있어?”
내 질문에 그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게 정답이네.
결국 대부 업체니 돈이 없니 하는 건 전부 핑계.
실상은 아들이 납치되어 협박을 받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될 듯했다.
“그…….”
“납치라…… 그래. 거기까지 진행을 했다 이거지. 그렇구만, 그래서 미행을 한 거였어. 그럼 곧 입질이 오겠네.”
“한마디도 안 했소만…….”
“틀렸어? 납치 맞잖아.”
당당한 내 물음에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마냥 샌님은 아니었구만, 그렇소. 앞서 말한 건 핑계일 뿐이지. 한데 입질이라니?”
그때였다.
덜그럭! 덜그럭!!
“레온 도련님, 티벨 백작님께서 도련님을 보고자 하십니다. 저희와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호위 기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불청객들이 들이닥쳤다.
베루스는 놀란 기색이지만 나는 애초에 베루스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 상황을 예측했다.
“백작? 언제부터 숙부가 백작이 됐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내가 되묻자 기다렸다는 듯 검이 뽑히는 소리가 울렸다.
대놓고 위협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도련님,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오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베루스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남겼다.
“거봐, 입질 오잖아.”
“그 무슨…….”
“쟤들 입장에서 제일 맛난 인질이 누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