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7)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7화(7/40)
제7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들의 납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내가 가장 맛난 인질임을 확신했다.
* * *
“하아…….”
멜리사 카스카디아. 현 카스카디아 백작 대리인 그녀는 극심한 피로로 인해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 쥐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인력, 자금…… 뭐 하나 안 부족한 게 없어…….”
사업체가 흔들리면서 자금이 마르고, 그로 인해 병력을 유지할 자금이 없다.
지독한 악순환의 굴레에 한 번 빠지면서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아직 어린 그녀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안 돼. 이렇게 멍하니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그녀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당장이라도 다 때려치우고 어리광을 피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어깨에 수많은 이들의 삶이 걸려 있었으니 말이다.
“외부의 압박…… 대체 몇 명이 얽힌 거야.”
외부에서 카스카디아 백작령에 마수를 뻗어 오고 있는 정황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부의 방해자도 존재했다.
티벨 카스카디아.
그녀의 숙부이자, 지금은 철천지원수 같은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 또한 차기 변경백으로서 자격이 있다며 주장하며 그녀의 권한을 멋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백작의 후계로 인정받지 못한 그녀와 달리 티벨 카스카디아는 중앙 귀족에게 연줄을 대어 그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탈하고 있었다.
실제로 변경백에게 허락된 사병과 기사의 보유 권한 상당수를 빼앗아 이미 상당량의 병력을 확보했고, 백작령의 위병들 일부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워 넣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멜리사의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이들을 하나둘씩 쳐 내고 있었다.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그가 뒤에서 공작을 부린 것을 깨달았을 땐 상당히 늦은 후였다.
그 때문에 현재 백작령의 병력은 풍비박산이 났고 자금줄도 말랐다.
아마 이번 베루스 무기점 사업 문제도 그런 방식이겠지.
근본적으로 승계 권한을 가진 티벨만 처리하면 사실상 큰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전력이 저쪽이 훨씬 많았기에 불가능했다.
이 사실을 오라버니인 레온에게 알리지 않은 건 괜히 그가 사고를 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강력한 힘도, 천재적인 지능도 없는 평범한 오라비라곤 하지만 생각보다 불같은 구석이 있어서 이 사실을 알면 그대로 티벨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려 들지도 모른다.
이미 저쪽은 멜리사와 레온 모두를 암살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막 나가고 있기에 그의 신변을 위해선 가능한 한 정보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손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탓에 그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
아직 티벨 쪽이 조용한 편이니 레온까지 건드리진 않을 터.
더 늦기 전에.
‘레온은 내가 지켜야 돼…….’
하다못해 레온을 데릴사위로 다른 곳에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였다.
쾅!!
“아…… 아가씨!!”
다급한 외침과 함께 그녀의 호위를 담당하는 기사가 뛰어 들어왔다.
“음?”
다름 아닌 그녀의 호위이자 그녀를 수행하는 기사, 하폰이었다.
본래 전대 백작인 갈레온 카스카디아를 따르던 기사였으나 현재는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내이기도 했다.
“하폰 경, 무슨 일이야?”
“밖으로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당황한 하폰의 외침에 불안한 기분이 치솟는다.
멜리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겁지겁 뛰어나갔고, 이내 저택 입구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있는 두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흴 죽여주십시오!!”
두 기사는 멜리사를 보자마자 머리를 땅에 박으며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당장 설명해!!”
불안함이 더욱 가속화된다. 레온이 사고를 쳤나? 아니, 그럼 레온은 어디에?
오만 가지 생각이 들던 찰나, 최악의 소식이 그녀의 귓가를 때렸다.
“레온 도련님께서, 아무래도 납치된 것 같습니다.”
“뭐? 대체 누가!! 설마…… 숙부야? 그 인간이야?!”
“티벨 카스카디아…… 그의 수하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도련님의 명으로 미행하는 자들을 쫓으려 했는데 저희가 반대로 속았던 것 같습니다…….”
* * *
현재 나는 허름한 지하 은거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압박하듯 앞뒤로 기사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다.
“빨리 걸으시오.”
“이건 뭐, 대놓고 가둬 두겠다는 심보가 보여서 반응하기도 어렵네.”
기사들이 나를 끌고 간 지하 동굴에는 이미 나를 제외하고도 여러 인간이 갇혀 있었다.
어린 소년 소녀부터 시작해서 성인 남녀까지.
그 종류는 다양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곳에 갇혀 있는 이들은 아마 백작가의 사업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지인, 혹은 혈육일 터다.
그렇게 한참을 따라간 끝에 나는 단단한 철창으로 이루어진 감옥을 볼 수 있었다.
“다치기 싫다면 들어가시오.”
귀족가의 자제라고 해도 저항하면 베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 느껴지는 기사들의 행동에 나는 저항하지 않고 내부로 들어간 뒤 물었다.
“단순히 가둬 놓으려고? 티벨 그 인간이 나를 찾는다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오지 않았느냐.”
내 물음에 대답한 것은 기사들이 아니었다.
“여전히 예의라곤 전혀 없구나.”
지하 감옥 저편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횃불과 함께 회색 빛깔의 짧은 머리를 지닌 30대 정도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나, 레온.”
그는 싸늘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차라리 조용히 숨죽이고 숨어 있었으면 이리되진 않았을 것을…….”
“누가 집안에 바퀴벌레를 풀어서 말입니다.”
내 숙부인 티벨 카스카디아는 아니다. 하지만 눈앞의 30대 남성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현재 백작령을 집어삼키려고 야욕을 부리는 숙부, 티벨 카스카디아의 첫째 아들인 비시리 카스카디아.
방계를 정리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정리해 버려야 할 남자.
그게 바로 그의 정체였다.
제 아버지를 닮아 야욕이 상당한 인물이기도 했으며, 과거 내가 검에 재능이 없음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실제로 툭하면 백작가를 찾아와 드잡이하는 숙부도 싫었지만, 직접적으로 나와 멜리사에게 시비를 걸어 대던 그를 더 싫어한 기억도 있다.
-멍청한 놈, 혈통을 타고나도 쓸모없구나. 너는 검을 잡기엔 글렀다. 백작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 너 같은 놈이 직계라니, 세상 참 억울한 일이로군.
처음 검을 잡고 휘둘렀을 때, 나를 바라보며 했던 그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
한창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도 독설을 내뱉던 놈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미쳐 날뛸지는 고민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숙부는 어디 가고 당신이 여기 있습니까?”
“아버지께서는 바쁘신 몸이다. 네 녀석을 만날 정도로 한가한 분이 아니야.”
“그럼 그쪽은 한가해서 날 만나러 왔나 보네.”
내 도발에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쾅!!!
그러고는 나를 위협하듯 그와 나 사이에 있는 철창을 걷어찼다.
“아직 네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어디긴 어디야, 당신네들이 만들어 놓은 은신처 같은 곳이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 느긋하게 등을 벽에 기댔다.
이곳에 오는 과정에서 이놈들은 나를 영지 바깥의 숲으로 끌고 왔다.
직접 찾으려 했다면 꽤 시간이 걸렸으리라.
“네 녀석의 처지를 아직 모르는 듯한데.”
“인질 아니야?”
애초에 이리 데려온 시점에서 모를 수가 있나.
아니, 처음부터 이리될 걸 알고 있었다.
군말 없이 따라온 건 티벨 숙부든 비시리든 만나서 이놈들이 제정신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겸사겸사 베루스의 아들이 잡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아야 했고.
실제로 이곳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수많은 철창들.
그리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이들 중 베루스의 아들로 추정되는 드워프가 한 명 갇혀 있는 것도 보았다.
저들이 숨겨 놓은 은거지를 제대로 찾은 셈이다.
굳이 복잡하게 들쑤시며 찾을 필요 없이 알아서 데려다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내가 무력이 전혀 없다고 그들이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시한폭탄을 자신의 심장부에 가져다 놓는 멍청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인질. 크흐흐, 그래, 인질이지. 아버지께서 정식으로 변경백의 권한을 모두 양도받기 위한 인질.”
“멜리사가 내 목숨 하나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올 것 같습니까?”
“그거야 모를 일이지.”
“그래서 최근 백작가에서 투자하는 사업체들이 죄다 짐 싸서 떠나는 모양이던데. 말을 안 듣는 이들의 가족이라도 모아 두셨나?”
“쉬운 일을 두고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겠느냐.”
“뒷감당은 자신 있고?”
“이미 왕도의 귀족들 상당수가 우리 편인데 누가 너희 말을 들어 주겠느냐.”
한두 놈이 아닌 건 확실하네.
멜리사를 온전한 변경백으로 만들려면 살생부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그는 병사가 준비한 의자에 털썩 걸터앉은 뒤 나를 바라보았다.
“얌전히 있거라. 멜리사 그년에게 권한만 양도받는다면 네 동생은 몰라도 네 목숨 정도야 살려 줄 의향이 있다.”
“멜리사는 변경백이 될 자격을 가지고 있으니 죽여야 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애초에 정당성을 따지자면 아직 자격이 부족한 멜리사보단 아버지나 내게 와야겠지.”
그의 말에 나는 피식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백작에 대한 어떤 권한도 없어야 할 작자들이 중앙 귀족들에게 아양을 떨어서 기회를 엿본 주제에 정당성을 논하네. 하긴, 뭐가 되건 이기고 여론몰이 잘한 놈이 착한 놈이지. 진 놈은 나쁜 놈이 되는 거고.”
“이해가 빠르니 다행이구나. 얌전히만 있는다면 위해는 가하지 않으마.”
그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께서 모든 권한을 양도받으시면 중앙에서 정식 변경백 임명장이 내려올 거다. 그때부턴 카스카디아 백작령은 너희 남매가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관리하실 테지.”
“그 후에 당신은 그걸 물려받게 되고?”
“그렇다.”
그가 몸을 돌렸다.
“철저히 감시해라. 괜한 짓을 벌이지 못하게. 저항하면 팔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뜨려도 좋다.”
“네.”
일부 기사들이 고개를 숙인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가 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백작가에서 나간 놈들이네. 언제부터 꼬드긴 거야.”
내 물음에 비시리 카스카디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갔다.
“비시리 카스카디아.”
이에 내가 그를 부르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내가 지금 할 게 있어서 그냥 보내 줍니다만, 조금 이따가 다시 봅시다.”
“그저 짖는 개X끼와 다를 바가 없구나.”
그는 내가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 곧바로 지하를 빠져나가 버렸다.
감옥에 남은 것은 오러 유저로 보이는 기사들이 다섯.
그 외에 사병이 열 명이 넘었다.
아마 이 지하를 빠져나가면 상당한 전력들이 모여 있으리라.
나는 자리에 앉은 채로 눈을 감고 오러를 천천히 순환시켰다.
안 그래도 잠을 못 자서 굉장히 피곤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져 기분이 매우 나빴다.
그 때문일까. 몸 안에서 순환하는 오러도 내 기분에 따라 거칠게 순환한다.
‘사서야.’
소리를 죽이고 의념을 통해 사서를 부르자 눈앞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사서의 문자는 다른 이의 눈에는 비치지 않는 듯 보였다.
‘강제로 잠들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나?’
[오러를 순간 차단시켜 강제로 의식을 잃는 것은 가능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그렇겠지. 양이 워낙에 많아서 잘못했다간 무슨 사고가 터질지 나로서도 쉬이 장담이 되지 않는다.
오러만 넘치게 쌓여 있는 이 상황은 나도 처음 겪어 보는 상황이니 말이다.
[다만,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면 수면에 들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열심히 날뛰라는 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