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수련
루나와 에스가르드, 사신과 검제의 대련은 타이니가 지켜보는 와중에 시작되었다.
제나스도 궁금해하는 눈치였지만, 그는 나름대로 바쁜 일정이 있는 듯했다. 검제와 수군거리는 내용을 엿들어 보니, 아무래도 라프탄과 예전의 그 얼간이의 가문을 엮는 일 때문인 것 같았다.
‘라프탄이 전생처럼 변한다면 내가 나서서 정리해야겠지만…….’
그 얘기는 검제와 제나스에게 이미 전해 놓기도 했고, 굳이 귀족 가문 사이의 일에까지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당장은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조심.”
“오거라.”
오러유저를 상대로 투지를 보이는 루나와 격하의 상대를 마주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검제.
그 모습은 지켜보는 이에게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었는데, 아무래도 루나의 특성에 기인한 듯했다.
“내 수법, 모르면, 초인이라도, 죽…… 큼, 다쳐.”
“이야기는 들었네, 루나 양. 나도 기대가 되는군.”
그리 말하는 검제의 눈길이 슬쩍 타이니를 향하자, 루나 역시 찌푸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대신 영감님 수법도 얘기해 줬잖아.”
“내, 손해.”
“하, 아주 이제 대놓고 영감이라고 하는구나.”
타이니는 검제의 불타는 눈빛을 슬쩍 외면하며 루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솔직히 서로 수법이 읽혔을 때 불리한 건 당연히 암살자 쪽일 것이다.
거기다 경지까지 차이가 나면 더욱.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야 더 빨리 발전할 거야, 루나. 네가 오러익시더급에만 오르면 미래의 우리는 훨씬 편한 싸움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루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사신은 전생에도 끝까지 오러익시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실 마도 기사 아르곤과 더불어 30대 중반의 나이로 오러유저의 극에 오른 것만 해도 믿기지 않는 성취임은 분명했지만, 그들보다 4~5살 어린 타이니가 오러익시더급에 올라 최강을 다투는 바람에 그들은 10대 기사 중에서 약한 축으로 평가될 뿐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사신과 아르곤에겐 다른 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특기가 있었는데.
사신의 경우 현실과 ‘그림자 공간’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입체적인 전투가 가능하여, 기습이나 대인전에 있어서만큼은 그 역량이 오러익시더급 못지않았었다.
실제로 그녀는 모두에게 버거운 상대였던 8단계의 후작급 마수, ‘극속의 벤투스’를 홀로 기습해 죽임으로써 그 실력을 증명했었다.
물론 지금은 경우가 조금 다르긴 했다.
‘오러를 쓸 수 있냐, 없냐는 그보다 더 큰 차이니까.’
하지만 지금 이건 생사결이 아니다.
승부를 내는 것보다는 그 과정에서 실력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는 대련이니, 서로의 수법을 알고 있는 것이 더 나으리라.
다만, 루나는 다른 것이 더 불만인 듯했다.
“자꾸 루나……. 못써, 동생. 루나. 아니고. 누나.”
“……아무튼, 그게 더 도움이 될 거야. 루, 큼. 누나.”
“납득.”
그제야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루나의 모습에 타이니가 헛웃음을 짓는데, 그 대화의 와중에 철저하게 무시당한 푸른 눈의 장년인이 이를 갈며 끼어들었다.
“그래, 다음 대련은 너니까 준비하고 있거라, 애송이.”
“억……!? 난 왜!?”
어제도 했는데?!
“왜? 52세‘나’ 되는 ‘영감’이 골골대면서도 연달아 대련해 주겠다는데 고맙지 않으냐?”
‘아, 진짜 밴댕이 소갈…….’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그것을 밖으로 내뱉을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그와의 대련이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예, 감사.”
타이니는 똥 씹은 표정으로 얌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직후, 타이니를 노려보던 검제가 뭐라 말을 더하려던 순간.
그의 뒤통수 쪽에서 검은 그림자를 휘감은 단검이 튀어나왔다.
“헛!”
충돌은 한순간이었다.
쾅!
검제가 반사적으로 온몸으로 발현한 오러가 루나의 단검을 튕겨 낸 것.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밀려난 루나의 안색은 그 순간에 이미 파리하게 질려 있었고.
‘저런…….’
그 광경을 지켜보던 타이니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대인전의 스페셜리스트인 사신의 유일한 약점.
바로 방어력과 내구력이 동급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그 약점은 오러를 쓰지 못하는 지금 더욱 뚜렷이 부각되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그녀의 일격은 검제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호. 첫 합에 오러를 쓰게 만들다니. 저 애송이보다 빨랐네, 루나 양.”
암살자라는 특성을 받아 들였기 때문인지, 검제는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긴커녕 오히려 감탄하고 있었다.
거기다 지금의 타이니가 경지를 월등히 초월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 말은 극찬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 칭찬을 들은 당사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이제부터, 진짜.”
슥.
좀 전보다 더욱 무섭게 안색을 굳힌 루나가 한 발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마치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검제의 왼쪽 대각선 뒤에서 나타나 단검을 던졌다.
그녀의 손을 떠난 순간 검은 그림자에 휘감기며 한층 가속하는 단검.
‘음……?’
그림자 이동에 이은 사신투(Grim Reaper’s throwing).
던져진 단검이 소리도 없이 중장거리를 날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가속하게 만드는 절기.
적의 시야와 공간, 속도 감각을 동시에 혼란에 빠트리는 훌륭한 수법이긴 했지만.
‘너무 가까운데?’
아니나 다를까, 검제는 여전히 반 박자 늦게 움직이면서도 또다시 오러를 뿜어내며 그 공격을 튕겨 냈다.
그러나.
쾅!
단검이 오러에 의해 튕겨 나간 그 순간, 상쇄되어 흐려지던 오러 방어막 사이로 검은 그림자를 휘감은 루나의 손날이 파고들었다.
‘아!’
타이니가 속으로 탄성을 터트릴 때, 뒤늦게 돌아선 검제의 검이 휘둘러졌다.
물론 그것은 루나의 수도에 비하면 꽤 늦은 움직임이었지만.
쿠우웅.
그와 함께 공간 전체를 찍어 누르는 듯한 거대한 압박감이 퍼져 나가자 루나의 손은 궤도를 벗어나고 말았다.
스팟.
그리고 결국.
“끅.”
수도가 검제의 목을 스치며 가느다란 상처를 만든 대신.
검제의 철검은 그녀의 바로 눈앞에서 멈춰 있었다.
‘피할 수, 없었어.’
파르르 떨리던 루나의 눈동자는 이내 노골적인 분기에 물들었다.
온몸을 옭아맨 압박감이 몸조차 둔하게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승자인 검제의 표정에는 감탄한 기색이 역력했다.
“훌륭하군. 진짜 훌륭해. 내가 두 수만에 중압(Heavy Pressure)을 꺼내게 만들다니.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역량일세. 게다가…….”
목에 맺힌 핏물을 손으로 슥 닦아 낸 검제는 이내 체내의 마나를 조절해 그 얕은 상처로 검은 피를 뿜어냈다.
정확히는 자신의 혈관 속으로 파고들려던 검은 마나를.
그것을 본 검제가 쓴웃음을 지었다.
“마나로 만든 독이라? 이런 수법이 있다니, 정말 대단해.”
그에 루나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림자 독(Shadow Poison). 마족의 수법이라, 매도당했다. 우리 가문, 멸문으로, 만든 핑계. 하지만, 그만큼 지독한 암수. 그런데, 칭찬?”
실제로 그림자 독은 격하의 상대에게는 즉발성 극독이 되고, 격상의 상대에게는 조금씩 누적되어 내부에서부터 몰래 기력을 갉아먹는 잠복성 극독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그 무시무시한 독의 재료는 그림자의 법을 익힌 자의 마나였으니.
자연히 보통 독이 가져야 할 냄새나 맛, 흔적 같은 것도 전혀 남지 않는, 그야말로 최고이자 최악의 암살 수법이기도 했다.
그것에 두려움을 느낀 권력자들이 모르스 가문을 멸문시키려 했을 정도로.
하지만.
“자네가 날 암살하려 했으면 몰라도, 이미 쓸 것을 알고 있었는데 무얼. 훌륭한 전투 수단일세.”
그 수법에 당할 뻔한 검제는 그저 웃으며 칭찬을 거듭할 뿐이었다.
그것이 진심임을 느낀 루나가 그제야 분한 기색을 털어 내고는 흥 하고 콧김을 뿜어내면서 뒤로 물러나는데.
“좋아. 졌어. 인정. 영감, 강해.”
그녀가 보탠 말, 정확히는 그중 한 단어가 검제의 눈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 불꽃처럼 일렁이는 살기가 향하는 대상은, 그 말을 꺼낸 루나가 아니었다.
“영감? 영감이라……. 흐흐흐. 이게 누구 때문일까?”
하지만 그 눈빛을 받는 당사자는 오히려 딴청을 피우며 뻔뻔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모, 모르죠. 그거야 그냥, 각하가 노안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하하.”
루나조차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게 만든 변명은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그 주둥이를 박살 내 주마, 애송이.”
“대, 대련이라며!? 나, 나 무기도 없……!”
“시끄럽다!!”
쾅!
한바탕 소란과 함께 본격적인 수련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간.
검제의 주도하에, 타이니와 루나는 매일 고강도 수련에 참여해야 했다.
간혹 제나스까지 합세한 실전에 가까운 대련은 무척이나 고된 것이었고, 당연히 그들에게 바깥세상의 소식을 신경 쓸 틈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수련과 휴식의 반복일 뿐.
그나마 그 휴식마저도 두 사람의 초인에 가까운 신체와 인내력이 고려된 탓에, 식사와 수면 시간을 포함하여 고작 5시간 정도가 주어졌을 뿐이었다.
물론 그들을 지도한다는 명목하에 이 대 일 대련을 지속하는 검제는 그 일정에 더해 외부 일까지 보고 있었으니, 감히 불만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그 덕에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을 체감하는 두 사람.
특히 타이니는, 한 달 동안 검제와 대련을 거듭한 덕에 소울웨폰의 숙련도가 극한에 다다랐다.
“……정말 괴물 같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구나.”
검제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
거기다 챌린저급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루나의 성장세 역시 가팔랐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러에 대한 감을 잡은 듯, 대련 중에 문득문득 검고 상서로운 기운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직 오러유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저런 성장세라면 늦어도 2~3년 안에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검제가 놀라다 못해 어이없어하는 게 당연했다.
“너도 너지만, 루나 양 성장 속도도 정상이 아닌데?”
“그러게요.”
타이니 역시 그녀를 보고 놀라고 있던 와중이라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사신이 전생에 오러유저가 된 게 언제라고 했지?”
“정확히 들은 얘기는 없지만, 서른 즈음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19살일 겁니다.”
“미쳤군. 대체 무슨 차이지? 루나 양도 전생의 기억을 각성했나?”
“그럴 리가……. 그런데 갑자기 그건 또 무슨 헛소립니까?”
타이니가 대답을 하다 말고 인상을 쓰는데, 검제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세계수의 수호자가 너랑 얽히면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에스티나가 그런 얘기까지 했습니까? 아무튼 그건 우연이었을 뿐이고, 루나는 아닙니다.”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글쎄요…….”
말끝을 흐리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짚이는 구석이 있기도 했다.
‘표정이 확실히 전생과는 달라.’
한없이 우중충하고 독하게만 보였던 30대 중후반의 사신과는 생김새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아마도 자신이 미래를 틀어 버리면서 그녀가 겪었어야 할 인생의 큰 줄기가 바뀐 탓이리라.
바뀐 인상이나 성격을 보건대, 분명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아마 황실의 재앙과 관련해서였겠지.’
어쨌건 긍정적인 변화였다.
“모르스라, 그 핏줄에 진짜 무슨 힘이 있……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그냥 너희들이 이상한 걸 테니까. 허…….”
“기왕이면 특별하다고 해 주십쇼.”
그림자의 피. 고대의 마법이 담긴 모르스의 핏줄이 초인을 막 쏟아 낼 정도였다면 그리 쉽게 멸문했을 리도 없으니, 저것은 오로지 루나의 재능 덕이라 보는 것이 맞다.
결국 검제는 수련 방식을 바꿨다.
“루나, 너는 지금부터 명상에 더 치중해라. 벽이 멀지 않았어. 정말 남매의 재능이 둘 다 놀랍구나.”
루나에게 자극받은 듯, 블루윙의 단장으로서 가끔 수련에 참여하던 제나스가 아예 장기 휴가를 신청하고 연무장에 출근(?)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은 아무래도 타이니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육체부터 달라졌으니까.
“동생, 또, 컸어…….”
“저건 뭐, 자라는 것만 보면 그냥 짐승이구나.”
연무장의 한가운데, 이제는 기사 중에서도 큰 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진 타이니가 상체 근육을 그대로 드러낸 채 몸을 풀고 있었다.
어이없어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타이니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뭐, 이제 다 큰 것 같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고작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다시 10cm 가까이 자랐고, 체격도 그에 비례해 커졌다.
그리고 타이니는 그 모든 공을 발렌티아 조리장에게 돌렸다.
“저택의 밥이 맛있더군요.”
“허, 무슨 헛소리를…….”
사실 그가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분명했다.
엘븐하임이나 오크족 영토를 돌아다닐 때처럼 언제나 실전을 대비해 마나를 보충할 필요가 없으니, 마나바디의 비전이 가진 섭식과 성장의 효과가 모조리 육체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180cm가 살짝 넘으려나? 전생 생각하면 아직도 어색하긴 한데…….’
물론 염체의 비전으로 극도로 응축된 육체는 중력 속성으로 몸을 가볍게 하지 않는다면 나무 바닥 정도는 그대로 뚫고 내려갈 만큼 무거웠고, 또 그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낼 수도 있었다.
태생의 한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덩치를 키우고, 그 이상으로 질량을 압축하는 것.
회귀 시점에서 세웠던 육체적 성장의 목표에 도달한 것이다.
‘육체의 힘만 따지면 이미 전생을 월등히 능가해.’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성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경지가 오르면서 더욱 민감해진 감각이, 육체 내부에서 자신도 몰랐던 기운을 찾아낸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미숙했던 전생의 어린 시절에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게 당연했을 만큼 은밀한 힘.
그 기운은 저주라기보다 제약술에 가까웠다.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 그 이상으로 마나를 키우는 긍정적인 힘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무언인지는 뻔했다.
‘어둠 계통의 마나라니, 마법사도 가공이 힘들다는 속성의 마나가 자연스럽게……. 그림자의 법을 위한 거겠지.’
– 우리 가문 직계, 피 짙을수록, 키 작다.
설마설마했던 루나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 혈통에는 진짜로 성장을 억제하는 힘이 존재했어.’
이제는 정말로 자신이 모르스의 핏줄을 이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직계에게 이런 은밀한 힘을 남길 혈통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조상이 존재한다는 건데.’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조상이 전혀 고맙지 않았다.
‘내가 어릴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둠 속성의 마나 활용도는 극히 제한적일 뿐인 데다가, 설령 일반 마나라 해도 난쟁이가 되면서까지 그걸 키우고 싶은 남자가 몇이나 있겠냔 말이다.
당장 자신만 해도 키에 관해서 맺힌 게 많았다.
또래보다 확연히 작다는 이유만으로 울프 패거리에서 가장 비참하고 힘든 구걸조가 된 데다 분배도 매번 마지막이었고, 심지어 이름까지 타이니로 지어졌다.
물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지만,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루나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들던 의문.
“핏줄로 이어지는 마법의 힘을 가질 정도면 대단한 가문이었을 텐데, 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아무리 수십 년 전에 멸문했다 해도.”
그 질문에 대한 루나의 답은 단순 명료했다.
“우리 가문, 조상, 개국 공신. 황실 그림자들 수법, 우리 흉내 낸 것. 우리 조상, 대단했다. 하지만 암살자라, 대우 못 받았다.”
“과연…….”
그 직관적인 설명에 타이니의 의문은 금방 해결되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핏줄에 담긴 기운까지 찾아냈다는 그의 말에 루나의 집착이 더 강해졌다는 것.
“그러니까, 배워. 일루전 스텝, 따라 해 봤으면, 가능해.”
“아니, 그건 억지로 한 거라니까.”
“일단, 해 보고.”
“아우, 루나…….”
“루나, 아냐. 누나.”
“알았다고, 쫌!”
“싫으면, 장가가.”
“으아아아!”
다소간의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수련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얼마 후, 그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