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모험
괴조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8단계, 악마급 몬스터만 아직 다섯이 남아 있다.
게다가 7단계의 극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 지휘관 형태의 몬스터도 여섯.
그놈들이 지휘하는 각기 백수십 마리에 가까운 몬스터들은 6단계급 중에서도 강자들 같았고, 그중에는 7단계급 초월 마수로 보이는 것도 두셋씩은 섞여 있었다.
그러니 6단계급이라고는 해도 특성이 번식과 방어에 특화된 탓에 전투력은 그 이하라 봐야 할 돌 늑대 수천 마리가, 그런 무리에게 돌진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 아우우우우우우우!
하울링이 울려 퍼지는 순간, 돌 늑대들은 공포를 잊었다.
노을빛 축복이 온몸에 넘치는 힘을 부여해 준 덕에, 자신들이 평소 가장 많이 싸우던 뿔 사슴 따위는 단숨에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거기다.
“컹!”
“컹! 컹!”
거기다 일부 오래 생존한 나이 든 돌 늑대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간혹 그들 중에서도 격을 뛰어넘어 성장한 이가 나와 계층주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더하여 그런 ‘대장’ 늑대들이 지금의 노을빛 축복과 비슷한 권능을 보여 주었다고. 그 시기에는 돌 늑대들이 이 층계의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였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욱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컹!”
– 다시 우리의 때가 왔다.
그런 의미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니, 나이 든 돌 늑대들의 선동에 힘을 얻은 수천 마리의 늑대가 이 군단에 합류한 것이었다.
그 군단의 지휘자가 자신들과는 다소 다른 은빛 몸체의 소유자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군단이 뭉치는 과정에서 젊고 강인한 늑대 무리의 수장들이 은빛 늑대에게 도전할 때, 그가 보여 줬던 ‘검고 단단한’ 피부는 자신들의 진화형임이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아우우우우!”
– 침입자를 몰아내자.
그들은 대장 늑대의 뜻을 따라, 처음 보는 몬스터들의 무리를 향해 서슴없이 이빨과 발톱을 들이밀었다.
* * *
늑대 군단에 맞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이미 산양 머리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있는 여섯 무리 군주 중 하나였다.
“끼야아악!”
거대 마물 위에 올라탄 채 높고 거슬리는 소리로 목청을 뽐내는 작은 인간형 괴물.
7단계의 극에 이른 마물이지만 그의 본질은 홉고블린(Hobgoblin). 포식자들을 피하고 피해서 운 좋게 51층까지 도달한 부모가 남긴, 계층에 어울리지 않는 하급 마물이었다.
주변의 다른 마물들에 비해 심각하게 약한 육체를 가진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마력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정신을 교란하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운과 재능이 따라 준 덕에 종의 격을 초월하여 지배자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자라면서 우연히 얻게 된 강력한 마력을 지닌 지팡이가 그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동격의 마물조차 몇 마리 정도는 지배할 수 있는 정신파를 개화 및 극대화시켜 준 지팡이.
하지만 한계를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주변의 마물에 비해 약하디약한 신체는 그의 콤플렉스였다.
– 더 성장하고 싶다.
– 더 초월하고 싶다.
– 한 번 더 허물을 벗고 싶다.
그렇게 갈망하고 있던 찰나, 위층의 지배자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자는 자신보다 위층의 계층주긴 했지만, 엄연히 10개의 단위로 나눠진 미궁 구역의 지배자였고, 놀랍게도 자신이 바라던 방향으로 두 번째 허물을 벗은 강자였다.
강력한 정신파에 강력한 육체까지 겸비한 마물.
그렇기에 그는 위층의 지배자를 따르기로 했다. 곁에서 그자의 힘을 분석하고 배워, 자신도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
그렇기에 복속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자의 정신파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왕 받아들였다면, 그자와 가까이 서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서야 했다. 안 그래도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마물들이 억지로 한데 묶인 자신의 무리는 이 군세에서 가장 입지가 불안했으니까.
그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캬악!”
– 모두 죽여라!
그가 따르기로 한 산양 머리, 커맨더보다는 못하지만 확실히 강력한 정신파가 마력과 함께 주변의 몬스터들에게 전해지는 순간.
그의 친위 대장이자 탈것이라 할 수 있는 초월급 마수가 눈을 번뜩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거대한 도마뱀의 몸통, 닭 머리, 꼬리에는 뱀의 머리가 돋아난 괴상한 모습의 괴물이 붉게 물든 ‘마안’으로 다가오는 적들을 주시했다.
지이이잉.
본래대로라면 적을 석화시키는 권능이 담긴 회색빛 광선이 쏘아지자 다가오던 돌 늑대들이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오히려 더욱 거세게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에 성질이 난 홉고블린이 ‘지팡이’를 집어 들고 더욱 강력한 마력을 뿌렸다.
“크아아아!!”
– 직접 밟아! 전부 돌진!
그 명령에 그를 태운 괴물이 몸체에 암흑 오러를 두른 채 돌진했고, 그 뒤를 따르는 백수십 개체의 마수들은 돌 늑대 무리의 선두에 거침없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 꽈아아아아앙!
거대한 닭과 뱀을 섞어 놓은 듯한 몬스터가 암흑 오러를 두르며 돌진하자 선두에 선 돌 늑대들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파바바박.
“깽!”
체고만 5m가 넘는 고슴도치 형상의 마물이 온몸에서 투창 같은 가시를 쏟아 내고.
“케케케!”
구체형 몸체에 박쥐 날개를 단 마물이 거대한 불길을 토해 냈다.
“깨애앵!”
그 뒤에 이어진 마물들의 공세 역시 하나같이 강력했으니, 돌 늑대들의 군세는 속절없이 선두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끼끼끼끼.”
그에 홉고블린이 눈을 빛내며 괴상한 웃음소리를 뱉어 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모두 공격자의 예상 범위 안에 있는 장면이었다.
“씁. 역시나.”
백여 마리 몬스터가 수천의 돌 늑대를 기세에서부터 압도하는 장면.
예상했던 장면이라고는 하나, 터지는 쪽이 아군(?)이었으니 아쉽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타이니는 이내 다른 것에 주목하며 눈을 빛냈다.
‘저건……?’
돌연변이 닭 위에 탄, 홉고블린 같은 놈의 손에 들린 무기.
“저 지팡이…….”
– 초월무구!
루나 역시 그것을 눈치챈 듯, 살짝 흥분한 어조로 뜻을 전해 왔다.
정말로 저층의 마수 중에 초월무구를 가진 놈들이 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이니는 애써 솟구치는 물욕을 억눌렀다.
“우리가 쓸 만한 건 아니야. 신경 꺼.”
– 칫!
척 보기에도 주변의 몬스터를 통제하고 강화하는 기능을 가진 듯한 초월무구.
애초에 저것이 기사나 암살자를 계약자로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았지만, 설령 계약이 된다 해도 미궁 밖에서 사용하기 위해 마기를 씻어 낸다면 제 기능을 못 할 듯했다.
거기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대로 전열이 무너지게 둘 수는 없지. 루나, 부탁해!”
– 누…… 쳇.
작은 불평이 들렸지만, 이내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하늘 높이 솟구친 루나가 날카롭게 갈린 뼈 칼 십수 개를 동시에 사방으로 뿌렸다.
소리도 없이 상서로운 검은 빛을 머금고 쏘아지는, 몬스터의 뼈로 만들어진 단도들.
그것들은 홉고블린과 돌연변이 닭,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강력한 몬스터들을 향해 소리 없이 점차 가속했다.
그리고.
파바바바박.
“끼에!?”
“끅!?”
“캭!”
원근감을 흐트러트리고 마기 감지 능력조차 교란하는 사신투의 수법이 몬스터들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물론 상처가 크다 한들 몬스터의 강인한 생명력이면 금세 회복될 부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끄에에에엑!”
“끄롸롸롸롸!”
“꾸에에에에!”
그 작은 상처에서부터 퍼져 나가 전신을 물들인 검은 기운은 놈들의 눈에서 생기를 빼앗았고, 이내 놈들의 몸이 그대로 검은 먼지로 화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끼에에에에!”
거대 닭 뱀은 상처 주위를 통째로 석화시켜서 검은 기운이 퍼지는 것을 막아 가며 살기를 피워 올렸고.
“캬악!”
홉고블린은 애초에 검고 둥근 보호막으로 루나의 공격을 차단해 버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주춤하던 돌 늑대들의 기세를 살리기에는 충분했다.
“컹!”
“아우우우!”
다시금 숫자로 밀어붙이기 시작하는 돌 늑대들.
물론 그렇게 상황이 다시 바뀌는 순간, 적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산양 머리의 뒤쪽에서 어슬렁거리던 검은 연기 같은 거대한 퓨마 형태 야수가 일순간 안개처럼 변해 흩어지더니, 돌 늑대들의 앞, 정확히는 착지하고 있는 루나의 정면에 스르륵 나타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대체 무슨 수법을 썼는지, 루나가 존재하던 공간 반경 수십 미터가 폭음과 함께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한 상황이었지만.
– 버틸 만해.
“……부탁할게.”
루나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타이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질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악마급 마수가 바로 하나라도 끌려 나온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물론 그녀가 처한 상황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금 루나 걱정할 때가 아니야.’
당장 그의 전면에는 두 그룹의 몬스터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거의 5m는 될 법한 덩치를 자랑하는 황소 대가리 인간형 마물, 바깥세상에서도 유명한 미노타우로스(Minotauros) 무리와.
“푸르르르르.”
“켁엑. 캑!”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엔 날카로운 비늘이 촘촘히 박힌 날개를,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엔 무시무시한 발톱이 돋아난 맹금의 발을 단 새 인간, 하피(Harpy)의 무리까지.
사방에서 몰려드는 돌 늑대들을 가로막는 놈들을 제외하면, 하위 몬스터들이 전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난히 덩치가 큰 미노타우로스들과 여타 개체와 색깔이 다른 하피들이 존재했다.
전부 초월급으로 보이는 마수인 데다 그 수만 얼추 일곱.
거기에 그 뒤쪽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외눈, 외뿔, 외팔의 거인까지.
‘저놈은 8단계…….’
타이니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놈을 바라보는 순간.
“꾸어어어어어!!”
몽둥이, 아니 거대한 석순을 들고 있던 놈이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꽈아아앙!
우르르르르르릉.
일순간에 지진이 난 듯 바닥이 흔들리더니 땅덩어리가 그를 향해 쪼개지듯 갈라지고, 그 갈라진 틈에서 충격파 형태의 암흑 오러가 솟구쳤다.
‘땅 속성!’
앞서 그를 향해 다가오던 미노타우로스의 무리가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고, 타이니 역시 재빨리 방향을 바꿔 충격파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콰콰콰콰콰콰콰.
쩌저저저적.
소규모 지진이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며 뻗어 나가는 광경은 분명 압도적이었지만.
‘힘은 최상급. 하지만 멍청하다. 느리고.’
짧은 정보를 새겨 두는 와중에도 타이니의 시선은 그 외눈 거인의 뒤쪽으로 향해 있었다.
이 와중에도 움직이지 않는 산양 머리와 여섯 머리 거대 도마뱀, 그리고 구체에 눈깔만 잔뜩 박힌 기괴한 형태의 괴물.
하나같이 눈앞의 거인보다 훨씬 강한 놈들이었다.
전생과 달리 모든 머리가 멀쩡하게 붙어 있는 도마뱀 괴물과 산양 머리가, 무력마저 그때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닐 터였다.
덕분에 견적은 쉽게 나왔다.
외팔이 거인 하나라면야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지만.
‘절대 못 이겨.’
분하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초에 이것은 각오했던 바다.
그러기 위해 작전까지 짠 것 아닌가.
지금 그가 노려야 될 것은 눈앞의 놈들이나 그 뒤의 강적들이 아니라.
‘저놈…….’
이번에는 타이니의 시선이 하위 몬스터들이 모두 전장으로 나선 상황에서도 그 부하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거대한 벌레 같은 놈에게 향했다.
각질로 싸여 단단한 등과 뿔을 가진, 웅크린 몸길이만 5m에 체고 또한 3m는 될 법한 거대한 벌레.
검은 안개를 끊임없이 주변에 뿌려 대며, 마물답지 않게 보신에만 집중하고 있는 놈.
‘저놈이 48층의 계층주다.’
원래라면 돌 늑대들이 먹고 사는, 몬스터랄 것도 없는 등급 미만의 하급 마물일 것이다.
그런 하급 마물이 초월종으로 거듭나는 건 대미궁에서도 흔치 않은 일.
하지만 그 기적적인 가능성을 이룬 놈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혼의 일부로 봉인해 버린 대가가 짐작이 될 정도.
‘저놈만 죽이면 된다.’
그리고 그 길로 미궁에서 빠져나가 도주하는 것. 그것이 일행의 ‘1차’ 계획이었다.
눈을 빛낸 타이니가 다시 회복된 마나를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온몸에 뻐근하고 저릿저릿한 통증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야 통증이라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는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힘껏 워해머를 움켜쥔 후, 그대로 월랑의 등 위에서 뛰어올랐다.
“캬악!”
번개처럼 허공을 밟으면서 도약하는 타이니를 하피들이 황급히 쫓았지만, 놈들의 뒤쪽에서 검고 투명한 갑옷을 두른 새하얀 늑대가 급격하게 몸의 크기를 줄이더니 새하얀 벼락이 된 듯 허공을 질주하며 달려들었다.
“꺄아아아앙!”
전혀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는 귀여운 울음소리.
하지만.
푸부부북.
작은 소음과 함께, 타이니의 뒤를 따라 허공으로 솟구치던 하피들의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탁한다, 월랑.’
– 컹!
타이니라고 등 뒤의 긴박한 상황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일행의 전력으로 적들과 앞뒤 없이 부딪칠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최소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몸을 던질 뿐.
그래서 허공을 달리는 타이니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 재미있다.
비웃는 듯 불쾌한 영파와 함께, 그가 허공을 밟고 나아가려던 전면의 공간에서 거대하고 불길한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그 기세에 시선을 돌리자, 여섯 머리 도마뱀이 자신의 모든 대가리에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마기를 끌어 올리는 광경이 보였다.
고오오오오오.
‘하!?’
전생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듯한 난적의 모습에 기가 차는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흰색, 노란색, 그리고 녹색 빛이 한데 섞인 대규모 광선이 그가 있던 공간과 전진하려던 공간을 통째로 뒤덮었다.
찌이이이이이이잉!
그 광선이 허공을 강타한 순간 인간의 균형 감각을 뒤흔드는 소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데, 간신히 하강하여 그 자리를 피한 타이니의 앞으로 어느새 거대한 망치를 든 산양 머리 괴물이 다가와 있었다.
“쿠르르.”
– 너무 뻔히 보이지 않느냐, 하찮은 것.
정신을 오염시키려는 파장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영파.
그리고 어찌 보면 그 주인보다 더욱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거대한 워해머가 암흑 오러를 넘실거리며 그를 향해 겨누어졌다.
그저 눈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 같은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는 적.
하지만 타이니는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면서 슬쩍 미소가 나오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구나, 녹턴.’
피부가 저릿저릿한 위기감 속에서도 옛, 아니 미래의 애병을 다시 만나게 된 반가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타이니는 그 감정을 여유로 포장한 채, 산양 머리가 다시금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정신파를 흘려 내며 태연하게 웃었다.
“그렇겠지. 내가 원래 몰래 기습하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어서.”
쾅.
동시에 타이니의 몸에서 노을빛 마나의 갑옷이 부풀어 오르며 막강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마기 가득한 주변의 대기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는 듯한 착시 현상.
거기에 검은 구체를 발현한 워해머는 그 마기들을 빨아들이며 위협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었으니, 그 이질적인 광경에 계층주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좋아.’
습격에도 이상하게 소극적으로 나오던 악마급 괴물들이 비로소 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 이상한 것.
– 하찮다. 하지만 위험하다.
– 커맨더, 죽여라.
“그래, 차라리 이렇게 주목받는 게 좋더라고.”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타이니.
그것을 본 산양 머리가 붉은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푸륵?”
– 이해, 안 된다. 죽음을, 원하나?
“그럴 리가 있나.”
여유롭게 웃는 타이니의 눈동자에는, 놈들의 뒤쪽에서 시작된 변화가 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