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오러바디
꽈아아아아아앙!
“아아악!”
“фто, фтовш!”
갑작스러운 충격파와 함께 벽이 부서지며 돌덩어리들이 쏟아지자 병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데.
“йгвелуьавьы фтааоеоал!(병사들은 물러서라!)”
다시 자욱해진 먼지 사이로 회색 피부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ущцзелцлвыдф!?(……대제사장님!?)”
누군가 그 거인의 정체를 알아챈 순간 장내에 혼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중 가장 놀란 것은 아무래도 실버 팽일 수밖에 없었다.
“йтаквьы ыты! цдкьф фтоплыьы койыдКл!?(우란 누드! 지금 뭐 하는 겁니까!?)”
“совьфйтчо вделвпщЕыз. ущцлвкты, цлыз цдкьф цзцоведывдыкл?(처음부터 이상했네. 대장군,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코끼리 수인의 회색 피부에서 검은 털이 삐죽삐죽 솟구쳐 오르며 막강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실버 팽의 몸에서 노란 전격의 오러가 튀어 오르며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모두가 두 수인을 주목하는 그 순간, 타이니는 뚫린 옆구리를 부여잡고 이를 갈고 있었다.
“이게 무슨, 쌍…….”
얼얼한 통증도 통증이지만, 대체 실버 팽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저 개자식이 고향에 오더니 정신이 나갔나?’
영문을 알 수 없으니 통증만큼 화끈한 분노가 솟구칠 뿐이었다.
그때, 우란 누드가 뚫어 놓은 벽 사이로 한 사자 수인 병사가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겉모습이야 수인족이었지만, 그 본질은 소울 사이트로 확실히 확인되는바.
‘라프탄…….’
언제 병사 복장까지 챙겨 입었는지, 어떻게 우란 누드를 설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 덕분에 갑자기 아군(?)이 들이닥친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녀석이 계속 손짓하며 입을 벙긋거리는 모양새는 신경에 좀 거슬렸다.
– 뭐 해!? 튀어!
그래. 네 눈에는 그럴 만한 상황으로 보이겠지.
거칠게 뚫린 관통상, 심지어 오러로 인한 상처였으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전투 불능이라 봐도 무방하기에 실버 팽도 자신을 이리 내버려 두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부터 상식적으로 살아왔던가.
“열불이 뻗쳐서 그냥은 못 가겠다.”
우우우웅.
극한에 도달한 분노가 오히려 집중력을 상승시켰다.
‘와라, 월랑!’
– 컹!
우드드드득.
그 순간, 타이니의 몸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며 체모와 눈동자 색까지 은색으로 변했다.
동시에 꿰뚫린 옆구리를 붙들고 있던 손을 떼어 내자.
우우웅.
어느새 상처를 감싼 투명한 노을빛 오러가 찢긴 내장과 피부, 혈관의 형태로 변하며 망가진 기관들을 멀쩡하게 작동시키는 기괴한 광경이 드러났다.
정령 합신&마나바디 파생 기술, 오러바디(Aura Body).
극한까지 응집되어 실체화한 마나, 오러가 신체의 기능을 완벽하게 대신하는 모습.
전생에 비해 월등히 강해진 영혼력이, 이전에는 할 수 없던 정교한 마나 운용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비록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수법은 아니었지만.
“너, 너 지금, 어떻게……!?”
놀란 개새끼 하나 때려잡는 데에는 충분할 터였다.
까드득.
“나도 이런 게 될 줄은 몰랐네. 새로운 깨달음을 줘서 참 고맙다, 사림!”
지하 3층 전체를 침묵시키는 엄청난 기세가 진득한 살기를 담아 퍼지고.
“이런 빌어먹을!”
파지지직.
노란 전격의 오러가 목표를 바꿔 우란 누드가 아닌 타이니를 노리기 시작했지만.
“흥! 정신 돌아올 때까지 패 주마!!”
눈이 뒤집힌 타이니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실버팽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몸이 튀어 나가는 순간 폭음이 울려 퍼질 정도의 속도.
그나마 일말의 이성은 남아 있었는지 녹턴 대신 주먹을 휘두르는 타이니. 하지만 완벽한 함정을 위해 초월무구를 모조리 벗어 두었던 실버 팽으로선 그 일격조차 감당하기 버거웠다.
“흡!?”
뻐어어어억!
콰아앙!
단숨에 튕겨 나가 벽을 부수고 그 잔해에 파묻히는 실버 팽.
“ущцлвкты!!(대장군!!)”
그에 반사적으로 움직이려던 거대한 갈색 곰 수인의 앞을 우란 누드가 가로막았다.
“йгвелуьавьы втфцкдвдцд флал!(병사들은 움직이지 마라!)”
“아우우우우우우!”
거기에 더해 거대한 검은 늑대의 정령까지 나타나 움찔거리던 병사들을 막아섰다.
“флйерел, етпрагв…….(맙소사, 수호령…….)”
그리고 그런 병사들의 뒤로.
“죽어!”
쾅!
“미친놈이!”
뻐어억!
“친구를 찔러!?”
쾅!
“오늘 내가!”
뻐어어억!
“개 잡는다!”
콰아아아앙.
은빛 송곳니를 빛내는 거대한 인간, 아니 인간화 형태의 수인족 같은 느낌을 풀풀 풍기는 자가 그들의 대장군을 정말 개 패듯 두들기고 있었다.
무력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는 웨어비스트에서 그 광경은 단순히 전투로만 보이지는 않았으니.
“ещарвты ущцлвктывдыкл…….(새로운 대장군인가…….)”
갑작스레 급변한 상황 속에서 일부 넋 빠진 병사들은 그런 말까지 중얼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당사자는 그런 데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미친놈한테는!”
콰아앙!
“매가 약이다!”
뻐어어억.
“네가 그랬지!?”
쾅!
“미친놈아!”
우르르릉.
여전히 분노를 쏟아 내기에만 바빴다.
오러를 실어 때리지 않는 것을 보면 그나마 이성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압도적인 폭력은 은빛 늑대인간을 순식간에 넝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대장군을 죽이면 안 되네, 타이니 경!”
이 상황에서 왜인지 아군이 되어 준 우란 누드가 놀라서 그의 ‘이름’을 불렀을 정도로.
그 결과.
움찔.
이곳에서는 절대 불리지 말아야 했던 그 이름이 타이니의 이성을 되찾아 주었다.
우란 누드가 그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서 그 말을 꺼낸 건 아닐 테지만, 이미 다수의 사람 앞에서 정령 합신의 모습을 보여 버렸으니 상황이 제대로 꼬였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춘 타이니가 눈알만 또르르 굴렸다.
“……타이니?”
“타이니……?”
수인어로 뭐라 중얼거리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씁, X 된 건가?’
거기에 더해.
우우웅.
꿰뚫린 옆구리에서 흐려져 가는 오러가 그 주인에게 더 무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에라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타이니는 반실신해 버린 실버 팽을 들쳐 멨다.
“미친놈 정신 차리게 만들어서 다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러고는 우란 누드를 향해 한마디를 남기고 그대로 부서진 천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야말로 번개처럼,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건의 당사자들.
다사다난했지만, 사실 지하 감옥이 무너지고 전투가 벌어진 뒤 갑자기 변신한 침입자가 실버 팽을 두드려 패기까진 불과 10여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급작스러운 퇴장을 예상 못 했던 모두가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휘이이이이잉.
“미친놈이, 난 어쩌라고…….”
허망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한 사자 수인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그맣게 중얼대는 목소리는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했다.
* * *
털썩.
차가운 길바닥이다.
그 느낌이 드는 순간, 실버 팽은 눈을 번쩍 뜰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전신에 짜릿하게 번지는 통증.
“큭!?”
그리고 눈앞에 들이밀어진 금발, 푸른 눈의 주인.
기억하고 있는 생김새와는 달랐지만, 그 냄새만은 자신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어떤 인간과 똑같았다.
“타이니!?”
벌떡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전신의 근육이 갈기갈기 찢긴 듯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각한 부상을 자주 겪어 보지 못한 실버 팽이었지만, 수인족 중에서도 최고 혈통에 속하는 자신의 재생력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는 부상이라면 짐작이 가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오러에 의한 부상.’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에야 감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기습으로 상대에게 중상을 입혔는데도 이어진 반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푸른 눈이 대번에 흐려질 수밖에 없는 결론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나다. 너 왜 그랬냐, 갑자기?”
옆구리에 흥건한 핏자국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창백한 안색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타이니.
패배자로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얌전히 입을 다물까도 싶었지만, 이대로 ‘적’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전사의 긍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한 점의 부끄럼이 없었으니까.
“……제국의 음모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뭐?”
“우리는 고대 신의 핏줄을 이은 선택받은 민족이다. 너의 뜻대로, 제국의 뜻대로 이용당하다가 멸망할 수는 없단 말이다!”
고개를 들고 턱을 치켜들며 당당하게 그리 소리쳐 보는데, 그 말을 듣는 상대는 검지를 펴서 관자놀이 옆에 대고는 빙빙 돌리고 있었다.
“너 진짜 돌았냐? 아니, 아닌데, 잠깐. 너 이건…….”
“헛소리 마라! 너희들의 음모를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재앙을 핑계로 우리를 이용하고……!”
“좀 닥쳐 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한마디가 실버 팽의 목소리를 집어삼키고 그의 정신까지 뒤흔들었다.
이내 타이니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더니 머릿속으로 마나가 파고드는 것이 느껴지는데, 어쩐지 그 마나의 움직임이 더없이 위험하게만 느껴졌다.
차라리 머리를 터트리려는 것 같았으면 체념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마나는 마치 제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세밀하게 파고들며 자신의 ‘무언가’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광휘의 기사가 세뇌 마법까지 썼던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무, 무슨 개수작을! 내 긍지는 결코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시킬 수 없……!”
“닥치라고! 멍청아!!”
최후의 발악을 해 보았지만, 그 외침은 더 강력한 고함에 파묻히고 말았다.
잠시 후.
우우우우웅.
“그래, 어쩐지. 그렇게 처맞았는데 광폭화를 안 하는 게 이상하다 싶었어. 처음에도 안 썼고…….”
자신의 머릿속에 노을빛 마나가 쏟아질수록 타이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마치 고문(?)을 당하는 자신보다 더욱 괴로운 듯한 표정.
그리고 이내.
“이런 X발, 어떤 찢어 죽일 새끼가 내 친구 머릿속에 장난질을 해 놨어!!”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과 함께.
‘아, 안 돼!’
실버 팽은 자신의 머릿속 깊숙한 곳에 있던 ‘무언가’가 산산이 터져 나가는 느낌을 받으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금 차가운 흙바닥의 감촉이 느껴지자 실버 팽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
머릿속을 뒤덮고 있었지만 그 존재조차 몰랐던 안개가 맑게 걷히는 느낌이 들면서, 잊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둘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최근 이상할 정도로 편향적인 사고에 꽂혀 있던 자신. 그로 인해 근거 없는 확신을 갖고 저지른 일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심지어 미래의 재앙을 함께 대비하기로 했던 ‘동료’의 뒤를 치기까지 했다.
그 자각이 한순간 스스로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 이, 이게 무슨……!”
“제정신이 들었냐, 이제?”
“아, 아니. 내가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 네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니겠지.”
연달아 들려오는 나른한 목소리에 사정없이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갔다.
“타이니!”
비명처럼 고함을 지른 실버 팽의 눈에 친구의 상처가 들어왔다.
“내, 내가 어찌, 이, 이런 실수를……. 면목이 없다. 면목이 없어.”
쿵. 쿵.
그는 덜덜 떨리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땅에 머리를 연달아 찧었다.
정말로 힘만 남아 있었으면 그대로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그런데.
“……아주 은밀하고 더러운 마력이었다. 너 어디서 이런 끔찍한 마력을 심고 온 거냐? 기억해 봐. 아니, 기억해 내야 해. 반드시!”
피곤함이 물씬 묻어나는 타이니의 음성이 그의 정신을 번쩍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