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마수병단 (8)
우우우우웅.
강림의 문에서 계속해서 몰려나오던 마물 대신 강렬한 마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순간, 전장에 흐르던 마기가 한순간에 짙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마수병단 장군들의 몸에서도 막대한 마기가 솟구쳐 오르자, 초인들은 움찔하며 다시금 진형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크르르르릉.”
– 너희들의 최후가 조금 미뤄졌다.
– 운 좋은 줄 알아라, 인간들.
그들을 몰아붙이던 폭식의 장군 넷이 일시에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에도 놈들의 몸에서 커져만 가는 마기는, 이제는 뚜렷한 형체까지 이루어서 반투명한 검은 보호막이 되어 있었다.
그러자.
“차라리 지금 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어느샌가 초인들의 앞에 나타난 용사가 차갑게 눈을 빛내며 적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일곱 장군 중 최강이라는 벤투스와 겨루고 왔음에도 상처 하나 없는 모습.
그리고 저 광경을 보면서도 당장 돌진할 듯한 기세.
아군으로서는 든든할 법도 했지만, 검제는 왜인지 찜찜하기만 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용사의 그 판단에 동의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곤란할 것 같군요. 저 보호막들을 쉽게 깰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물러나던 놈들이 완전히 마법진 안에 자리하는 순간 아예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마기의 보호막은, 그 덩치를 점점 더 불려 가고 있었다.
더구나.
“우리 전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저긴, 나도, 못 들어가.”
불쑥 끼어드는 루나와 카일룸의 등에 탄 채 허공을 날고 있는 에스티나까지 전력에 더해졌지만,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직전까지도 방어만 간신히 하고 있던 상황이다.
더구나 짐작지 못한 마법에 의해 미상의 보호막까지 생긴 마당에는 더욱.
하지만 크롬벨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잡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안 됩니까?”
거대해지는 반투명한 보호막 안에 있는, 점차 마기가 차오르는 듯한 차원문을 검으로 가리키는 크롬벨.
그의 말이 뜻하는 바를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러나.
“마수병단의 정예들이, 어쩌면 마수왕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걸 알면서……!”
“하지만 폭식의 장군들을 잡자고 여기 있는 모두가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검제의 시선은 전방이 아니라 오히려 뒤를 향해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마물이 끊긴 후부터, 전장에 남은 마물의 군세를 더욱 확실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연합군이 있는 곳으로.
“……차라리 여기서 놈들의 움직임을 견제하다가, 후에 군대의 힘을 빌리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마기가 짙어지며 더욱 흉폭하게 날뛰는 마물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 끼에에에!
콰아앙.
– 캬아악!
유난히 눈에 띄는, 전선을 무너트릴 만큼 강한 마물들은 에스티나가 장거리 저격으로 처리하고 있었고.
언제 후방으로 빠진 것인지, 마찬가지로 강한 마물들만 처리하며 날뛰고 있는 검은 늑대의 정령, 펜릴의 모습도 보였다.
거기에 일정 범위 내에 펼쳐진 빛의 장막은 여전히 연합군에 힘을 보태고 있었으며, 마물들의 군대는 더 이상 충원되지 않고 있었다.
승세는 확연히 인류에게 기울어 있었다.
‘저기에 왕국 연합의 정예도 있었다면, 벌써 뚫고 들어왔을 텐데.’
그 생각에 더욱 아쉬움이 드는데,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눈앞에 있는 용사였으니 그 지시 같은 참견이 기꺼울 리 없었다.
“초월급 마물들의 군대나 칠죄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군대는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지금 모험을 거는 것이 낫단 말입니다!”
마치 싸워 본 것처럼 말하는 용사의 태도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미 마법진 안에서 완연히 수비 진형을 굳히고 있는 폭식의 장군들을 확실히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칠죄종이야말로 병단의 최고 전력입니다, 공작! 영혼살의 권능을 지닌 반신급 악마에게 숫자는 무의미하단 말입니다! 이 상황에서 기다리는 것은 우리에게는 독일 뿐이라니까!”
거듭된 거절에 크롬벨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고 목소리는 높아졌다.
그리고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용사의 말이 설득력이 있소이다, 공작.”
갓 핸드가 그리 나서며 용사의 편에 섰지만.
“어차피 우리도 최고 전력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집니다.”
“……뭐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살짝 미소를 지은 검제의 말에 다른 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 아니 누구인지 크롬벨 역시 직감적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그의 냉담하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지금 광휘의 기사와 칠죄종을 비교하자는 겁니까? 연합군을 이끄는 지휘관이 그렇게 사리 분별을 못 하는 겁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굳이 숨기지 않은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연합을 쪼개 버린 당사자한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군요.”
검제는 그 분노를 그대로 받아쳤고.
쿵.
“킁, 타이니 그 친구가 장담한 게 있으니 지킬 거다. 난 친구를 믿는다.”
저릭 또한 콧김을 뿜으며 용사의 말을 무시했고.
“성질 더러운 녀석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약속은 지키는 놈이니까. 나 역시 그를 믿소.”
수인족의 대장군 역시 찜찜한 표정으로나마 검제의 의견을 지지했다.
검제의 부관인 제나스의 말은 굳이 들을 필요도 없고.
“영감. 쟤, 뭐야? 재수 없어.”
루나는 이미 도끼눈을 뜨고 크롬벨을 째려보고 있었다.
그 광경이 크롬벨의 정신을 일깨웠다.
“……전부 미쳤군. 아니, 타이니 그자가 연합군의 중심들을 다 망쳐 놨어. 역시…….”
다시 차갑게 얼굴을 굳힌 크롬벨의 나직한 말에 검제 역시 표정을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말조심하시오, 용사. 타이니야말로 이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 모두를 모은 중심이니.”
“흥. 거기에 어떤 속셈이 있을지는 당사자만 알겠지.”
“무슨 말이지?”
거듭된 시비에 검제 역시 안색을 굳히는데.
“흠. 지금의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요, 공작.”
점점 그 크기를 불리다 이제 그들이 있는 자리까지 다가온 검고 반투명한 보호막을 본 크롬벨은, 입술을 깨물며 성기사단이 있는 후방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우리도 군대를 도웁시다. 저건 솔레인 님이나 티네스 경과 상의를 해 봐야겠으니.”
검제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초인들 모두가 폭식의 장군들을 앞에 두고서 전선으로 돌아섰다.
– 대전사!
– 대장군님!
– 검제 각하!!
자연스레 마물과 대치하던 전선이 더욱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그럴수록 차원문과 폭식의 장군들을 중심으로 한 마기의 구체는 더욱 빨리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키에에에!”
쿵.
마지막 마물이 정리되는 순간.
우우우우우웅.
다시금 그 마기가 성물의 힘, 빛의 장막에 닿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연합군은 다시 긴장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그러자 마치 정해진 것처럼 그 순간 보호막이 팽창을 멈췄고.
쿠쿠쿠쿠쿠쿠쿵.
그 안에 보이는 거대한 차원문에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마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가죽이나 털이 아닌 금속질 껍질을 두른 듯한, 머리에 거대한 뿔이 달린 사자부터.
“쿠우. 쿠우.”
쿵. 쿵.
거인 같은 몸집에 번들거리는 갑옷을 입은 뿔 달린 고릴라.
“취이이익.”
날개도 없는데 허공에 두둥실 뜬 채 차원문에서 빠져나오는 머리 셋 달린 거대한 뱀 등.
하나하나가 보통의 마물과는 여실히 다른 기세를 보여 주는 괴물들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차원문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모조리 초월급, 7단계를 의미하는 시꺼먼 암흑 오러를 뿜어내면서.
그런 놈들이 마치 인간의 군대처럼 하나둘 자리를 잡고 도열하며 내뿜는 기세가 저릿저릿하게 퍼져 나가며, 멀리 반투명한 장막 밖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연합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초월급 마물들이 저렇게나…….”
성기사단의 중심, 갓 핸드에게서 보기 드물게 놀란 듯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성기사들이 조금 커진 눈으로 그들의 단장을 바라보는데.
“그나마 마수왕이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저것들도 상대하기 곤란한 건 마찬가지겠지만…….”
크롬벨이 그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한마디를 얹었다.
하지만 그 말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솔직히 폭식의 장군들이 보여 준 퍼포먼스도 엄청나긴 했지만, 저 많은 숫자에서 오는 위압감은 또 다르다. 벌써 오십 마리가 넘어가는 저 초월급 마물들의 전력이 폭식의 일곱 장군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과연 이 상황을 누가 책임질까요……?”
크롬벨의 차가운 미소는 이 상황을 걱정한다기보다 마치 누군가를 비웃는 것처럼 보였고.
그 곁에 선 갓 핸드는 그런 용사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냐?”
“야이씨, 아까도 우리가 이겼잖아!”
“불길한데…….”
웅성웅성.
웅성거림이 심해지는 것은 제국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저릭이 시험 삼아 휘두른 도끼질이 보호막의 구석만을 출렁이게 만드는 것을 보았을 때.
연합군의 지휘부는 보호막을 해체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쨌든 적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그사이 전투에 지친 병사들을 회복시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교대로 휴식에 들어가는 병사들이 제대로 쉴 수 있겠냐는 걱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머리 위로 쏟아지는 성물의 힘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회복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생이 크겠어…….”
그 중심에 선 검제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처럼 사기를 꺾는 말을 내뱉었다.
“각하…….”
다행이라면 그 순간에 바람을 조종하고 있던 제나스가, 그 말이 주변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했다는 것.
“아, 이런……. 잘했다, 제나스. 후.”
“타이니 경이 말하기를, 저런 놈들이 백수십은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 속도로 나온다면…….”
“한두 시간 안에 전부 튀어나오겠지. 그리고 어쩌면 그 부관들이라는 악마급들도.”
“어찌 보면 다행입니다. 차라리 처음에 저놈들이 안 나온 것이요.”
“그렇긴 하지.”
그 말에는 검제 역시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 마물들이 처음부터 나타났다면 초전부터 이렇게 밀어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큰 희생을 치렀겠지. 왕국 연합의 정예도 없으니.’
타이니의 전생에서는 저 마수병단의 정예들과 악마급 마족들까지 전부 동시에 튀어나왔었다고 들었다.
그때에 비하면.
“하급 마물들은 거의 처리했으니, 그래도 상황은 나쁘지 않아.”
어째서 강림의 상황까지 전생과 이렇게나 달라졌는지 따져 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변한 지금이다.
검제는 애써 좋은 것만 생각하려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혹시나, 마수왕이 벌써 나오지는 않겠지요?”
제나스의 말에,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던 검제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전 대륙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러 가며 초월급 마물들과 악마급 마족들을 처리했었다는 타이니의 전생.
그리고 그 후에나 이뤄진 글러터니의 강림.
그런데 혹시나 그들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아무리 미래가 바뀌었어도, 마수왕의 강림은 1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랬기에 그나마 마수왕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솔레인 님도 확신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영격을 가진 자의 진입을 막는다는 차원 장벽.
차원이 아무리 흔들렸어도, 반신급 이상의 괴물들은 그만큼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아무리 변했어도 동시에 튀어나오진 않을 거야.’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불길한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최악의 경우, 막지 못할지도 모른다.
‘용사의 말대로, 아까 그곳에서 목숨을 걸어야 했을까?’
그 생각까지 떠오르자, 검제는 이를 악물며 잡념을 털어 냈다.
어차피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왕국 연합군은?”
“이너빌에서 이곳까지 아무리 빨리 진군해도 아직 6일은 더 걸릴 겁니다.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각하.”
“……빌어먹을. 전투를 준비해라! 마법사들도 이미 마나는 회복했겠지? 다 준비시켜. 마도사들에게는 내가 가 보겠다.”
“예!”
“너와 나, 그리고 블루윙이 최전선에 선다. 각오하고 있겠지, 제나스?”
“물론입니다.”
목숨을 내던질 각오를 하라는 말에 너무나도 쉽게 돌아오는 대답.
그 결의가 어두운 표정이던 검제의 입가에 잠깐이나마 미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이니 이놈, 오고 있겠지? 최대한 서둘러라.’
이 순간, 간절히 보고 싶은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억지로나마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는 사방의 시선을 느끼며, 전장을 떨쳐 울리는 고함을 질렀다.
“전군 전투 준비!”
주변에 선 기수들이 지시를 따라 정신없이 깃발을 휘두르고.
그 신호가 전선의 끝까지 전해지기도 전에 기사들의 복명복창 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 전군 전투 준비!!
연합군이 다시 긴장감 속에서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빌어먹을, 악마급이다.”
보호막 안에 있는 강림의 문에서, 그 앞에 도열해 있는 초월급 마물보다 더한 기세를 풍기는 마족들까지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검제의 눈에 보였다.
8단계, 악마급의 마족들. 그런 놈들이 중심에 있는 장군들에게 하나씩 고개를 조아리는 듯한, 정말 인간의 군대 같은 형식을 취하는 모습도 연합군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그 악마급 마족들이 등장하면서부터, 반투명한 검은 보호막이 점차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희생이 클 거다. 전부 각오하라고 전해라.”
“성물의 힘이 사기를 유지시켜 줄 겁니다.”
“제발 그러기를.”
연합군들 사이에서 복잡한 시선이 교차할 때.
“타이니, 왜 안 와?”
“거의 다 왔어요, 루나 양. 아, 저기…….”
유일하게 긴장감이 별로 없는 듯한 보랏빛 머리 하프 엘프와 녹색 머리 엘프만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진형의 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우우우웅.
검은 보호막이 거의 걷히면서 그 안에 있는 괴물들의 기세가 병사들의 피부에까지 와닿기 시작하고, 연합군의 전력이 전방만을 주시하던 그때.
파바바바박.
콰콰콰콰콰콰.
그들의 후방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는 광풍과 함께 거대한 은빛 늑대가 달려왔다.
그리고.
[한 방 크게 때릴 테니까 나 기절하면 뒤로 좀 빼 줘. 부탁할게, 티나.]에스티나의 귓가에 와닿는 작은 마나 덩어리가 그 속에 담긴 반가운 목소리를 전해 주었고.
“어엇!”
“……늑대!?”
“검은 머리 기사.”
“설마 광…….”
연합군의 머리 위로 바람처럼 허공을 밟고 내달린 거대한 늑대가, 희미해져 가는 검은 보호막 안으로 뛰어드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우당탕탕.
쾅.
“에이씨! 진짜, 끝까지!”
바람처럼 사라진 은빛 늑대, 그 꽁무니에서 추락하듯 최전선에 떨어진 갈색 머리 청년이 창백한 안색으로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모습 또한.
“왜?! 뭐!? 뭘 꼬나봐, 새끼들아!?”
본디 순박했던 푸른 눈에 독기를 피워 올리며 사방으로 욕설을 뱉어 내는 청년의 모습은, 그를 아는 이에게는 너무 이질적으로 보일 법했다.
하지만 지금 그것에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하늘을 내달리며 점점 더 밝은 노을빛을 뿜어내고 있는 은빛 늑대와 그 기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