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294
294화. 운명의 파편 (1)
촤아악.
야전용 천막을 걷고 나오는 순간 시야를 가득 메우는 빛.
“음?”
그리고 그 너머의 광경을 보자, 현실감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반투명한 반구형 보호막 내부의 중심에는 수백 미터 깊이의 크레이터가 깊숙이 파여 있었고, 그 주변 역시 땅이 옅게 파여 바깥쪽으로 흙과 지형이 쓸려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그 뒤로 보이는 길쭉한 타원형의 차원문은 그것을 둘러싼 반투명한 보호막 때문인지 더욱 검게 보였고.
자신이 만들어 낸 참상의 풍경과 어우러져 정말로 지옥의 문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 쿠에에엑!
– 크와아아앙!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공간과 넓어진 보호막 안에서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마물들이, 보호막 너머의 연합군을 보며 살기를 토해 내고 있었다.
“저게 다 뭐……?
초월급 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숫자만큼은 압도적이었다.
거기다 저 마기의 보호막 안쪽에는 성광의 빛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호막 밖으로 검게 물들며 생기를 잃어 가는 땅이 늘어나고 있었으니.
이제는 왕국 연합까지 합류한 인류 연합이 그 땅을 피해 서서히 진형을 뒤로 물리는 모양새였다.
다행히 안에 보이는 마물들 중에 글러터니는 없었으니.
‘최악은 아니지만…….’
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간 걸까.
다시 생긴 저 보호막은 뭐고, 연합군은 왜 지켜만 보고 있는지.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니 그 전에, 시간이 얼마나……?”
“5일이 지났다. 정말 징그럽게도 자더구나. 뭐 그럴 만하긴 했지만…….”
“5일?!”
빅뱅에 정말 모든 것을 때려 넣기는 했는데, 그렇게 오래 기절해 있었다니.
“그나마 그 어깨 갑옷, 아니무스인가? 그게 있어서 명줄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어디까지 힘을 쏟아 넣은 거냐?”
타이니로선 검제의 말도 기가 찰 뿐이었다.
‘솔직히 생명에 지장 없을 수준으로 모든 걸 때려 넣긴 했는데.’
글러터니의 앞발까지 본 마당에 어찌 힘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래도 다음번에는 조금 조절해야겠다 싶었는데.
자신을 타박하는 듯하던 검제가 바로 말을 바꿨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격이었다. 정말 솔직히 말로 들어서는 믿지도 않았는데, 충격파만으로 하늘의 구름까지 지울 줄이야…….”
검제가 헛웃음을 지으며, 한 인간이 만들어 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푹 파인 지형을 가리켰다.
“네 일격에 악마급 마족들 대다수와 초월급 마수 절반 이상이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군 중에서도 그 루페스, 원숭이 거인 놈은 죽은 게 확실하고.”
거기까지는 호재가 확실했다.
그런데.
“그런데 에스티나 님과 루나 양이 쫓아낸 벤투스 놈이 무슨 수를 쓴 건지, 그 시체들에서 쏟아져 나온 마기가 저기 보이는 저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검제가 그렇게 쓴웃음을 짓는데, 루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미안. 놓쳤어.”
그녀가 짧은 말과 함께 정말 미안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는데.
“정말 빨랐어. 화살도 못 쫓을 정도로. 네불라라는 그 안개 새는 네가 말한 대로 약점을 공략해서 잡았는데, 그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그 상황에서 루나 양이 따라붙기도 어려웠고.”
옆에 있던 에스티나가 설명이 부족하다 느꼈는지 말을 보탰다.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벤투스를 속도로 쫓을 수 있는 자는 없으니까.
“……아냐. 잘했어. 특히 무리하게 안 쫓은 건.”
“나? 잘했어?”
“응.”
쓴웃음을 지으며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자니 검제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주의를 끌었다.
“……어쨌건 그 이후로 일전의 것보다 더욱 강력한 보호막 안에 마물들이 쌓이고 있지. 어때? 가능하겠냐, 저거?”
타이니는 뭐가 가능하겠냐는 건지 잠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빅뱅으로 뚫을 수야 있겠지만, 그럼 저는 또 기절할 겁니다. 그 전에 일단 힘을 채우려면 밥이라도 좀 먹어야겠는데…….”
“처먹는 건 나중에 해라. 어쨌건 뚫을 수 있다 이거지? 여기 있는 우리가 힘을 합쳐도 안 뚫렸는데?”
검제가 허탈한 눈빛으로 좌우로 늘어선 동료들을 바라보자, 그들 역시 단체로 묘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보였다.
그에 타이니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돕니까?”
“그래. 저 보호막은 일점에 모인 충격을 표면 전체에 분산시키는 듯하다. 저 솔레인 님의 대마법도 흠집 하나 못 냈어.”
“음?”
“아무래도 죽어 버린 초월급, 악마급 고위 마족들의 남은 마기를 전부 동원한 것 같다고 그러시더군. 시간을 벌 목적 같다나?”
“솔레인이요?”
그건 또 누구?
그런 생각에 돌아보자, 바로 경멸의 눈빛이 날아왔다.
“넌 대체 아는 게 뭐냐?”
“아니, 들어 보긴 했는데 정확히 누군지는…….”
젠장, 내가 모든 사람 이름을 하나하나 다 기억해야 돼?
타이니가 속마음을 숨기며 말끝을 흐리자, 옆에 서 있던 에스티나가 바로 끼어들었다.
“네 전생에는 안 계셨던 분이야. 현자의 마탑 마탑주.”
“아, 그 대마법사……!”
그제야 생각이 난 이름에 타이니가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이내 흠칫하며 주변 동료들, 정확히는 끄트머리에 멀뚱히 서 있는 갓 핸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네가 미래에서 회귀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적어도 연합군 최고 수뇌부들 사이에서는.”
“엑!?”
“네가 기절해 있는 동안 신전에서 공식적으로 질의가 왔다. 네가 창조주의 파편을 사용해 시간을 거스른 회귀자가 맞냐고.”
그 노골적인 단어 선정에 타이니가 자신도 모르게 갓 핸드를 바라보는데.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왜 이제야 확인한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만, 굳이 더 발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흠. 그렇긴 한데…….”
”걱정할 것 없다. 그때 네가 보여 준 일격과 그 결과가 있으니, 아무리 신전이라도 시비를 걸지 못할 거다.”
그렇게 말을 꺼낸 검제가 갓 핸드를 빤히 바라보는데.
마치 그 말을 인정한다는 듯 갓 핸드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뭐, 속이야 시원하네요. 하.”
마음속에 있던 작은 걸림돌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가 슬쩍 나올 때.
“정말 혼자서 부술 수 있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저릭이 입술을 씰룩이며 다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타이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뭐, 이제 내가 못 부술 것은 없어.”
자신감 어린 대답.
그도 당연한 것이, 이제는 전생의 경지도 회복한 마당에 빅뱅까지 더해졌다.
제대로 명중시키면 마왕의 골통도 깰 수 있다고 자신하는데, 보호막 따위가 그 일격을 버텨 낼 리 만무했으니까.
그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감을 표현하려는데, 유독 앙상해진 팔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덜덜 떨리고 있기까지 한 두 팔.
‘아, 나 5일 굶었지?’
꼬르르르륵.
그제야 극심한 허기가 느껴지는데, 검제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바로 다시 전쟁을 준비하자고, 보호막 안에 쌓이고 있는 마물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면 연합군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
“막 일어난 사람한테 바로 싸우라는 겁니까? 밥이라도 먹이고…….”
단순한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움직이는 것도 근육이 아니라 사방에서 흡수하는 마나의 힘으로 육체를 통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빈 껍질을 뒤집어쓴 것 같아.’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도 아니었다.
그러자 검제가 타이니가 기절해 있던 천막 바로 옆의 커다란 천막을 가리켰다.
“저기 준비해 놨으니까 처먹고 싶은 만큼 처먹어라. 그리고 바로 튀어나와.”
“너무하네…….”
“투정 부릴 시간 없다. 솔레인 님과 티네스 경, 아프만 님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네가 날린 일격으로 차원문을 넘지 못한 마수왕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강림을 시도할 것이라고. 마법사들이 지금 어떻게든 저 보호막을 뚫어 보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있어.”
“……최대한 빨리 처먹겠습니다.”
그 말에 순식간에 정색을 한 타이니가 전투적으로 돌아서자.
피식 웃은 다른 동료들 역시 각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등 뒤로 느껴지는 초인들의 투지가 다시금 타이니의 신경을 자극할 때.
“하나만 묻겠습니다, 타이니 경.”
투구의 바이저 틈으로 간신히 눈빛만 보이는 중갑 기사가 갑자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뭡니까?”
성기사 영감. 무심결에 튀어나올 뻔한 전생의 호칭을 억지로 삼키는데.
“마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생에도 어색했던 동료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무슨…….”
“중요한 얘깁니다.”
“……적이죠. 다 때려죽여야 할 적.”
“흠, 확인했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음?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남기고 돌아서는 갓 핸드.
“저, 저기, 대체 뭘……?”
그는 타이니의 황당하다는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듯, 이내 그대로 성기사단의 깃발이 보이는 곳을 향해 사라져 갔다.
“하…… 이 상황이 이해 가시는 분?”
황망한 타이니의 눈이 주변의 동료들을 훑었지만, 마주치는 눈빛마다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신경 쓰지 마라. 성령 기사도 그 용사라는 놈 때문에 골치가 아픈 모양이니?”
“예?”
그놈이? 뭘?
“됐고, 일단 너는 빨리 힘 회복이나 해. 먹을 거 준비해 놨다니까?”
“아니, 뭘 이해나 시켜 주고…….”
꼬르르르륵.
“……아니, 일단 먹고 보죠.”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마나의 힘 없이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이 허기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 * *
과분하게도, 야전 천막 안에 차려진 음식들은 전투 식량이 아닌 제대로 된 요리들이었다.
“이 상황에도 요리사와 음식을 챙겨 온 정신 나간 귀족들이 있더구나. 전부 그들에게서 압수한 거다. 한동안 먹을 수 없을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고 먹어라.”
그럼 나야 고맙지.
검제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린 타이니는 그대로 초라한 탁자 위에 늘어선 고급 요리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와구와구.
“캬!”
쩝쩝.
“맛있네!”
꿀꺽꿀꺽.
“이건 뭔 술이지? 맛있네.”
그야말로 시원시원하게 먹어 치우는, 아니 식기를 청소하는 듯한 타이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롭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에 검제가 혀를 차며 나가고, 루나만이 그 곁에 남아서 타이니가 먹는 광경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
“……누나도 먹어.”
“난, 배 안 고파.”
“그렇게 보고만 있으면 신경 쓰여.”
“……그럼, 이렇게.”
스르륵.
자신의 그림자로 스며드는 루나의 모습이 어이없긴 했지만, 타이니는 그저 헛웃음을 지으며 식사에, 아니 회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어진 광경에, 남아 있던 시종들의 입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우걱우걱.
우드득. 뿌드득.
“지금 뼈 채로 씹어 먹는 거 봤어?”
“사람이…….”
후르르르륵.
“고기를, 마셔?”
그 음식들을 만들고 옮겨 온 요리사와 사용인들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당사자는 그들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식사, 아니 흡입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화르륵.
갑작스레 검은 불꽃 같은 기운이 퍼짐과 동시에, 허공에 거대한 검은 늑대의 영체가 나타났다.
“우와악!”
“뭐, 뭐야!”
“괴물이다!”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천막의 입구를 향해 뛰어가고.
타이니의 그림자가 움찔하던 순간.
쿵.
“воаьеды, клчвд клцдыдКлвн. кьаопкз еоутаьеда вдвикл…….(어르신, 같이 가자니까요. 그렇게 서두르실 이유가…….)”
오크어 또는 수인어, 혹은 제국에서 야만어라 부르는 언어를 구사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엄청난 덩치가 튀어 나와 시종들을 가로막았다.
“끄아아악!”
“아아악!”
회색 피부에 부채 같은 귀와 기다란 코를 가진 괴물 거인의 등장.
그에 요리사들 일부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난리가 벌어졌다.
하지만.
쩝.
“괜찮아, 루나.”
타이니의 한마디에 움찔거리던 그의 그림자가 잠잠해지고.
“거참.”
우물우물.
“시끄럽네.”
쩝쩝.
“조용히 좀, 다니시지.”
꿀꺽꿀꺽.
“무슨 일입니까, 펜릴?”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타이니는 여전히 입 안으로 음식을 쏟아부으며, 갑자기 나타난 정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컹!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월랑의 영체가 반가운 울음소리를 내며 펜릴에게 머리를 갖다 대었다.
물론 영체끼리 몸을 비벼 봤자 형태가 겹치는 모양새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펜릴은 정말 인간처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월랑의 머리가 있는 공간을 턱으로 쓱쓱 휘젓더니, 다시 타이니에게 고개를 돌렸다.
–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라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타이니가 먹어 치운, 아니 쓸어 버린 음식의 잔해를 일견한 펜릴이 혀를 내둘렀지만.
“보다시피, 나 바빠요. 본론만…….”
와드득, 빠드득.
꿀꺽.
말해 주쇼, 하고 이으려 했던 뒷말을 폭력적인 씹는 소리로 대신한 괴물 같은 대식가를 보며, 펜릴의 영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 네가 시간 회귀자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인가?
쩝쩝.
“다, 알려졌다고.”
꿀꺽꿀꺽.
“듣긴 했는데.”
우물우물.
“왜요, 또?”
– 확실히 그때도 이상하긴 했지. 그때 알지 못했던 것이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
쩝쩝.
“무슨?”
다행이라니?
– 그때 알았다면 진작에 널 어찌하려 했을 테니까. 생각해 보면 이 아이도 그것만은 내게 철저히 숨긴 것 같군. 괘씸하게도.
– 킹.
펜릴이 살짝 노려보는 눈빛에 월랑의 영체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물론 타이니는 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후르릅.
“지금, 무슨 소리?”
– 네가 솜누스와는 달라서 하는 말이다. 운명의 파편이 유혹하지 않던가?
먹기도 바쁜데 펜릴은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계속하고 있었다.
“솜누스? 운명의 파편?”
아니, 후자는 어디서 들어 본 것도 같은데……?
타이니가 한순간 씹던 걸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칠죄종 중 나태를 말하는 겁니다, 타이니 경. 그자가 고대에는 인간이었다더군요.”
코끼리 수인, 우란 누드가 끼어들었다.
물론 그 설명조차.
‘……갑자기 뭔 소리야?’
타이니에게는 잘 먹고 있던, 아니 힘을 회복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들려온 헛소리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 시간을 거슬러 운명을 바꾸게 만드는 창조신의 파편은, 결국 운명의 파편으로 변한다.
쩝……?
– 스스로의 운명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른 수많은 운명을 바꿔 갈수록, 운명의 파편 역시 그 힘을 더해 간다.
……쩝쩝.
– 종국에는 운명의 파편 자체가 영성을 띄게 되고, 그러면 그 파편은 자연히 원래 속해 있던 신성의 결여를 깨닫고 다시 완전해지기를 갈망한다.
우걱.
– 그리고 그 방편으로써, 파편을 소유한 대상자를 유혹하여 불멸의 길, 즉 신이 되는 길로 인도하려 한다.
우물우물.
– 그리고 보통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길, 즉 다른 운명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길로 유혹하지.
……꿀꺽.
점차 강렬해지는 펜릴의 진지한 눈빛에, 타이니가 눈치를 보며 들고 있던 고기를 우물거리는데.
– 그대는 정말 그런 유혹을 받지 않았는가?
이내 펜릴이 그 붉은 눈을 강렬히 빛내며 타이니를 응시했다.
“공용어는 맞는 거 같은데…….”
무슨 개소릴까.
아니, 늑대 소린가?
정작 그 당사자는 멀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