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그림자 군단 (3)
탐욕의 군세, 그림자 군단을 완벽하게 분쇄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실패했다고 할 수도 없는 결과.
하지만 그 절반의 승리가 불러온 피해는 생각보다 막대했다.
1만에 이르던 오크 전사와 3만에 이르던 엘프 레인저 가운데 3분의 1이 그 짧은 전투에서 사망했다.
세계수의 권능과 초반 기습으로 하급 그림자 마물들을 말 그대로 녹여 버렸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악마급 마족을 상대하는 동안, 루나 양이 초월급 마족 여럿을 순식간에 참살했었나 봐. 그랬더니 어느 순간 나머지 초월급 도플갱어들이 전부 루나 양의 모습으로 변했대. 그때부터…….”
창백한 안색의 에스티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이 막대한 피해의 주요 원인을 말해 주었다.
상황이 대번에 이해되는 설명.
루나의 기술과 마족의 힘을 지닌 초월급 괴물들이 백여 개체가 날뛰는 광경이라니,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재앙이었다.
“루나…….”
– 나 때문에, 피해가 커졌어. 내가 쫓아.
그제야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귀에 와닿았던 목소리가 이해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문득 의문도 들었다.
“그놈들이 왜 우리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루나 100명. 지금의 타이니도 감당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그의 의문은 타당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아무리 루나 양의 능력을 복사했더라도, 허공에는 그림자가 없지. 그런 환경이라면 나 혼자서라도 다 처리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라도, 최소한 죽지는 않을 자신이 있고.”
“……그런데 다 처리 못 한 거고?”
“아, 그게…… 미안. 난 처음부터 루나 양을 돕지 못했어.”
에스티나가 흐려진 얼굴로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곁에서 어느새 혈색을 회복한 크롬벨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
“그랬다면, 제가 죽었을 테니까요.”
웬일로 이 인간이 약한 모습을 보일까.
타이니의 눈이 자연스레 커지며 그를 응시하는데.
“그리고 만약 제 모습을 훔쳐 달아난 도플갱어가 더 많았다면, 사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을 겁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속도나 이동 능력에서만큼은 타이니 경보다 확실히 앞서니까요.”
우우우웅.
그 말에 타이니가 뭐라 답변하기도 전에, 크롬벨의 손에서 뿜어진 성력이 에스티나와 타이니의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이내 그가 다시 타이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이 신성력을 흉내 내지도 못하는 도플갱어 여덟을 처리하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에스티나 경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진짜 죽었겠죠. 그러니 따지고 보면 제 잘못입니다.”
“……네가?”
반문하는 타이니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
전우,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이에게 보일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성력뿐만이 아니겠지. 정령술도 흉내 못 낼 테니 말 그대로 반쪽, 아니 그보다 못한 놈들이었을 텐데?!”
목소리가 커질 근거는 충분했다.
그가 괜히 자기 분신을 자기가 처리하자고 했던 게 아니다. 애초에 크롬벨을 흉내 낸 괴물들은 크롬벨 자체가 하드 카운터가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도 솔직히……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분명히 어렵지 않게 처리했었고 이번에도 그랬어야 하는데, 왜 그놈들이 그렇게까지 강해졌는지…….”
고개를 젓는 크롬벨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어려 있었고, 에스니타 역시 그의 말을 보조했다.
“고작 도플갱어 둘이 성검을 든 크롬벨 경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어. 원래는 나도 널 도우려 했지만, 그 때문에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거고.”
하지만 타이니는 그 와중에도 크롬벨의 표정에서 약간의 괴리감을 감지해 냈다.
– 마인드 킬링, 사용한 사람 표정 읽는 법, 가르쳐 줄게. 생각보다 쉬워. 목표 외에 대한 반응은, 더 솔직해지거든.
잠깐이나마 루나에게 배웠던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넌 그 이유를 아는 것 같은데?”
“음?”
에스티나가 어리둥절해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지적이었지만, 다행히도 크롬벨의 대답은 바로 나왔다.
“……확실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놈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확인해 보고 말씀드리죠. 조금만 대조해 보면 감이 잡힐 것 같으니까요.”
“그렇군.”
……진짜다.
이전과는 달리, 용사의 날 선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이렇게 대번에 바뀔 수 있나 싶을 정도로.
– 그리고, 그 용사, 목표가 우리는 아니야. 그럼 대놓고 허점을 보여 줄 리 없으니까.
루나의 말에 다시금 신뢰가 가는 한편.
자연히 그림자 마족들을 쫓아 사라진 그녀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제발 섣부른 짓 하지 마, 루나.’
그가 속으로 애를 태우던 그때, 에스티나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각국의 국왕들에게 왕성의 결계를 강화하라고 전해 놨어.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우리가, 아니 내가 찾으러 돌아다녀야겠지.”
타이니가 에스티나의 시선을 받으며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가능해. 아르곤이 만들어 준 탐지기도 있어. 도플갱어가 대상을 잡아먹기 전이라면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맞습니다. 그전까지는 날개 달린 우리가 타이니 경보다 빠를 겁니다. 각자 움직입시다. 탐욕이 당장 강림할 것 같지는 않으니.”
우우웅.
크롬벨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손에서 쏟아지던 신성력이 타이니와 에스티나의 외상을 완벽하게 없애며 회복이 마무리되었다.
다만 그럼에도.
“역시 오버리바운드의 후유증은 치유가 안 되나?”
“당신 오러보다 강한 신성력이 있다면 가능하겠죠.”
크롬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상식적인 답변을 했지만, 그 말에 타이니는 자연히 갓 핸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성기사 영감은 가능했는데.’
두 사람의 신성력에는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크롬벨의 심장에 있는 마기 서클을 의식하게 되었고, 생각이 한쪽으로 이어졌다.
‘마기 치환법, 가르쳐 줘야 할까.’
하지만 이내 스스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마나와 마기는 본래 근원이 같다.
그것이 아무리 그가 몸으로 느낀 진리라 하더라도, 여신의 사제들은 그 주장을 크나큰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더구나 여신의 사도라 불리던 용사라면 더욱.
아직은 좀 더 지켜보자.
“하…….”
자연히 한숨만 나오는데.
“오버리바운드 후유증은 이동하면서 서서히 회복하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는 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걸로 하자고.”
마찬가지로 창백한 안색의 에스티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후속 조치에 대한 방향이 결정된 순간이었지만, 타이니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보다 동쪽은? 어찌 됐어?”
그 순간 잠시 멈칫하던 에스티나가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질투의 군세, 언데드 병단이 강림해서 치열하게 전투 중이라는 것밖에는 몰라. 뭐, 그쪽은 믿고 맡기기로 했잖아? 게다가, 이쪽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그리 말하는 에스티나의 시선은 여전히 허공에 검은 구멍을 드러낸 차원문을 향해 있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설령 도망친 그림자 마족들을 전부 처리한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까.
만약 탐욕이 글러터니처럼 더 일찍 강림한다면, 그리고 그때 이곳에서 놈을 막아 세울 자가 없다면 영혼살의 권능을 가진 칠죄종이 얼마나 큰 희생을 만들어 낼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때, 크롬벨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석대로라면 차원문이 열리고 49일이 일곱 번 지난 후, 그러니까 343일까지는 칠죄종이 강림할 수 없습니다. 그게 최소 기간이긴 하지만, 이미 그것을 깨고 강림한 폭식의 전례가 있으니…….”
설명을 이어 가던 크롬벨의 말끝이 흐려졌다.
하지만 타이니는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는 놈들의 수작보다는 그 독특한 계산법에 더 주목했다.
“49일이 일곱 번? 그 계산은 뭐야?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신화시대에 고대의 칠죄(七罪)와 칠극(七克)이 정한 법칙입니다. 신성을 지닌 자가 중간계에 강림하기 위한 법칙이죠.”
“그게 대체 뭐야……? 아니 그 전에, 애초에 이렇게 두 개의 마계병단이 동시에 강림하는 게 가능하긴 해?”
복잡한 상황에 타이니가 얼굴을 찌푸리건 말건, 크롬벨은 담담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번엔 그만큼 변수가 많아졌으니,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다는 겁니다. 도망친 놈들이 차원문을 내버려 둔 채 연합군이나 국가에 스며들어 치명적인 독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요.”
“어쨌거나 이쪽은 우리가 처리하기로 했으니, 결국 그놈들을 전부 찾아내서 박멸하고 탐욕을 잡는 것이 먼저다? 눈에 빤히 보이는 다른 군단이 있는데?”
“당장 연합군을 돕고 싶으신 건가요, 타이니 경?”
“하, 그거야 당연하지. 더구나 난 숨은 마족 찾기는 이제 진력이 난단 말이야. 강림을 앞당긴 그 여자 마족도 그렇고, 진짜…….”
“하지만 본질을 보는 눈은 당신과 당신의 정령만이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알아, 안다고. 끙.”
이렇게 대화나 하고 있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는 것이 낫다.
그 생각을 하면서 타이니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몸의 상처는 다 나았어도 마나가 바닥이 난 탈력감은 여전했지만.
동쪽으로 간 동료들과 연합군의 일도 솔직히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은 여력이 없었다.
“후, 그래도 움직입시다.”
적어도 가만히 앉아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야 에스티나의 말처럼 움직이면서 시간을 아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만, 그 와중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조금 찜찜한 게…….”
“이상한 게…….”
“특이한……?”
세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비슷한 말이 나오자,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며 하나같이 눈동자가 커졌다.
“당신도?”
“예. 분명 그 탐욕의 장군은 마역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초월급들의 이동 경로와는 반대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군. 탈진해서 잘못 봤나 했는데.”
고려해야 할 방향이 하나 더 생겼다.
인간의 나라 혹은 연합군의 내부에 스며들 그림자 마족뿐만 아니라, 마역, 아니 아마도 그 안쪽을 향한 놈까지 처리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고대 폭식이 만들어 낸 마수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곳.
“……대미궁으로 사라진 탐욕의 장군도 잡아야 한다는 거네. 썅.”
타이니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미궁의 경험자와 소울 사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니, 어느 쪽이건 자신이 빠질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과 크롬벨 중 한 명은 이 자리에 남아서 혹시나 강림할지 모를 탐욕을 견제해야 한다.
‘에스티나는 단독으로는 칠죄종을 못 막아. 그게 가능한 것은 나 아니면 이 녀석뿐인데.’
머리가 아파 왔다.
무엇보다 칠죄종이 가장 큰 변수이니만큼, 솔직히 그와 크롬벨이 둘 다 이곳에 있어야 안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보니, 문득 마수병단에 이어 글러터니가 강림하던 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와 더불어 크롬벨이 말한 ‘49일씩 일곱 번’이라는 말도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대미궁에서 고대의 폭식이 죽을 때 같이 사멸한 그의 장군들의 모습이 갑자기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벤투스를 비롯한 폭식의 일곱 장군이 스스로의 사체와 마기를 차원문에 투사하여 글러터니를 불러내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 세 가지 별개의 사실이 미약한 근거에 기인하여 머릿속에서 뒤섞이는 순간.
이내 9단계, 반신의 벽을 두드리면서 얻게 된 번뜩이는 직감이 발동했고, 타이니는 논거를 뛰어넘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적어도 49일.”
“뭐?”
“무슨 소립니까?”
“일곱 장군 중 한 놈이 살아서 도망쳤어. 그렇다면 적어도 49일 내에는 탐욕이 강림하지 않아. 그놈이 죽는 직후라면 몰라도.”
“장군들의 목숨이 칠죄종의 강림 시기와 연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폭식은 장군들이 남아 있을 때도 한 번 강림하려고 했…….”
“알아, 내가 막았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악마급들 모두가 차원문에 힘을 투사하고 있었어. 그래서 가능했던 거야. 칠죄종의 강림이 악마급들의 힘 혹은 목숨을 대가로 빨라질 수 있는 거라면 다 설명이 돼!”
“……하지만 그림자 마족들이 죽을 때 차원문으로 흘러간 마기는 없었습니다. 고대에도 그런 일은 없었고.”
“장담해? 애초에 우린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죽은 놈의 마기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감지할 수나 있었나? 그리고 무엇보다, 두 군단이 동시에 강림하는 것 자체가 고대에는 없었던 일 아니야? 지금 상황에 맞춰서 생각해야지!”
타이니로서는 정말 드물게 자신의 추론을 논리적으로 피력했다.
문득 떠오른 직감이었지만,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 자신에 찬 눈빛에, 크롬벨 역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군요.”
“49일 내에는 탐욕이 강림하지 않을 거다. 그동안 잔당을 전부 정리해. 아, 그러면 그 대미궁으로 간 탐욕의 장군 놈은 바로 죽여서는 안 되는데…….”
“그놈은 잡아 놓고, 49일 뒤에 죽이는 걸로 하죠.”
크롬벨의 입에서 악마급, 그것도 악마 후작급이자 군단의 장군을 잡아 놓는다는 말이 쉽게 나왔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타이니나 크롬벨이라면 정말로 가능한 일일 테니까.
“좋아. 그럼 둘이 동쪽으로 가, 아직 완전히 변신하지 못했을 도플갱어들을 아르곤의 탐지기로 찾아서 처리해. 그러면 내가 대미궁에 간 그놈을 잡아서 어떻게든 봉인한 다음…….”
“네가 봉인을? 뭘 어떻게?”
“당신이 봉인을요? 마법을 쓸 줄 모르지 않습니까? 그것도 봉인은 대마법에 속하는…….”
타이니가 열변을 토해 내던 도중 동시에 태클이 들어왔다.
그것도 지나치게 타당한 태클이.
하지만.
쾅!
“숨 쉴 힘만 남겨 놓고 반 죽여 놓으면 되지. 그게 봉인 아냐?!”
“물리적…… 봉인?”
“허. 허허…….”
타이니의 기백에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말이 안 되는데, 타이니가 말하니 어떻게든 될 것도 같았던 것이다.
두 사람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바라볼 때, 정작 당사자는 다음 스텝을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남아 있을, 변신을 마치고 정착했을 놈들까지 내가 색출할게. 아니, 아니다. 월랑을 따로 보내면…… 아니, 이것도 아니지. 거리가…….”
젠장, 빌어먹을!
그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크롬벨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보탰다.
“제가 대미궁으로 가겠습니다.”
“음?”
“대미궁에 가 본 경험이 있는 것은 그대만이 아닙니다, 타이니 경. 아니, 그곳의 탄생에 제가 기여한 것이 많으니 어쩌면 제가 더 잘 안다고도 할 수 있겠죠.”
“……혼자서 괜찮겠나?”
“영락한 고대의 폭식을 당신이 잡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탐욕의 장군 하나나 그 안에 있을 악마급 마수들 정도야 쉽죠.”
쉬울 리가 없지만, 그 말을 하는 이가 크롬벨이니 쉽게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더군다나 저는 진실로 봉인 마법을 할 줄 압니다. 그게 당신의 물리적 봉인보다는 확실하겠죠.”
설득력은 넘쳤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을 텐데…….’
트리플 헤드 드래곤을 잡고 대미궁을 나올 당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데다가 대미궁에 진력이 났던 타이니와 루나는 그곳을 빨리 빠져나오는 데에만 집중했었다.
그 탓에 영락한 폭식을 따라 소멸한 옛 폭식의 장군들과 천 개의 눈을 제외하고는, 다른 악마급 마수들을 전혀 처리하지 않았었다.
“내가 확인한 악마급 마수만 여섯이 넘는다. 초월급 마수도 적어도 수십은 있을 거야. 거기다 탐욕의 장군까지. 정말 괜찮은가?”
이제는 더 이상 최악의 동료가 아니라 그 위, 아니 조금 더 위까지 마음속 평가를 수정한 용사를 향해, 타이니가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런데.
“하하, 저를 걱정하는 건가요? 이 크롬벨 라이언하트를?”
돌아온 대답이 참 재수가 없었다.
‘아, 진짜 이 새끼 나랑 안 맞아. 하…….’
물론 그런다고 ‘너 X 돼 봐라.’ 하고 내버려 둘 상황은 아니었다.
“뭐, 대미궁의 마수들은 자기들끼리도 협조가 거의 안 되니까, 탐욕의 장군이라는 놈이 무슨 수작을 부려도 바로 따르지는 않을 거야. 그 틈을 노려. 다만 거기서 숨 쉬는 게 문제가 될 텐데…….”
“신성력으로 정화하면 되니 걱정 마십시오. 당신 할 일이나 잘하시길.”
……때릴까?
타이니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