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군단 발동 스킬
파바바박.
찌지지지직.
균열, 검은 차원문을 메우며 쏟아져 나오는 박쥐들.
“저, 저게 뭐야?”
“웬…….”
그것은 엄청난 괴물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던 연합군들을 일순간 멍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으니.
“저게……!”
“마족이다!”
“잡아!”
연합군 중에서도 최강자들, 검제와 저릭, 그리고 갓 핸드가 동시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
쿵.
갓 핸드가 거꾸로 쥔 검을 땅에 꽂는 순간, 그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 미터에 달하는 신성의 원이 그려지며 새하얀 빛이 치솟아 올랐다.
그것이 이미 균열 주변 일대를 점령하고 있던 성령 결계와 어우러지며 날아오르는 박쥐 떼들을 구속하기 시작하자.
– 제법…….
하늘을 메우던 박쥐 떼 사이에서 음습한 영파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거기에서 자욱한 마기가 뿜어지더니, 갓 핸드의 신성력과 성령 결계의 힘을 빠르게 밀어내며 범위를 넓혀 갔다.
– ……따끔하단 말이지.
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아앙!
마기가 퍼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마치 거꾸로 된 폭포수처럼 하늘 높이 솟구치던 박쥐 떼들이 일순간 사라지더니, 그 속에서 정장을 입고 망토를 두른 창백한 피부의 검은 머리 신사가 나타났다.
– 본인은 위대한 질투의 군세 그린 아이 님의 선봉장, 샹귀스…….
쇄도해 오는 초인들을 향해 마치 인간 귀족처럼 허리를 숙여 보인 신사가 송곳니를 내보이며 미소를 짓는 순간.
“지랄!”
콰콰콰콰콰콰콰.
하이넨의 왼손에서 거대한 불꽃의 폭풍이 쏘아지고.
– 끄…….
“죽어.”
번쩍.
그 불꽃의 폭풍이 다 흩어지기도 전에 샛노란 벼락의 오러를 휘감고 쇄도한 은빛 늑대인간이 망토를 둘러친 놈의 전신을 세로로 가를 듯 할버드를 휘둘렀다.
‘끝이다.’
긴장한 보람도 없이 웬 수다스러운 X신이 튀어나와서 쉽게 처리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실버 팽의 머리를 스치던 순간.
그의 할버드, 벼락의 주인 앞을 새까만 갑주를 입은 흑기사가 막아섰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꽈르르르르르릉.
“큭!”
허공에서 터져 나간 충격파에 실버 팽의 거구가 그대로 튕겨 나가고.
– 멋대로 튀어 나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샹귀스? 선봉장은 나, 길로틴이다.
실버 팽을 튕겨 낸 육중해 보이는 검은 갑옷의 흑기사가, 투구 아래로 푸른 귀화를 뿜어내며 샹귀스라 불린 악마 귀족을 노려보았다.
“흡!”
그 영파가 흘러나오던 틈을 노려, 하이넨이 아까 타격을 받은 듯한 정장 입은 얼간이를 후려치려 했지만.
뒤이어 튀어나온 거대한 뼈다귀 손이 그의 도끼를 막아 냈다.
콰아아아아앙!
– 하여간 뱀파이어들…….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바보짓은 도맡아서 한다니까. 안 그런가, 프린스?
쿵.
그 거대한 차원문 안에서도 고개를 숙이며 균열을 비집고 나오는 거대한 스켈레톤.
“흐아압!”
반 박자 늦게 차원문 앞에 도착해 그 손을 잘라내려던 저릭의 도끼는, 어느새 균열에서 튀어나와 두 눈에서 녹색 귀화를 뿜어내는 누더기 피부의 인간형 괴물이 튕겨 냈다.
– 그래. 한심하단 말이지.
파아아아아아앙.
쾅!
“큭!”
“흡!”
동료들을 따라 쇄도하려던 검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여인을 바라보며 검을 치켜들었고, 이내 머리 위로 이글거리는 붉은 오러를 띄웠다.
‘원거리 화력 지원.’
기세를 가다듬고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 후방의 군대에 신호를 보낸 것.
마기를 내뿜는 건 물론, 생물이 응당 가질 법한 온도나 생마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적들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죽은 자들의 군세…….”
– 정답. 똑똑한 인간이네.
전신을 붕대로 감고 눈마저 검은 천으로 가린 창백한 얼굴의 여인은 그렇다 치고.
어느새 주변에 깔리기 시작한 이 안개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아까 전의 박쥐처럼, 안개 덩어리 전체가 하나의 존재감을 가진 듯한 이상한 느낌.
‘이 안개 자체가 하나의 악마다.’
그리고 이내.
– 역시나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네가 그 운명의 변수인가?
그 안에서, 해진 로브 아래로 해골바가지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지팡이를 들어 올린 뼈다귀가 튀어나왔다.
우우우우웅.
그 지팡이에 모여든 마기만으로도 사방이 진동하기 시작하자, 새하얀 안개가 그대로 반응하며 그 마기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리고.
[꺼져라, 비열한 여신의 힘이여!]번쩍.
검은빛이 번뜩이는 순간, 일대를 뒤덮었던 성스러운 빛이 속절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콰드드드드득.
“큭!”
어느새 사방을 감싼 안개가 검은 오러를 싣고 초인들을 압박하기 시작하는데.
“어딜!”
“삿된 힘이여, 물렀거라!”
[粉碎(분쇄)]콰콰콰콰콰콰쾅.
8가지 오러와 신성력에 아르곤의 마법이 더해진 힘으로 그 범위에서 빠져나온 초인들이 그대로 멀찍이 물러서자, 그 위로 새빨간 마법과 화살의 불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박.
콰콰콰콰콰콰콰콰.
우르르르르르릉.
마탑 정예들의 마법과 엘프의 마나가 담긴 화살, 거기에 사제들이 쏟아 낸 신성한 빛까지.
그 찬란한 공세는 폭음과 함께 반투명한 검은 결계를 정신없이 두드렸다.
그러나.
– 이 정도 반항이 전부인가? 흠, 기대치에 못 미치는데?
흑기사, 길로틴이 비웃음과 함께 내뱉은 그 말처럼.
연합군의 원거리 공세는, 그와 같은 7장군 중 하나인 아크 리치 데로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역의 방어막을 뚫어내지 못했다.
“저, 저…….”
“커진다!”
“빌어먹을……!”
균열이 시작되는 순간 가장 먼저 튀어나올 악마급 마족들을 참살한다.
그 간단하고도 확실한 계획은, 그 순간 확실하게 어긋났다.
결코 준비를 대충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첫 교전에서 장군 중 한둘만 처리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공세를 집중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튀어나온 악마들의 연계가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저놈들, 달라.’
서로 어딘가 합이 어긋나는 듯했던 마수병단의 장군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심지어 더 강하고, 특이한 재주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저…….”
“그때 같은…….”
오렌 평야의 전투에 참여했던 정예들이 그때의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검제와 그 동료들의 눈빛이 무겁게 교차하던 그때.
번쩍.
연합군의 후방에서 쏟아진 한줄기 빛살이 마기의 방어막을 그대로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출렁.
그그그그그극.
– 호오? 이건 제법이군…….
– 인간 하나가?
마기 결계 전체를 출렁이게 만든 그 빛살은 언데드 병단 일곱 장군들의 시선마저 끌었다.
그리고.
[뜻대로 안 풀리는 것 같은데, 일단 후퇴하시게들. 내가 전에 말했던 것 있지 않나? 얼추 준비가 되었으니, 시험해 보세나.]여덟 명의 초인들에게 대마도사 솔레인의 전언이 닿았다.
그 순간, 랑켄 평야에 존재하는 인류의 초인들이 동시에 마기의 결계에서 떨어지며 한 방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화력 지원 중단!! 마법사들은 결계를 강화하고, 연합군은 방어 진형을 갖춰라!!”
검제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연합군 전체에 퍼져 나갈 때.
쿵.
[강림하라.]흑기사, 데스 로드 길로틴이 먼저 발을 구르자.
[위대한…….]전장을 휘감은 새하얀 안개, 고스트 킹 노네임이 그에 호응하며 자신의 몸으로 전장 전체에 짙은 마기를 퍼트렸다.
거기에.
[질투의…….]스켈레톤 킹 본메쉬와 구울 프린스의 마력이 더해지고.
[군세여!]그레이트 미라 프린세스와 아크 리치 데로드의 주문까지 더해지는 순간.
언데드 병단을 이끄는 일곱 장군이 동시에 같은 영파를 뿜어냈고, 일순 차원 균열이 확대되며 괴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뼈와 시체의 군단들을.
쿠구구구궁.
끼릭. 끼릭.
가장 먼저 균열 밖에 발을 디딘 것들은 인간형 혹은 작은 동물형의 뼈다귀들이었다.
굳이 그 무력을 단계로 쳐 주기도 힘들 것 같은, 미약한 마기를 가진 하급 마물들.
하지만.
안구가 빠져 텅 빈 눈구멍에 붉게 일렁이는 빛. 그 육신은 생물이 죽은 뒤에 남긴 찌꺼기들일 뿐.
그들이 가진 그 죽음의 형상은 연합군을 주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저, 저게…….”
“뭐야?”
“시체가…….”
끼릭. 탁. 탁. 끼릭.
탁. 탁. 탁. 탁.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 비틀거리던 해골들은, 어느 순간 연합군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으, 아!”
“어, 엄마!”
그에 연합군 중 일부가 일순간 주춤하며 전열이 무너질 뻔했지만.
마기가 퍼진 공간 바깥으로 튀어나온 그 하급 해골들은 그 순간 빛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투두두둑.
끼릭?
투둑.
마치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까딱이며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해골들.
그리고 그제야 연합군의 병사들은, 저 끔찍한 검은 구체 밖은 자신들의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그래.”
“여, 여신께서 우리를 보우하신다!”
“우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커진 마기의 결계에 밀려 주춤거리며 물러서던 인간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올 때.
콰드득.
콰직.
마기의 결계 밖에서 쓰러진 해골들의 잔해가 점점 쌓여 가다가, 어느 순간 허공에 떠오르더니 검은 구체의 표면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마치 새하얀 껍질처럼.
마치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감추거나 보호하려는 것처럼.
자연스레 그 광경을 보는 이들의 눈에 불안감이 번질 때.
“모두 방어를 준비하라!”
“진형 정비!”
“기사단, 전위로!”
연합군의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가장 앞에서.
“뭐든 시간을 벌어 주면 고맙지. 자, 다들 준비하시게.”
흰 수염의 대마도사가 드물게 전열 앞으로 나와 허공에 몸을 띄웠다.
그리고 그런 대마도사의 주변으로 불과 물, 바람과 땅, 벼락과 빛의 힘을 담은 마나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난 준비됐네.]솔레인의 전언이 초인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준비합니다.”
끄덕.
검제의 말과 함께 8명의 초인이 각자의 기세를 뿜어냈고, 각기 다른 빛깔의 마나들은 이내 솔레인의 인도를 따라 일정한 패턴으로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아르곤은, 기세를 뿜는 와중에도 빛나는 눈으로 대마도사 주변에 일어나는 마나의 변화를 눈에 담고 있었다.
[아르곤, 알고 있겠지? 나중에는 네가 나를 대신해야 한다는 걸.]“……예.”
[각별히 집중해라.]“물론입니다, 탑주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어느새 초인들의 옆으로 다가온 에스티나의 부관 라므엘과 정령사 엘븐나이트들이 정령의 힘을 끌어 올려 솔레인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힘을 삼 할만……. 예, 다시 오른쪽 힘 이 할…….”
다중 시야, 다중 감각의 능력을 가진 토끼의 정령 토리의 힘을 빌린 라므엘이 마법의 조율을 돕자.
이내 초인들의 기세가 얽힌 마법이 연합군의 전열에 선 인간 기사단에게까지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인류의 최정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로랑 기사단, 장비 활성화. 극대치로.”
“하!”
드워프들의 소수 정예가 각자 자신이 가진 아티팩트의 출력을 최대치로 높일 때.
“전원 발검.”
“블루윙, 발동.”
부단장 가렌과 드렉슬러의 말과 함께, 블루윙 기사단의 진형 위로 푸른 날개의 형상이 떠올랐고.
“대지를 부수는 망치!”
“전장을 꿰뚫는 창!”
제국과 연합의 기사단들 역시 저마다의 단체 스킬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 뒤쪽으로.
“오크의 힘을 보여 주자!”
“하!!”
붉은 멧돼지족 족장 바타르가 기합을 내지르자, 오크의 최정예들이 저마다 형제로 삼는 동물들의 환영을 전신에 피워 올렸다.
그리고 그 옆에선.
“인류의 최강은!”
“우리 수인족이다!”
펜릴의 계약자 우란 누드의 외침을 신호로, 수인족들이 일제히 반인반수의 모습을 버리고 짐승의 모습(Beast Form)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정점으로 모여들던 기세가 대마도사의 인도를 따라 조화를 이뤄 하나의 패턴을 형성해 가던 그때.
– 산 것은 죽음으로.
으스스한 영파가 울려 퍼지며, 검은 마기의 결계를 뒤덮었던 뼈의 껍질이 대번에 터져 나갔다.
꽈아아아아앙!
우르르르르르릉.
“으아아아악!”
“끄아아악!”
그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인류의 전열이 일순간 무너져 갈 때.
그 안에서 푸른 귀화를 번뜩이며 검은 마기를 흩뿌리는 진짜 마물, 언데드 병단의 정예들이 쏟아져 나왔다.
쿵. 쿵. 쿵.
칠흑 같은 갑옷 위로 붉은 귀화와 암흑 오러를 뿌리는 데스 나이트들을 선두로, 온갖 시체와 뼈로 이루어진 괴물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자!”
전장을 떨어 울리는 검제의 고함과 함께.
– 인류 연합 총의, 군단 발동 스킬…….
대마도사의 인도로 만들어진 새하얀 빛에 휩싸인 인류의 최정예들이, 마물의 군세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