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377
377화. 대책?
둥. 둥. 둥. 둥.
저벅저벅.
북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는 병사들의 진형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돼서 모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의 2만에 이르는 대군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병사들 사이사이에서 나부끼는 鮮(선)이라는 글자가 쓰인 깃발은 이 집단에 소속된 모든 이의 자부심이었고, 그렇기에 그 군대를 이끄는 장수에겐 이 완벽한 행군의 순간 자체가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선 제국이 재앙에 맞서 총력전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동원된 선발대이자, 선 제국 서부 사령부에 소속된 정예들.
서부 국경 사령관을 맡고 있는 장수, 연남현은 옆에 있는 굳은 표정의 서일산에게 웃으며 말을 붙였다.
“어떻습니까, 대장군.”
평화의 시대에 변방을 책임지는 장수인 그에게, 병사들의 엄정한 훈련 상태는 자랑이라 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서일산은 마주 웃어 주지 못했다.
“진군 속도를 더 올릴 수는 없나?”
“예?”
“지금은 다소 전열이 흐트러지더라도 속도를 더할 필요가 있네.”
그 말에 연남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쥐뿔도 모르면서.’
대장군, 중천제일검(中天第一劍) 서일산.
좌장군, 개벽일월부(開闢日月斧) 장천일.
우장군, 개천관일창(開天貫日槍) 양일원.
그들은 선 제국의 3대 장군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대륙 10대 고수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할 뿐이며, 그중 군부에서 성장한 진짜 장군은 양일원뿐이었다.
심지어 그조차 혼세경에 올라 대륙 10대 고수 중 하나라 불리게 되면서 실질적인 군 통수권을 내려놓은 지 10년이 넘었으니.
그렇기에 지금도 변방에서 잔뼈가 굵은 자신이 군을 통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폐하께서는 대륙에 벌어진 재앙에 대해 적잖이 근심하고 계시네. 그리고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마물의 군대야. 군기가 아무리 엄정하다 한들, 놈들에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음이야.”
대장군이라는 작자가 연신 개소리를 늘어놓았다.
‘마물의 군대? 흥.’
연남현은 출정 전에 은밀히 받았던 비서를 떠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무려 대 선제국의 황태자가 보낸 비서.
‘그럴 줄 알았다.’
사실 애초에 마왕이니 뭐니 하는 통보가 내려왔을 때부터 도통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서대륙의 이방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재앙의 소식을 전했다는 말도 너무 터무니없었다.
들려오는 소문 중에는, 그 서방 오랑캐가 지금 눈앞에 있는 중천제일검을 비롯한 선 제국의 3대 장군을 동시에 상대해서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는 말도 있었으니.
‘황제 폐하의 건강이 좋지 않다더니, 무관파들이 상황을 크게 부풀려 말한 거겠지.’
실제로 중천의 황궁에서 관리들이 문관파와 무관파로 나뉘어 정쟁이나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쉬쉬할 뿐 관직에 있는 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무관이긴 하지만 중앙에 연은 없는 자신에게까지 태자의 밀명이 내려올 정도면, 그 소문이 진짜일 리는 없을 터였다.
황궁의 무장들을 중심으로 모인 친황제파 관리들과, 자신들을 차별하는 그들과 대립하며 차기 권력자와 손을 잡은 문관파.
그들의 정치 싸움에 이런 대단위 인력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막상 도착해 보면 마물 기백 마리 정도 있겠지. 쯧.’
하지만 그 속내를 그대로 비출 수는 없었다.
“아, 예. 한데 대장군, 그…… 아시다시피 괜히 행군 속도를 높여 병사들을 지치게 만들면 결국 군대가 자멸할 뿐입니다.”
기껏 원론을 들어 설득해 보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가슴까지 서늘해지는 차가운 눈빛이었다.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은가?”
“아, 제 말은 그것이 아니오라…….”
“전투력을 유지할 정도로만 속도를 높이자는 말이네. 내 보기에 지금의 속도는 너무 여유로운 듯한데.”
어조는 권유였지만, 눈빛은 달랐다.
여태 이곳까지 군대를 천천히 진군시켜 온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태자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더 꼼수를 썼다가는 크게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 알겠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군 통솔 경험이 없다 해도, 혼세경의 고수가 가진 날카로운 기감을 속이기는 어려울 듯했다.
‘애먼 정치 싸움에 나만 개고생을 하는구나.’
연남현은 억지로 웃으며 부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 진군 속도를 높여라!
지휘부에서 전달된 지시 사항에 깃발이 어지럽게 흩날리며, 전방의 말단 병사들에게까지 대장군의 명령을 전했다.
그렇게 대군의 진군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던 순간.
– 끼에에에에!
갑자기 어디선가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하늘에 작은 점 하나가 나타났고, 이내 그 점이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 시, 신조다!
– 거대한 독수리가……!
전방에서부터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파아아아아앙.
지휘부의 코앞에 엄청난 바람이 불어닥치며 거대한 독수리가 내려앉았다.
“벼, 병사……!”
당황한 연남현이 공격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순간.
그의 옆에 있던 서일산의 입에서 반가움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휘 공!!”
광휘 공?
생전 처음 들어 보는 관직명(?)에 연남현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그 거대한 신조 위에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뛰어내렸다.
조금 떨어진 이곳까지 향긋한 풀 향기를 풍기는 듯한 녹색 머리칼과 녹옥빛 눈동자,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은 피부.
후광까지 보이는 듯한 그 외모 때문에, 그는 그 여자가 거의 헐벗은 수준의 옷차림을 한 데다 사람치곤 귀가 길다는 사실을 몇 초 뒤에나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부 사령관의 지위에 있는 연남현은 그런 아름다운 생명체에 관한 풍문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요정?”
서방어로 엘 뭐시기라고 한다던 아인종.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광휘.’
눈이 부시게 밝은 빛. 그 호칭은 저 요정을 칭하는 것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한 발 앞으로 나서려던 순간.
“뭐야, 이 주먹코는?”
어느새 웬 시커멓고 커다란 남정네가 그의 눈앞에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뭐……?”
“뭐냐고, 당신.”
발음이 다소 어눌했지만 그것을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체격, 등 뒤에 멘 커다란 망치.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이긴 하지만 동방인으로 보기 힘든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양놈?”
“뭐라는 거냐? 삶다 만 감자같이 생긴 놈이.”
그 말을 듣는 순간, 연남현의 얼굴이 한순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립에 장군이 된 이후로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어린 시절부터 놀림감이었던 외모가, 불혹이 넘은 지금에 와서 양놈한테 희롱당할 줄은 몰랐다.
“이놈이!!!”
자연스레 그의 손이 놈을 향해 뻗어 나갔다.
신조를 타고 왔으니 나름대로 한 수가 있는 놈이겠지만, 자신 역시 감각권을 다루는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무사.
버릇없는 양놈 따위는 한순간에 목을 꺾어 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진정하시오, 광휘 공.”
그의 손이 놈에게 닿기도 전에 서일산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제야 연남현은, 그 광휘 공이라는 호칭이 요정이 아닌 눈앞의 남자를 칭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자연히 또 의문이 들었다.
“대장군, 어찌 이방인에게 공(公)이라 칭하십니까?”
“연 장군! 물러나게.”
“예? 하지만…….”
“이분이 바로 서방제일검 타이니 공일세. 나를 이긴 절대고수지.”
“……예!?”
분명히 귀로 들은 말이 한순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고 자네, 지금 죽을 뻔한 것도 알아 두게.”
그 말이 이어지는 순간, 왼쪽 가슴 부근이 어쩐지 휑한 것이 느껴졌다.
“헛!?”
그에 얼른 손으로 더듬어 보니, 자신이 입은 갑옷의 왼쪽 가슴께가 뻥 뚫려 있었다.
그리고 서일산이 보는 앞에서 흑강철 어린갑의 일부를 맨손으로 뜯어내서 구겨 버린 괴물은, 이내 그것을 자신에게 집어 던졌다.
가볍게 던지길래 자신도 모르게 받았는데.
“읏!?”
쿵. 쿵. 쿵.
무슨 수를 쓴 건지, 그 갑옷의 파편을 받아 낸 것만으로 몸이 뒤로 밀려났다. 심지어 그 충격에 속까지 울렁거렸다.
그런 자신을 보며 혀를 찬 괴물이 대장군을 향해 말했다.
“막지 않았어도 죽이지는 않았을 검다. 저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 아님다.”
“하, 그런가…….”
“뭐, 이런 소릴 하려고 온 게 아님다. 저 쓸모없는 감자는 치우고, 지금 급한 일부터 얘기합시다. 대장군, 아님 중천제 뭐시기로 불러 드림까?”
“대장군으로 족하네.”
“나이트메어 크롭……이 아니고, 뭐였더라? 아! 몽마 군단이 강림했슴다. 정찰하고 오는 길임다. 대책 회의가 필요함다.”
그 말에 대장군의 표정이 확 바뀌었고.
“그 말부터 했어야지! 어디에, 얼마나 나타났단 말인가!?”
“일단 백인장급 지휘관에게까지 이 사실을 알려야 함다. 모두 한곳에 모아 주십쇼. 그리고 여기 최고 지휘관이 대장군임까?”
“아, 그건 일단 저기 저 연장군일세.”
“감자가?”
그 말에 연남현의 얼굴이 다시금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 * *
“마족 군대 강림. 순수 병력은 1만으로 추정되지만 주변의 생물들을 현혹해서 끌어들이고 있으며, 좀 전에는 그 수가 5배까지 불어 있었다. 이곳과의 거리는 말의 속보 기준으로 하루……. 맞습니까?”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불려 온 통역관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지만, 타이니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보탰다.
“초월급, 그러니까 동대륙 기준으로 초인경의 마족이 백수십입니다. 거기에 혼세경의 마족이 스물하나가 더 있는데, 그중 일곱은 특출난 수준이죠.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우두머리는 신화경이라고 봐야 합니다.”
“신화경?! 하…….”
그러자 그의 말을 순수하게 통역만 해서 전달해야 할 통역관의 표정이 그대로 일그러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서 그러는 건 아닌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헛소리를 내가…….”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하는 통역.
타이니는 자연스레 욱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전해. 내가 동대륙어를 전혀 못 하는 건 아니니 개수작 부릴 생각 말고.”
“윽!?”
그가 살기를 뿜어내자 거만해 보이던 통역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그제야 지휘관들을 향해 타이니의 말을 더듬더듬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막사에 모인 이들의 반응이 대번에 반으로 갈렸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뭐, 마물 몇백 마리 모였나 보지.”
“그래도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타이니의 말을 거의 헛소리 취급하며 무시하는 듯한 이들이 반.
“저 말이 사실이라면, 대륙은 끝장입니다.”
“선발대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본대와 동진의 군대까지 합류하길 기다려야 합니다.”
반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반.
‘뭐지? 반응이 왜 이래?’
동대륙어를 모르는 에스티나까지 그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정도였다.
“반응이 좋지 않은데? 잘 설명한 거 맞아?”
“응, 너도 내가 말한 거 들었잖아.”
“그러니까, 통역이 잘 전달했냐고.”
“어.”
“그런데 왜…….”
“나도 모르…….”
계속되는 물음에 타이니가 고개를 저으려던 그때, 그의 귀에 막사 구석에서 속삭이는 일부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역시 태자 전하께서 하신 말씀이 맞아.
– 이방인들이 헛소리를…….
– 제국의 국력을 낭비하려는 거야.
– 감히 어딜…….
하, 이것들이!?
그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한 발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쿠궁.
“거기 소장군, 지금 뭐라고 했지?”
대장군 서일산이 타이니보다 먼저 나섰다.
그에 막사 내의 공기가 한순간 무겁게 변하며 모두의 시선이 구석에서 속삭이던 이들 중 한 명에게 집중되는데.
“예, 예!? 저, 저는 아무 말도…….”
“감히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사람을 질식시킬 듯한 살기가 일대를 장악한 순간, 변명하던 장수는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저, 저는 태자 전하께서 장수들에게 전달하신 사실을 떠올리고 한마디 한 것뿐이옵니다.”
“태자 전하? 그게 무슨 소리냐!? 바르게 고하라!”
서일산의 압박에, 그 장수를 비롯해 타이니의 말에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던 이들이 자신이 아는 사실을 하나둘씩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 전쟁이 국력을 낭비하는 행위다?”
“태, 태자 전하 측에서 일선 장군들에게 그리 소식을 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서일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는데.
“그 얼간이 자식이……. 역시 황궁에서 목을 땄어야 했나?”
마치 들으라는 듯 내뱉은 나지막한 목소리가 막사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저, 저 양놈이 감히!”
“어디서 무례하게!”
“오랑캐 자식이……!”
그에 순간적으로 발끈해서 타이니에게 적대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보였는데.
‘역시 절반 정도.’
그 순간 타이니는 장수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조용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 중에는 황궁에서 보았던 얼굴이 몇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에는 낯이 익은 자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그대들은 내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말아먹을 차기 황제를 쳐 죽인 은인이 될 예정이니까.”
“뭣……!”
우우웅.
그 발언에 반박하려던 이들은 곧 입을 닥칠 수밖에 없었다.
“끄으윽.”
“꺽!?”
“끄으으……?”
막사를 가득 메운 거칠고 폭력적인 살기가 한순간에 그들의 숨통을 조이며 몸을 허공으로 띄워 올렸으니까.
“맙소사, 허공섭물……!?”
“그것도 사람을……?”
타이니의 무력을 아는 이들까지 놀란 얼굴로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만 있을 때.
“그리고 그따위 헛소리에 혹해서 군을 망치려는 놈들도 이 자리에서 즉결…….”
허공에 떠오른 장수들의 숨통을 조이던 노을빛 기세 사이로, 한 줄기 청량한 금빛이 끼어들었다.
“그쯤 해 주시오, 광휘 공.”
스으으으.
단숨에 그 기세를 비집고 들어와 장수들을 풀어 주는 기운.
쿵.
“흐아악!”
“흑!”
“쿨럭. 쿨럭.”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장군.”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다시 서일산에게 고개를 숙이는 이들을 보며, 타이니는 그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겁니다, 광휘 공. 그러니 하나만 물어봅시다. 지금 우리에게 승산이 있습니까?”
“아니요, 이 군대만으로는 힘듬다.”
바로 튀어나온 단호한 대답에 서일산의 안색이 다시 굳어지려는 찰나.
“그러나 노려 볼 만한 틈은 하나 있슴다.”
“예?”
“아마도 색욕이 영혼살을 쓸 것 같진 않다는 거. 믿을 건 그 하나뿐임다.”
타이니의 말에 서일산의 안색이 묘하게 바뀌었다.
영혼살에 관한 이야기는 타이니가 이미 몇 번이나 강조했었으니, 그게 뭔지는 서일산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몽마 군단은 적을 현혹하여 이용하는 것이 특징임다. 그러니 그저 보는 것만으로 죽이는 영혼살은 쓰지 않을 것임다.”
“홀린다?”
“그렇슴다. 놈들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주변의 생물들을 홀리며 이 방향으로 진군해 오고 있슴다. 그래서 제 생각은…….”
그다음으로 이어진 말은 서일산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 현혹에 걸린 척 마족의 군대에 합류한 다음에, 놈들을 안에서부터 무너트린다?”
“예!”
저게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서일산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타이니의 얼굴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군을 움직이는 것은 나라의 곳간을 축나게 하는 일이니, 서부 사령관 연남현은 헛소문에 현혹되지 말라. 헛된 일을 막는 데에 힘써 준다면, 내 그대를 중히 쓸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