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433
433화. 대륙을 덮치는 해일
콰아아아아앙!
‘지겹군. 슬슬 올 때가 됐는데?’
타이니는 유성 떨구기에 터져 나가는 인어족들의 잔해를 바라보다가 먼바다로 시선을 던졌다.
이제 불굴의 권능을 동원한 상태에서도 유성 떨구기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다수의 적을 상대할 막강한 무기가 생긴 것은 틀림없었다.
‘이제 내게 약한 적의 머릿수는 의미가 없다.’
인어족을 다시 멸절시키겠다고 갓 핸드에게 장담했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으니.
먼바다에서 인어들을 박살 냈을 때부터 일주일간 지속된 전투도, 사실상 신성을 거의 얻어 가는 그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물론 불굴의 권능으로 미뤄 버린 막대한 피로는 후에 부작용을 남기겠만, 기껏해야 회복 기간이 좀 길어질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을 없앨 방법도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여왕과 나태를 처리한다면. 아니, 둘 중 하나라도…….’
그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대감마저 생겨났다.
그러니.
번쩍.
꽈아아아아아앙!
쿨타임이 찰 때마다 유성 떨구기를 사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적들을 도발하는 것에도 말이다.
[이래도 너희들이 오지 않겠다면, 이 바다 전체를 뒤져서라도 인어족을 멸절시키겠다. 부활한 지 한 달 안에 재멸족. 재밌겠지?]바다 건너에서 존재감이 느껴지는 여왕과 그 근처에 있을 마족들까지 노린 영파가, 더욱 강력하고 넓어진 그의 영역 에너지 필드를 타고 먼바다로 쏘아졌다.
일주일 내내 해 온 행위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꽤 달라져 있었다.
그가 여태 혼자 쳐 죽인 인어족의 수만 해도 얼추 10만은 넘을 테니, 이제 더 이상은 공갈이 공갈로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그때, 먼바다에서 일주일 만에 답이 왔다.
[……제법이야. 내 분신 중 하나를 죽인 놈답구나.]거대한 영격이 느껴지는 영파가 전선 전체에 침묵을 강요하며 모두의 의식을 남해 저편으로 이끌었다.
“!@#!$~!”
!@#!$@!
인술라로 몰려들던 인어족도.
“이게 뭐야?”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그들을 상대하던 인간들도.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추정되는 남부의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여왕?’
타이니의 도발에 일주일 만에 답한 나른한 영파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변한 세상을 얼추 살펴보았다. 신의 눈으로 보았을 때, 너희들이 현생 인류의 핵심으로 보이더구나. 재밌어. 너희도, 마족도.] [원래대로라면 내가 부활할 타이밍은 아직도 3백 하고도 24년이 더 남아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내 백성들, 그중 하층민들을 상대하며 제법 기세가 오른 모양이다만……. 과연 너희가 아닌 다른 인간들도 내 백성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이게 무슨 뜻일까 싶던 그때.
“설마……!”
멀리 지휘부에서 검제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내 백성들아! 더는 이 섬을 신경 쓸 필요 없다! 대륙을 정벌하라!]“!@#!$!”
“!@#!$!”
여왕의 영파와 함께, 인어족들이 인술라에서 일제히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인술라로 진입하기 위해 때를 노리던 인어족들도 섬을 무시하고 북쪽으로 나아가는 게 보였다.
그 광경은.
“인어족들이 물러간다!”
“우리가 이겼다!!”
남해 어부 연합의 전투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게 했지만.
“저건……!”
“젠장!”
대륙의 초인들에게는 반대로 낭패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어부 연합의 환호성조차 금세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는데.
[이곳은 짐과 친위대가 직접 정벌하겠노라.]그 살기등등한 영파가 인술라의 섬을 강타한 직후.
부르르르르르르.
우르르르르르릉.
섬 전체가 뒤집힐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지진?”
“아냐, 이건……!”
누군가 대답해 주기도 전에, 남쪽 바다 너머에서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올랐다.
우르르르르르릉.
마치 하늘에 닿을 듯한 그 거대한 파도가 수평선을 가득 메우는 광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고.
번쩍.
꽈아아아앙!
뒤이어 삽시간에 모여든 먹구름이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고 천둥과 벼락을 쏟아내는 광경은 인술라 대다수의 사람들의 안색을 파랗게 질리게 만들었다.
[하찮은 인간들아! 현세에 강림한 신을 영접하라!]비웃는 듯한 영파와 함께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 아니 해일의 모습.
햇빛마저 가릴 만큼 높이 솟아오른 해일과 점점 불어나는 먹구름은 온 바다에 말세가 도래한 듯한 파멸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 어떻게 저런……!”
당당한 바다 사나이들의 대표인 오러유저 테헤논조차 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를 악무는데.
“여태 저걸 준비하고 있었나……? 저건 못 막네, 공작!”
“빌어먹을! 생각보다 훨씬 더…….”
“저건 결계로도 절대 못 막습니다, 검제! 후퇴합시다!”
세 마도사가 앞다투어 검제에게 후퇴를 권하기 시작했다.
“후퇴해야 합니다, 공작! 저 해일은 남부 산맥이 막아 줄 겁니다! 우리는 그 뒤에 적의 핵심을 요격하는 것이 맞아요!”
크롬벨이 피를 토할 듯 고함을 지르며 그의 정령 오투스를 소환했다.
그에 검제가 입술을 깨물며 초인들에게 후퇴를 지시하려던 그때.
[정말 여기 사람들을 다 버릴 건 아니죠, 영감님!?]익숙한 느낌의 영파가 지휘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즉시, 검제가 그 영파의 주인을 찾았다.
[방법이 있는 거냐, 타이니!?] [오호, 영파? 영감님, 대체 언제……. 아, 이럴 때가 아니지.]그때, 그 거대한 먹구름과 해일을 향해 돌진하는 늑대와 기사가 모두의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규모가 너무 커서 그런지, 저 마법은 핵이 세 군데나 있어. 크롬. 너도 느낄 수 있을 텐데? 총 세 군데야.] [크롬이 아니라 크롬벨이라고 몇 번을……. 젠장,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타격해야 할 텐데, 당신과 내가 하나씩 맡는다 해도 중심에 있는 나머지 하나는? 그놈들이 몰려 있는데?] [내가 책임진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충분히.] [……믿기지 않지만, 믿어 보겠습니다.]타이니와 크롬벨의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가더니.
“파도는 막아 낼 수 있습니다. 후에 있을 결전을 준비하십시오!”
크롬벨이 모두에게 육성으로 말을 전한 뒤 오투스를 타고 파도를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타이니는, 해일의 중심점에서 똥폼을 잡고 있는 거대한 인어와 마족들의 존재감을 느끼며 비웃음을 지었다.
[호오? 막아 보겠다고? 신의 권능을? 푸하하하. 재미있구나.]여왕의 영파에서 느껴지듯, 아마 저들은 자신을 얕잡아 보고 있을 것이다.
놈이 스스로 신의 권능이라 칭한, 이 세상을 뒤엎을 듯한 대마법.
그것을 이루는 세 개의 핵 중 하나만 지켜도, 대륙을 통째로 쪼개 버릴 듯한 저 해일은 유지될 테니까.
하지만.
‘깜짝 놀라게 해 주지.’
타이니는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해일의 오른쪽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타이밍 맞추자.] [가운데는 어쩔 겁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대체 어떻게……. 흐, 일단 믿어 봅니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다 죽는 거지 뭐.] [……그 전에 내가 당신을 죽일 겁니다.] [크크크크크.]마냥 상극 같았던 크롬벨도 이럴 때만큼은 뜻이 살짝 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번쩍.
노을빛 유성으로 변한 타이니와 월랑이 거대한 해일의 오른쪽에 마법으로 숨겨져 있던 술식의 핵을 강타하는 순간.
반대 방향에서도 크롬벨이 신성력으로 원을 그려 내며 왼쪽의 핵을 박살 내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 무너져라.
타이니가 자신의 영혼에 임시로 새긴 권능의 조각, 바다의 왕.
여왕의 그것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한 그 권능의 조각이, 해일의 중심점 뒤에 자리한 마지막 핵을 뒤흔들었다.
그의 반쪽짜리 권능으로는 모든 힘을 짜내 간신히 술식을 흐트러트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뭣이!?]경악하는 여왕의 영파가 천지에 울려 퍼지는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하늘을 집어삼키고 대륙을 파멸로 몰고 갈 것 같던 거대한 해일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물론 그럼에도 이미 섬을 향해 밀려오던 그 거대 해일의 여파는 엄청났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우르르르르르릉.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거의 백여 미터의 파고를 유지하던 해일의 잔물결은 그대로 인술라를 강타하고 섬 전체를 순식간에 물에 잠기게 할 듯했지만.
이내 섬의 일각에서 투명한 반구형 결계가 모습을 드러내 파도를 막아 냈다.
세 명의 마도사들이 만들고, 아르곤이 컨트롤하는 결계.
거기에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5만의 대군이 동시에 쏟아 낸 군단 스킬, ‘파도의 세례’의 힘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콰콰콰콰콰콰.
우르르르릉.
그 결과는 몰아치는 격랑과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서 더욱 빛이 났고.
그만큼 누군가는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
여전히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체고가 10m에 이르는 몸으로 해수면을 딛고 서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어족의 여왕.
[감히 대계를 망쳐!!!? 그것도 내 권능을 흉내 내서?!]우르르릉.
꽝! 꽝!
그녀의 분노는 바다 위로 연신 벼락이 떨어지는 형태의 자연 현상으로 표현되었다.
그 뒤에서는 나태의 마족들이 인상을 굳힌 채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멀리 떨어진 인술라 주민들의 몸이 일순 굳어 버릴 정도로, 여왕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섬뜩한 분노를 쏟아 내는 여왕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꽂혔다.
원래대로라면 대륙을 반으로 가르는 바다의 칼날이 되었어야 할 대마법을 분쇄한 주범.
여왕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삼지창으로 검은 머리 기사를 가리켰다.
[너! 신으로서 명하노니, 벼락 맞을지어다!]그 순간 완전히 검게 물든 하늘이 그녀의 의지에 호응하듯 엄청난 굵기의 벼락을 쏟아 냈다.
번쩍.
꽈르르르르르릉.
바다와 하늘을 가득 채우며 모두의 시야를 샛노랗게 물들이는 벼락이 타이니를 향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오직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과하게 느껴지는 힘.
[한 줌의 재가 되어 영혼마저 으스러져라!!]그 벼락이 천지를 울리는 여왕의 분노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그런데.
한참 동안 몰아치던 벼락이 멎은 뒤, 서서히 가라앉아 가는 격랑 속에서 한 그림자가 태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파지지지직.
새하얀 머리와 부풀어 오른 신체. 정령 합신의 상태로 변해 벼락을 견뎌 낸 타이니는 얼얼한 듯 팔다리를 주무르며 씩 웃어 보였다.
“아브브브. 분신보다는 확실히…… 큿, 세네. 거참. 신이라 자청하는 게 아예 뻥은…… 아브브, 아닌가 봐?”
파드드득.
짜릿함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몸을 살짝 떨기는 했지만 멀쩡해 보이는 모습.
그 태연하기까지 한 말투에 지켜보던 모든 이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당연하게도 여왕이었다.
[감히!]마치 하등한 자에게 천벌을 내리듯 오연한 모습을 보이던 여왕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허공의 타이니 앞에 나타났다.
[권능을 상쇄할 재주가 있는 모양인데, 그럼 직접 찢어 주마!]타이니의 몸보다 두 배는 큰 삼지창이 푸른 오러에 휘감겨, 그 몇 배의 부피로 커졌다.
공간을 단축하는 듯한 움직임, 서슴없이 목표를 관통하는 창과 그 안에 담긴 파괴력.
여왕이 단순히 마법만을 부리는 마법사 형태의 강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지만.
[이쪽도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지. 안 그래, 친구들?]타이니의 영파에 대답하듯, 어느새 그의 옆에서 저릭과 실버 팽이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하!”
번쩍.
저릭의 도끼가 밤하늘에 은빛 보름달을 그려 내고.
“으랏차!”
꽈르르르르릉.
그 보름달을 통과한 실버팽의 벼락은 새하얀 빛을 두른 채 적이 아닌 타이니를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타이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 노을빛 유성으로 변해, 그 새하얀 벼락의 세례에 녹아들었다.
– 이걸 전생에 에스티나가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기는 했었어.
– 꼴통 3인방의 합동 필살기니까. 우레 박치기가 어떠냐고.
– 에이. 이상하지. 내 취향대로 지은 이름이 더 멋있어.
– 아, 아냐. 그리 거창하게 안 지었어. 진짜 강력한 건, 거창하게 표현 안 해도 다 알아.
– 뭐냐고?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