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mmer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오러마스터의 힘
콰아아앙!
‘더럽게……. 많네.’
유성 떨구기를 사용하며 바닷속에 들어서자마자 그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콰드드드드득.
일 초를 수십 분의 일로 쪼갠 짧은 시간 동안만 해도, 유성형 오러에 터져 나가는 인어족이 수십에 달했다.
거기다.
‘충돌!’
꽝——–!!
우르르르르르르릉.
본신과 분신들의 유성 떨구기가 한 점에서 만나 증폭시킨 삼중 폭발은, 킬로미터 단위의 공간 내에 존재하는 인어족들을 단번에 핏물로 만들어 버리는 파괴력을 발휘했다.
콰르르르르르릉.
일종의 혼자서 하는 합동 기술이랄까.
폭발의 여파만으로도 바닷물을 하늘까지 솟구치게 만들고 국지적 해일을 일으키는 위력.
그러나 애초에 인어들이 물속을 빽빽이 채우고 있던 에낙센의 앞바다에서는 그 강력한 파괴력조차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니의 투지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럼 다 없애 버릴 때까지 계속 터트리면 된다.’
신성을 손에 넣으면서 그의 감각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들어섰으니.
무한히 많아 보이는 인어들조차 사실은 그 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다.
[다시 간다! 비린내 나는 물고기들아!!]바닷속에 존재하는 모든 인어족들에게 살기를 실은 영파를 날리고.
타이니의 본신과 두 분신은 다시 노을빛 유성으로 변해 바닷속에서 인어들을 분쇄하다가 좀 전과 같이 한 지점에서 만나 폭발했다.
———–꽝!!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우르르르르르르릉.
물속에서 퍼진 거대한 폭발과 인어족의 비명마저 집어삼킨 굉음이 일대의 바다를 새빨갛게 물들이는데.
타이니는 지치지도 않고 또다시 세 줄기 유성이 되어 인어족 군대를 절망 속에 몰아넣었다.
푸른 바닷물 속에서 더 파랗게 변한 인어들의 얼굴.
“!@#!@!”
“!@#!$!”
놈들의 알 수 없는 말소리가 거품과 함께 수중에 흩어지는데.
그 말뜻은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놀랐겠지.’
자신도 놀랐으니까.
애초에 분신 둘을 포함한 세 방의 유성 떨구기를 연속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다.
‘불굴은 만능이 아니야. 이 상황에서도 영력이 중요해.’
권능은 완성된 것은 확실했다.
분신이 발동된 상태가 아니라면, 예상했던 대로 불굴은 빅뱅마저 연달아 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오러마스터의 경지에서 쓰는 빅뱅은 세상에 상처를 남긴다. 진짜 강적을 상대할 때가 아니면 안 쓰는 게 나아.’
그런 생각에 다른 기술들을 하나하나 테스트해 봤는데.
오러 분신과 함께 기술을 써 보니, 불굴의 권능에도 한계가 느껴졌다.
그가 하나가 아닌 일곱이 되어 동시에 전력을 쏟아 내는 일은 불굴의 권능으로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아쉽지만…….’
충분히 이해할 만한 페널티였다.
게다가 지금처럼 분신 둘과 함께 세 방의 유성 떨구기를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본신의 힘 덕분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초월무구, 어깨 갑옷 아니무스 덕분.
‘고맙다.’
우웅.
오러마스터로 승격한 이래 더욱 강한 영력을 보조해 주고 있는 아니무스가 그 존재감을 다시금 어필했다.
– 아니무스는 제가 예비한 초월무구이기는 하지만, 그 근원은 신화시대 오러마스터의 유물입니다.
크롬벨에게 들은 이 어깨 갑옷의 진가는 오러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로 더욱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으니.
조금 전 오러 분신을 6개체나 소환하고 그 개체가 모두 전력을 다해 폭풍 휘두르기를 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무스가 증폭된 영력으로 불굴의 권능을 보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러마스터에 갓 이른 타이니의 권능을 사실상 경지의 극에 이른 수준으로 끌어 올려 준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또 간다! 전부 피떡을 만들어 주마!]번쩍.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서 수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며 스치는 모든 인어족을 분쇄하는 세 줄기 유성.
그리고 그것들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꽈아아앙!
우르르르르르릉.
콰콰콰콰콰콰.
바다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충격파가 범위 안의 모든 인어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처럼 인해 전술로 밀어붙이던 인어족들의 진영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끄룩!”
“!@#!$!”
가속된 시간 속에서 느리게 보이는 인어 한 개체 한 개체의 표정에 공포가 번지고.
후미의 인어들은 아예 바닷속으로 도로 도망치려는 듯한 자세까지 보이는 광경.
그 모든 모습이 타이니의 감각에 고스란히 읽혔다.
‘이겼다.’
적어도 에낙센의 앞바다에 있는 인어족은 싹 쓸어버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자연스레 미소가 번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가 영파 하나만으로 바닷속의 인어족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든 직후, 세 줄기 유성은 이제는 사방으로 흩어져 가는 인어족의 무리에게 각각 부딪혀 다시금 피의 바다를 만들어 냈다.
꽈르르르르릉.
그러다 보니, 확실히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쉬워. 생각보다 너무.’
크롬벨이 이르길, 고대의 전설에서는 인어족의 강자 비율이 인간과 비슷하다 했다.
그런데.
‘익시더급은 고사하고 초인급조차 없다.’
여왕이 등장할 때 같이 갈려 나갔던 친위대들이 인어족 정예의 전부였던 것처럼.
‘그놈들도 죄다 초인급이었지. 익시더급은 없었어.’
여왕의 신성과 그 힘을 생각해 보면 인어족의 엄청난 숫자에 비해 강자들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학살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확실하게 실감이 되고 있었다.
‘마치 종족의 가능성을 여왕에게 몰아준 것처럼.’
엄밀히 말하면 불가능한 일.
하지만 어쩌면 인어족에겐 그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인어는 영혼을 링크해서 서로 교류한다. 놀라운 종족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애초에 종족적 분노에 공감한 개체 모두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돌격해 오는 것도, 그런 특성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그런 종족이라면 영혼의 힘을 여왕이라는 한 개체에 몰아주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였다.
여왕의 봉인과 더불어 인어들이 전부 머맨이나 세이렌 등의 몬스터로 타락했다는 것은 그 가설에 힘을 보태 주는 증거 중 하나였다.
‘그래. 충분히 그럴듯해.’
물론 그랬다면 여왕이 죽은 후에도 인어족들이 이렇게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의아하긴 하지만.
‘부활할 때 누가 수작을 부렸다면 가능하지.’
그저 눈앞에 보이는 적들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하게 부활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하게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던 여왕. 그 모습이 타이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거야.’
다소 빈약한 근거였지만, 직감은 그것이 확실하다 말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게 아니었다면, 여왕은 마족들의 정예와 친위대를 모두 갈아 넣어서 빅뱅을 버텨 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게 누구 짓일지도 뻔하고.
‘마족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놈들이 여왕을 약화시켜서 카르마를 얻을 기회를 준 것을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여왕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인어족이라는 후환을 남겨 놓은 것을 저주해야 할까.
아이러니했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바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인어들부터 모조리 쳐 죽이는 것.
[도망치지 말고 덤벼라! 너희 여왕을 죽인 것이 나인데, 복수하고 싶지 않으냐?]바닷속을 떨쳐 울리는 영파에, 도망치던 인어족들이 동시에 흠칫했다.
뒤이어 타이니를 돌아보는 놈들의 눈가가 일시에 붉게 물든다 싶더니.
“!@#!@!”
인어들이 모두 물속에서 동시에 음성을 토해 내며 다시금 그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그 뜻은 알 것 같았다.
공포에 질려 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분노한 얼굴로 몰려오는 인어족.
‘이게 먹히면, 언젠가는 인어족을 멸족시킬 수도 있겠는데?’
타이니는 그들을 향해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세 줄기 유성으로 화해 그들을 마주했다.
꽝———!!!
일주일 동안 끌어 온 에낙센 앞바다의 전투를 순식간에 정리하는 마지막 충돌이었다.
* * *
“또 온다!!”
앞바다에 파도가 출렁이는 순간, 지켜보던 누군가가 다시 비명처럼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듯.
콰콰콰콰콰콰콰콰.
하늘 높이 솟구친 물줄기는 그대로 폭우가 되어 에낙센 전역에 쏟아졌다.
“아푸푸.”
“비에서 짠맛이 나는 날이 올 줄이야.”
“이게 비냐!?”
“피비린내도 나!”
“뭐 어때? 낄낄.”
졸지에 찝찝한 빗물을 뒤집어쓴 병사들이 서로를 놀리며 떠드는 데도 지휘관들은 아무 제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바다 위로 보이는 인어는 없습니다.”
“정말 타이니 경이 전부…….”
검제의 곁으로 모여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그들을 보며 검제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족의 존재감들이 사라져 간다. 녀석이 정말 해냈어. 적어도 한동안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 확언에 지휘관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리고 그런 검제의 말은 곧, 에낙센에 모여든 그들의 휘하 병력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또 온다!!”
퍼어어어어엉!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솟구치는 물보라에 하늘이 흐려지고, 짜고 비린내 나는 폭우가 전역에 쏟아져도.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 비를 맞이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퍼어어어엉!
이제까지 터져 나오던 화려한 폭발보다는 조금 작은 물보라와 함께, 새하얀 머리의 거구의 남자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광휘의 기사!”
“타이니 경이다!”
“우와아아아아!”
한쪽 팔을 잃은 병사부터 다리가 부러져 절뚝이는 기사까지, 격렬한 전투에 의식을 잃거나 죽은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다수의 병력이 이 전투만 끝나면 쓰러져서 며칠 밤을 내리 잘 만큼 피로한 상태고, 개중에는 눈을 감으면 다시는 뜨지 못할 것 같은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모든 이들이 이 순간에는 그저 전투가 끝났음에 환호하고, 그 가장 큰 역할을 한 초인을 칭송했다.
그리고 그런 칭송을 받은 초인은 그에 엄청난 울음소리로 답변했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
– 우우우우우!!
에낙센 전역에 울려 퍼지는, 마치 사람이 아닌 늑대의 하울링 같은 음성.
그에 병력들이 어리둥절하는 순간.
그런 그들의 전신에 노을빛 마나의 세례가 내려앉았다.
스아아아아.
“어…… 어!?”
“몸이 가벼워지는……?”
“상처가……!?”
거의 1만에 가까운 병력 전체가 별안간 묘한 활력에 휩싸였다.
물론 그렇다고 중상을 입은 이가 한순간에 벌떡 일어나거나 잘린 팔이 복구되는 기적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 죽은 듯이 잘 것 같던 이들의 피로감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출혈로 죽을 것 같은 이들도 상처가 가까스로 아물며 창백한 안색으로나마 목숨을 부지하게 만들었다.
죽기 직전의 상처를 중상으로, 중상을 경상으로, 그리고 경상을 완쾌로 바꾸는 힘.
그것만으로도 병력 전체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우와아아아아!”
“기적이다!”
“광휘의 힘이다!”
“광휘의 기사 만세!!”
“만세!!!”
전장을 초토화시킨 초인이 남겨진 병력을 위해 일으킨 기적.
그것이 더욱 큰 환호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럼 전 다른 곳에 가 보겠습니다. 정리 부탁드립니다, 영감님.]그 환호성을 받은 영웅은, 그 상황이 다소 쑥스러운 듯 총지휘관에게 영파 한마디만을 남겨 놓고 하늘 저편으로 날 듯이 사라져 갔다.
“저놈 저거, 정말 지치지도 않는 건가?”
정말 오러마스터는 사람이 아닌 건가.
멀어지는 타이니를 보며 검제가 심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지만, 타이니가 거기까지 신경 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신경 쓸 상황도 아니었다.
에낙센에서 환호성을 뒤로하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직후.
파아아아앙!
“후.”
정령 합신을 푼 그가 다시금 월랑을 타고 허공을 질주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검은 밧줄 같은 기운이 녹턴을 칭칭 휘어 감았다.
그리고.
[돌. 아. 와. 라.]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낯선 영파가, 타이니의 영혼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