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0
99. 그렘린 돌보기 >
그렘린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태주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었다. 그는 태산이를 교육했던 방법을 떠올려봤다.
“어? 뭐지?”
딱히 태산이를 교육했던 기억이 없었다. 태산이가 장난을 심하게 쳤을 때 야단을 친 기억이 있긴 했다. 하지만 짓궂은 장난을 친 것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야단칠 시기를 놓친 적이 대부분이었다.
“방송에선 착한 일을 하거나, 교육을 잘 따랐을 때 포상으로 간식을 주던데.”
“응? 정원사 씨 우리 정원에서 간식 포상이 가능할까? 널린 게 과일나무인걸.”
“어? 그, 그렇네요. 얘네 초식이었죠? 그럼 단단은 왜 물었을까요?”
“호호호. 정원사 씨 고민해보라고. 원래 그렇게 하나씩 배우는 거야.”
그렘린을 생각하니 좀 막막했다. 그는 태산이가 생각보다 얌전하게 자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태산이는 힐링 인터뷰에서도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거나 하지 않았다. 단단에게도 처음 포획했을 때를 빼면 겁을 주거나, 못되게 굴지 않았다.
“우리 태산이가 엄청 착했군요.”
“음, 그건 조금 상대적인 얘기인걸.”
“네?”
“호호호. 정말 얌전한 아이들도 있지. 정원사 씨 솔직하게 말하면, 태산이는 자기가 세다는 걸 잘 알아서 그러는 거야.”
해나의 설명에 따르면 태산이는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정원에서든 현실에서든 자신이 가장 세고, 누구도 자신을 강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아서 너그럽다는 설명이었다.
“태산이가 힘이 세긴 하죠. 제대로 힘을 쓰면 저도 못 당할 거예요.”
“그렇지. 그걸 잘 아니까. 당당하고 너그러운 것이지.”
“훗. 강자의 여유라는 거군요.”
“호호호. 그게 그렇게 되겠네.”
해나는 태주에게 그렘린들은 아주 활동적인 생물이니, 지칠 때까지 놀아주라는 충고를 했다. 협조 의뢰 목록에 그렘린 관련 내용은 활동적이라는 것 외에 다른 내용이 없었다. 어쩌면 그 내용대로 활동량을 채워주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태주는 영화 대본 연습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얘기했다. 자신이 잘 돌보겠다는 생각으로 임시 보호를 받아들였다. 그렘린들을 제대로 보살펴야 했다.
태산이가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공놀이나 당기기 놀이 같은 걸 하면 될 것 같았다. 아니면 희와 제피르의 도움을 받아 숨긴 물건 찾기 같은 걸 해도 될 것 같았다.
‘후후후. 이렇게 만들면 되지.’
태주는 상점에서 좀 질긴 면으로 만들어진 밧줄을 샀다. 그 밧줄을 여러 가닥으로 묶은 후 자신이 잡을 부분에는 동그랗게 고리를 만들었다. 뿌듯했다. 없는 손재주로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다니, 이제 끈 장난감은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가 그렘린에게 끈 장난감을 자랑했다. 오두막 앞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그렘린들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을 했다.
“짠. 이거 봐라. 오빠가 만들었어.”
“카앙. 캉.”
장난감이 아직 뭔지 모르는 그렘린이 고개만 갸웃대고 있을 때, 태산이 나타났다. 태산은 꼬아놓은 끈을 보더니 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 태산이에게 태주가 끈을 자랑했다.
“태산아 이거 봐봐. 형이 만들었어. 태산이가 이쪽 물면 형이 이쪼오…. 놔라, 이놈아!”
– 휙. 휙. 휘익-휙.
“큭. 무슨 힘이.”
‘아차!’하는 사이에 끈을 뺏겼다. 태주가 만든 끈은 그렘린과 써보기도 전에 태산이가 신나게 물고 휘둘렀다. 그가 손을 휘둘러 뺏어 보려 했지만, 무리였다.
후후 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힌 태주가 다시 끈을 꼬기 시작했다. 그렘린들이 그런 그의 주위에 와서 캉캉거렸다. 태산이가 가지고 노는 끈이 부러운지 폴짝폴짝 뛰면서 그의 주위를 돌았다.
“어유. 정신없어라.”
“캉캉.”
“하하하. 이쪽 물어봐. 오빠가 이쪽 잡고 있을게.”
“캉. 크르릉.”
그렘린 네 마리가 한 번에 물고 늘어지니 태주의 힘으로 잡고 버티기 쉽지 않았다. 그가 질질 끌려갈 것 같은 느낌에 힘을 주어 버틸 때였다.
– 콱!
“오오. 태산이가 형 도와주는 거야?”
“캉. 캉캉.”
태주가 잡고 있던 끈 쪽을 태산이가 문 채 당기기 시작했다. 네 마리 그렘린과 태산이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우와! 태산이 잘한다.”
“호호호. 어머나, 태산이가 힘이 정말 세구나. 팽팽한데.”
해나와 태주가 곁에서 하는 칭찬을 들었는지 갑자기 태산이가 힘을 쓰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뒷발에 힘을 주어 당기자 네 마리가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해나. 봤어요? 우리 태산이가 힘이 장사예요.”
“호호호. 가뿐하게 이겼는걸.”
“와하하. 잘했어. 태산아. 이야! 진짜 힘세다.”
‘훗. 우쭐한다. 아이고. 귀여워라.’
오랜만에 의기양양해진 태산이 모습이 나왔다. 네 마리 그렘린에게서 뺏은 줄을 내려놓고 그 앞에 앉아서 늠름하게 포즈를 잡았다.
태주는 그런 태산이 곁에서 호들갑스럽게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렘린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태산이 부러운 것 같았다. 살금살금 태산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태산이 눈치를 보던 녀석 중 한 마리가 줄을 입에 물었다.
“냥!”
“캉. 캉캉.”
“호호호. 2차전이네.”
우쭐대느라 줄을 뺏긴 태산이 달려들어 줄을 물고 도망가던 그렘린들을 덮쳤다. 태산이 줄의 한쪽을 물고 다시 당기기 시작했다. 태산이든 그렘린이든 지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특히 그렘린은 태산이를 잘 따르면서도 이기고 싶은 것 같았다.
‘그것을 꺼낼 때가 왔군.’
태주가 지하 제약 공방에 두었던 물건을 꺼내왔다. 그 사이에 줄은 바닥에 버려졌다. 어린 그렘린과 태산인 그새 줄에 흥미를 잃은 모습이었다. 역시 집중력이 짧았다. 아이들은 호기심은 많지만, 인내심이 별로 없고 관심도 금방금방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아마 다를 것이다. 이 가죽공은 태산이도 잡을 때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달려드는 물건이었다. 가죽공에 무슨 마법이라도 걸린 건지, 그 공을 잡을 때까지 미친 듯이 질주했다.
사실 그는 태산이에게 가죽공을 잘 주지 않았다. 살아있는 것처럼 튕기는 가죽공을 잡으려다 태산이가 나무를 자주 넘어뜨려서였다.
‘아! 이게 잘하는 짓일까? 다섯 마리가 뛰어다니면 난리가 날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그가 오두막에서 공을 들고나오는 순간부터 태산이 눈이 공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집요하게 번뜩거리는 눈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태산이 공을 보자, 그렘린들도 따라서 공을 쳐다봤다. 태주는 공을 살살 움직이면서 아이들이 잘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힘차게 빈터를 향해서 던졌다.
– 휙!
“공이다. 얘들아 공 잡자.”
“냐앙!”
“캉. 캉. 카앙.”
태주가 던진 공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던 녀석들이 일제히 몰려갔다.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면서 가더니 곧 난장판이 벌어졌다. 베테랑 사냥꾼인 태산이는 그렘린들의 어설픈 동작에 번번이 공을 놓쳤다. 그렘린들은 종횡무진 정원을 뛰어다닐 뿐 제대로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래도 재밌는지 계속 캉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을 태주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었다. 정원수 쪽이나 화단 쪽으로 공이 가면 큰일이었다. 그는 그쪽으로 공이 움직이면 바로 다른 쪽으로 쳐낼 생각이었다.
‘오지 마라. 이쪽으로 오지 마라.’
– 통. 통. 통.
“냥냥!”
“캉캉.”
“왜? 왜, 하필 이쪽이야?”
*
오두막 침실로 그렘린 네 마리를 옮기는 태주의 몰골은 꽤 불쌍했다. 공놀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선택이었다. 공을 쫓느라 체력을 모두 쏟아부은 그렘린들은 얌전히 잠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다니며 수습을 한 태주 역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호호호. 정원사 씨 오늘도 너덜너덜한걸.”
“크읔. 너덜너덜.”
“어서 씻고 나와. 맛있는 로스트 비프를 준비해두었어. 씻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라고.”
“역시. 해나밖에 없어요. 하하.”
그는 조리 시간이 긴 요리를 일부러 준비해준 해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씻으러 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씻으니 그나마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반려동물 여러 마리를 키우게 되면 다들 이렇게 힘이 드나?’
촬영은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스트레칭을 제외하면 따로 운동은 하지 않지만, 그는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매일 정원 일을 하느라 몸을 많이 쓰는 그였다. 그가 정원을 돌보느라 걷는 거리만 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공놀이는 그런 그의 체력으로도 쉽지 않았다. 태산이조차 호랑이 굴에 쉬러 갔으니, 아마 그렘린들은 저녁까지 푹 잘 것이다.
“그래서 쿠첼루스가 화가 많이 났어요. 저도 좀 그렇고요.”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관심? 가수라면서, 노래를 잘 부르면 관심을 받지 않겠어?”
해나에게 복잡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잘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양심에 조금 찔렸지만, 그냥 그 가수가 원래 이상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흐음. 좋아. 쿠첼루스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 줄 테니, 내일 돌아갈 때 가져다주라고. 사막 왕국의 전통 요리를 준비해주지.”
“아. 그러면 좋아할 거예요. 기분도 좀 나아지겠어요.”
“호호호.”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눌 때였다. 그렘린들이 깼는지 침실이 시끄러웠다. 저녁까지 잘 줄 알았는데, 점심을 거르더니 배가 고파서 깬 것 같았다. 태주가 침실문을 열어주러 간 사이 해나는 우유와 과일을 준비했다.
“와! 엄청 꼬질꼬질해.”
“캉캉.”
“꼬질이 한 마리. 꼬질이 두 마리. 킥킥.”
“호호호. 우선 먹이를 먹이고 씻기든 하라고.”
해나 말 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잠깐 자고 일어난 녀석들은 배가 무척 고팠는지 그릇을 든 해나 아래에서 두 발로 서 있었다. 우유 그릇 네 개를 여러 군데에 내려놓은 해나가 테이블에 과일 접시를 올려두었다.
“챱챱챱.”
“말썽꾸러기지만, 밥 먹는 건 너무 귀엽네요.”
“호호호. 다들 그릇에 들어갈 기세로 먹고 있네.”
“큽. 해나, 쟤요. 쟤는 이미 발을 우유에 담갔어요.”
“호호호. 씻겨야겠네.”
태주는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것을 떠올려봤다.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였지만 응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큰 타올을 적셔서 그 사이사이에 간식을 숨겨두면 그걸 찾으면서 물에 익숙해지는 방법이었다. 그는 이 방법을 해나에게 설명한 후, 괜찮을 것 같냐고 물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보물찾기 느낌도 나고. 좋아할 것 같아.”
“꽃잎 풀 한 칸의 물을 비우고 해봐야겠어요.”
“호호호. 잘 해봐, 정원사 씨.”
그렘린들이 우유를 먹는 사이 태주는 과일 접시와 큰 타올을 챙겨서 꽃잎 풀로 갔다. 아이들의 키를 생각해서 발등에 물이 닿는 정도까지만 남겼다. 그리고 큰 타올을 펼치고 사이사이에 과일을 숨겼다.
그가 준비를 마치자, 해나가 그렘린들을 데리고 풀로 왔다. 그는 과일을 한 입씩 먹인 후에, 타올 사이에 숨기는 걸 보여줬다. 그렘린들은 눈을 빛내더니 바로 타올로 달려들었다. 타올이 젖은 것은 상관없는 것 같았다.
“캉캉. 캉.”
“호호호. 과일을 찾았나 보네. 기분 좋은 목소리야.”
“킥. 몸이 다 젖었는데 신경도 안 쓰네요.”
“재밌어하는걸. 꼬리가 멈추지 않잖아.”
이리저리 젖은 타올 사이를 헤치고 다니느라 그렘린의 몸이 푹 젖었다. 그렘린들은 그런 것은 상관없는 듯 타올 안에서 찾은 작은 과일 조각을 입에 넣고 있었다.
그렘린이 과일을 얼추 찾은 것 같자, 태주는 미리 준비한 과일 조각이 든 장난감 공을 타올 속에 넣어주었다. 새로운 물건의 등장에 다시 캉캉거리는 소리가 났다.
다시 지칠 때까지 젖은 타올 속에서 논 그렘린들은 태주의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태주는 머리가 무거운지 자꾸 넘어가는 그렘린들을 마른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헐. 이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씻기니 하루가 다 갔네요.”
“호호호.”
점심 먹고 그렘린을 씻긴 게 전부인데, 벌써 하늘이 붉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다. 예전에 모 프로에서 밥을 차리고 돌아서면 다시 밥 시간이라는 얘기에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이었다. 우유를 먹이고 목욕 놀이를 시작했는데, 다시 우유를 먹일 시간이 되었다.
“태주.”
“희, 제피르. 어서 와.”
저녁에 다되어 요정 숲에 놀러 간 둘이 돌아왔다. 희는 여전히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다가왔지만, 제피르는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템린들은 꾸벅꾸벅 조는 와중에도 제피르를 보고는 태주의 몸을 타고 올랐다.
“제피르. 단단을 도와주었다고 들었어. 고마워.”
“히히힝.”
“하하하. 그렘린들이 잘못했는걸. 화나지 않았어. 이리와.”
“히이히잉.”
태주가 화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야, 제피르가 그에게 다가왔다. 태주는 손을 펴서 얼굴 높이로 들었다. 그의 손 위로 제피르가 내려섰다.
“고마워. 제피르. 이 녀석들이 너무 짓궂었지?”
“히이힝.”
“하하하. 그래도 아직 아기니까, 발로 차지는 말고.”
태주가 당부했지만, 제피르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단단을 구해준 것은 잘한 일이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그렘린을 체벌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히이히힝.”
“태주.”
“응?”
“제피르가 보호막을 둘러주고 차는 건 괜찮냐고 물었어.”
“어? 괜, 괜찮을까?”
그의 마음속에서 장난이 너무 심할 때, 그러니까 어제처럼 단단을 괴롭힐 때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