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3
102. 마법 주문서 >
정원의 말썽꾸러기 그렘린은 몇 주가 지나자 제법 생활이 안정되었다. 몰려다니면서 캉캉 우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단단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태주와 태산이가 현실로 돌아가면 주로 나무를 타고 놀았다.
따로 놀잇감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면서 잘 놀았다. 그래도 무언갈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태주는 희, 해나와 같이 회의를 했다.
“동굴을 지을까요?”
“동굴?”
“네, 상점에서 레시피를 봤어요. 미로 동굴이래요.”
“탐험!”
“하하하.”
희가 탐험을 외치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주 역시 슬쩍 마음이 동했다. 그런 둘을 보고 해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그렘린은 핑계고 둘이 같이 놀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정원에 이미 미로가 있잖아.”
“동굴!”
“맞아요, 해나. 미로하고 미로 동굴하고는 다르죠.”
“물론 다르지, 정원사 씨. 미로 동굴에는 단단도 아기 그렘린도 들어갈 수 없지.”
“네?”
동굴 타입의 미로에서 그렘린이 길을 잃으면 대체 어떻게 구해올 것인지 묻는 해나에게 대답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아기 그렘린들이 태주 몰래 들어가거나 하면 큰일이었다.
“그럼 미로 동굴은 포기해야겠어요.”
“호호호. 정원사 씨는 마법 주문서에 너무 무관심해.”
“네?”
“태주, 태주. 미로에 마법 주문서.”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예전에 미로에 쓰고 싶었지만, DP가 부족해서 사지 못했었다. 최근에는 DP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꽤 많이 모았다. 그는 희와 바로 상점으로 향했다.
“희, 마법 주문서의 종류가 늘었어.”
“응?”
“전에는 30일에 한 번 바뀌는 것뿐이었는데, 지금은 10일에 한 번 바뀌는 것도 생겼어.”
“오와!”
그 외에도 꽤 여러 가지 주문서가 생겼다. 전에 태산이가 사용했던, 30일간 눈이 내리는 주문서도 올라와 있었다.
“색을 칠하는 주문서도 있네.”
“흰색.”
“응? 아아. 좋아. 사자.”
열기구를 가리키며 흰색을 외치는 희의 의견에 동의했다. 마법이 걸려있어 겉모습이 변하지 않는 열기구지만 일 년 넘게 보니 좀 질린 감이 있었다.
“그 전에 제피르에게 물어보자. 제피르가 열기구를 좋아하니까. 무슨 색이 좋을지 물어보자.”
“응, 태주. 제피르!”
“어? 아하하.”
주문서를 고르던 것을 그새 잊었는지 희가 제퍼르를 찾으러 큰 나무 위로 날아가 버렸다. 상점 앞에 혼자 남겨진 태주는 귀여운 희의 행동에 웃고 있었다.
그는 희가 돌아올 때까지 상점에 올라온 소모품들을 볼 생각으로 차분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특이한 주문서들이 들어왔다.
“변신 주문서?”
동물부터 수인, 이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는 주문서였다. 태주는 잠시 자신이 호랑이의 모습으로 변해서 태산이와 노는 상상을 해봤다. 어쩐지 태산이에게 밀리는 상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변신해도 힘이나 체력은 그대로잖아. 그럼 태산이한테 못 이기겠는데.’
“거대화? 이거 혹시?”
거대화 주문서. 태주의 걱정거리 하나를 줄여줄 수 있는 마법 주문서였다. 제피르는 태주가 현실에서 다른 말을 타는 일을 싫어한다. 자기가 태주의 유일한 말이라고 항상 강조하고 있었다.
그는 전원주택을 지으면 제피르를 현실로 데려가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하지만 어쩐지 제피르가 현실로 가도 그다지 커지지 않을 것 같았다. 위장 기술이라는 게 그랬다. 가장 꾸며내기 쉬운 생물로 자신을 숨기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조랑말 이상으로 바뀔 것 같지 않단 말이지.’
한 뼘 조금 넘는 제피르가 위장하면, 1m 정도의 조랑말이 될 것 같았다. 만약 그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제피르가 슬퍼할 것이다. 다른 말이 자신을 태우는 게 싫어서 현실에 가길 바랐는데, 조랑말로 위장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말이 자신을 태워야 했다.
“귀, 귀여울 것 같아. 조랑말 제피르. 헙!”
조랑말이 된 제피르를 잠시 상상하던 태주는 혹시 제피르가 들었을까 봐 바로 입을 닫았다. 황금색의 반짝이는 유니콘에서 부드러운 크림색이나 엷은 갈색의 조랑말로 바뀐 모습을 그려보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조랑말 제피르한테 당근도 주고 사과도 주고. 아우. 귀엽겠다.’
“태주! 제피르도 왔어.”
“으응. 어서 와.”
태주는 거대화 주문서를 바지 뒤 춤에 잘 끼워 넣었다. 나중에 현실에 가져다 둘 생각이었다. 제피르가 정말 조랑말이 되면 써줄 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제피르는 사과나 당근을 먹이게 해줘야 할 것이다.
“제피르 열기구에 다른 색을 입히려는데, 어떤 색이 좋아?”
“히히힝.”
“응?”
“희, 희, 흰색.”
“응? 희, 제대로 알려주는 게 맞아?”
어쩐지 고개를 돌리고 말을 하는 게 흰색이 아닌 것 같았다. 태주가 희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모로 돌렸던 희는 다시 태주와 얼굴을 마주치자 놀랐는지 날개 가루를 퍼트렸다.
“희는 흰색이 좋아. 그런데….”
“응.”
“제피르는 회색이 좋대. 미안. 희 거짓말했어.”
“앞으론 거짓말 안 할거지?”
“응.”
“좋아. 제피르한테도 ‘미안해.’하고 말하자.”
“응.”
희는 태주의 말에 따라 바로 제피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과하고 나자 희는 얼굴이 밝아졌다. 잠깐이었지만 거짓말한 게 미안했는지 제피르 옆에 딱 붙어있었다.
“그럼 연한 회색으로 할까?”
“히이힝.”
“응, 태주. 제피르도 좋대.”
“좋아. 그럼, 이 연한 회색 색칠 주문서는 희가 써볼래?”
“좋아!”
다시 밝아진 희가 귀여웠다. 태주는 흰색을 칠할만한 다른 걸 찾기 위해 정원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가장 큰 건물은 역시 피라미드였지만, 흰색으로 칠하기엔 좀 부담스러웠다.
‘창고는 원래 흰색이고, 트리 하우스는 해나가 쓰는 곳이니 패스. 온실을 칠할까?’
괜찮을 것 같았다. 창고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같은 흰색으로 칠해도 어울릴 것 같았다. 지금도 다분 괜찮아 보이는 온실이었지만, 희가 흰색 마법 주문서를 써보길 바라니 한 장 정도는 사도 괜찮아 보였다.
“희, 이 흰색은 온실에 칠하자.”
“정말? 태주, 좋아.”
‘하하. 역시 희가 제일 귀엽네.’
반짝반짝. 날개 가루가 확 퍼지면서 기쁨을 표하는 희를 보자 마음이 흐뭇해졌다. 태주는 자신이 다른 아이들보다 희를 더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의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좋아하는 사랑스럽고 착한 희를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냐앙.”
“카앙. 캉. 캉.”
“어휴. 정신없어라. 이 녀석들은 또 언제 이렇게 몰려왔어.”
그는 발치께에 앉아서 빤히 올려다보는 태산이를 안아 올렸다. 의젓한 태산이는 어딜 가고 날이 갈수록 어리광이 늘고 있었다. 최근에 태산인 태주를 볼 때마다 안아달라고 보챘다. 밥도 그냥 먹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며 잘 먹는다고 칭찬해야 먹었다.
얼마 전부터는 굴에서 따로 자던 것도 그만뒀다. 낮잠은 굴에서 잤지만, 밤에는 태주의 침대에서 같이 잤다. 태산이는 그렘린들이 침대로는 절대 못 올라오게 했다. 네 마리 그렘린과 뒤엉켜 자는 걸 좋아하던 태주는 태산이 덕분에 기쁨 하나를 잃었다.
‘묵직하네. 요새 너무 잘 먹였나?’
한쪽 팔로 태산이를 안고 상점을 다시 확인했다. 그렘린들은 그의 다리를 타고 오르려다, 그의 어깨높이 공중에 제피르가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얌전히 바닥에 앉았다. 태주는 애처롭지만 귀여운 모습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상점을 계속 확인했다.
미로에 걸 변형 주문서는 10일짜리로 사기로 했다. 미로는 태산이와 단단이 예전부터 좋아하는 곳이었다. 최근엔 잘 가지 않았지만, 길이 자주 바뀌게 되면 다시 그 안에서 재밌게 놀 것이다.
그렘린이 미로 안에 들어가도 걱정할 필요 없었다. 희와 제피르가 날면서 찾을 수 있고, 둘이 아니더라도 그의 허리 높이의 미로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물벼락 주문서?”
“물벼락?”
사용 시 한 양동이의 물벼락이 머리에서 쏟아진다는 설명을 읽고 태주는 이걸 얄미운 사람이나 못된 사람을 응징할 때 쓰는 상상을 해봤다. 딱히 그런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희, 아까 봤던 변신하는 마법 주문서 말이지. 혹시 우리 태산이한테도 쓸 수 있을까?”
“응. 수인도 인간도 변신해.”
“그래? 그럼 절대 보여주지 말기로 하자. 어쩐지 엄청 귀찮게 굴 것 같아.”
“히히. 비밀이야?”
“응? 응. 비밀이야.”
태산이가 사람이나 수인으로 변하는 것은 기대되면서도 묘하게 두려운 일이었다. 어쩐지 변신한 뒤 ‘다다다다’ 불평을 쏟아낼 것 같았다. 딱히 태산이에게 못되게 굴진 않았지만, 뭔가 찔리는 느낌이 있었다.
마법 주문서를 장바구니에 넣어 둔 뒤에 소모품 창을 닫고 정원 가위를 새로 살 생각으로 장비 창을 열었을 때였다. 태산이 무언갈 발견했는지, 그를 보고 ‘냥냥’ 거리기 시작했다.
“왜? 뭐가 필요해?”
“냐냐냥냥.”
“네가 상점에서 필요한 게 뭐가 있어?”
“냥냐냥.”
“아이. 정말. 태산이 필요한 건 다 있잖아.”
사실 태산이가 뭘 바라는지는 희에게 물으면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태주는 그런 태산의 바람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번이 두 번 되고 세 번 될 것이다. 태산이가 바라는 것을 상점에서 사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미안. 네 녀석의 막무가내는 들어줄 수 없단다. 아니, 이놈 자식이!’
태주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자, 태산이 그의 몸을 차고 품을 벗어났다. 그 후 바로 상점의 상자 위에 드러누워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태산이가 찬 반동에 휘청대다 몸을 일으킨 태주는 넘어가지 않는 상점 창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태산이가 몸으로 누르고 있어서 상점 창을 뒤로 넘길 수 없었다.
“일어나라.”
“냥!”
“착하지? 우리 태산이 간식 먹을까?”
“냥!”
“이놈 자식! 안 일어나!”
태산인 상점 박스 위에 누운 채 버티며 장난치듯 그의 손을 피했다. 태주가 손을 뻗으면 발톱을 빼진 않았지만, 그의 손을 앞발로 쳐냈다. 슬슬 머리로 열이 몰리는 것 같았지만, 지켜보는 눈이 많아 화를 참고, 다시 한 번 태산이를 달랬다.
“형이 나중에 현실에서 장난감 사줄게. 상점 창 좀 넘기자.”
‘현실에 가면 궁디팡팡이다.’
“냥! 냐냐냐앙냥냥.”
“희, 이 녀석이 뭘 가지고 싶어 하는 거야?”
“히히히. 비밀이래.”
좀 전에 자신이 희에게 비밀이라고 부탁했던 것과 비슷하게 태산이 자신에게 비밀이라고 했다. 그는 이 상황이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태산이 녀석이 지능이 제법 높은 줄은 알았지만, 비밀을 가진다는 게 말이 되나?
“비밀? 비밀이라고? 이놈 자식이 형한테 비밀?”
“이히히. 태주, 태산이는 그게 가지고 싶대.”
“어휴. 어차피 마법 주문서를 사려면 저 녀석이 비켜줘야 해. 괜히 장바구니에 넣었네. 바로 구매할걸.”
“냥.”
“알았다, 알았어. 구매할게, 구매.”
대체 뭐가 가지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태주는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이렇게 버티는지 걱정이 드는 한편 궁금해졌다. 태산이가 지금까지 이렇게 무언갈 바란 적은 호랑이 굴 빼면 없었다. 사실 다들 태산이가 뭘 해달라고 하기 전에 미리미리 잘 챙겨주는 편이었다.
[40,000 DP를 사용합니다.]“뭐 ? 4만 DP?”
“4만?”
태주가 현실과 정원, 양쪽에서 사용하는 태블릿이 만오천 DP였다. 좀 전의 물건은 태블릿의 두 배도 넘는 가격이었다. 대체 무얼 샀는지 당장 받아서 열어 보고 싶었다.
“이게 뭐야? 펜던트?”
“펜던트?”
“응.”
빛의 공안에 들어있는 물건은 은색 체인에 푸른 보석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였다. 만약 태산이가 온몸으로 상품 정보를 가리고 있지 않았다면 절대 사주지 않았을 물건이었다.
“냥! 냥냥양.”
“얼른 달래.”
성질도 급했다. 아이템 설명을 읽어 볼 시간도 주지 않았다. 태주는 당장에라도 이놈이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고 태산이가 바라는 대로 해줬다. 펜던트를 체인에서 분리한 후 목줄에 매달아 줬다. 파란색 보석이 태산이 눈동자 색과 닮아있었다.
“달아줬으니 이제 설명 좀 보자. 뭐가 4만 DP나 하는…. 어디가? 이리 안 오지?”
“이히히. 태산이 도망갔다!”
“이, 이, 이 못된 녀석.”
제 잇속만 챙기고 쏙 빠져나간 태산이 때문에 뒷골이 다 얼얼할 지경이었다. 태주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원래 목적이었던 마법 주문서를 구매했다. 희에게 흰색과 회색의 칠하기 주문서를 넘겨주고 그는 미로 변형 주문서와 물벼락 주문서를 챙겼다.
‘태산이 놈. 각오해라. 물벼락을 뿌려 주마.’
좀 전에 물벼락 주문서를 봤을 때는 사용할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확실한, 명분까지 있는 대상이 생긴 상태였다.
‘이태산. 이 떼쟁이 녀석. 형의 무서움을 알려주마.’
그는 우선 미로에 마법 주문서를 사용한 후에 태산이를 혼내주러 갈 생각이었다. 희와 제피르가 그런 그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매번 태산이를 혼내주겠다고 벼르는 태주가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제피르, 태주가 성공할까?’
‘히힝.’
‘히히히. 나도. 태주는 숨바꼭질 못 해.’
희와 제피르는 태주의 패배를 예상하는 것 같았다. 그런 눈치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태주는 빠른 걸음으로 미로로 걸어갔다. 바로 변형 마법 주문서를 쓰고 태산이를 잡으러 갈 생각이었다.
태주도 혼자 힘으로는 태산이를 잡기 힘든 것을 알고 있었다. 희와 제피르에게 이런 일로 부탁하긴 미안했다. 지금까지 너무 자주 부탁해서 이번엔 혼자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는 캉캉거리며 그의 주위를 도는 그렘린들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그의 말에는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태산이. 태산이를 발견하면 캉캉 짖는 거야.”
“캉캉.”
“아유. 대답도 잘하네. 태산이 찾으면 짖기야. 알았지? 자, 태산이를 찾자. 가자.”
그렘린에게 태산이 이름을 여러 번 말해서 기억하게 한 태주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원을 돌아봤다. 우선 태산이가 제일 자주 시간을 보내는 바위 무더기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가자. 이놈 자식, 태산이. 매운맛을 아니, 차가운 물맛을 보여주마.”
태주가 바위 무더기 방향으로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산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태산은 태주가 간 방향을 흘깃 보더니, 마법으로 형태가 바뀐 미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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