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4
103. 태산의 변신 >
태산인 헛다리를 짚어서 애먼 곳을 뒤지고 있는 태주 일행을 뒤로하고 미로 안으로 들어왔다. 미로는 단단하고 재밌게 놀았던 곳이었다. 오늘은 혼자지만 좋은 기억은 여전했다.
미로는 요정들이 와서 꾸며준 이후로 변함없이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 태주가 무언갈 하고 가자, 길이 바뀌었다. 냄새도 바뀌어서 익숙하지만 낯선 장소가 되었다.
“냐앙. 냥. 냥.”
새로운 장소를 탐색하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미로 안에 신난 태산의 울음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
그렘린을 앞세우고 바위 무더기로 왔지만, 태산이 녀석을 찾지 못했다. 태주는 이곳저곳 둘러보며 하얀 털을 잡아내려 했다.
‘귀신같은 녀석. 대체 어디에 숨은 건지.’
“캉캉. 캉.”
‘아이고. 그렘린은 전혀 도움이 안 되네.’
그렘린들은 태산이 탐색은 뒷전이고 그의 몸을 타고 오르며 장난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태주는 그런 그렘린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호랑이 굴, 최근엔 굴을 치워준 적이 없었다. 침실에서 같이 자게 되어 그런 것 같았다. 굴 안을 들여다본 그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물건도 많지 않은 모습에 놀랐다. 태산이 녀석이 물어간 찻잔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찾지 못했다. 굴이 아닌 다른 곳에 둔 것 같았다.
“얘가 찻잔을 다른 곳에 숨겼나?”
“캉캉.”
“하하하. 조심해야지. 떨어질라.”
태주는 우선 희가 원했던 색칠하기 주문서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나중에 정원 시설을 좀 바꾸기로 했다. 정원 시설은 대개 마법이 걸려있었다. 마법 덕분에 망가지지 않으니 바꿀 생각을 못 했었다. 그래서 창고나 상점은 아직도 처음 입장했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DP도 좀 있는데, 상점하고 창고 모습 좀 바꿔야겠다. 특히 상점. 상자 위에 태산이 드러누우니 화면이 가려지는 건 처음 알았네.’
“희, 열기구랑 온실에 색칠 먼저 하자.”
“태산이는?”
“천천히 찾아봐야지.”
“좋아. 색칠하자.”
희의 목소리가 높고 맑아졌다. 그런 희의 목소리에 화가 슬슬 풀리려 하고 있었다. 그는 ‘흠흠’ 소리를 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태산이 녀석을 반드시 혼내야 했다.
– 부욱!
“회색.”
“오! 깔끔하다.”
다행히 열기구 풍선 부분에 그려진 희와 태산이 그림은 지워지지 않았다. 상아색 풍선이 깔끔하게 회색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나중에 현실의 집에 색칠하기 주문서를 써보자고 다짐했다. 번거롭게 페인트를 여러 번 칠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깔끔했다.
신이 난 희가 기세를 몰아 온실까지 흰색으로 바로 바꿨다. 주문서는 이번에도 깔끔하게 온실을 흰색으로 바꿔주었다. 만족스러운 성능에 색깔별로 주문서를 모두 모아둘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태주, 그건 뭐야?”
“응?”
“허리에 주문서가 있어.”
“아!”
상점에서 희와 제피르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샀던 거대화 주문서였다. 태산이 고집 피우는 걸 신경 쓰다 챙겨두기로 한 걸 까맣게 잊었었다. 그는 이걸 제피르가 있는 장소에서 말해도 괜찮을지 잠깐 고민했다.
‘아쉽다. 당근 먹이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거대화 주문서야.”
“거대화?”
“응. 제피르한테 써줄까 하고.”
“히이힝.”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제피르가 바로 태주의 눈높이로 내려왔다. 희는 제피르에게 그의 허리춤을 가리키며 거대화 주문서라고 알려줬다. 제피르가 몸 주위를 빠르게 날았다. 태주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심에 뒤 허리춤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제피르가 나중에 내 부탁 하나 들어줘. 약속하면 주문서 써줄게.”
“히힝.”
“부탁?”
“응. 아주 간단한 거야.”
희와 제피르가 잠시 눈을 맞췄다. 희는 제피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태주의 부탁을 들어주겠다 약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의 성격상 무리한 것을 부탁할 리가 없었다. 제피르가 히힝 하고 짧게 대답하자, 희가 바로 그의 말을 옮겨주었다.
“제피르가 좋대.”
“야호! 좋아. 그럼 이 주문서를 써보자.”
– 부욱!
주문서를 찢자 밝은 빛이 제피르의 몸을 감쌌다. 혹시 몸이 커지면서 아프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괜찮은 것 같았다. 빛이 사라지고 그곳엔 보통 말보다 훨씬 큰 체구의 제피르가 있었다.
“히히힝.”
“캉캉.”
“카앙.”
‘아이고. 시끄러워라.’
“자, 너희는 이제 가서 놀아.”
제피르가 커지자 그렘린이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무서운 제피르였는데, 이젠 덩치까지 커졌다. 그렘린에게는 아마 공포영화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태주는 몸에 매달려서 캉캉 짖는 그렘린을 떼어서 바닥에 내려줬다. 그리고 엉덩이를 두드려서 다른 곳으로 보냈다.
그렘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 버렸다. 태주는 풍성한 꼬리털을 바짝 세우고 급하게 뛰어가는 녀석들이 귀여워 웃음을 흘렸다. 처음 단단을 괴롭혔을 때 이후로 제피르에게 혼난 적이 없는데도 여전히 무서워했다.
그렘린과 제피르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아는 희만 ‘히’하고 웃었다. 혼내진 않았지만, 제피르는 한동안 그렘린 주위를 맴돌았었다. 그렘린은 태주와 태산이 현실로 가고 나면 나무를 타고 놀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제피르가 항상 가까운 나무 위에서 이들을 지켜봤다.
“멋지다, 제피르.”
“히히힝.”
“맙소사. 제피르 너 정말, 정말 멋있어.”
황금색의 윤기 나는 털과 사람 팔 만큼 길어진 뿔까지.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 법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는 제피르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그런 그의 손길이 좋은지 제피르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예뻐, 제피르.”
“맞아. 이렇게 예쁠 줄이야.”
“태주, 타보자.”
“아! 괜찮을까?”
“히히힝.”
말의 울음소리인데도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태주는 제피르의 몸에 가볍게 손을 대고 올라탔다. 안장이나 고삐는 없었지만, 하늘을 나는 것이니 사실 그런 것은 굳이 필요 없었다.
“우와! 멋지다.”
태주는 제피르의 등 위에 앉아 금색 갈기를 부드럽게 쥐었다. 따뜻한 공기가 부드럽게 그의 몸을 쓸고 갔다. 제피르는 첫 승마를 하는 태주를 위해서 속도를 별로 내지 않았다. 그가 편하게 정원을 구경할 수 있게 천천히 그 위를 날았다.
“히히힝.,”
“고마워, 제피르.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다니.”
“히이힝.”
“제피르 미로 쪽으로 가 줄래?”
정원 하늘을 날던 중 태주의 눈에 미로가 들어왔다. 미로 안에서 잠깐이지만 하얀색을 본 것 같았다. 그렘린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어쩐지 태산이 같았다. 잊고 있었던 열이 다시 오르는 느낌이었다. 태주는 허리춤을 건드려 물벼락 주문서가 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태산이가 미로에 들어간 것 같아. 흰색이 얼핏 보였거든.”
“히히히. 태산이 찾았다.”
“희도 봤구나. 좋아. 가자, 제피르.”
“히힝.”
확실히 공중에서 찾으니 쉽게 찾아졌다. 태주가 희나 제피르에게 태산이를 찾아달라 부탁하면 순식간에 찾아내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태산이 위치를 확인했다.
“흐흐흐. 요놈 태산이. 물벼락을 내려주마.”
“안돼. 태주, 태산이 괴롭히면 안돼.”
“읔.”
태산이를 발견하자마자 태주가 물벼락 주문서를 쓰려 하자, 희가 말렸다. 착한 희는 태산이 생떼를 부린 것을 알면서도 괴롭히지 말라며 허리에 팔을 얹고 엄하게 말했다. 태주는 드물게 화난 희에 주문서를 들고 얼어있었다.
사실 태주 역시 상자 뽑기로 DP를 낭비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희는 화를 내지 않았었다. 그런 희가 태산이를 감싸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는 어쩐지 자신이 속 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태산이 괴롭히는 거 아니야. 그냥 시늉이었어, 시늉.”
“시늉?”
“응.”
“진짜?”
“응, 진짜.”
태주는 아쉬움을 삼키며 물벼락 주문서를 허리춤에 끼워 넣었다. 아무래도 희가 보는 앞에선 태산이를 어떻게 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희도 태산이가 아기 때부터 크는 걸 같이 봐왔지.’
이유식을 먹기 전, 우유를 먹을 때부터 태산이를 봐온 희였다. 단단이 와서 같이 뛰어놀기 전엔 태산이가 희를 졸졸 따라다녔었다. 태주는 그때를 떠올려보고 태산이 녀석이 확실히 많이 컸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비밀도 만들고, 보여주기 싫다고 도망도 가고.
“태산인 그냥 두고, 정원 위를 조금 더 날아볼까?”
“히히힝.”
“고마워, 제피르.”
이번엔 제피르가 속도를 냈다.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정원을 한 바퀴 크게 돌았다. 뺨에 부딪히는 공기가 차가워졌다. 태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희의 위치를 확인했다. 희는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제피르를 따라오고 있었다.
“하하하.”
“히이이힝.”
“이히히.”
한참 동안 정원 하늘을 날던 제피르가 오두막 앞에 태주를 내려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본래 그의 작은 몸으로 돌아왔다. 제피르가 허공에서 휘청했다. 태주는 바로 다가가 제피르의 몸을 받쳐 주었다. 처음 변신한 상태로 그를 태우다 무리한 것 같았다.
“제피르, 좀 쉬자.”
“히힝.”
“처음 변한 건데, 무리했어. 마지막엔 전력 질주했잖아.”
“히이힝.”
“그래도 멋졌어, 제피르. 넌 정말 빠르고 강한 유니콘이야.”
그는 제피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은 진심이었다. 제피르와 하늘을 가르고 달리던 것은 잊기 힘든 경험이었다. 하늘을 달리던 중엔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냥.”
“말썽꾸러기. 언제 왔어?”
“냐앙.”
“넌 진짜…. 형 기분 풀린 건 또 어떻게 알아서는.”
태주의 기분은 비행으로 이미 다 풀린 상태였다. 원래부터 오랫동안 꽁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는 귀신같이 그의 기분을 알아채고 다가와서 몸을 비비는 태산이 때문에 헛웃음을 흘렸다. 아마 그가 태산이에 관해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태산이 역시 마찬가지 같았다.
“그래도 얄미우니까, 오늘은 안아주지 않을 거야.”
“냐앙.”
“귀엽게 봐도 소용없어.”
그는 제퍼르를 받쳤던 손을 당겨 품에 안고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태산이는 그대로 둔 채였다. 자신을 두고 간 태주를 따라서 태산이 바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오두막 문은 말썽쟁이 누군가가 들어오기 쉽게 한 뼘 정도 열려있었다.
*
그날 밤 태주는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책을 들고 있었다. 그의 품엔 안아주지 않겠다고 했던 태산이 얌전히 안겨서 자고 있었다. 그는 그런 태산이가 베고 자는 손으로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자괴감을 떨쳐내려 애썼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 자신이 한 행동이 부끄러워서였다.
‘크읔. 내가 이렇게 단순하다니.’
그는 안아주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귀여운 태산이가 옆을 오가는 모습에 참지 못했다. 처음엔 등을 한 번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귀여운 표정에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다시 등을 한번 쓸어주었다. 등을 쓸어주다 털이 조금 묻어나자, 빗질을 잠깐 해주었다.
얄미운 녀석이라도 밥은 먹여야 하니, 곁에서 밥 먹는 것을 보다 얼굴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 주었다. 그 후엔 태산이가 바닥에 흘린 물을 닦았다. 수건을 가져다 두러 간 김에 적셔와 발도 닦아 주었다.
‘배도 볼록하고, 눈곱도 없고 털도 가지런하네. 발은? 깨끗하네. 좋아. 이제 침대에 올려줘도 되겠어.’
그는 어느새 태산이를 품에 안고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품 안에 따뜻한 체온이 가득 느껴지자 입매가 풀렸다. 그는 그렇게 묵직한 체중과 따끈한 체온을 느끼다 ‘헛!’ 하고 놀랐다. 너무 자연스럽게 태산이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아주지 않겠다고 말한 건 까맣게 잊고 반사적으로 품에 안아 상태를 확인했다. 수년간 태산이를 돌보던 습관이 그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나와 버렸다. 밥을 먹이고 닦아주는 것부터 열이 있는지 코랑 발바닥 사이를 확인하는 행동까지, 모두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말도 못하는 아이랑 싸워서 뭐하겠어.”
“냐아앙.”
– 톡톡톡.
“쉬이. 자자. 괜찮아.”
말소리에 깬 듯 칭얼대는 태산이를 가볍게 토닥여 다시 재우는 손길이 다정했다.
다음 날 아침, 태주는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무게감에 태산이 녀석이 몸 위로 올라왔나 보다 생각했다. 그는 손을 들어 태산이를 감싸 옆으로 돌아누우려 했다. 하지만 손에 닿는 느낌이 태산이와 달랐다. 이상한 기분에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뭐, 뭐, 뭐야?”
“아앙.”
“뭐? 웬 꼬마가?”
“앙.”
그는 그가 일어나는 바람에 뒤로 넘어간 꼬마를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꼬마는 머리가 덥수룩하게 길어 어깨에 닿을 듯했다. 피부는 보드랍고 뽀얘서 여려 보였다. 맨몸인 아이는 목에 검은색 목줄을 하고 있었다.
‘검은 목줄? 거기에 파란 펜던트? 설마!’
태주는 팔을 뻗어 아이를 일으켜줬다. 뒤로 넘어간 게 재밌었는지 맑게 웃고 있었다. 그는 그런 아이의 몸을 조금 가까이 당겨서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태산이랑 닮았다. 특히 파란색 눈이 똑같았다. 그는 설마설마하면서 아이에게 정체를 물었다.
“혹시. 혹시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태산이야?”
“앙.”
“태산이 맞아?”
“앙.”
“후우~.”
대답을 듣고 태주는 바로 티셔츠를 벗어서 태산이에게 입혀주었다. 맨몸이라 추울까 걱정되었다. 그의 반 팔 티셔츠는 태산이가 입자 원피스처럼 내려왔다. 체구가 작아서 팔도 다리도 끝에만 삐죽 삐져나왔다.
‘태산이가 이제 22개월이었지. 세 살 정도인가?’
“태산아, 형이 펜던트 정보 좀 봐도 될까?”
“앙!”
아무래도 태산이 변한 것은 어제 목줄에 걸어준 펜던트 때문인 것 같았다. 달래는 목소리로 펜던트 좀 보여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얌전히 앉아있던 녀석이 네발로 기어서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큰 티셔츠 때문에 침대 위로 폭 쓰러지고 말았다.
‘큽. 이건 이것대로 귀엽잖아.’
“안 볼게. 형 안 볼 테니까. 이리 와봐. 착하지.”
“앙.”
“말을 따로 가르쳐야 하나? 앙 소리밖에 못 내내.”
태주는 다시 다가온 태산이를 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놀라운 상황을 정원 식구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침대 아래 쿠션에서 자던 그렘린들이 그와 태산이 벌이는 소란에 깼다. 태주는 방문을 열어 그렘린들을 내보내려 했다.
“카앙. 캉.”
“깼어? 이제 문 열어줄게. 잠깐 기다려.”
– 끼익.
“문 열렸다. 나가 봐. 응?”
“캉.”
문을 열면 번개처럼 밖으로 나가 볼일을 보는 그렘린들이 태주의 다리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태주가 안고 있는 태산이가 궁금한 것 같았다. 태산이 녀석도 그런 그렘린을 보더니 내려달라고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태주는 정확하게 상태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좀 전에 만져본 태산이 피부는 아주 보들보들했다. 호랑이
일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개구쟁이 그렘린이 장난치다 태산이 피부에 상처라도 낼까 걱정이었다.
“착하지. 태산이 오빠 옷 입은 다음에 놀자.”
“캉. 캉캉. 캉.”
“크르릉. 앙.”
태주가 달랬지만 그렘린은 여전히 폴짝거리면서 태주의 길을 막았다. 그는 정신없이 폴짝대는 그렘린을 밟을까 봐 어쩔 수 없이 멈춰서야 했다. 그런 그의 곤란함을 알았을까, 태산이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캉.”
“크르릉.”
“우와!”
인간 아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태산인 태산이였다. 그르렁 소리 한 번에 그렘린이 겁을 먹고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태주는 품에 안고 있는 태산이 너무 대견했다.
‘하하하. 조그만 아이인데, 왜 이리 듬직하지?’
흐뭇한 기분에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그런 그의 얼굴을 태산이 빤히 보다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태주는 얼굴에 닿는 작은 손을 붙잡아 손바닥에 작게 입을 맞춰주었다.
“가자, 태산아. 희하고 다른 정원 식구들에게 태산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자.”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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