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5
114. 용좌 3화 방영 후 >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응원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많은데요. 스타들도 이 대열에 합류해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응원 메시지 세 개를 뽑아보았습니다.첫 번째로는 입고 있는 티셔츠가 매우 화제가 되었죠. 배우 이태주 씨의 노래 응원입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저는 용좌 제작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정통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용좌’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청년부터 장년까지를 그린 정통 역사 드라마입니다. 사전 제작 드라마로 작품 완성도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용좌’에는 요즘 한창 화제인 배우 이태주 씨도 출연하는데요. 이태주 씨는 이성계의 십 대 역할을 맡았습니다. 제작 발표회 당일에는 아쉽게도 ‘더 노블레스’의 촬영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연예 뉴스를 확인하던 황석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꼴 보기 싫은 놈을 치운 것뿐인데, 주변의 기류가 이상했다. 동료 배우들이 그를 보는 시선이 따가웠다.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은 시선이었다.
“학생 때 얼마나 노력을 안 했으면, 대학도 못 나와?”
새파랗게 어린놈이 눈을 삐뚜름히 뜨고 내려 봤었다. 주변에 사람만 없었다면, 그때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그렇게 내려다보는 놈이 누가 있었나. 다시 생각해도 건방졌다.
“못 배워 먹은 놈이 다 그렇지. 대학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그런 새끼들 좀 가서 배우라고 있는 거지. 뭐, 하는 꼴을 보니 대예종은 죽었다 깨나도 무리겠지만.”
그는 짜증나는 상황에서 눈을 돌렸다. 어차피 3화에 자신이 나오면 모두 해결될 일이었다. 대학도 못 나온 이태주는 자신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용좌 1화가 방영되었다. 사극을 좋아하는 장년층부터 각 배우의 팬들까지 모두 오랜만에 방영되는 정통 사극에 채널을 고정했다.
태주는 밝고 화려한 색감의 비단 의복을 입고 있었다. 눈빛은 맑았고 깨끗한 피부엔 분홍 혈색이 돌아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고집스레 다문 입술엔 감추지 못한 십 대의 치기가 남아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심복도 있고 충성을 맹세한 무장도 있었지만, 아직은 어리고 풋풋했다.
“흥! 누가 나보다 빠르다는 거냐?”
“하하하. 이보쇼, 도련님. 우린 걸음마보다 먼저 말 타는 걸 배우는 사람들이야.”
“그러게. 도련님 같은 샌님은 대보지 않아도 알지, 안 그래?”
“킥킥. 맞지.”
“고놈 주둥이가 길구나. 달려 보면 알 것을.”
호위무사가 말리려고 나섰지만, 이미 이성계는 마을에서 시비가 붙은 여진족 무리와 속도를 겨루는 일에 흥미가 돋았다. 그는 호승심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마을 밖으로 여진족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암갈색의 윤기 나는 털을 가진 말을 끌고 여진족 무리와 내기를 하는 이성계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그의 얼굴에는 보는 사람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용좌의 1화에는 많은 관심이 쏠린 상태였다. 방영 바로 전날에 제작 발표회를 하면서 관심을 끌어모은 데다, 정통 사극으로 완전 사전 제작 작품이라는 점도 시선을 받기 좋았다.
그리고 기대 속에 방영된 1화는 사람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큼 재밌었다. 불타고 짓밟히는 마을로 혼자 활을 들고 침투하는 이성계의 모습을 끝으로 1화가 끝나자, 방송국 게시판에 사전 제작이니 전회차를 올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내 지갑 열렸다. 유료고 뭐고 만든 거 다 올려라.]-오랜만에 사극다운 사극이야. 진짜 이게 얼마 만인지 ㅜㅜ
ㄴ ㅇㅈ 진짜 이런 작품 손꼽아 기다렸다.
ㄴ 완전 사전 제작이라고 홍보했잖아! 다음 편 내놓으라고!!!
ㄴ 다음 편!
[연애 포인트 1도 없는데, 왜 때문에 심장이 떨려?]-그냥 말 타고 좋다고 웃는데 심장이 떨려. 미쳤다 진짜. 이태주 미모. 그냥 햇빛 아래서 혼자만 상큼해.
ㄴ 이거 진짜. 연인은커녕 썸 타는 상대도 없는데 나 혼자 두근댔어. 평범한 웃음인데, 그게 그냥 웃는 게 아니야.
ㄴ 내가 여배우면 같이 출연하기 싫을 듯. 연인으로 이태주랑 투 컷 잡힌다고 생각하면 좀….
ㄴ 그건 나도 좀 별로.
ㄴ 3화부터 황석준이 하지 않나?
ㄴ 몰입 안 될 거 같은데….
용좌 1화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제작 발표회에 이태주를 부르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었다. 한 번 화면을 본 사람들이 채널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 강한 모습을 1화 내내 보여 줬다.
기사를 준비해 두고 눈치를 보던 기자들이 너도나도 연예계의 학연 문제와 차별을 다룬 기사를 올렸다. 기사에서 언급된 A씨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해당 화제에 관한 찌라시가 이미 여러 번 돌았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고, 직접 당한 사람들도 많았다.
여론과 별개로 용좌의 시청률은 굉장히 잘 나왔다. 1화 17.5%, 2화 18.2%. 공중파인 KBC1의 주말 사극이라는 이점이 있더라도 좋은 성적이었다.
용좌 관계자들은 3화가 방영되는 주, 금•토에 SBC와 tvM에서 각각 아스타와 더 노블레스라는 기대작을 방영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용좌 3화가 방영되고 10분이 지났을 때부터 슬슬 멀어지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갤러리 대화창 의견 대부분이, 그들이 기대한 황석준 때문에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성계 대역변 쇼. 미쳤다. 이성계 얼굴만 보면 깬다, 진짜.
-내 용좌는 2편으로 끝났어. 전장으로, 용좌를 향한 첫발을 떼었다. 끝.
-와. 그래 이십 년간 어마어마한 고난을 겪은 거야. 그래서 이성계 얼굴이 저렇게 삭은 거야. 이게 말이야 방귀야.
-3화 안 본 눈 사고 싶다.
-연기는 잘하는데, 1화랑 2화에서 보여준 이성계랑 괴리감이 너무 심하다. 이건 그냥 다른 사람 애기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주에서 황석준으로 바뀐 괴리감이 심하다는 의견이 계속 올라왔다. 그에 비례해서 시청률 그래프는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황석준의 이성계가 매력적이라면 충분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었겠지만, 3화는 서사를 풀어 가기 위한 배경 설명이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 주기 힘들었다.
게다가 황석준은 이태주가 쌓아 놓은 이성계의 캐릭터를 지워 내지도 이어 가지도 못했다. 그의 연기력이 좋긴 했지만, 태주가 구축해 둔 굳건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이성계 캐릭터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같은 배우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난 태주의 외모가 문제였다. 그가 배역을 연기 중일 때는 누구도 그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성인으로 넘어가는 3화에서, 어떻게 편집해도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두 명이 연기하지만, 한 명의 이미지를 이어가야 하는데, 황석준의 외모로는 그 일이 쉽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두 배우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낄 것을 연출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그 틈을 메우려 했지만, 편집으로도 외모의 격차를 채울 수 없었다.
*
용좌 3화가 시청자는 혼란에, 제작진은 시름에 빠뜨린 것과 다르게 더 노블레스는 순항 중이었다.
또 재벌이냐. 지겹다. 안 봐도 뻔하다 같은 의견이 많았던 더 노블레스였지만 여러 가지 이슈로, 대부분 태주와 관련된, 언론 노출이 많았던 덕분에 시작이 좋았다.
더 노블레스 1화는 8.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2화 역시 중간부터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해서 10.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더 노블레스는 tvM에서 2화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한 세 번째 드라마가 되었다.
2화가 방영되던 시간에도 배우들과 연출자들은 촬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밤이 깊어 곧 자정이 될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촉박해 어쩔 수 없었다.
촬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배우 중에는 태주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그는 다음 주에 하루를 통으로 쉬기 위해서 자처해서 촬영하는 중이었다.
“동생이 이번에 수능 본다고 했지?”
“네. 진짜 너무 떨려요.”
“시험은 동생이 보는데 왜 네가 떨어?”
“어우, 형. 차라리 내가 보는 게 낫겠어요. 이건 생각만 해도 걱정에, 스트레스에 말도 못 해요.”
“유난은.”
오늘의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태주와 박지헌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박지헌은 태주가 용좌 제작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한 걸 본 후로 그에게 신경을 써 주고 있었다. 아마 그때 말하려다 말았던 황석준의 일이 마음에 걸려서 그러는 것 같았다.
‘사실 황석준 일은 하나도 신경 안 쓰는데. 이 형도 참.’
“아! 산이 보고 싶다.”
“헐. 형 그건 제 대사인 거 같은데요.”
“킥. 아니 애가 볼수록 매력 있어. 특히 뭐 먹을 때, 볼이 빵빵해지는 게 귀엽잖아.”
산이가 촬영장에 올 때마다 같이 식사를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산이 삼촌 행세를 하는 박지헌이었다. 두 사람이 촬영에 들어가려던 때였다. 스태프 한 명이 2화의 시청률을 크게 외쳤다.
“10.2! 10.2%예요.”
“와아!”
“두 자릿수!”
“미쳤다. 미쳤어. 케이블에서 2화 만에 두 자릿수?”
촬영에 들어가려던 두 사람도 시청률에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박지헌은 시청률을 듣자마자 태주를 돌아봤다. 더 노블레스의 홍보는 다른 드라마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정도였다. 아니, 실제론 상대가 아스타여서 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성적인 것은 화제를 몰고 다닌 태주 덕이 컸다.
“진짜 이번 드라마 주역은 너다. 태주, 네가 살리는 거야.”
“다 같이하는 거죠. 저 한 사람이 뭘 해요.”
“아니야. 응원 영상에 용좌 일까지 네가 계속 이슈 몰이를 한 덕이 커.”
“후후후. 그럼 주식을 저한테 넘기세요. 그룹 회장 제가 할게요.”
“어쭈, 요게. 띄워 주니 주연을 넘봐. 너나 어서 위임장 써 줘.”
말장난하면서 기다리길 얼마, 스태프들의 분위기가 정돈됐다. 오늘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빨리 마치고 제대로 기쁨을 만끽하는 게 좋았다. 그런 바람이 섞인 시선이 태주와 박지헌에게 쏘아졌다. 두 사람은 주변의 그런 시선에 서로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웃어 버렸다. 주변이 어수선하다고 실수할 사람이 아님을 서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한 방에 끝내요, 형.”
“오야. 한 방에 가자.”
가볍게 주먹을 맞댄 두 사람이 세트 안으로 들어섰다. 나이 차 많은 이복형제가 될 시간이었다. 이복형제가 되어 저택의 어두운 정원, 어둠 속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대화를 나눌 차례였다.
*
태주의 공식 팬카페는 요즘 이래저래 시끄러웠다. 처음 산이가 아들이나 아니냐는 얘기로 시끄러웠다가, 태주의 수능 응원 영상이 화제가 되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었다. 거기에 최근엔 태주 분량만 편집해서 만든 용좌 영상이 인기였다.
하지만 지금 팬카페 게시판은 이런 영상의 인기보다 새로운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첫 번째는 처음 산이가 아들이라고 올린 미디어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 미디어에서 나온 기사들은 모두 LT 소속 연예인을 띄워 주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에서 태주의 기사가 특종으로 나왔다.
의도가 있는 기사였다. 아마도 생각보다 별로인 아스타 때문에 일부러 태주를 겨냥한 기사를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두 번째는 용좌의 제작 발표회에 태주가 불참한 이유였다. 그가 혹시 요새 이슈가 된 연예계 학연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 제작 발표회에 불참한 게 아닌가 하는 문제였다. 연출진 중 감독과 작가, 주연 배우를 비롯한 주조연이 모두 대예종 출신인 용좌라서 자연스럽게 든 의심이었다.
자기 배우가 받은 차별을 그냥 보아 넘길 팬은 아마 없을 것이다. 태주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팬 미팅이나 서포트 같은 활동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태주를 위한 마음이 적은 건 아니었다.
그들은 사건의 내막을 캐기 위해 태주와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의 SNS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같이 촬영한 배우는 물론 촬영 스태프, 제작사의 직원들이 온라인에 남겨 둔 기록을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의심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LT에서 태주를 저격했던 것도, 태주가 학벌로 차별을 당한 것도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두 가지 문제는 태주의 팬들을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 지금까지 따로 뭉칠 만한 일이 없었던 태주의 팬들은, 그가 받은 부당한 처우에 분노했고, 똘똘 뭉쳤다. 태주를 지지하는 부동의 팬층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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