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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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좌의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든, 아스타가 욕을 먹든 태주는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동생 태우가 중요한 고비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동안 공부한 결과를 시험하는 순간이었다. 태주는 회귀 전에 수능을 봤다. 사실 수시로 합격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능을 볼 때는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었다. 거기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럴까, 동생 태우가 시험을 보는데 되레 그가 더 긴장하고 있었다.
고사장 앞까지 태우를 태워다 준 그는 동생의 준비물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있었다. 먼저 수험표가 잘 있나 확인하고, 연필, 지우개 같은 학용품이 부족하진 않은지 물었다.
“형 시계 차고 가라니까.”
“형. 몇백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 어떻게 시험을 보러 가.”
“그게 뭐 어때서? 전자시계 아닌 게 그런 것뿐인데.”
“교실마다 시계 다 있어. 그거 보면 돼.”
“그래도…. 진작 시계 하나 사 줄걸. 내가 신경을 못 썼어.”
갓 돌아왔을 때는 동생에게 잘해 주자 마음먹었었는데, 어느새 또 일에 빠져서 신경을 써 주지 못했다. 태주의 얼굴이 자책으로 어두워졌다. 그런 그의 등을 태우가 찰싹 소리 나게 때렸다.
“형 바쁜 거 아는데, 뭘 그런 거로 울상이야.”
“우, 울상이라니. 형은 그냥. 남들 다 하는 걸 못 해 준 거 같아서 그래.”
“시계 하나 가지고 별생각을 다 한다. 나 이제 들어갈게. 형도 집에 가.”
“형이 챙겨 준 음료수 있지? 그거 꼭 마시고.”
“알았어.”
가볍게 대답하는 태우에게 꼭 마시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그가 챙겨준 음료수는 머리를 맑게 하고 일정 시간 동안 기억력을 높여 주는 음료수였다. 시험 보는 태우를 위해 정원에서 챙겨 온 것이었다.
태우가 가볍게 손을 흔들고 학교 정문 쪽으로 갔다.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그가 여기에 온 걸 사람들에게 들키면 복잡해질 것 같다며 거절당했다. 동생에게 거절당한 그는 몰래 숨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만 보고 갈 생각이었다.
그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차에서 내려 태우의 뒤를 따라갔다. 정문으로 다가가는 동생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깊이 모자를 눌러 쓴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있는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흘깃 보자 고사장으로 가던 학생도 그 보호자도 그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요샌 모자 하나로는 무리네.’
고사장 앞의 사람들 시선이 전부 그에게 쏠렸지만, 그는 꿋꿋하게 동생이 정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봤다.
부모님도 형인 자신도 잘 챙겨 주지 못했는데, 알아서 잘 자란 동생이었다. 열심히 한 만큼 부디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랐다.
한 자리에 계속 서 있었더니, 모이는 시선이 너무 많아졌다. 태주는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동생의 모습에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돌아섰다. 사람이 더 모여서 소란이 일기 전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앞을 막아선 한 사람 때문에 차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를 막아선 사람은 입술이 버석하게 마르고 눈 밑이 거멓게 변한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초조함과 피로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을 하고 그의 앞에 섰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한 가지 일을 부탁했다.
“이, 이태주 씨 맞, 맞으시죠? 저, 부, 부탁이 있어요.”
“네, 맞아요. 말씀하세요.”
“우, 우리 따, 딸이 이, 이태주 씨 패, 팬이에요. 저, 전에 영화도 보, 보러 가고 그, 그랬어요. 미, 미안해, 요. 내, 내가 말을, 더, 더듬. 그게, 그래서….”
“괜찮아요. 천천히 편하게 말씀하세요.”
태주의 앞을 막아서서 부탁하는 여성은 말을 심하게 더듬는 편이었다. 그녀는 말을 하는 내내 자기 가슴을 주먹 쥔 손으로 턱턱 치면서 말을 했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말에 그녀 스스로 답답한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하려는 부탁을 말을 끊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면서 들어 주었다. 그녀의 부탁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보통은 연예인에게 하기 쉽지 않은 부탁이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그녀의 부탁은 딸에게 수능 보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영상으로 남겨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부탁을 한 후에, 태주에게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건 그녀에겐 아마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태주는 안쓰러울 정도로 떨면서 부탁한 그녀에게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애기했다.
“제가 지금 민낯이라 별로 안 멋있는데, 괜찮을까요?”
“괜, 괜찮아요. 얼, 얼굴에서 빛, 빛나요.”
“하하하. 그래요? 다행이다. 그럼 폰 주세요.”
태주는 그녀가 건네준 폰의 영상 녹화를 켜고 영상을 찍었다.
딸의 이름을 부르고 공부하느라 수고했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게 자랑스럽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애기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로 녹화를 마쳤다.
태주가 폰을 그녀에게 돌려주자 눈치만 보던 사람들이 그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태주를 둘러쌌다.
그는 이러다간 시험을 보러 오는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다.
태주가 사람들에게 시기와 장소가 적절치 못해서 부탁을 들어 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사과하고 길을 열어 달라 양해를 구했다. 그의 말을 듣고서야 사람들도 지금 있는 곳이 고사장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열어 준 길을 통과해서 차로 돌아온 그는 새삼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이삼십 대의 젊은 여성뿐 아니라, 중장년에도 꽤 있었다.
이미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나왔다. 바로 장소를 이동해야 했지만,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대상 모를 기도를 올리는 일뿐이었지만, 고사장에서 멀어지기 힘들었다.
길 한쪽에서 시험이 끝나길 기다리는 다른 수험생의 보호자처럼 그 역시 이곳에서 동생을 기다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여기서 기다리면 그의 마음은 편할 테지만, 태우가 보고 속상해할 수도 있었다. 찬 바람이 부는 길에서 온종일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면 태우가 미안해할지도 몰랐다. 태주는 그런 생각이 들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수능 시험이 끝날 시간에 맞춰 다른 가족들과 함께 태우를 맞아 주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게 더 좋아 보였다.
*
시험이 끝날 때쯤에 다 같이 태우를 마중할 생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그를 반겨 주는 것은 호랑이 모습을 한 태산이었다. 처음엔 그도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자 태산이 집에서는 호랑이 모습으로 생활하고 밖에 나갈 때는 아이 모습으로 바꾸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려동물로는 못 들어가는 장소가 많다는 것을 알고 나갈 때는 일부러 아이 모습을 하는 것 같았다.
태산인 아이 모습일 때는 음식점이든 상점이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읏차. 우리 태산이 잘 놀았어?”
“냥.”
“자식. 네가 자고 있어서 형이 혼자 간 거잖아.”
‘사실 너무 눈에 띄어서 두고 간 거지만.’
“냐앙.”
“흠흠. 쿠첼은 뭐 하나? 차 마실 건가?”
쿠첼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서재를 노크하자, 들어오라는 허락이 들려왔다. 태주는 차를 마실 건지 물으러 왔다가, 서재의 모습에 질문을 잊고 말았다. 얼마 전에 봤을 때보다 PC와 모니터가 더 늘어 있었다.
처음 태주의 PC로 인터넷을 하고 미튜브를 보면서 지구 문물을 익히던 모습은 이젠 정말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쿠첼루스의 서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작업실처럼 여러 대의 PC와 모니터 그리고 태주는 정체도 모르는 기기들로 가득했다.
“휘유. 쿠첼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하는 거 맞죠?”
“큼, 가끔 합니다.”
“너무 서재에만 계시지 마세요. 그보다 오늘 저녁에 혹시 드시고 싶은 게 있어요?”
“전 태주 씨가 고르시는 거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하하하. 그럼 이따가 왕 꼬치 먹으러 가요.”
왕 꼬치라는 메뉴를 들은 쿠첼루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왕 꼬치는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메뉴였다. 특히 육식파인 태산이와 쿠첼루스가 좋아했다. 그는 5인 가족석을 예약하기로 하고 그에게 차를 마시자고 애기했다.
“이것만 올리고 가겠습니다.”
“뭐예요? 저도 봐도 돼요?”
“네. 보셔도 됩니다.”
쿠첼루스가 앉은 자리 뒤에서 화면을 들여다본 태주는 인상을 찌푸렸다. 화면 안에 온더탑 김성진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성진이 또 무슨 못된 짓을 했어요?”
“음. 김성진이 얼마 전에 L사 화보를 찍었습니다.”
“그런데요?”
“예전에 김성진은 경쟁사인 C사 옷을 즐겨 입었습니다. 거기서 협찬도 받았었고요. 그래서 지금 커뮤니티에 ‘C사 옷 좋아한다고 자주 입더니, 요새는 잘 안 입는다. C사 재킷이 참 잘 어울렸었다.’ 같은 멘트와 C사 옷 입은 사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어? 그거?”
연예인이 사실은 광고하고 있는 브랜드보다 경쟁 브랜드를 더 좋아한다고 알려 주는 꼴이었다. 깍지 낀 손에 턱을 괸 쿠첼루스가 ‘후후후.’ 하고 음흉하게 웃었다. 태주는 전에 쿠첼루스가 애기했던, 완벽한 안티가 되겠다는 애기가 현재 진행형인 것을 깨달았다.
“혹시 이것 말고 다른 사진도 올리셨어요?”
“후후후. 물론입니다.”
쿠첼루스가 보여 주는 게시글엔 무서울 정도로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가 올린 글과 사진은 대부분 교묘하게 논란이 될 만한 점이 섞여 있었다.
옷과 액세서리를 칭찬하는 글에는 너무 이상한 각도라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올렸다.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됐을 때는 부해 보이는 모습을 영상에서 캡처한 후에, 아침이니 조금 부어도 괜찮다며 위로하는 멘트를 달아 두었다.
“제가 온더탑 대포 여신들의 사진을 열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 쓸 만한 게 많더군요.”
“대포 여신이요?”
“모르십니까? 초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찍덕을 부르는 말입니다.”
“….”
‘아뇨. 알고 있는데요. 그분들 사진을 어떻게 열람을 하셨다는 건지….’
태주는 쿠첼루스에게 사진을 열람한 방법을 묻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 방 안을 가득 채운 모니터와 PC, 아마도 서버로 보이는 것들로 그가 하는 일이 합법적인 일만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그, 너무 시간을 많이 쓰는 거 아니세요? 굳이 그런 사람한테 쓰기에는 시간이 좀….”
“하하하. 일하는 중간중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벌레는 박멸해야지요.”
쿠첼루스에게 벌레와 동급으로 취급당하는 김성진이었다. 태주는 언젠가 불법적인 일만 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랐던 일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의 바람은 이미 어긋나 버린 것 같았다. 그는 이번엔 제발 쿠첼루스가 수사 기관에 걸리지 않기를 바랐다.
‘믿자. 쿠첼루스는 천재야. 아마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충분히 자신을 감추면서 할 거야.’
“하하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를 추적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그래도 꼭 조심하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의 걱정을 알았는지 쿠첼루스가 안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쿠첼루스의 눈빛이 너무 살벌해서 도리어 걱정이 들 정도였다. 쿠첼루스는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빙긋 웃어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그에겐 칼을 물고 웃고 있는 듯한 환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우. 날씨가 꽤 추워졌네요. 따뜻한 차를 마셔야 할 것 같아요. 차 마셔요, 쿠첼.”
“네, 태주 씨.”
마법사의 과격한 스트레스 해소법에 괜스레 날씨 탓을 하며 자리를 뜬 태주였다.
*
수능 이후 태주의 팬 카페 회원 수가 갑자기 늘어났다. 신규 회원의 반은 십 대 후반의 청소년이었고, 반은 삼사십 대 여성이었다.
처음엔 드라마의 흥행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물론 드라마의 효과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팬 카페에 올라온 한 사연과 영상의 효과가 더 컸다.
팬 카페에 고사장 앞에서 만난 팬의 어머니가 부탁해서 찍은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큰 시험을 치른 딸을 위해 용기 내어 부탁했던 영상이었다. 영상을 받은 딸이 팬 카페에 말을 더듬는 엄마의 애기를 친절하게 끝까지 들어 주고 부탁도 들어줘서 고맙다는 사연과 함께 올렸다.
수능 응원 영상이 화제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수능 응원 영상이 단순히 응원 메시지만 담긴 영상이었다면, 아마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화제성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주는 응원 영상에서 가수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뽐냈고 특이한 문구가 써진 옷은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그는 볼 때마다 민망해하지만, ‘날 가져’ 셔츠를 입은 사진은 영구 박제된 듯 인터넷 사이트 이곳저곳에 올라오고 있었다.
응원 영상의 여운이 여전히 진하게 남은 시기에 ‘수고했다.’, ‘자랑스럽다.’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비록 시험을 치른 모든 수험생을 위한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대리 만족하기엔 충분한 영상이었다.
이미 평판이 좋은 태주였는데, 이번 일로 더 좋아졌다. 팬 카페의 가입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었고 그가 출연하는 더 노블레스의 시청률도 늘고 있었다.
우 팀장에게 김성진 자료를 건네받은 김도진 실장은 시기를 보고 있었다. 그는 태주에게 도움이 되거나 아스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기를 계속 기다렸다. 더 노블레스의 시청률이 고정되어서 변화가 필요할 때, 혹은 태주의 평판을 더 높일 수 있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기다리던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화제를 몰고 다닌 태주 덕에 더 노블레스의 시청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그리고 태주의 평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지금이 바로 김성진이 고양이를 유기한 기사와 물건을 던진 폭행 기사를 내보낼 적기였다.
김성진의 비윤리적인 행실과 폭력적인 성향은 드라마 아스타에는 묵직한 펀치 한 방이, 태주에겐 비교 대상이 되어 줄 것이다. 아스타는 출연 배우 캐스팅을 잘못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태주는 비교 대상이 있어서, 더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태주가 당한 일에 화가 난 것은 우 팀장뿐만이 아니었다. 태주를 트리즈에 스카우트한 김 실장 역시 우 팀장 못지않게 화가 나 있었다. 그 역시 우 팀장처럼 블랙 리스트를 작성하는 중이었고, 그 상단에 LT 제작사와 방 대표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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