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8
117. 아칸서스 >
오두막 2층을 확장한 태주는 해나와 다나가 상점에서 산 가구 레시피로 그 안을 꾸미는 걸 보고 있었다. 희는 아기와 새로 산 가구에 관심이 많은 듯 그들 곁을 맴돌고 있었다.
“큼, 정원사 씨. 아까는 실례가 많았네.”
“아! 아칸서스 씨, 몸은 괜찮으시죠?”
“괜, 괜찮네. 둘이 적당히 봐줘서.”
“그, 적당히요?”
“응.”
그는 해나, 다나 자매가 얼마나 강한 수인인지 태주에게 한참 동안 설명했다. 그의 애기를 듣는 태주는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처음 해나를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 해나는 분명 좀도둑 두더지 무리를 보고 무서워했었다.
“해나가 두더지를 무서워하나요?”
“해나가? 두더지 따위를?”
“전에 엄청 무서워했었는데….”
“얼씨구. 또 연기하셨네.”
아칸서스는 처음 태주에게 말을 걸 때는 점잖은 말투였는데, 금세 십 대의 청소년 같은 말투가 되었다. 그는 해나가 두더지를 무서워 한 연기를 했다는 것보다, 그의 말투가 1분을 넘기지 못하고 바뀐 게 더 신기했다. 굉장히 날카롭게 생겼는데 입만 열면 가벼워 보일 수 있다니 특이했다.
“또, 또, 또 아가씨처럼 ‘꺅꺅!’거리셨구만. 그게 언제 적 수법이야.”
“해나가 원래 그렇게 강해요?”
“원래 그 집안이 그래. 맨손으로 용도 때려잡는 사람만 모여 있어.”
‘자기 얘기 하는 건가?’
아칸서스의 설명은 신세 한탄과 비슷한 것이 아무래도 경험담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는 눈앞의 용이 해나에게 매쳐지고 다나에게 차이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봤기 때문에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원의 어디를 바꾸고 싶은 거야?”
“어? 벌써요?”
“아 씨. 내가 얼마나 좋은 곳을 예약해 둔 줄 알아?”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취소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뭐? 이런 조그만 정원 하나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빠직! 조그만 정원이라는 말에 태주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아칸서스는 그런 그를 모르는 듯, 중얼중얼 불평하면서 종이를 꺼내 도안을 그렸다. 태주는 그가 쓱쓱 그리는 선이 정확하게 정원의 모습과 일치하는 게 신기했다. 예전에 봤던 난쟁이 큐릴 못지않은 솜씨였다.
“아칸서스 씨 원래 직업이 설계사예요?”
“응? 크흐흐. 내가 그리는 마법 설계도가 얼마나 많은데. 실물이 눈앞에 떡하니 있는 걸 따라 그리는 게 뭐가 어려워.”
“아, 예.”
그림에 재주가 없는 태주는 어쩐지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비스듬히 서서 거만하게 턱을 올리고 말하는 모습이 저절로 주먹을 부르는 느낌이었다. 철이 없는 말투와 별개로 말하는 태도가 매우 얄미웠다.
“냐앙.”
“하하하. 아기 이제 다 봤어?”
“냥.”
‘귀여워라. 그렘린을 대하는 거랑은 또 다르네.’
태산이가 아기를 좋아하는 모습이 신기한 태주였다. 가족 외에 이렇게 호감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쿠첼루스나 그렘린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과는 달랐다. 꼬리를 살랑대면서 아기를 관찰하듯이 주변을 맴돌며 지켜봤다.
태주는 어리광부리듯 다가와서 안기는 태산이를 안고 설계도를 보고 있었다. 스스로 꾸미는 재주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는 몇 가지 요구 사항만 말하고 설계를 전부 맡겨 버렸다. 아칸서스는 오히려 그게 더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이것저것 그렸다가 지우길 반복하면서 설계도를 그리는 일에 집중했다.
“아칸서스 씨, 아기 이름은 뭐예요?”
“아칸이라고 불러. 모린이야.”
“모린. 여자아이예요?”
“아직 모르겠는데. 하프 드래곤에 하프 차보 윙이라…. 아마 1차 성장을 마친 후에야 성별이 정해질 거야.”
차보 윙? 아마 해나와 다나의 종족을 부르는 말인 것 같았다. 태주는 차보 윙이라는 단어를 기억해 두었다. 지금까지 해나의 종족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워낙 비밀스러운 구석이 많았고, 태주는 어쩐지 그녀의 신상에 관한 것을 묻기 껄끄러웠다.
해나는 엄청나게 강한데 약한 척 연기하기도 하고, 아는 것도 많았다. 아마 보기보다 나이도 많은 것 같았다. 그녀는 가끔 그를 놀리지만, 평소에는 조언도 잘 해 주고, 도움도 많이 준다. 요리도 잘하고 손재주도 좋았다. 풍성한 깃털은 윤기가 흐르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런지 인기도 많았다.
‘헐. 해나 뭐 이렇게 완벽한 거야?’
“이봐, 정원사. 정신 좀 차려 봐.”
“아! 미안해요. 아칸서스 씨.”
“아칸이라고 부르라니까. 정원은 이렇게 바꾸면 되겠어?”
“잠시만요.”
아칸서스가 그린 설계도를 보던 태주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처음에 봤을 때는 분명히 정상적인 정원의 모습이었는데, 그에게 맡겨뒀더니 어느새 이것저것 보태서 유원지 설계도를 만들어 놨다.
“이게 대체?”
“흐흐흐. 이 정도면 심심하지 않겠지?”
“네? 정원에 무슨 관람차에 룰러코스터에요? 이건 놀이공원이잖아요.”
“그게 왜? 텅텅 빈 지금보단 낫지 않아?”
“텅텅 비었다니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가꾸는데요!”
으아! 태주가 주먹 쥔 손에서 힘을 뺐다. 말투가 얄미운 걸 넘어서 한 대 때리고 싶게 만들었다. 그대로 힘을 주고 있다가는 한 대 때릴 것 같았다. 평범한 말을 하는 건데도 표정하고 삐딱하게 서 있는 자세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태주는 심호흡하며 속으로 ‘공짜 인력’이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내가 반드시 뼛속까지 우려 주마.’
“다시 그리세요. 이 설계대로 정원을 바꿀 순 없어요.”
“왜? 그쪽도 늙은 농부처럼 밀 자라는 것만 봐도 좋아?”
“헐.”
-퍽!
“억!”
무례한 말을 한 아칸서스는 그가 화를 낼 필요도 없이 어느샌가 나타난 다나에게 응징을 당했다. 그녀는 짜증난 얼굴로 아칸서스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더니 그게 무슨 말 버르장머리냐며 야단쳤다.
“꺄아.”
“응? 모린?”
“꺄아.”
“정원사님에게 가고 싶니? 어머?”
엄마 품에 안겨있던 모린이 태주를 반겼다. 그를 보더니 손을 뻗으며 귀여운 소리를 냈다. 태산이를 안고 있던 태주가 그쪽으로 다가 가자, 모린이 그를 잡으려 했다. 태주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고, 검지 끝이 모린의 작은 손에 잡혔다.
“꺄아.”
“어머머. 얘가. 정원사님이 마음에 드나 봐요.”
“사실 아까 잠깐 안아 봤었어요. 바. 구. 니. 안에서 꺼낼 때요.”
“크흠, 큼.”
얄미운 아칸서스에게 다나의 매서운 눈초리가 다시 한번 떨어졌다. 태산이를 바닥에 내려 주고 조심스럽게 모린을 안아 들었다. 정말 너무 가벼웠다. 아기를 감싸고 있는 담요가 더 무거울 것 같았다. 아마도 종족의 특성처럼 보였다.
“모린. 까꿍.”
“꺄아.”
“하하하. 아이 잘 웃네. 예쁘다.”
태주를 잘 따르는 모린을 본 부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다나는 해나 외에 다른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이다니 기특하네 하고 넘어갔다.
반면 아칸서스의 반응은 그의 눈빛에 태주가 움찔할 정도로 굉장했다. 그는 마치 새로운 금광을 발견한 사업가처럼 느끼한 미소를 태주에게 날렸다. 태주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서 아칸서스가 웃는 모습을 마주 봐야 했다.
“이봐 정원사 우리 모린이 그쪽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하하하. 그렇죠?”
“내가 자식 자랑 같아서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우리 모린이 얼마나 똑똑한 줄 알아?”
“아! 천재처럼 보이긴 했어요.”
“그렇지. 보는 눈이 있구만.”
아칸서스는 다나가 모린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태주의 곁에 붙어서 모린의 칭찬을 해 댔다. 약장수처럼 있는 칭찬 없는 칭찬 끌어모아서 그에게 모린의 장점을 어필했다. 목적이 훤히 보이는 얄팍한 행동이었다.
“정원 나무가 아직도 쓰러져 있네요.”
“응?”
“이런 환경에서 모. 린. 이 쉴 수 없을 텐데. 큰일이네요.”
“어? 그, 그렇지. 어이쿠. 무슨 나무가 이렇게 많이 쓰러졌어.”
해나에게 패대기쳐질 때 그가 쓰러뜨린 나무가 여전히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태주는 속이 쓰렸다. 철없는 누구 씨 덕에 그가 오랫동안 보살핀 나무들이 횡액을 맞았다. 그는 눈치를 보며 쓰러진 나무 쪽으로 가는 아칸서스를 한 번 째려보고, 눈앞의 나무 부터 바로 세우기 시작했다.
태주가 나무 몇 그루를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세운 후, 흙을 밟아 단단하게 다지고 있을 때였다. 나무 한 그루를 겨우 세운 아칸서스가 슬금슬금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 용건을 꺼냈다.
“가끔 우리 모린이 좀 봐 줘, 정원사.”
“저 바빠요. 텅텅 빈 정원 채우느라고요.”
“허허허.”
태주가 흘겨본 후에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아칸서스는 민망한지 고개를 돌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다시 나무를 바로 세우려던 태주의 눈에 정원의 돌길이 보였다. 아칸서스가 매쳐지던 충격에 돌길의 돌들이 틀어져 울퉁불퉁하게 올라와 있었다.
“정원에 돌길이 좀 울퉁불퉁하네요.”
“돌길?”
“길이 울퉁불퉁해서 모. 린. 이를 안고 걷다 넘어질지도 모르겠어요. 길 상태가 좀 그렇네요.”
“허허허. 돌길이 평평해야지. 이게 왜 이렇게 틀어졌어.”
아칸서스는 말끝마다 모린을 강조하는 정원사가 못마땅했지만, 지은 죄도 있고 바라는 것도 있어서 참았다. 예민한 모린이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 곳이었다. 그가 아내와 짧게 데이트라도 하려면 정원사의 환심을 사는 게 중요했다.
“누가 돌길을 좀 손봐 주면, 여유 시간이 날 것 같은데 말이죠.”
“내가. 내가 하지. 내가 이런 일에 좀 익숙해.”
“아니에요. 정원 지형도 바꿔 주실 건데, 이런 작은 일은 제가 해야죠.”
“아니, 마법 배워서 어디에 쓰겠어. 내가 금방, 눈 깜짝할 사이에 고쳐 주지.”
“정말요? 대단해요, 아칸. 그럼 부탁드려요.”
아칸서스는 입을 삐쭉거렸다. 자신을 부리고 싶어 하는 정원사의 의도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원사는 애초에 그런 욕심을 감추지도 않았다. 반드시 자신을 부려 먹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본인이 한 말은 지켰다. 유려한 동작과 함께 작게 마법 주문을 외워 돌길을 원상태로 복원했다. 태주는 가끔 정원의 주문서로 마법을 사용해 본 게 전부라 그의 마법 수준이 정확히 어떤지 몰랐다. 단지 그가 공구로 직접 돌길을 수리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빠르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아칸이 마법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았다.
“흠. 아칸, 태산이라고 제 펫이 흉내 내기 펜던트로 인간 아이 모습으로 바뀌거든요.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데 괜찮을까요?”
“흉내 내기 펜던트?”
“네.”
“괜찮아. 대형 종으로 바꾸는 거면 펜던트 내구가 줄겠지만, 아니라면야 별 상관없어.”
태주가 걱정하는 것은 태산이 자체였는데, 그는 펜던트를 걱정하는 거로 오해했다. 그가 다시 자기가 걱정하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음식을 먹고 소화되는 시간도 없이 바로 몸을 바꾸거나, 수시로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오가는 게 혹시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지 물었다.
“괜찮아. 내가 그런 것도 신경 안 쓰고 만들었을 줄 알아?”
“네?”
“하! 내가 내 자랑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바로 LD야.”
“네?”
“설마? 몰라? 어떻게 날 모를 수가 있지?”
그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태주를 쳐다봤지만, 태주는 도리어 그가 이상했다. LD라고만 하면 그가 어떻게 알아듣는다는 말인가. 뉘앙스로 보아 유명인인 것 같았지만, 현실의 브랜드나 셀럽이 아닌 이상 그가 알 방법이 없었다.
“저거, 저거, 저거. 다 내가 만든 거잖아.”
“아!”
“하여간 정원사들이란. 어떻게 날 모를 수가 있어!”
“그, 미안합니다?”
열기구, 정원 등불, 미로. 그는 마법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것들을 가리키며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소리쳤다. 태주는 그가 하나하나 가리킬 때마다 감탄을 흘렸다.
“대단하네요, 아칸. 그럼 펜던트로 마음대로 바꿔도 괜찮은 거죠?”
“누가 만든 건데! 당연하지. 내가 올해의 마법 물품 제작 상을 몇 번이나 탄 줄 알아?”
“안 궁금해요.”
“엌.”
“킥. 그보단 빨리 정원을 바꿔 주세요. 다나 씨는 오두막 2층에서 머물 생각인 것 같아요. 예약한 휴양지로 가고 싶으면 어서어서 일하세요.”
부리부리한 눈으로 태주를 노려보면서도 그의 말에 수긍하는지 아칸서스가 설계도를 챙겨 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태주는 혹시 그의 마법에 정원 식구가 휘말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가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단단과 그렘린들을 불러 모아야 했다.
“아칸, 잠시만요. 지형 바꾸기 전에 우선….”
“아칸, 정원사님. 차 드세요.”
“…차를 마시죠.”
“…그래.”
“아무래도 예약은 날짜를 늦추시는 게….”
“쳇.”
불퉁한 표정으로 아칸이 마법 주머니에서 펜과 편지지를 꺼냈다. 그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편지지에 짧게 글을 썼다. 글을 다 쓴 후엔 편지지를 도르르 말아서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 공중에 둥실 띄워 두었다.
그는 편지를 보낼 정확한 주소가 기억나지 않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칸이 다시 주머니 안을 뒤적거렸다. 찾는 물건이 잘 잡히지 않는지 인상을 쓰고 한참 동안 손을 휘저었다. 잠시 후, 그의 인상이 펴지더니, 주머니에서 책을 쥔 손을 꺼냈다.
“꿈의 세계 추천 여행지 100선?”
“이번에 꼭 다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그 책에 나온 곳 전부를요?”
“겨우 100군데인걸.”
“그동안 모린은 계속 정원에 맡기고요?”
태주의 질문에 아칸서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 년 정도만 맡겨 둘 생각이었다며, 아쉬운 얼굴을 했다. 철딱서니 없다는 말이 입술 사이로 튀어나올 뻔했다. 만약 그가 말한 잠깐이 일 년이었다는 사실을 해나가 알았다면, 패대기쳐지는 정도로 끝나진 않았으리라.
“그 말은 안 하는 게 낫겠어요.”
“응? 왜?”
“정원이 더 망가지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태주는 말 그대로 철이 없는 아기 아빠 아칸서스를 한심하다는 듯이 봐 주고 테이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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