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2
121. 대비와 촬영장 해프닝 >
현실로 돌아온 후 태주는 아칸서스와 나눈 대화를 쿠첼루스에게 들려줬다. 이레귤러의 존재와 그들의 성향 그리고 태주가 그를 의심하는 근거들을 모두 설명했다.
“흠, 아칸서스 씨는 이레귤러의 생각 따위 알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제 생각은 틀립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레귤러가 바라는 일이 뭔지 알아야. 멀리하든 피해 가든 하죠.”
“이레귤러가 정원 시스템의 존재를 아는지 그게 문제군요. 현실의 사람들은 이곳에 정원 시스템이 적용된 사실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죠. 사실 저도 회귀 전엔 전혀 몰랐어요. 지금도 잘 모르고요. 꿈의 정원에서 가져온 것들이 의심을 사지 않는 걸 보고 내가 모르는 마법적인 힘이 작용하는가 보다 생각하는 게 전부예요.”
태주는 자기가 말을 해 놓고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느꼈다. 꿈의 정원의 일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니,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그곳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을 뿐이었다.
“흠. 우선 이레귤러에 관해서 주변에 묻지 마십시오.”
“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사람들한테서 자신의 기억을 지운 사람입니다. 태주 씨가 자신을 기억하는 것을 알면 태주 씨를 의심할 겁니다.”
“이미 의심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요. 태주 씨도 시스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지 않습니까. 게다가 바뀐 과거는 태주 씨의 일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는 회귀의 조건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쿠첼루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었다. 상대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고 자신은 사람들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그런 상대에게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이레귤러가 능력을 사용했을 때 알아차릴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 점이 아쉽군요. 만약 이레귤러가 능력을 사용했을 때, 태주 씨에게 통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면 이유를 밝히려 들 겁니다.”
“읔. 그 사람이 무슨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모르니 문제네요. 게임처럼 설명이 나오는 시스템이면 곤란하겠어요.”
“그런 경우라면 이미 문제가 됐을 겁니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벌써 태주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화를 내고 기억을 지우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쿠첼루스 자신이라면 본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그냥 둘 리 없었다.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반가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최선은 마주치지 않는 거지만…. 혹시라도 그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모르는 사람처럼 구십시오.”
“그건 그렇게 할게요.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하면 되겠죠.”
“마법적인 힘이라면 방어할 만한 아이템을 만들어 드리면 될 텐데. 그게 아니라니 곤란하군요.”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쿠첼루스의 눈빛은 살벌했다. 그는 진심으로 새로운 주인 태주가 마음에 들었다. 지구의 문화에 익숙해져서 신분제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만약 있었어도 태주의 권속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정체 모를 시스템 사용자 따위가 태주를 해치게 둘 마음은 없었다. 상대를 모르니 먼저 공격하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방비를 최대로 해 둘 생각이었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방어 마법과 반격 계열의 저주를 떠올리는 쿠첼루스에게 태주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의문을 말했다.
“며칠 동안 같이 촬영하는 중에도 보기만 했는데, 저한테 능력이 안 통하는 걸 알게 된다고 정말 해치려 들까요?”
“솔직히 남을 해치는 일을 그렇게 쉽게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제가 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까요.”
쿠첼루스는 태주가 상상하지 못할 비정한 일도 탐욕스러운 일도 겪었었다. 존재 자체가 거슬리는 일도, 그냥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 제거 대상이 되는 일도 있었다. 왕실 마법사로 있는 동안 혈육이 서로를 해치는 일도 봤었고, 보물을 차지하려 친우를 모함하는 일도 봤었다.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진 태주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자기 일에 방해가 되는 경우 태주라면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그게 안 되면 자신의 능력을 키울 것이다. 상대를 끌어내리거나 해치는 방법을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경계하고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먼저입니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여전히 정말 그럴까 하는 의심스러운 얼굴이었지만, 태주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쿠첼루스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자신이 잘못되면 정원에 남겨질 식구들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되면 제피르는 주인을 두 번 잃게 되는 건가.’
“지헌 형도 원래 더 노블레스 출연자가 아닌데, 왜 저한테만 화를 낸 걸까요?”
“음. 왜 그랬을까요?”
태주에게 질문을 되돌려 주었지만, 쿠첼루스는 어쩐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자신에게 말을 전하러 왔는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외모였다. 살짝 흐트러진 머리, 흰색 면티에 운동복 바지.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 차림인데도 시선을 끌었다.
박지헌이 주연을 맡고 새로운 조연들이 더 노블레스에 출연하게 됐지만, 이레귤러가 느끼기에 가장 크게 바뀐 점이 태주의 출연이었을 것 같았다. 어디서든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태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제가 또 만만해 보였나 봐요.”
“예?”
“앞으로는 좀 꾸미고 다닐까 봐요. 평소에도 메이크업을 좀 하고, 옷도 잘 차려입고.”
“…그러십시오.”
“팩도 하고 샵도 다니고 해야겠어요.”
태주의 관심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하지만 쿠첼루스는 그런 그를 말리지 않았다. 이레귤러의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그에게 작은 경계심을 심어 준 정도면 충분했다. 대비는 마법사인 그가 하면 됐다.
*
오늘도 촬영장에 가는 태주가 외출 준비를 하러 간 사이, 쿠첼루스는 태산이를 붙들고 말을 걸고 있었다.
“태산. 부탁이 있습니다.”
“냥.”
“오늘부터 태주 씨와 촬영장에 함께 가 주시겠습니까?”
“냐앙.”
쿠첼루스는 어찌면 태주를 해치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 후, 태산이에게 아이템을 두 개 건넸다. 바닥에 두고 밟으면 근처의 사람들을 모두 잠재울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다른 하나 역시 바닥에 두고 밟는 동작으로 발동할 수 있었다.
“이것은 태주 씨를 해치려는 상대를 보면서 밟으면 됩니다.”
“냐앙.”
“아이템이 발동하면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마법 표식이 새겨지게 됩니다. 이후엔 제가 상대를 추적할 겁니다.”
“냥!”
“역시 태산. 믿음직스럽군요.”
태산이 아이템을 목줄에 잘 챙겨 넣었다. 쿠첼루스의 설명은 간단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태주를 해치려는 상대를 막고 지키면 된다.
태주가 좋아하는 사파이어 같은 파란 눈이 흉포하게 빛났다. 쿠첼루스의 검은 눈도 마찬가지로 흉포하게 빛났다. 일인일수(一人一獸)는 흉포한 눈을 마주쳤다. 크고 작은 둘은 언젠가 여름날에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마주 보고 살벌한 기세를 뿜었다.
태주가 봤으면 분명 걱정하면서 제발 뒷수습이 가능한 사고만 치기를 바랐을 모습이었다.
외출 준비를 마친 태주에게 하네스를 찬 태산이와 쿠첼루스가 다가왔다. 쿠첼루스가 리드 줄을 태주에게 넘기면서 촬영장에 가길 바라는 것 같다고 알려 줬다.
태주는 이레귤러 때문에 근심스러웠던 마음이 사르륵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굳은 얼굴도 따라서 풀려 버렸다. 오히려 헤실거리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조심해야 했다.
귀여운 반려동물의 ‘같이 있고 싶어요!’를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소한, 그는 아니었다. 그는 복슬복슬한 털에 반짝거리는 파란 눈을 외면하고 돌아설 냉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우리 태산이. 형이랑 같이 있고 싶었구나.”
“냐앙.”
“흐흐흐흠. 아이, 오늘은 저녁에 고기를 먹으러 가야겠다.”
“냥.”
오늘 태주는 쿠첼루스에게 말했던 대로 보이는 모습에 꽤 힘을 준 상태였다. 편한 차림으로 촬영장에 가던 평소와 달랐다. 고급스러운 슈트를 차려입고 오버핏 롱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래도 붉은색 태산이 하네스의 리드 줄을 쥐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쿠첼 다녀올게요. 오늘은 저녁 전에 촬영 끝나요.”
“그렇습니까.”
“도착하기 전에 연락할게요. 저녁 먹으러 나가요.”
“예. 다녀오십시오.”
태주와 태산이를 배웅한 쿠첼루스는 평소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서재가 아닌 침실로 향했다. 밤새워 아이템을 만들어서 피곤했지만, 잠을 자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석 상자와 완드를 꺼냈다. 이레귤러를 확인하면 쓸 물건들을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만약 태주에게 해를 끼치면 그만큼 되돌려 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전에 태주와 태산이를 보호할 만한 물건을 먼저 만들어야 했다.
*
태산이를 데리고 촬영장에 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나중에 요트 신을 찍을 때나 데려가려 했는데, 세트 촬영장에 데려가게 됐다.
태주의 머릿속에서 이레귤러의 일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는 태산이 텐트를 분장실에 두어야 하는지 오늘 촬영을 많이 하는 B 세트의 의자 옆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태산아, 오랜만이야.”
“냐앙.”
“호호호. 넌 어떻게 날이 갈수록 귀여워지니. 안 그래도 이세하 쪽 코디 언니가 태산이 언제 데려오냐고 묻던데. 잘 됐다.”
“이세하 선배 코디님이 태산이를 찾았어요? 왜요?”
“왜겠어? 이세하가 찾으니까 그러지. 태산이한테 푹 빠졌다더라.”
태주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슬쩍 어깨를 만져서 생각보다 올라가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했다. 오늘부터 다른 사람에게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려고 옷도 힘을 준 상태였다. 태산이를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지만, 참아야 했다.
“왜 그래?”
“네?”
“뭘 그리 웃고 있어?”
“크흠. 아니에요.”
견우가 뒤에 앉은 태주를 살폈다. 미나와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았다. 어제는 심각한 분위기의 그를 집에 데려다줬었다. B 세트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바뀐 대본 때문에 NG를 몇 번 내서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니? 왜 이렇게 잘 차려입었어?”
“이제 평소에도 좀 꾸미고 다니려고요.”
“잘 생각했어. 나중에 내가 쇼핑 도와줄게.”
“고마워요, 누나.”
촬영장은 한 사람이 빠졌는데도 어색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다들 바뀐 대본에 맞춰 세팅하고 촬영하느라 바빴다. 태주 역시 어색함을 감추고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췄다. 그는 대본이 변경된 것에 관한 대화는 눈치껏 빠졌다.
다른 사람들에겐 바뀐 대본으로 촬영한 기억이 있지만, 그에게는 없었다. 잠들기 전에 기억을 지우고 사라진 남자의 흔적을 찾느라 대본을 확인한 게 전부였다. 대본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만, 대화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눈치채는 사람이 나올지도 몰랐다.
‘그 이레귤러가 주변에 있다면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건가? 나만 더 피곤할 것 같은데….’
“냐앙.”
“텐트 안은 어때? 괜찮아?”
“냐아앙.”
“착하다. 어느 집 아이가 이렇게 귀엽고 착할까, 응?”
태산이에게 팔불출 같은 말을 건네는 태주의 옆얼굴에 따가운 시선이 꽂혔다. 그는 한숨을 삼켰다. 솔직히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얌전했지만, 얽히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는 상대였다. 그래도 선배이니 계속 무시하는 것은 무리였다.
“왜 그러세요? 무슨 할 애기라도?”
“야! 고양이 옷 좀 잘 입힐 수 없어? 어떻게 이렇게 추운데 그냥 데리고 다녀?”
“네? 우리 태산이요?”
“그래. 아침저녁으로 영하로 내려가는데 그게 뭐니? 정말이지. 이거라도 입혀.”
이세하는 지난번처럼 쇼핑백을 던지듯이 태주에게 건넸다. 태주는 사실 억울했다. 지난번에 카디건을 줄 때도 그러더니 이세하는 자신이 태산이를 돌보는 데 소홀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태산이가 쓰는 이동식 텐트는 마법 물품이라 한겨울에도 사용 가능했다.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마법 텐트였다. 그리고 날이 더 추워지면 채워 주려고 보온 마법이 걸린 반다나도 찾아 뒀다. 그는 이것들을 해명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
“패딩이네요. 감사합….”
“감사 인사는 됐어. 그 대신 하나만 알려줘.”
“뭘요?”
“너 기초 뭐 써?”
“네?”
“너 기초 뭐 쓰냐고!”
이세하는 태주에게 전부터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민낯인데도 빛이 나는 것 같은 피부를 보고 반드시 물어야겠다 생각했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보고 외모를 비교할까 봐. 태주의 근처로 가기 힘들어서 묻지 못했었다. 그러다 오늘은 이왕 이렇게 된 것 궁금증도 풀자는 마음에 물어봤다.
“그, 그게 왜 궁금하세요.”
“뭔데? 뭘 쓰는데 말을 못 해?”
“남자 기초 화장품을 알아서 어디에 쓰시게요.”
“그건 상관하지 말고 대답이나 해. 뭐 써?”
“우…, 우….”
이세하의 눈이 한껏 찢어졌다. 태주가 ‘우우’거리기만 하고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태주가 자신에게 알려 주기 싫어서 뜸을 들인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졌다.
“기초 화장품 뭐 쓰는지 알려 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
“그, 그게 아니고요.”
“뭐야? 너 대체 무슨 기초 화장품을 쓰는 건데?”
“우, 우리 아기 첫 로션이요.”
“뭐? 애기들이 바르는, 그거? 우유 향 나는 아기 로션?”
태주는 그에게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만약 이런 질문을 받을 줄 알았다면 해외 유명 브랜드의 기초 세트 이름을 외워 두었을 텐데. 이런 부분에서 순발력이 부족한 그는 솔직하게 자신이 쓰는 로션을 밝혔다.
태산이가 산이 모습을 할 때 발라 주려고 사 뒀는데, 주로 호랑이 모습으로 생활해서 방치된 로션이었다. 처음엔 향이 괜찮아서 보디 로션 대용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기초 화장품으로 쓰고 있었다.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태주가 손을 들어 얼굴을 감췄다. 스물 넘은 사내자식이 아기 로션을 쓴다고 이세하가 뭐라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태주가 말한 로션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계속 되뇌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아기 첫 로션. 우리 아기 첫 로션. 우리 아기 첫 로션. 우리….”
‘그만. 제발 그만 외우세요.’
이세하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온 촬영장의 스태프가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마치 그녀에게서 옮은 듯 다들 우리 아기 첫 로션을 말하고 있었다.
태주는 이레귤러가 지금 나타나서 좀 전 대화의 기억을 지워 줬으면 싶었다. 그러면 그는 이세하에게 우리 아기 첫 로션이라는 이름 대신 S사의 옴므 라인 기초 화장품 이름을 가르쳐 줄 것이다.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 고급 슈트에 화보 찍고 선물 받은 명품 시계까지 차고 온 태주의 시도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는 촬영이 멈추는 중간중간 스태프가 그를 힐끔대며 우리 아기 첫 로션을 말하는 걸 내내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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