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2
141. 무덤초 >
연기자가 직업이니 그와 관련된 재능이 나왔으면 차라리 태주의 기분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눈앞에서 빛나는 메시지 창의 내용은 그가 보고 좋아할 만한 내용이 절대 아니었다. 도리어 기분이 매우 나빠질 만한 내용이었다.
[재능의 서를 사용했습니다.나태(備怠)의 재능이 생겼습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으름을 부릴 수 있습니다.
게으름을 부리는 동안에는 평소보다 회복이 빨라집니다.]
심상치 않은 태주의 표정에, 희한테 메시지 내용을 전해 들은 해나의 웃음보가 터졌다. 해나는 평소 ‘호호호’ 웃던 것과 달리 박장대소 하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태주는 그저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풉. 푸하하하하.”
“윽. 해나. 이런 엘프 같은 재능이라니!”
“오호호호. 랜덤으로 생기는 재능이니, 이해, 푸하, 하라고.”
“그냥 편하게 웃으세요.”
“오호호호.”
귀한 재능의 서를 사용하고 얻은 나태의 재능이 나쁜 것일지 좋은 것일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테지만, 당장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해나의 웃음소리 사이로 희의 웃음소리와 태주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섞였다.
어차피 연기와 관련된 일에 요행을 바라지는 않았었다. 그저 너무 의외의 재능이 생겨서 당황했을 뿐이었다. 특히 재능을 얻고 나서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엘프 모습, 나뭇가지에 비스듬히 누워서 음식을 먹는 게으른 엘프 모습이 떠올라서 인상을 구겼을 뿐이었다.
태주는 상자에서 얻은 나머지 물건들도 모두 확인했다. 녹슬지 않는 정원 가위는 그의 마음에 꼭 들었다. 가위의 색이나 예리함, 손잡이 길이도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새 가위를 찾는 중이었던 그는 어느새 미소를 짓고 가위를 보고 있었다.
태주가 쓰던 가위는 타임 세일 때 샀던 장인의 정원 가위였다. 몇 년간 사용해서 손에 익은 가위라 망가진 후에 같은 것을 다시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지 못했다. ‘장인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물건은 생각보다 상점에 잘 올라오지 않았다.
-찰칵찰칵!
“좋다. 과실수를 솎아 줄 때가 됐는데, 운이 좋았어.”
“호호호. 운이 좋았지. 행운의 물고기를 먹었잖아.”
“아! 하하하. 맞다. 그랬죠. 나중에, 티타임에 미스터 푸스를 꼭 초대해야겠어요.”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태주의 말에 해나도 동의했다. 행운의 물고기가 아니었다면, 오늘 얻은 것과 같은 물건은 하나도 얻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정원사 씨가 그냥 상자를 열었다면, 그중 하나도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태주는 이동문에 관해 정원사 협회에 문의하는 걸 희한테 부탁했다. 그 후 관망대 건설권을 건넸다. 아무래도 방어 탑을 세우고 나서 관망대의 위치를 정하는 게 좋아 보여서 희한테 위치를 정하라고 주었다.
“희가 바라는 곳에 설치해. 방어 탑 건설 재료도 마음껏 사고.”
“응. 알았어, 태주.”
“호호호. 정원사 씨. 기대해. 멋지고 강력한 방어 탑을 건설할 테니.”
“기대해.”
“응. 희, 기대할게.”
그렇게 멋지고 강력한 방어 탑이 딱히 필요할 것 같진 않았지만, 의욕에 불타는 둘을 말릴 생각은 없었다. 희나 해나라면 그와 다르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소비를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움을 가장 먼저 보는 그와 다르게 실용성을 먼저 보는 두 사람의 소비 습관을 태주는 믿고 있었다.
*
태산이 목줄에 상점에서 산 보석 원석, 마력 강화제를 챙겨 넣은 태주가 굳은 얼굴로 무덤초를 들었다. 오늘은 정원의 해가 지기 전에 일찌감치 현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밤이 되면 무덤초가 노래할까 봐 겁이 나서였다.
한쪽 팔에는 태산이를 한쪽 팔에는 무덤초를 안은 태주가 정원의 입구를 지났다.
“휴우. 다행히 새벽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구나.”
“냐앙.”
“일어나자. 태산아.”
그가 꿈의 정원에 다녀오는 시간은 여전히 이른 새벽이었다. 태주는 무덤초를 햇빛이 잘 드는 동쪽 창 아래에 가져다 두었다.
사실 무덤초는 생긴 것은 무섭지만, 하는 일은 매우 선한 화초였다. 무덤가에 심어 두면 망자가 살아 있는 인간을 해코지하러 가지 않도록 노래를 불러 달래 주는 화초였다.
식물 사전에도 칭찬에 가까운 설명만 나와 있었다. 달빛만 쬐어 주면 따로 돌봐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손도 덜 가는 화초였다.
“미안하다. 너 음치라고 유명하더라. 네가 갈 곳에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있거든. 거기서 노래도 배우고 그래.”
“…뭐 하십니까?”
“억! 깜짝이야.”
“그 화초가 무덤초입니까?”
“아하하. 네. 혹시라도 너무 안 좋은 곳에 보내는 게 아닌가 해서요.”
태주는 좋은 일을 하는 화초를 혹시 안 좋은 환경으로 보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사과하고 있었다. 엉뚱한 행동이긴 했지만, 공포물에 약한 태주로서는 꽤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화초를 여러 개 구해서 무덤초를 숨기도록 하죠. 제가 환상 마법도 걸어 둘 테니,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대표님 방에 두도록 할 방법이 있을까요?”
“화분을 특별한 것으로 하지요. 고급스럽고 재물을 부른다는 그림이 그려진 화분으로 바꿔두면 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욕심 많은 사람이니. 그런 화분이라면 자기 방으로 가져갈 것 같아요.”
태주는 쿠첼루스의 도움을 받아서 무덤초를 박준의 소속사로 보내기로 했다. 태주가 환상 마법을 받고 무덤초를 직접 배달하려 했지만, 쿠첼루스가 말렸다. 환상 마법은 효과가 좋지만, 이번엔 직접 배달하지 말고 업체를 이용하자고 의견을 냈다.
이런 일에는 자신보다 쿠첼루스가 낫다고 생각하는 태주는 그 의견에 찬성했다. 산세비에리아와 다른 공기 정화 식물 화분을 사무실 전체에 둘 수 있게 여러 개 보내기로 했다.
‘그 대표가 무서워하는 형님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빌릴 생각인데, 태주 씨가 알면 안 되지.’
대표에게 공기 정화 식물을 보내는 사람의 이름은 예전에 그 대표가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수배 중인 사람이라 한국에는 들어오지 못하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빌릴 생각이었다. 그래야 그가 보낸 화분을 그냥 두지 않고 잘 돌볼 거라는 계산이었다.
“태산아. 이리 과 봐.”
“냐앙.”
“이리 와 봐. 쿠첼한테 주려고 챙겨 온 것들 좀 줄래?”
“냥.”
“왜? 어디가?”
쿠첼루스 선물을 달라는 태주의 말을 무시한 태산이 총총총 걸어서 쿠첼루스의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태주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재능의 서를 양보하려 할 정도로 저를 위해 줬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를 무시했다.
‘이, 이놈 자식.’
“하. 하. 하. 태주 씨, 저는 잠시 방에.”
사실 태산이가 그를 무시하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부하에게 주는 물품을 태주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구한건 아니지만, 예전에 봉을 줬을 때처럼 자기 부하이니 자기가 줄 생각이었다. 본의 아니게 태주를 무시한 꼴이었지만, 생각은 그랬다.
부들부들. 주먹을 쥐고 무섭게 눈을 불태우는 태주를 거실에 두고 쿠첼루스는 방으로 들어갔다. 태산이는 제 것인 양 침대 위에 올라가 늠름하게 자세를 잡고 있었다. 쿠첼루스 눈엔 으스대는 모양새가 귀여울 뿐이었는데 , 태산이는 그것도 모르고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
-툭!
“저한테 주는 겁니까?”
“냥.”
“후후후. 감사합니다. 역시. 태산. 이런 훌륭한 물건이라니. 대단합니다.”
“냐아앙.”
원석 주머니는 이미 여러 번 받아서 익숙했다. 하지만 다른 약병은 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태주가 전해 주려던 게 이것 같았다.
쿠첼루스는 칭찬을 좋아하는 태산이 만족할 만한 말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대단하다, 훌륭하다, 멋지다. 이 세 가지는 태산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였다.
쿠첼루스는 태주처럼 태산이에게 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족스럽게 칭찬을 들은 태산이 방을 나서자, 그제야 물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원석은 챙겨두고. 이 약병은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군.”
거실에는 태주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그가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화가 난 것 같았는데, 그새 웃고 있었다. 태주는 깃털 낚싯대를 가지고 태산이와 사냥 놀이를 하며 웃고 있었다. 쿠첼루스는 둘의 놀이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마력 강화제 받으셨네요? 태산이가 줬어요?”
“네. 원석과 같이 받았습니다.”
“에이. 얌체 같은 녀석.”
“헉! 이거, 마력 강화제입니까?”
“네. 저야 마법사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꽤 좋은 거 같았어요.”
좋은 거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무지하게 좋은 거다. 마법사에게 마력을 강화하는 물건은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귀한 것이었다. 마력 강화제는 왕실 마법사였던 그도 몇 번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전생에는 미량의 마력을 품은 약초도 무척 귀해서 몇 번 보지 못했었다.
“그냥 마시면 된대요.”
“그렇게 간단합니까?”
“저한테 물어보셔도…. 저도 마법 물품은 잘 몰라서요.”
“내일 정원에 가서 물어보고 올까요? 아칸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요.”
쿠첼루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칸서스라는 드래곤에게 신세를 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물이었지만, 그는 태주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게 싫었다. 쿠첼루스는 그게 질투에서 기인한 이유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싫은 건 싫은 것이었다.
“마법 물품이라면 제가 알아보면 됩니다.”
“맞아요. 쿠첼이 조금만 살펴보면, 어떤 물건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럼 아침을 먹고, 천천히 살펴보지요.”
“네. 오늘은 매콤한 스튜예요. 빵이랑 같이 먹어요.”
조식 서비스로 두 사람이 아침을 해결하는 것을 알게 된 뒤로 해나는 음식을 만들 때, 꽤 많은 양을 만들었다. 그중에 일부를 포장해서 태주가 돌아갈 때 챙겨 줬다. 사막 지역 요리도 가끔 만들어 줘서, 두 사람은 먹는 거로 고민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쿠첼루스는 마력 강화제를 살펴보러 방으로 가고 태주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웠다. 식사 후엔, 차를 한잔 우려서 천천히 즐기는 평소 모습과는 달랐지만, 그는 느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소파 쿠션을 등에 받치고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냥.”
“…형 지금 배불러. 이따가 놀아 줄게.”
“냐아앙.”
“어우. 지금 엄청 편한데…. 꼭 지금 놀아야 해?”
“냥!”
끙,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던 태주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놀랐다. 소파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뭉기적거리는 버릇은 그에겐 없는 것이었다. 밥을 먹자마자 바로 눕는 일도 지금까진 한 적 없는 일이었다.
“나, 나태의 재능? 젠장. 엄청 편했어!”
“냥?”
“아이고, 머리야! 이게 무슨 엘프 같은 짓이야. 혹시 조금만 긴장을 풀면 이렇게 늘어지게 되는 거야?”
“냐앙.”
무슨 재능이 이따위란 말인가. 좀 전에 누웠을 때,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다. 밥을 먹자마자, 마치 당연한 것처럼 소파에 눕듯이 기댔다. 그 자세는 아주 자연스러웠고 굉장히 편하게 느껴졌다.
태주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런 재능은 없느니만 못했다. 머리를 흔들다 보인 정원의 나무 위에 비스듬히 누운 엘프가 이리 오라고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어서 와. 나무늘보는 처음이지?’
“헉!”
“냐아?”
잠깐 든 끔찍한 상상에 태주가 바로 일어났다. 뭐라도 해야 했다. 자신이 욕하던 나무늘보 엘프와 같은 수준이 될 수는 없었다.
태주는 다부진 표정으로 태산이가 좋아하는 끈을 꼭 쥐었다. 태산이가 만족할 때까지 놀아 줄 생각이었다. 사실 그는 작품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반백수였다.
*
박준이 소속되어 있는 아이돌 기획사에 아침부터 퀵이 왔다. 김상조라는 사람이 사무실로 보낸 화분이었다. 다들 개업이나 승진 같은 축하할 일도 없는데, 배달된 화분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화분이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봄철 미세먼지는 끔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황사도 괴롭지만, 중금속이 섞인 미세먼지는 온갖 질병의 발병원으로 지명될 정도였다. TV만 켜면 공기청정기 광고가 나올 정도였다. 이 화분은 지금 보내기 딱 좋은 선물이었다.
“팀장님. 사무실 곳곳에 놓고, 각 책상에 하나씩 배치해도 되겠어요.”
“그러게. 뭐가 이리 많아. 그런데 김상조가 누구야?”
“팀장님이 모르시는데, 저희가 알겠어요? 대표님 지인인가 보죠.”
“그렇겠지. 내가 대표님 지인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니.”
“대표님 지인 중에 사려 깊은 사람도 다 있네요.”
‘쉿! 말조심해.’
대표는 항상 일을 제멋대로 벌이고 다녔다. 그러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네 탓이라며 사람들을 갈궜다. 그런 인간의 지인 중 이런 선물을 할 사람이 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직원들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일이 아니기에 신경을 껐다.
“각자 하나씩 챙겨가. 대표님 사무실로 들이기엔 숫자가 너무 많다.”
“대표님 사무실에는요?”
“이거. 화분 화려하고 장식도 있는, 이걸로 하자.”
“벌써 공기가 좋아진 것 같아요.”
직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화분들을 챙겨서 책상에 놓았다. 크기가 큰 것들은 입구와 창가 근처 바닥에 내려두었다. 팀장은 직원들이 화분을 배치하는 것을 보다, 제일 비싸 보이는 화분을 챙겨서 대표 사무실에 가져다 두었다. 보낸 사람의 리본이 잘 보이게 두고 같이 배달온 카드도 앞에 두었다.
오후 늦게 나온 대표는 녹색 화분이 장식되어 한결 보기 좋아진 사무실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직원들은 평소처럼 무시하고 지나가는 모습에 다시 자기 일을 했다.
하지만, 곧 대표실 문을 부술 듯 열고 나온 대표 때문에 놀라서 얼어붙었다. 또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 진상을 부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화분! 화분 누가 가져 다 놨어?”
“접니다. 대표님.”
“김 팀장, 너야? 네가 김상조를 어떻게 알아?”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젠장.”
벌써 몇 년 전에 해외로 도피한 사람 이름을 김 팀장이 알 리 없었다. 대표는 김상조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해외로 도피 중인 사람이지만, 그 재력이나 뒷배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 기획사도 그의 돈으로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혹시 한국에 들어왔나?’
‘대체 화분을 보낸 의도가 뭐야?’
‘그 돈 돌려놓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빌어먹을 인간. 해외에서 콱 죽어 버리지.’
어지러울 정도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대표는 생수병을 열어서 테이블 위의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정말 김상조 그 인간이 보낸 거라면, 언제 들이닥쳐서 자신이 보낸 화분을 확인할지 몰랐다. 업무 중이건 한밤중이건 상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막무가내고 쪼잔한 성격이었다.
산세비에리아의 특징을 찾아본 후, 대표는 화분을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옮겼다. 고온다습하고 밝은 곳에서 잘 자란다는 설명을 따를 생각이었다.
그날 저녁 대표는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다. 업무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약속 장소와 가까운 회사에서 기다리다 가려는 생각이었다. 김상조, 그 인간과 아직도 연락이 닿을 만한 사람과 만나려면 으슥한 시간에 움직여야 했다.
-끼아끄앜아! 끄아앜아! 낔야카아!
“악! 누구야?”
사무실 안에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에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끔찍한 소리에 소름이 쫙 올랐다.
-키야카아! 끄아아앜! 카아아크!
“허억! 어디야? 나와!”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사무실을 뛰쳐나왔지만, 곧 자신의 외투가 대표실에 그대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안에 지갑도 차 키도 폰도 있었다.
사무실엔 심부름을 시킬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평소라면 자신보다 먼저 퇴근하는 걸 곱게 볼 그가 아니었지만, 오늘은 머리가 복잡해서 모두 일찍 돌려보냈었다.
-끄아! 크아앜카아! 크카크앆!
“젠장!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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