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6
155. 사생팬? >
태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메모를 해나한테 보여 주기로 했다. 엘프 단장이 주전자 군을 왜 데려갔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나무에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하는 그들의 눈에 알아서 차를 만들어 주는 주전자 군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쉽게 추론할 수 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없는데, 정원 레벨도 올리고 관리도 해야 해서.’
“에효. 조금만 기다려 줘, 주전자 군.”
정원의 정리가 일단락되면 데리러 가자고 생각을 마친 태주가 쟁반을 들고 오두막 앞 테이블로 향했다.
*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태주는 싱글벙글하고 다녔다. 그는 희와 해나, 제피르에 단단까지 정원의 모든 식구가 힘을 모아서 망가진 정원을 회복시켜 준 게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 덕분에 밥을 먹을 때도 태산이와 장난을 칠 때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태주는 좋은 기분을 좀 추스른 뒤, 오늘 할 일을 떠올렸다. 오늘은 이사 가기 전에 필요 없는 짐을 고르고, 다원 보육원에 광고 회사에서 보내 준 아기 로션을 가져다줘야 했다.
“쿠첼, 점심 먹고 다원 보육원에 같이 가실래요?”
“오늘 오후엔 일이 있습니다. 전에 주문한 조각상을 확인하러 가야 합니다.”
“아! 바스테트 신님의 조각상이 벌써 완성되었어요?”
“하하하. 네.”
처음 태주가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했을 때, 쿠첼루스는 그곳에 바스테트 신님의 신상을 두어도 되겠냐고 물었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태주는 당연히 승낙했고, 쿠첼루스는 조각가에게 조각상을 의뢰했었다. 그걸 확인하러 가는 것 같았다.
“그럼 저희끼리 다녀올게요.”
“냐아앙.”
“태산이 산이로 안 갈래? 거기 가서 친구랑 놀자.”
“냥.”
“킥. 그래. 마음대로 해.”
광고를 찍고 나면 광고주 측에서 상품을 종종 보내 준다. 태주가 사용하는 것 중 그렇게 얻은 것들이 꽤 많았다. 가끔 착용하는 시계도 그렇고 오늘 입은 운동복도 그렇게 얻은 것이었다. 그가 지금 박스로 챙기고 있는 우리 아기 첫 로션도 광고주 측에서 회사로 보내온 것이다.
“태산아, 이 인형들 안 가지고 놀면 친구 준다?”
“냐아앙.”
“그래. 넌 진짜 동물 인형은 관심이 없구나.”
“냐아앙.”
태산이가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인형과 장난감을 모두 챙겨 넣고, 한 번도 입혀 보지 못한 아이 옷도 반 정도를 골라냈다. 처음 산이로 변했을 때, 흥분해서 사들였던 옷 태반은 포장도 벗기지 않은 상태였다. 태산이가 어쩌다 한 번씩, 내킬 때만 산이로 변하는 통에 사 놓고 쓰지 않는 물건이 꽤 많았다.
“과일 상자랑 간식 상자도 챙겼고. 가는 길에 마트에서 고기만 사면 되겠다.”
“앙.”
“…. 너 좀 전에 태산이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사니 가자.”
“아이고. 산아.”
마트에 가도 태산이가 사 달라는 것은 많지 않았다. 장난감에 관심이 없는 아이라 항상 식품관만 들르는데도 마트에 가는 걸 너무 좋아했다.
*
다원 보육원 주차장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리기 전에 주변을 둘러봤다. 아파트 주차장에서부터 따라붙던 시선이 여전히 느껴져서였다. 사방을 주의해서 훑어봤지만, 시선의 주인은 찾지 못했다.
“파파라치 같지는 않은데….”
오늘 태산이와 같이 온 장소가 장소인지라,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보육 시설에 다니는 것이 밝혀지는 것은 괜찮았지만, 자신 때문에 이곳의 이름과 아이들 신상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잠시 시간을 들여 주변을 살피던 태주가 차에서 내렸다. 차가 멈춘 걸 알아챈 태산이가 내려 달라 보채서 더 시간을 끄는 건 무리였다.
“태주야.”
“어? 찬성 형. 계셨어요?”
“어. 둘러볼 필요 없어. 오늘은 나 혼자 왔어.”
“그래요? 형 짐 좀 같이 옮겨요.”
“많아?”
그렇다고 대답한 태주가 태산이를 아이들 사이에 내려 줬다. 보육원에 여러 번 와서 익숙한 태산이는 금세 형, 누나 손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태주는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 바로 짐을 나르러 주차장으로 갔다.
“애들이 학교에 있어서 우리 둘이 날라야겠다.”
“그러게요. 힘 좀 써 봐요, 형. 상자 중에 몇 개는 과일이에요.”
“그 과일? 그럼 그건 내가 들게. 지난주에 영상 올라간 거 봤어? 태우네랑 같이 찍었는데.”
“봤어요. 엄청 매워 보이던데요. 그걸 어떻게 먹었어요?”
“보기보단 안 맵던데. 요새 인기라 먹긴 했는데, 그냥 그렇더라.”
도란도란 근황 얘기를 하면서 짐을 나르던 중이었다. 찬성이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태주 역시 그런 찬성을 따라서 주변을 둘러봤다.
“뭐지?”
“안 보이죠? 저도 누가 보는 것 같아서 둘러봤는데, 못 찾았어요.”
“그러게 시선은 느껴지는데, 안 보인다. 파파라친가?”
“전 파파라치 없어요.”
“그래? 그럼 뭐지?”
사생활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 거의 없는 태주에겐 파파라치가 붙지 않았다. 드라마가 한창 인기 있었을 때는 몇 명이 붙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도 철수했다. 집과 촬영장, 가끔 마트 정도만 다니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태주라서 따라다녀도 건질 만한 게 전혀 없었다.
그래서 태주는 지금 느껴지는 시선이 파파라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생팬 붙은 거 아니야?”
“하하하. 아이돌도 아닌데, 무슨 사생팬이 붙어요.”
“배우도 사생팬이 붙는다고 하던데….”
“흠. 통제 중인 촬영장까지 오는 팬들도 있긴 한데요. 아이돌처럼 막 집까지 찾아오고 그러는 건 없었어요.”
“그럼 다행이고.”
회귀 전에는 샵과 촬영장을 쫓아다니던 팬이 꽤 있었다. 해외에서 찾아온 팬들도 꽤 있어서, 시간이 날 때 사진도 찍어 주고 사인도 해주고 했었다.
‘운석 형은 그렇게 오는 팬들만 보면 아주 질색했지. 점잖은 척해도 사생팬이라고.’
알려지지 않은 스케줄을 따라서 통제된 촬영 현장까지 오는 것은 사실 사생팬이 아니면 하지 않는 짓이었다. 태주야 해외에서 찾아 왔다며 호소하길래 인사와 사인을 해 준 것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매니저인 운석이 예민하게 굴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생팬들은 대부분 자기가 누군지 알리려고 해요. 자기 좀 알아 달라고 계속 소리치고 이상한 행동하고 하거든요.”
“나도 전에 본 적 있어. 촬영하러 가는데, 도로에 아이돌 차량이 잠깐 멈췄었거든. 순식간에 팬들에 차가 휩싸이더라.”
“어휴. 위험한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그럼 지금 따라붙는 시선이 사생은 아니라는 거지?”
“그럴걸요?”
짐을 전부 내리고 트렁크 문을 닫으면서 둘러봐도 여전히 지켜보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태주는 자신이 시선에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니라지만, 지금처럼 어디에서 누가 지켜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좀 당황스러웠다.
*
태주와 찬성이 마지막 박스를 건물 안으로 들이고 있을 때, 태산이와 아이들은 인형이 든 상자를 헤집고 있었다. 간식 상자는 원장님이 바로 주방으로 챙겨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진주야, 옆에 상자 열어 봐. 거기 장난감 들어 있어.”
“이거?”
“응. 그거.”
“웬 장난감이 이렇게 많아?”
“광고 찍은 곳에서 산이한테 준 거예요. 산이는 전혀 안 가지고 놀아서요.”
태산이는 며칠 동안 거실 한쪽에 상자째 장난감을 두었지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러려니 했는데, 같이 놀던 형, 누나가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자 슬그머니 그 옆에 가서 섰다.
-♪♩♪♩~♬♪♩
“우와. 진주 잘하네.”
“앙!”
“산이도 해 볼래?”
“앙.”
장난감 피아노를 제법 잘 치는 진주가 부러웠는지, 태산이가 자기도 하겠다며 나섰다. 태주는 남은 악기 중에서 버튼을 누르는 기타를 꺼내서 태산이에게 들려 줬다.
“아하하하.”
“앙.”
“미안. 형 안 웃을게. 하하하. 산아, 그건 기타야. 바이올린이 아니라서, 이렇게 안는 거야.”
“아앙.”
태산이는 장난감 기타를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처럼 목에 대었다. 태주가 연주하는 걸 자주 봐서인지, 자세가 제법 그럴듯했다. 물론 악기가 달라서 웃긴 모양새였지만. 장난감 기타 크기가 바이올린과 비슷하긴 했지만, 그걸 착각할 거로 생각하진 못했었다.
“형 기타 치는 것 본 적 있지? 옳지. 그렇게 안는 거야.”
“꺄하.”
-딩. 디딩. 딩.
“하하하. 아이, 우리 산이 잘한다.”
전혀 관심도 안 보이던 녀석이 또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 관심을 보였다. 자신에게 보여 주던 것도 잠시, 금세 아이들 틈에 섞여서 같이 뚱땅거리면서 놀기 시작했다.
호랑이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매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또래와 잘 어울려서 노는 걸 보니,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게 좋아 보였다.
‘여기도 있고 키즈 카페 같은 곳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
태주는 보육원에 다녀오는 길에 오랜만에 동생들 집에도 들를까 생각하고 있었다. 이사하기 전에 공방에 쌓아 둔 짐도 확인할 겸, 같이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가 동생들에게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보려는 순간 연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Brrrr.
“여보세요. 연우야, 말해.”
-형. 오늘 집에 들렀었어요?
“아니. 안 그래도 저녁 먹자고 연락할까, 하던 참이야.”
-진짜요? 공방에도 안 들렀어요?
“어. 거기 들른 건 저번에 과일 가져다줄 때가 마지막이었는데.”
-그래요? 이상하네.
연신 이상하다고 말하는 연우에게 태주가 이유를 물었다. 연우는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말로, 이상한 점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방에 누가 들어왔던 것 같다고?”
-네. 쿠첼 형은 아니래요. 최근에 공방에 잘 안 오시기도 했고요.
“위층에 있는 집은?”
-거긴 괜찮은 것 같아요.
“입주자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건물인데, 이상하네.”
-우선 현관 비밀번호 먼저 바꿀게요.
“응. 형 곧 도착하니까. 나머진 가서 얘기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선에, 공방에 침입자가 들어왔던 정황까지. 불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태주는 공방에 둔 자신의 짐을 떠올렸다. 만약 침입자가 태주를 쫓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동생들만 사는 위층은 그냥 두고, 태주의 짐이 있는 공방에만 침입한 이유가 설명된다.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앙.”
“응? 별일 아니야.”
저도 모르게 심각한 얼굴을 했나 보다. 태산이가 태주의 주의를 끌려고 몸을 들썩거렸다. 태주는 그런 아이를 달래면서 유아 시트가 잘 고정되었는지 한 번 더 살폈다.
“아!”
동생들 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 도중 잊고 있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가 떠올린 일은 찬성과의 대화에서 나왔던 사생팬이 관련된 사건이었다.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았다.
그 사건은 모 아이돌의 사생팬이 벌였던 사건이었다.
그 사생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사는 집에 몰래 도청기를 설치하고, 주차장과 복도에 CCTV를 설치했었다. 여러 수단으로 아이돌을 감시하던 중, 자신이 좋아하던 연예인이 비밀 연애를 시작한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분노한 사생팬이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영상과 녹음 파일을 기자에게 제보해버렸다.
비밀 연애가 밝혀진 아이돌이 기자회견을 벌여 입장 발표를 하기도 하고, 일반인 연인의 신상이 밝혀져 미디어에 연일 오르내리게 됐었다. 제보 영상이 각종 매체에 올라간 후에 일부 사람이 제보 영상과 녹음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었다. 사실 확인 후, 스토커를 의심한 소속사에서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이 사생팬이 설치한 도청기와 카메라를 찾아냈었다.
‘에이. 설마. 내가 아이돌도 아닌데. 그런 일이 생길까.’
자신도 연예인이니 사생팬이 생길 수도 있지만, 태주는 스스로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사실 현재 태주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광고와 화보였다. 눈에 보이는 매출 상승효과를 본 광고주들이 그를 많이 찾고 있어서 연일 몸값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에 비하면 영화나 드라마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
오랜만에 찾은 공방이었다. 예전에도 별로 들르는 일이 없었던 공방이었지만, 이사 나간 후에는 전혀 들르지 않았었다. 동생들을 만날 때도 주로 위층의 집이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만났었다.
“와! 너희 생각보다 정리 엄청 잘해 놨다.”
“안 그럼 나중에 쓸 때 불편해서요.”
“그래. 아까 얘기했던 건?”
“이 상자요. 형, 이 상자 건드린 적 없죠?”
“응. 여기 들어오는 것도 오랜만인걸.”
연우가 가리킨 상자를 열어 보는 태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았지만, 상자의 테이프를 때었다 붙인 모양새였다. 태주는 한숨을 눌러 삼키며, 안에 넣어 두었던 물건들을 살펴봤다.
“음.”
“왜요?”
“공방 안에 CCTV 달아야겠다.”
“형?”
“후우. 여기 넣어 뒀던 책하고 액자가 사라졌어.”
태주는 놀라서 입만 벙긋거리는 연우에게 할 말이 없었다. 자기가 쌓아 둔 물건 때문에 괜히 동생들이 안 좋은 일을 겪게 된 게 아닌지 미안했다.
나머지 상자들도 열어서 확인한 태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름옷을 넣어 둔 상자에서 옷이 여러 벌 없어진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공방, 여기 이대로 두는 건 안 되겠다.”
“형?”
“안 그래도 오피스텔을 공방으로 쓰는 게 좀 마음에 걸렸었어. 형이 공방 넓은 곳으로 얻어 줄게.”
“헐. 아니에요, 형. 우리도 이제 미튜브 수익 들어와요.”
“형이 미안해서 그래.”
태주는 공방에 쌓아 뒀던 짐을 오늘 전부 옮기기로 했다. 침입자가 노리는 것은 그의 물건이 확실했다. 공방에는 비싼 카메라나 촬영 장비가 많았지만,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건드린 것이 태주의 옷과 책이 든 상자였다.
“형 짐 옮기고 나면, 당분간 공방은 닫아 두자.”
“어, 언제까지요?”
“CCTV 설치 할 때까지 만.”
도청기 같은 물품이 설치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CCTV를 설치할 때, 그 부분도 확인해 달라 부탁을 할 생각이니 미리 얘기해서 괜히 동생들을 걱정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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