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1
160. 어린 연인 촬영 시작 >
제피르는 오두막과 다른 분위기의 집안이 신기한지, 이곳저곳 멈추지 않고 돌아다녔다. 태주는 작은 크림색 망아지가 꼬리를 살랑이며 걷는 게 보기 좋았다. 이사하자마자 바로 데려와서일까, 어쩐지 제피르가 새로운 집의 집들이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제피르, 태산아. 집 주변 돌아볼래?”
“히힝.”
“냐아앙.”
“하하하. 귀여워라. 먼저 나가. 형은 야채랑 과일 좀 냉장고에 넣어 놓고 갈게.”
태주는 두 녀석이 나갈 수 있게 거실 창을 열어 준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도 전원주택의 정원이 궁금했지만, 태산이가 바닥에 꺼내 놓은 먹을 것들을 정리해야 했다. 제피르가 먹을 과일뿐 아니라, 해나가 만들어 준 요리도 꽤 많아서 바로 냉장고에 넣어야 했다.
아침으로 먹을 음식 몇 가지를 싱크대 위에 올린 태주가 주변을 돌아봤다. 예정 시기보다 이른 이사였기 때문에 주방에는 식사할 만한 곳이 없었다. 그것은 거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갖춰진 곳은 테라스뿐이었다.
“에효. 소파하고 식탁은 앞으로 1주일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주택에 부족한 가구들은 현재 해외에서 들여오는 중이었다. 식탁 세트, 소파와 티 테이블은 한 번 구매하면 오랫동안 바꾸지 않고 쓸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 거로 골랐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 만약 이렇게 일찍 옮길 줄 알았다면, 굳이 해외 배송 상품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잘 잤어요, 쿠첼? 일찍 일어나셨네요.”
“네. 잘 잤습니다. 혹시 저 아이가 제피르입니까?”
“네. 귀엽죠? 하하하.”
“무척 귀엽고 아름답군요. 황금색 유니콘이라니….”
“아! 쿠첼은 위장 기술을 간파할 수 있었죠.”
태산이의 위장도 한 번에 알아차린 쿠첼루스였다. 그의 눈에 제피르의 본 모습이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태주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열혈 학부모에 빙의한 듯 제피르의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피르가 평소 얼마나 어른스러운지, 이레귤러가 침입했을 때 보여 준 판단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칭찬했다.
“하하하. 태주 씨.”
“아! 저 지금 너무 팔불출 같았나요?”
“아닙니다. 제피르가 뛰어난 건 사실이니까요.”
태주와 쿠첼루스는 아침으로 먹을 음식을 들고 테라스로 나가면서 둘을 구경했다. 두 사람은 태산이와 같이 이곳저곳을 누비는 크림색 망아지가 귀여워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
태산이와 제피르, 두 녀석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좀 전부터 바닥의 잔디 사이를 뚫어질 듯 보고 있었다. 둘의 고개가 무언가를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보니, 아마 메뚜기 같은 곤충을 보고 있던 것 같았다.
정원은 잔디도 나무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잔디는 포기가 커지지 않아서 흙이 드러난 곳이 많았고, 나무는 줄기 굵기가 사람 팔뚝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였는데도 두 녀석은 새로운 정원이 마음에 든 듯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스테트 신님의 신상이랑 가구들이 전부 오면, 나무를 좀 키워야겠어요.”
“나무를 말입니까?”
“네. 정원에서 성장 촉진제랑 영양제도 가져오고, 식물 성장 가속권도 가져오려고요. 꽤 모아 뒀거든요.”
“성장 가속권이요?”
“네. 30일간 두 배의 속도로 자라는 거랑 그것보다 빠른 것도 있어요.”
태주가 정원의 나무에 사용할 거라며 나무를 가리켰다. 태산이가 올라가려고 앞발을 디딘 나무는 쿠첼루스가 보기에도 줄기가 가늘어 보였다. 태주는 정원은 기본적으로 식물의 생장이 빨라서 성장 가속권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하하. 태주 씨. 현실에서도 정원사 일을 하게 되었군요.”
“킥. 그게 그렇게 되었네요. 이왕 이렇게 된 것 정원 가위 같은 도구랑 농부 옷도 챙겨 와야겠어요.”
현실의 정원을 가꾸는 것도 재밌어 보였다. 꿈의 정원처럼 나무나 화초를 심는 게 편하지는 않겠지만, 현실은 현실 나름의 재미와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
태주가 새로운 집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우 팀장은 tvM과 무사히 미팅을 마쳤다. 견우에게 들은 대로 tvM의 태도는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덕분에 미팅은 시종일관 매끄럽게 진행됐다. 그렇게 출연 계약은 태주의 사인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바로 태주의 드라마 출연 관련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막극 박수의 무서운 신인 감독과 작가 다시 뭉치다.]tvM 작가 지원 단막극 공모전의 수상작 박수의 작가와 감독이 다시 뭉친다. 단막극으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 박수가 이번에는 미니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다. tvM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미니시리즈 제작에….
[단막극 박수 이번엔 미니시리즈로, 주연은 이태주]tvM 단막극 박수가 미니시리즈로 다시 제작될 예정이다. 미니시리즈의 배경은 단막극에서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로, 시청자들은 좀 더 성숙해진 박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미니시리즈의 박수 역할은, 단막극에서 박수 역할을 맡았던 이태주가 다시 맡을 예정이다. 박수는 이태주의 방송 데뷔 첫 주연 작품으로….
[tvM 새 미니시리즈 탐정 박수. 단막극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태주 첫 주연 미니시리즈 탐정 박수 6월 마지막 주 수요일 첫 방송 예정]태주의 탐정 박수 출연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애가 닳은 것은 어린 연인의 제작사였다. 제작사는 태주와 tvM과 좋은 조건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작사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지 못해 섭외 연락을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출연 계약을 체결하고 기사가 올라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덕분에 잡아 두고 있던 연출 팀은 물론 출연 조건을 얘기 중이던 조세라 측에도 할 말이 없게 되어 버렸다.
-Trrr.
“어휴. 안 받을 수도 없고.”
박수 출연 기사가 올라간 후로 어린 연인 제작사 대표의 폰은 쉬지 않고 울리는 중이었다. 이태주의 출연이 불확실해지자, MBS 드라마국, 이민하 작가, 조세라 소속사, 외주 연출팀 팀장 등에게서 끊임없이 확인 전화가 오는 중이었다.
그는 연락하는 모든 사람에게 우선 트리즈와 얘기를 해 보겠다는 말로 전화 응대를 하고 있었다. 확인 연락이 잠시 멎은 사이 그는 좀 전까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하던 말 그대로 트리즈로 연락을 넣었다.
“우 팀장님. 오늘 이태주 배우 기사 나간 것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어머. 대표님. 죄송해서 어쩌죠. 저희 배우님이 워낙 박수 연출진하고 사이가 좋으세요.
“그래도 저희 쪽과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으셨잖습니까.”
-죄송해요. 저흰 촬영이 빨리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었거든요. 박수는 6월 둘째 주부터 바로 촬영이 시작되는 작품이라서요.
“6월 둘째 주요? 저흰 사인만 하시면 바로 다음 주부터 촬영할 수 있습니다.”
-프리는요?
“아이고! 우 팀장님 아시잖습니까.”
물론 우 팀장도 알고 있었다. 어린 연인의 제작을 위해서 제작사에서 프리 프로덕션을 두 번이나 진행했었다는 걸. 지금도 제작사에서 몇몇 외주 제작팀을 힘겹게 잡아 두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지만, 몇 가지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배우의 출연료는 전작의 출연료가 기준인 경우가 많았다. 태주는 비록 턱걸이 수준이었지만, tvM에서 A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수준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 계약에서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의 출연료를 받고 계약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뉘앙스를 우 팀장이 은연중에 드러냈다. 물론 제작사 대표도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줄곧 고민하던 점이었다. 태주의 연기 실력은 나무랄 곳이 없었지만, 해외 인지도 부분이 계속 걸려서 제작사에선 A급 출연료를 제안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님도 저희 이 배우님이 광고계에서 받는 평은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호호호. 그럼 대체 뭐가 걱정이세요. 탁 까놓고 말해서 우리 이 배우님만큼 PPL을 살려 주시는 분은 별로 안 계시잖아요.
“그거야. 그렇지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시면 저희 측 제안이 딱히 무리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외주 제작사에서 해외 판권만큼 중요한 게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협찬과 PPL이었다. 전작들에서 태주가 맡았던 PPL은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봤었다. 이후 업계에 이태주가 출연하는 작품에는 따지지 말고 협찬 제안 먼저 넣으라는 얘기가 돌았었다.
그날 저녁 우 팀장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작사에서 나왔다. 출연료를 조금 낮춰 주는 대신 판권 수익의 일부를 받는 조건이 추가된 계약서를 든 채였다. 대체로 성공적인 이번 계약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아쉬워하는 점은, 태주의 입대 문제로 해외 활동 수익을 나눈다는 조항을 넣지 못한 점뿐이었다.
*
촬영은 어린 연인부터 시작이었다. 어린 연인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서 중간중간 대본 수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미 마지막 16부 대본 까지 나온 상태였다. 게다가 연출진 중 일부가 한참 전부터 대기 중이서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자, 바로 모든 연출진을 갖출 수 있었다. 덕분에 촬영을 굉장히 빨리 시작할 수 있었다.
“무슨 드라마 촬영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시작되니.”
“출연진 일부만 채우면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리딩 한 번에 바로 촬영이라니….”
“하하하. 누님 실력을 믿으니까 그러는 거죠. 듣기론 누님이 작가님의 원 픽이셨다던데요.”
“그건 또 무슨 말이니?”
태주가 어린 연인에 관심을 보이고, 남자 주연으로 캐스팅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돌자, 이민하 작가는 즉시 조세라에 대본을 보냈다. 한 번 까였던 것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였다. 그는 그녀가 자기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흐흐흐.”
“웃는 꼬라지 하고는. 뭐야? 너 왜 그렇게 웃어?”
“헉.”
“쯧. 뭔데?”
“크흠. 이민하 작가님이요. 이게 여자 친구가 생기면 해 주고 싶었던, 그런 걸 전부 넣은 거래요. 되게 낭만적이지 않으세요?”
태주는 이민하 작가가 꽤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는데, 조세라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차게 식은 표정을 보여 주더니, 자신은 한밤중에 연락 없이 집 앞에 와서 불러내면, 아무리 남자친구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이를 갈며 말했다.
“…걱정돼서 찾아간 건데요?”
“야. 밤에 갑자기 찾아오면 그건 민폐야. 민폐.”
“아니, 그게 왜….”
“여자들이 집에서도 외출할 때처럼 차려입고 있는 줄 알아? 미리미리 언제 도착한다고 연락을 하고 와야지.”
그 후로도 조세라는 남자 주인공이 연인을 위한 이벤트 준비로 마술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것을 트집 잡았다. 그 수업을 들을 돈으로 차라리 호텔 숙박권이나 사서 선물하는 게 백배 낫다는 것이었다.
한참 그녀의 불평을 듣던 태주는 회귀 전에 조세라는 대체 어떻게 결혼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조세라의 현 매니저이자 미래의 남편을 슬쩍 훔쳐봤다. 아무래도 저 매니저님이 거의 다 맞춰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인사 겸 수다를 떠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은 바로 대본을 들고 맞춰 보기 시작했다. 틈이 나는 대로 대본을 확인하고 맞춰 봐야 했다.
이번 드라마는 그렇지 않아도 빡빡했던 일정이 여러 상황 때문에 더 빡빡해졌다. 그렇게 된 데에는 출연 여부를 가지고 장난을 쳤던 심수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녀 때문에 허비하게 된 시간과 비용이 상당했다.
“세라 누님, 전에 심수경 선배랑 같이 드라마 했었죠?”
“아아. 했었지. 뭘 믿고 그러고 다니나 싶은 애였는데….”
“네?”
“쯧. 그런 게 있어.”
조세라는 예전에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심수경을 떠올려 봤다. 예쁘고 참한 이미지와 다르게 작은 일에도 부들부들 떨면서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철저하게 착한 이미지로 관리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스태프가 3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태주는 회귀 전에도 심수경과는 같이 작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번 출연 번복 사건으로 심수경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이 남지 않았다. 만약 다음에 다른 작품을 할 때, 그녀가 출연자 리스트에 있으면 조금 고민하게 될 것 같았다.
“이 대사. 직장인들한테 욕먹는 거 아니야?”
“어떤 거요?”
“이거.”
“크흠. 그게 좀 그렇죠?”
조세라가 가리킨 대사는 태주가 봐도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같은 부서의 직원이 왜 아직도 화요일이냐고 짜증을 내는 상황에, 곁에 있던 남자 주인공이 ‘저는 앞으로 (이사님을) 삼일이나 더 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직장생활이 힘든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더 볼 수 있는 걸 기뻐하는 마음을 표현한 건 알겠지만, 실제 직장인들이 보면 욕을 하지 않을까 싶은 대사였다. 어린 연인의 대본에는 이 대사처럼 그녀 곁에 있으면 뭐든 다 좋다는 맹목적인 남자 주인공의 태도를 나타내는 대사가 꽤 있었다.
“그런데 너 아까부터 무슨 영상을 그렇게 자꾸 보는 거야?”
“큼. 보실래요? 이거 진짜 심장에 안 좋은 영상이에요.”
“뭐야? 무서운 거야?”
“아뇨, 아뇨. 보세요.”
조세라는 태주가 잠깐 쉴 때마다 태블릿으로 보는 영상이 궁금했다. 보는 내내 심장을 부여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한참 전부터 궁금했는데, 안 보여 주는 게 좀 괘씸했다.
“헛. 뭐니? 조랑말?”
“미니어처 호스, 미니 말이라고 해요. 이름은 제피르예요.”
“어머, 어머. 사과 먹는 것 봐.”
“귀엽죠? 사과도 잘 먹고, 요즘엔 고구마도 잘 먹어요.”
“네가 키우는 거야?”
그렇다고 대답한 태주가, 제피르가 정원을 뛰노는 영상을 보여 줬다. 화창한 날 주택의 정원에서 태산이와 제피르가 나비를 쫓는 모습은 동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한참 동안 제피르가 정원에서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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