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2
161. 전투 인형 >
태주가 어린 연인의 촬영에 매진하는 사이, 쿠첼루스도 전원주택의 정비에 힘을 쏟았다.
쿠첼루스가 하는 정비는 태주처럼 가꾸고 정돈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하는 것은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이 침입하면 무서운 환상을 보게 만들거나 주택 내부를 무단으로 촬영하려 들면 이상한 사진이나 영상이 찍히게 마법을 거는 것이었다.
쿠첼루스는 집주변에 이런 마법들을 걸면서 진작 아파트에 이런 것을 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임시 거처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더니, 태주에게 이상한 스토커가 붙어 버렸다.
그 일에 관해서 누구도 쿠첼루스의 탓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 태주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쿠첼루스는 주택 정비를 하던 중 잊지 않고 바스테트 신의 신상을 옮겨 왔다. 그는 미리 봐 뒀던 2층의 볕이 제일 잘 드는 공간에 신상을 설치했다. 거대한 고양이가 편하게 앉은 모습인 신상은 얼핏 보면 평범한 조각상처럼 보였다.
‘빛 아래 평온하길….’
깨끗한 천으로 신상을 닦고 있을 때, 정원 탐색을 마쳤는지 태산이와 제피르, 둘이 이 층으로 올라왔다. 배달하는 사람들도 가고 나자 새로운 물건이 궁금해서 올라온 것 같았다.
최근 태주는 제피르가 현실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태산이를 두고 다녔다. 처음엔 촬영장에 같이 가자고 떼를 쓰던 태산이였는데, 지금은 태주가 바랐던 대로 제피르와 다니면서 선배 노릇을 하고 있었다.
“냐앙.”
“하하하. 재밌습니까? 잘 어울립니다.”
“히잉.”
태산이는 새로 생긴 조각상이 마음에 든 듯, 오르락내리락하며 조각상을 타고 놀았다. 바스테트 신님의 조각상을 놀이터 삼은 태산이 녀석은 신이 나서 냥냥거리고 있었다. 쿠첼루스는 그런 태산이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는 그런 태산이를 잠시 지켜보다 고개를 돌려 제피르틀 훑어봤다. 제피르는 태주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대로 얌전하고 의젓했다. 쿠첼루스는 시간을 확인한 후, 근래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제피르, 빗질할 시간입니다.”
“히이힝.”
“테라스로 갈까요?”
“히잉.“
“하하하.”
바쁜 태주를 대신해서 하기 시작한 제피르의 빗질과 식사 챙겨 주기는 그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크림색 털을 삭삭 빗질해서 가지런 하게 만들고 나면 뿌듯했다. 또 둘이 그러는 게 부러운지, 가끔 태산이가 자기도 빗질해 달라고 와서 몸을 붙일 때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 못 할 정도로 기뻤다.
쿠첼루스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전원주택의 생활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
태주가 정원 입구를 통과하자 어김없이 희가 그를 마중했다. 태주는 포르르 날아온 희를 보며 조금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희와 매일 같이 어울려 다니던 제피르를 현실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한 후로, 희가 심심해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중 나온 희의 시선이 품 안의 제피르한테 향하는 것을 본 태주가 희를 작게 불렀다.
“희. 어제는 뭐 했어?”
“알이랑 놀았어.”
“그랬어? 알은 어때? 오늘은 나올 것 같아?”
“우웅. 모르겠어, 태주.”
제피르가 태주를 따라서 현실로 간 사이, 희는 알이 머무는 바위틈 근처에서 놀곤 했다. 알한테 여러 가지 얘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맛있는 간식을 챙겨 가서 먹고 오기도 했다.
희가 주변을 날고 있으면 바위틈에서 가끔 짜그락 소리가 난다며, 알도 희의 방문을 반기는 것 같다고 했다. 태주는 알이 움직였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머지않아 알이 밖으로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알이 나오면 우리 파티할까?”
“응. 희는 파티 좋아.”
“하하하. 나도 좋아. 알이 바위틈에서 나오면 환영 파티를 하자.”
“환영 파티!”
“우리 정원에 온 걸 반겨 줘야지.”
파티가 기대되는지 희의 날개에서 가루가 퍼졌다. 심심하고 외로웠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태주는 내일 돌아가기 전, 제피르 한테 정원에 남아서 희와 시간을 보내 달라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태주가 연못 정원의 타일을 깔고 있을 때였다. 우편배달원 펠리컨이 정원 하늘을 가르고 우편함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는 자신과 우편 배달원과의 거리를 가늠해 봤다. 오랜만에 보는 우편배달원이었는데, 인사를 나누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태주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희가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연못 정원 쪽으로 날아왔다.
“태주, 태주!”
“응. 희. 진정해. 무슨 일이야? 비상 우편이야?”
“아니. 전리품이야.”
“아! 협회 전리품이 도착했어?”
“응. 많아.”
양팔을 크게 벌리며 많다고 말하는 희의 볼이 분홍색이었다. 날개도 빠르게 떨리는 것이 어서 전리품을 확인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태주는 그런 희의 바람을 무시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그도 슬슬 길에 타일을 까는 일이 지루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전리품 확인은 그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오두막 앞 우편함 앞에 우편함에 미처 넣지 못한 상자와 꾸러미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돌돌 말린 양탄자도 있었고 커다란 끈으로 묶인 물건도 있었다. 태주는 이레귤러가 소지하던 물품 목록을 보고 놀랐을 때처럼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와! 이게 겨우 15%야?”
“우와! 많다.”
“오두막 안으로 옮겨서 천천히 살펴보자.”
“응.”
태주는 바로 팔을 걷어붙이고 상자를 날랐다. 옮기는 도중 대충 살펴본 상자 안은 비싼 마법 물품이 이리저리 섞여서 잡동사니로 보일 정도였다.
“이거 다 팔면 DP가 얼마나 나올까?”
“우응. 많이?”
“킥. 희 말이 맞아. 많이 나올 거야.”
태주 측에서 고른 전리품은 사실 생각보다 값이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무기나 공격 마법이 새겨진 물품을 제하고 나머지에서 고른 것들이라, 그다지 값비싼 물건은 없었다. 물품의 숫자는 많았지만,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물건은 들어 있지 않았다.
“해나, 전리품 구경해요.”
“호호호. 정원사 씨, 조금만 기다려. 치즈 케이크를 가져갈게.”
“네.”
상자를 거실 바닥에 전부 내려놓자, 해나가 치즈 케이크와 음료수를 얹은 쟁반을 들고 왔다. 과일이 가득 얹어진 치즈 케이크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그 케이크를 본 태주와 희는 전리품 구경은 뒷전으로 미뤄 두었다.
“아! 해나 이거 혹시 내일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쿠첼에게 가져다주려고?”
“네. 저희만 먹기 미안할 정도로 맛있어요.”
“호호호. 좋아, 정원사 씨. 여러 개 만들어 줄 테니, 지인에게도 선물하라고.”
“그건 너무 미안한 일인데요.”
해나는 치즈 케이크는 만들기 쉬운 음식이라 괜찮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태주는 해나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거절하기에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치즈 케이크가 너무 맛있었다.
만약 해나가 케이크를 여러 개 만들어 준다면, 자신 때문에 매일 촬영장에서 고생하는 견우와 미나, 형식도 맛보여 주고 싶었다.
차와 케이크를 다 먹은 후, 태주와 식구들은 전리품 상자를 하나씩 테이블 위에 얹었다.
“정원사 씨, 전리품 목록과 대조하면서 확인하자고.”
“네. 협회에서 실수했을 것 같진 않지만, 확인은 해야죠.”
“희가 마법 깃펜 할래.”
“응? 응. 오늘은 희가 깃펜 사용해.”
“이히히.”
목록을 대조하자고 하자마자, 마법 깃펜을 써 보겠다고 희가 나섰다. 지난번엔 깃펜에 매달리더니, 이번에는 직접 써 보고 싶은 것 같았다. 태주는 귀여운 요정 아가씨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바로 승낙했다.
“예리한 무기 각인 주문서. 이건 해나가 바라던 거네요.”
“호호호. 좋아.”
“아공간 문신 주문서. 이건 제 거고요.”
“바로 써 봐, 정원사 씨.”
“그럴까요?”
아공간은 태주가 쭉 가지고 싶어 했었다. 특히 이번에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면서 그 편리성을 한 번 더 깨달은 뒤로는 가지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었다. 처음 문신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하던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이미 어떤 형태든 아공간이라면 전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팟!
“오! 예쁘다.”
“우와! 예쁘다.”
주문서를 찢자 태주의 어깨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문신이 새겨졌다. 언젠가 엘프 단장이 사용한 마법에서 본 것 같은 글자와 도형으로 된 문신이었다. 엶은 금색의 문신은 실제 문신이라기보다는 패션 문신 스티커를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독특한 모양의 많이 두드러지지 않는 문신에 만족한 태주가 나머지 상품들을 늘어놓았다. 그 안에는 희가 원하던 속성 구도 있었고, 해나가 바라던 마법 액세서리도 있었다. 태주는 시험 삼아 쿠첼루스한테 주려고 고른 보석 주머니를 아공간에 넣었다 꺼내 봤다.
“와! 이거 진짜 좋네요.”
“호호호. 용량은?”
“태산이 목줄의 반 정도예요. 강화하기 전 목줄의 두 배 정도요.”
“그 정도 용량만 되어도 쓸 만하지.”
“이제 바이올린을 여기에 넣어 놔도 되겠어요.”
그는 기타는 현실의 집에 두고 다니고 있었지만, 바이올린은 정원에 두고 다녔다. 귀속 마법에 보존 마법이 걸린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불안해서 차마 현실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었다.
희와 제피르, 태산이가 구해 준 물건이었다. 잃어버릴 리 없는 물건인데도, 걱정이 줄지 않았다.
“정원사 씨. 걱정이 과했어.”
“그, 아이들한테 처음 받은 선물이라서요.”
“호호호.”
“크흠. 다른 것 볼까요?”
“호호호. 그러자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딴청을 피우는 정원사 씨의 모습에 해나의 웃음이 멎지 않았다. 그가 평소에 침실에 둔 바이올린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따로 연주하지 않아도 자주 꺼내 보고 관리하는 모습을 봤었다.
한동안 이어진 해나의 웃음이 멎은 뒤에야 태주는 다시 전리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라? 이건 뭘까요?”
“응? 그건 뭐야 정원사 씨?”
“태주, 그건 뭐야?”
“이거 전리품 목록에 없는 거죠?”
“응. 없어.”
태주가 전리품 확인을 모두 끝낸 상자 안에서 시커먼 주문서를 닮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시커먼 종이는 어쩐지 흉흉한 느낌이었다.
해나가 빠른 속도로 희가 들고 있는 전리품 목록을 쫙 훑어봤다. 희가 마법 깃펜으로 줄을 그어 놓은 전리품 목록에는 남은 이름이 없었다.
좀 전까지 상자에서 물품을 꺼내며 하나하나 전리품 목록과 대조했었다. 지금 정원사 씨가 들고 있는 까만 종이는 확실히 전리품 목록에 없는 물건이었다.
“우편함! 태주, 우편함이야.”
“응? 우편도 왔었어?”
“응.”
“내가 가져올게.”
전리품 상자를 챙겨 오느라 우편함 안을 확인하는 걸 잊었다. 협회에서 물건 목록만 상자에서 넣어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다들 물건에 정신이 팔려서 생각 못 했다.
예상대로 우편함엔 협회에서 보낸 우편이 있었다. 우편 안에는 협회의 안내문과 전리품이 제대로 도착했다는 답신용 우편이 들어 있었다.
“우편에 검은 종이에 관한 내용이 있나?”
“있어?”
“응. 용병협회에서 보상으로 받은 전투 인형의 소환서입니다?”
검은 종이는 아칸서스가 협상할 때 요구했던 용병협회 회장의 전투 인형을 불러낼 수 있는 종이였다. 이나타가 장담하고 받아 내겠다고 했었는데, 진짜로 받아 온 것 같았다.
“전투 인형 소환서래요. 해나, 전투 인형 본 적 있어요?”
“아니. 소문은 들어 봤지. 굉장히 강하다는 소문이었어.”
“인형이면 어떻게 생겼을까요? 사람처럼 생겼나?”
“태주, 소환할 거야?”
“흐음. 그런데 정원에 전투 인형이 필요할까?”
이레귤러의 사건을 제외하면 정원은 정말 안전한 곳이었다. 그건 태주 역시 인정하고 있었다. 그 사건을 제외하고 지난 몇 년간 위험한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가장 위험했던 일이라고 해봐야 태산이와 제피르가 피라미드에 몰래 들어갔던 게 전부였다.
“아! 소환하자. 소환해서 피라미드 정복을 부탁하자.”
“피라미드?”
“응. 지금 피라미드 안은 태산이가 상자만 털어 온 채잖아. 그대로 두기는 아까우니까. 공략을 부탁하자. 전투 인형이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호호호. 소문이 사실이라면, 전투 인형에겐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운 일일 거야.”
“그리고 나중에 피라미드가 재정비되면, 다시 피라미드를 공략하게 하는 거예요. 와! 우리 부자 될지도 모르겠어요.”
태주가 의견을 내놓자, 희가 좋다고 찬성했다. 해나는 좋은 생각이라며, 와와거리는 두 사람이 새삼 꽤 어리다는 걸 깨달았다. 피라미드에서 나오는 아이템이라고 해 봤자, 지도 조각이나 마법 화분 같은 자잘한 물품이었다. 그곳에서 얻는 물건 백 개를 합쳐도 아마 이레귤러가 가지고 있던 강력한 무기 하나만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둘은 벌써 피라미드 상자에서 나올 물건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보상금과 전리품으로 이미 부자인데, 아무래도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네.’
흥분이 진정되자 태주와 희는 흉흉하게 느껴졌던 검은 종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투 인형의 크기를 잘 모르는 태주 일행은 오두막 밖으로 모두 이동했다.
“전투 인형이 많이 클까요?”
“그렇게 크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럴까요?”
“아칸서스가 경호 목적으로 달라고 했던 걸 생각해 보면, 크기가 크지는 않을 거야.”
“그렇겠네요. 아! 벌써 두근두근한다. 이제 찢을게요.”
종이를 찢자 소환 장소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주는 바로 오두막 앞 공터를 소환 장소로 지정했다. 지정이 끝나자 전기가 튀는 것 같은 빠지지직 소리가 연신 나더니, 공중에 검은색 선이 생겨났다. 예상과 다르게 꽤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희, 이리와. 여기.”
“태주.”
한참 동안 불꽃이 튀는 소리와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이어지자, 희는 겁을 먹었다. 그런 희를 알아챈 태주가 자신의 어깨 한쪽을 두드리며 이리 오라고 불렀다. 희는 그 말에 바로 그의 어깨에 내려섰다.
-쿠웅!
“헉! 관?”
“호오. 이것 참. 박력 있는 소환법인걸.”
“으잉. 이상해.”
소환이 끝났는지 쿵 소리를 내며 검은색 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주는 언젠가 흡혈귀 영화에서 본듯한 검은색 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뒤로 한발 물러섰다.
“으으! 이게 뭐예요. 전투 인형이라더니.”
“호호호. 진정하라고 정원사 씨. 그 안에 들어 있는 듯하니, 우선 관을 열어 보자고.”
“어우. 왜 하필 관에다 넣어 둔 거야.”
“태주, 무서워.”
“나도, 희. 나도 조금 무서운 것 같아.”
협회에서 해를 끼칠 물건을 보낼 리가 없는데도, 관에서 멀찍이 떨어진 둘은 움직이지 않았다. 관이라는 것에 놀라서, 열어 볼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해나가 관에 다가갔다. 검쟁이 둘을 놀리듯 일부러 천천히 뜸을 들였다. 흡, 뒤쪽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서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그녀는 오랜만에 잡은 정원사 씨를 놀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힘을 냈다.
-끼이익!
“오!”
“헉! 뭐, 뭐, 뭐예요? 해나?”
“정원사 씨, 괜찮아 이리 와 봐.”
“정말, 괜찮아요?”
해나의 부름에 조심조심 태주가 관으로 다가갔다. 관 뚜껑이 열린 지 좀 지났는데도 전혀 움직임이 없는 걸 보니, 해나의 말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 관 근처로 다가간 태주는 안을 들여다보기 전에 해나의 안색을 살폈다. 흥미로운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용기를 낸 태주가 관 안으로 시선을 주었다.
“으악! 얼, 얼, 얼굴이.”
“오호호호!”
관 안에는 얼굴 없는 마네킹이 얌전히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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