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9
168. 탐정 박수 촬영 시작 >
쏜살같다. 최근 태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표현에 쓰는 쏜살같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의 사정을 아는 어린 연인 제작사에서 최대한 촬영 일정을 초반으로 몰아주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밤까지 빡빡하게 촬영이 잡혀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눈뜨자마자 촬영장으로 가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걸 반복하자,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다. 깨달을 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 날짜 감각마저 흐려질 정도였다. 물론 그사이에 꽃미남 포차 촬영을 한 번 더 다녀오고, 홍보를 위해 몇몇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기도 해서 더 바빴었다.
“태주 씨. 시간 다 됐습니다.”
“하암. 네. 깼어요.”
“세수라도 하고 오시죠. 커피 드시겠습니까?”
“네. 부탁해요, 쿠첼.”
꽤 피곤이 쌓였는지, 꽃미남 포차 1화 방영을 기다리던 중 태주가 소파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대로 자게 두어도 괜찮았을 테지만, 태주가 꼭 본방송으로 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 그래서 쿠첼루스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시간에 맞춰 그를 깨워 줬다.
“첫 번째 촬영도 두 번째 촬영도 촬영은 되게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장사는 제대로 한 것 같지 않아서요.”
“장사하는 게 목적인 예능 아니었습니까?”
“크흐흐. 목적은 그게 맞는데요. 어쩌다 보니 전혀 다른 예능이 되었어요.”
첫 번째 촬영에선 열심히 간식을 먹은 기억과 운동회에서 신나게 논 기억이 가장 강했다. 두 번째 촬영에선 카페리를 타고 섬에 들어 가서 촬영을 했었다. 거기서도 장사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대신 분식을 대접하고 특산물을 얻는 등 재밌는 일은 많았었다.
“세 번째 촬영 때는 제대로 장사하자고 얘기하긴 했는데요…. 잘 될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재미만 있으면 괜찮지 않습니까?”
“그러니까요. 저는 재밌게 촬영했는데, 시청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재밌을 겁니다.”
“에효. 드라마라면 대본을 본 상태라, 어떻게 편집되겠다고 예상할 수 있을 텐데, 예능은 그게 아니라서 좀 긴장되네요.”
쿠첼루스는 출연진만 놓고 봐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주의 얘기로 촬영도 괜찮았던 것 같으니, 편집을 아주 엉망으로 하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기다리자, 수많은 광고가 지나가고 꽃미남 포차가 시작됐다. 금요일 저녁 9시. 마지막까지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에서 정하지 못하던 방영 요일은 결국 금요일로 정해졌다.
6회 촬영, 12회 방영 예정이라서 뒷부분을 방영할 때쯤엔 탐정 박수와 방영 시기가 겹쳤다. 수목엔 탐정 박수, 금요일에 꽃미남 포차. 한동안 태주는 tvM에서 그를 밀어준다는 소문에 시달리게 될 것 같았다.
1화는 같이 출연할 출연진을 소개받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한주원이 제일 먼저 식당에 도착하고 이어서 태주와 박준이 도착한 후에 프로그램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설명은 매우 짧았고 대신 태주와 출연진이 식사하면서 떠드는 장면이 길게 나왔다.
“헐. 제가 저 때부터 계속 두 사람에게 음식을 권했군요.”
“하하하.”
“아니. 사람들이 어지간히 말랐어야죠. 무슨 사람이 뼈랑 가죽만 있어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들을 먹기 좋게 잘라서 계속 한주원과 박준에게 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 그가 민망해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하하. 시청자 반응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큼. 뭐라고 해요?”
“풉. 이태주 우리 엄마인 줄…. 나도 저렇게 챙겨 줬으면….”
“아이고.”
역시나 민망하기 이를 데 없는 시청자 반응이 나왔다. 그런 반응이 나올 거로 생각하긴 했지만, 그게 출연진을 소개받는 자리부터일 줄은 예상 못 했다. 그는 푸드트럭에 타서부터 그런 얘기가 나올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모습은 자신이 생각해도 좀 그랬었다.
-이 사람들 대체 언제까지 먹는 거야? 먹는 장면밖에 안 나와.
-한주원이랑 박준은 이미 질린 표정임.
-태산이 세젤귀.
-한주원이 잘생기긴 했지만, 꽃미남은 아니지 않나?
-한주원은 곧미남. ㅋㅋㅋ.
-한주원 굴욕ㅋㅋ
-큭큭큭. 차에서 그렇게 먹고 휴게소에서 또 먹어? 푸드트럭이 아니라 푸드 파이터임.
-휴게소 감자는 ㅇㅈ.
다행히 꽃미남 포차에 관한 시청자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꽃미남 포차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한 다른 방송국의 푸드트럭 예능이 첫 편부터 조작 논란에 휩싸인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1화를 본 태주는 이제 걱정을 내려놓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억! 저 장면을 왜?”
“뭔가요?”
“크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태주 씨?”
재래시장을 돌며 장을 보고 저녁을 차려 먹는 장면까지는 괜찮았다. 밤이랑 태산이랑 노는 장면도 귀여웠고, 개인 인터뷰도 이상한 얘기는 없었다.
문제는 예고편이었다. 어슴푸레 밝아 오는 아침,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김을 매는 사람이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나왔다. 태주는 텃밭의 김을 매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긴 했지만, 예능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서 그걸 방송하진 않을 거로 생각했었다.
‘어휴. 호미 소리는 왜 이렇게 섬뜩하게 잡은 거야. 공포물 같잖아.’
청산 초등학교 운동회 편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태주는 예전에, 멋진 것은 회귀 전에 많이 했으니, 재밌는 모습이나 의외의 모습을 보여 주자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 예능도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회사의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
6월에 들어서자 두 작품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실감 되었다. 미술 팀, 의상 팀 미팅에 리딩까지 참석하게 되자, 확실히 바쁜게 몸으로 느껴졌다. 다행히 어린 연인 촬영을 예상보다 많이 해 놔서 삼 주 조금 넘는 시간만 고생하면 될 것 같았다.
“태주 씨, 신당 세트 어떠세요?”
“이건 너무 본격적인 거 아닌가요? 원래 사기꾼이 버려두고 도망간 신당을 빌려서 생활하는 거잖아요.”
“그건 그런데요. 그래도 제대로 구색은 갖춰야죠.”
“좀 으스스한 것 같은데요.”
지난 단막극을 촬영할 때는 색색의 천이 우아하게 내려온 모양새였는데, 이번엔 꽤 신당을 본격적으로 차려 두었다. 하얗게 질린 미나 만큼은 아니었지만, 태주 역시 세트가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선생님! 여기예요.”
“선생님?”
“자문 역을 맡아 주신 선우 선생님이세요.”
“아아.”
여랑 작가가 소개한 선우 선생님이란 무당은 전통복장을 입고 긴 머리를 틀어 올려 비녀로 고정한 차림이었다. 흰색과 검은색의 도복 같은 복장은 중국 사극에 나오는 것과 비슷했다.
“안녕하세요. 이태주예요.”
“….”
“선생님?”
“헛. 이런, 실례했어요. 혹시 이분이 박수?”
“네.”
“잘못 뽑으셨나? 아니면 너무 잘 뽑으셨나?”
인사도 잊은 채 놀란 눈으로 태주를 한참 보던 무당 선우는 곧 옷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했다. 무당 선우가 뱉은 말의 뜻을 고민하던 태주는 생각지도 못한 정중한 인사에 깜짝 놀라서 맞인사를 했다.
“호호호. 내가 놀라서 그랬어요.”
“선생님께서 놀라기도 하세요?”
“당연히 저도 놀라죠. 작가님도 참.”
“선생님, 좀 전에 하신 말씀은?”
“들으셨구나. 이분 기운 때문에요. 기운만 보면 잡귀고 악귀고 근처로도 못 올 정도로 강한 신의 가호를 받고 계세요. 그런데 또 신 제자의 길을 가실 분은 아니세요.”
선우 선생님의 말씀을 전부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조금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모든 정원사는 정원사 협회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태주는 예전에 정원사 협회의 임원 중에 반신이 있다고 들었었다. 그러니 선우 선생님의 말씀이 아주 틀리진 않은 것 같았다.
‘실제로 희와 태산이, 제피르는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반신을 만나기도 했었으니까. 아! 요정 여왕님도 반신이었지.’
태주가 꿈의 정원에서 만났던 요정 여왕을 떠올리는 동안, 여랑 작가는 작가가 아닌 팬의 입장이 되어서 기뻐하고 있었다. 자기 배우의 특별함이 혼자만의 착각이 아닌, 다른 사람도 그렇게 여길 만한 특별함이라는 사실을 뿌듯해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배우님은 다르실 줄 알았어요.”
“호호호. 작가님도 참. 다른 사람도 다들 수호령은 계세요.”
“그래도 우리 배우님이 특별하신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요. 특별한 분이신 건 맞아요.”
“흐흐흐. 아! 입 간지러워. 어디 자랑할 곳 없나?”
여랑 작가는 촬영장 안을 매의 눈으로 훑어봤다. 이미 그녀에게 여러 번 시달려서 눈빛만 봐도 뭘 하려는 지 알 수 있게 된 스태프들은 바쁘게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한 번 걸리면 태주의 데뷔작부터 최근 찍은 광고까지 칭찬에 칭찬을 늘어놓는 여랑 작가를 상대해야 했다.
“감독님!”
“어? 어, 어. 여랑 작가.”
“지금요, 제가 무슨 얘기를 들은 줄 아세요?”
“아니, 난 지금 좀….”
“글쎄요, 우리 배우님이… ”
강은진 감독이 도움을 청하려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다들 그녀를 모른 척했다. 그들은 감독 한 명만 희생하면 될 일에 굳이 나서서 이태주 찬양 행사에 낄 생각은 없었다.
태주 찬양 행사에 낄 생각은 없었다.
비록 촬영장의 최고 권력자인 감독을 배신하는 일이었지만, 여랑 작가는 그보다 더 막강한 끈기를 갖고 있었다. 작가인 그녀가 얼마나 조목조목 예를 들어 가며 이태주를 찬양하던지 스태프들은 이미 이태주의 프로필을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여랑 작가의 수다에 질린 강은진 감독이 귀를 막고 도망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첫 촬영은 무사히 제시간에 맞춰서 시작할 수 있었다. 태주의 상대역을 맡은 배우는 그제야 슬그머니 촬영장으로 왔다.
“진권 형,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요?”
“아하하. 분장실에. 무당 선생님 가셨지?”
“진작 가셨죠. 세트 확인만 하고 바로 가셨어요. 굉장히 바쁜 분이시래요.”
“휴우, 다행이다. 난 진짜 그런 거 질색이거든.”
-쪽쪽!
-두두둑.
“태주야 석류즙 마실래?”
태주는 어진권이 건네는 석류 원액 100%라고 써진 파우치를 받아 들었다. 이미 뚜껑까지 열어서 건네는 석류즙을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와 같이 있는 동안에는 준비한 차를 마시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건네는 여러 종류의 즙을 먹게 되어서 차를 마실 틈이 전혀 안 생겼다.
“석류가 여자한테만 좋은 게 아니야. 이게 사실은 남자한테도 무척 좋은 거거든.”
“그렇죠. 염증 억제 효능이나 다른 효능들도 남녀 가리지 않고 좋죠.”
“그렇지. 크흐흐. 거기다 전땡땡 건강에도 좋고.”
“어휴. 형!”
어진권은 서른 초반에 곱상하게 생긴 사람이었는데, 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전혀 달랐다. 소속사 운이 무척 나빠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답지 않게 밝고 유쾌한 것은 좋았는데, 너무 능글맞았다.
그래도 말도 잘 통하고 연기 합도 괜찮아서 태주는 그와의 촬영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아 놓은 바닥에 낮은 테이블과 방석이 놓여 있었다. 뒤쪽으로 보이는 화려한 무신도와 신단이 없었다면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풍경이었다.
-드르륵!
“수야. 손님 오셨다.”
“하암. 무슨 손님? 오늘 예약 없었는데.”
“심부름 손님 말고.”
“아, 일없어. 돌려보내.”
손님이라는 소리에 잠자리에서 갓 일어난 듯한 모습의 박수가 안쪽 방에서 밖으로 나왔다. 심부름 의뢰인 줄 알고 나왔다가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박수는 제집처럼 손님을 끌어다 테이블에 앉히는 한석에게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님 안 받냐?”
“이 형이 진짜.”
인상을 쓰는 박수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한석은 손님 대접이 엉망이라고 되레 성을 냈다. 그런 그를 노려보던 박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승자의 미소를 지은 한석이 손님을 달래면서 박수 자랑을 늘어놓았다.
“쟤가 저러고 있어서 그렇지. 엄청 용하거든.”
“그래도 난 무당은 별로….”
“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야?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어억. 크으흐읍.”
“아 씨. 미안. 내가 말이 심했어.”
한석이 테이블 위에 놓인 티슈를 뭉텅뭉텅 뽑아서 옆 사람에게 건넸다. 남자는 전세 계약을 하고 이사한 집에서 삼 개월 만에 쫓겨날 신세였다. 대학 졸업하고 수년간 모아 마련한 보증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였다.
“뭐야? 왜 남의 사업장에서 울고 난리야?”
“수야.”
-탁!
“야채 죽이야. 소화 잘되는 야채로 골고루 넣은 거니까. 남기지 말고 먹어.”
“사정 좀 들어 봐. 지금 밥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야.”
“밥 아니고 죽. 우선 먹어. 먹고 얘기해.”
강한 어조로 먹으라 말하는 박수 때문에 남자는 마지못해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컷! 오케이. 테이블 정리해 주세요. 죽 그릇은 옆에 내려놓고 음료수 올려 주세요.”
다음 신은 배를 채운 남자의 사정을 듣고 박수가 한석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의뢰비도 못 받을 것 같은 손님은 왜 데려왔냐는 박수와 사정이 어려우니 우선 돕고 보자는 한석이 부딪힌다. 그렇게 대립하길 잠시 남자의 의뢰를 거절하려던 태주는 허공을 잠시 노려보다 돌연 의뢰를 받아들인다.
“감독님 자살한 귀신 분장 끝났어요. 확인하세요.”
“잠시 대기하시라고 해 줘.”
“네.”
다음 촬영을 위해 확인이 필요했지만, 강은진 PD는 그 일을 잠시 미뤘다. 그보다 먼저 처리할 골치 아픈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랑 작가와는 단막극을 찍을 때부터 손발이 잘 맞았었다. 그것은 박수를 미니시리즈로 다시 제작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작가와도 문제없는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 PPL의 연출이었다.
단막극은 방송국 자체 제작이어서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 신경을 덜 써도 됐었다. 반면 미니시리즈는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좀 전에 넣은 죽이나 티슈처럼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거라면 괜찮은데,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들어온 PPL도 꽤 있었다. 덕분에 제작비에 여유가 생겼지만, 대신 골머리를 꽤 썩이는 중이었다.
“으아악! 귀신.”
“아아악! 귀신이야!”
“하하하하.”
PPL로 고민 중인 강은진 감독의 귀에 익숙한 두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태주와 진권의 비명이었다. 두 사람 모두 공포물에 약하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 쪽에서 비명이 들리는 걸 보니, 아마도 일을 보러 가다 귀신 역할 배우와 마주친 모양이었다.
“아하하하. 조감독, 귀신 역할 분장은 확인할 필요 없겠어. 우리 배우분들이 대신 확인해 주셨네.”
“하하하.”
“감독님들, 다들 저 좀 도와주세요. 이번에 PPL이 또 추가됐거든요. 같이 머리 좀 굴려 봐요.”
갑자기 들려 온 태주와 진권의 비명 때문에 한바탕 웃고 나자 어깨가 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강은진 PD는 혼자서 고민하던 것을 멈추고 여러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조금 질린 얼굴로 세트로 돌아온 두 배우까지 아이디어 회의에 동참시켰다.
쓸 만한 의견도 황당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 그중 몇 가지 의견을 선택해 물품을 배치하고 바로 대사도 조금 손봤다. 그녀 혼자 고민 할 때보다 시간도 덜 걸렸고 결과물도 훨씬 좋았다.
강은진 PD는 드라마가 감독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모두 같이 만들어 가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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