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1
170. 희를 찾아서 >
태주는 상점에서 이동 주문서를 사자마자 바로 요정 숲으로 이동했다. 망설일 여유 따위 없었다. 희가 없는 정원을 그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반드시 그의 요정을 되찾아 와야 했다.
“어수선하군요.”
“응. 확실히 요정 숲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냐앙.”
그가 올 때마다 정원사가 왔다며 반겨 주던 요정들이 없었다. 그의 주변에 몰려와서 까르르 웃고 인사를 해야 정상인데, 이동문 앞엔 요정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태산아, 혹시 희나 제피르의 기척을 느낄 수 있어?”
“냥.”
“그래. 그럼 엘프 단장님이 있던 곳으로 가자. 단장님한테 도움을 청해 보고, 안 되면 요정 여왕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냐앙.”
“가자.”
평소 단장이 쉬는 곳으로 향하는 태주의 걸음 속도가 빨라졌다. 그의 급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동하는 도중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요정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숲 곳곳을 누비며 장난치는 요정들이 없으니, 숲이 너무 조용했다.
“어? 저번에도 여기에 있었는데.”
“음. 숲 안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안쪽 안 보이는데?”
“앞쪽으로, 좀 전에 걸어온 거리의 두 배 정도 가면 보일 겁니다.”
“두, 두 배?”
이동문이 열리는 공터에서 엘프 단장이 쉬는 곳까지도 거리가 상당했다. 그 거리의 두 배 정도 더 간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2호의 얘기에 태주는 깜짝 놀랐다.
2호가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정원 일을 돕거나, 오두막을 정리하는 일 정도만 하고 있어서 실감을 못 했었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되어 본연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안내해 줄래?”
“네.”
“가자, 태산아.”
“냐앙.”
2호의 안내로 도착한 곳에는 그가 찾던 엘프 단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숲에서 보이지 않던, 요정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 있었다. 태주가 도착한 것을 본 요정들이 엘프 단장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었다. 그 사이를 태주 일행이 통과했다.
“단장님.”
“아! 정원사님도 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우리 희한테 일이 생긴 게 맞나요?”
“네. 관리자 아가씨와 고니, 그리고 작은 요정이 한 명….”
“작은 요정은 폴라야.”
“네, 폴라까지 셋이 실종됐습니다.”
엘프 단장이 꺼낸 실종이라는 단어에 태주는 순간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소재지를 확인하라더니, 실종이었다. 그는 다급한 마음에 엘프 단장을 팔뚝을 잡고 어떻게 된 거냐고 따져 물었다.
“사정은 바로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어서.”
“그게 어떻게 된 일이….”
“이놈! 골든 유니콘. 당장 내려놓지 못하겠느냐!”
“헐!”
“헉!”
엘프 단장이 사정을 설명하려던 순간이었다. 허공 중에 이동기술을 사용해서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현장에 있던 모두는 갑자기 등장한 둘이 취하고 있는 모양새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모두가 놀란 와중이었다. 번개처럼 움직이는 인영이 하나 있었다. 태주였다. 그는 갑자기 나타난 둘, 요정 여왕과 제피르를 확인하자 마자 놀랄 사이도 없이 바로 몸을 움직였다. 다행히 그의 손길을 제피르가 피하지 않아서 품 안으로 무사히 숨길 수 있었다.
“이, 이, 무례한 골든 유니콘 녀석아.”
“헉! 여왕님?”
“이놈.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무서운 벌을 받을 줄 알거라.”
“어, 그, 죄송합니다.”
“응? 정원사로군. 맞아. 그대가 그 무례한 유니콘의 주인이었지.”
작은 체구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태주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 그의 곁으로 2호가 바짝 다가섰다.
요정 여왕님의 분노는 당연했다. 처음 둘이 등장하던 모습을 보면 이유를 물어 주는 게 감사할 정도였다.
‘어떻게 봐도 제피르가 궁전에 침입해서 여왕님을 물고 온 거로밖에 안 보여.’
“같이 요정 숲에 온 일행이 실종돼서 마음이 급해서 무례를 저질렀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실종?”
“네. 저희 정원의 관리자 희와 고니, 폴라라는 요정이 실종됐다고 들었습니다.”
“단장?”
자신의 뒷덜미를 물고 이동한 골든 유니콘이 못마땅했지만, 사정이 다급했다. 한 번에 요정 세 명이 사라질 정도의 큰일이라면 방법은 마음에 안 들지만, 긴급하게 알려야 하는 사항인 것은 맞았다.
“네, 여왕님.”
“어떻게 된 일이지?”
“새로 태어난 보석 거울이 범인입니다.”
“보석 거울?”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세 요정이 음식을 들고 날아다니다 갑자기 나타난 보석 거울과 부딪힌 것 같습니다.”
사태의 전후는 생각보다 간단했지만, 그 결과는 간단하지 않았다. 요정 숲에 보석 거울이 다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보석 거울의 출몰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는 중인 듯 보석 거울은 숲 이곳저곳에 랜덤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범인은 어디 있지?”
“이쪽으로 오시지요.”
단장이 안내한 방향에는 마법 문자를 뒤집어쓴 거울이 있었다. 은색 테두리에 붉고 푸른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거울은 체인처럼 길게 이어진 마법 문자에 몸이 묶인 채 잡혀 있었다.
“기어코 말썽을 일으키는구나.”
여왕님의 화난 목소리가 울리자, 곳곳에서 그렇다고 맞장구치는 소리가 들렸다. 엘프 단장님 역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만약 요정에게 한 번 더 문제가 생기면 너희 보석 거울들을 전부 숲 밖으로 내쫓겠다고 했었다.”
-부르르르.
“요정에게 아무 문제가 없길 바라는 게 좋을 것이야.”
-부르르. 부르르.
“요정을 어디로 날려 보냈느냐?”
-….
“감히!”
요정 여왕님이 화를 낼 때는 말대답하듯이 잘도 몸을 떨던 보석 거울이, 사라진 요정의 행방을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려한 보석 거울은 야단맞은 어린아이처럼 몸까지 옆으로 틀어서 눈길을 피했다.
“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아! 태주는 요정 여왕님의 말에서 좀 전에 그가 제대로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보석 거울의 태도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비숫했다. 번쩍번쩍. 화려한 자태였지만, 생각해 보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애였다. 주의하라고 정원으로 우편이 온 것이 한나절이 채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잠시만요.”
“무슨 일이신가요? 정원사님.”
“이걸 좀….”
태주 역시 희를 어딘가로 날려 보낸 보석 거울한테 화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깨끗한 거울 면에 작게 묻은 붉은 잼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보석 거울이 깔끔한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더 그랬다.
‘기분이 좋아야 사실을 빨리 알려 줄 테니.’
-쓱쓱.
“이제 깨끗해졌네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여왕님.”
“괜찮다. 깨끗해지니 한결 낫구나.”
-부르르르.
“그래. 네 몸에 아이들이 부딪혔다고?”
-부르르.
“그거야 네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런 게 아니냐.”
태주가 수건으로 보석 거울을 깨끗이 닦아 준 뒤, 요정 여왕님의 말투가 바뀌었다. 그녀는 다그치는 대신 이번엔 조곤조곤 달래는 듯한 말투로 보석 거울한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보석 거울은 깨끗해진 게 마음에 든 듯 그녀의 말에 얌전히 대답하고 있었다.
심문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보석 거울은 주로 엘프나 수인의 근처로 이동했다. 오늘 역시 엘프 근처로 이동했다가 그곳에서 놀던 요정 셋과 부딪히고 말았다. 보석 거울은 음식을 들고 있던 요정과 부딪히는 바람에 몸이 더러워지자 화를 참지 못하고 힘을 사용해 버렸다.
“그래, 그럼 내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부르르르.
“이 녀석. 당장 어디로 보냈는지 말하지 못할까!”
보석 거울과 여왕님의 실랑이가 다시 시작됐다. 희를 찾고 싶은 마음이 급했던 태주는 참지 못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끼어들고 말았다.
“거울아. 착하지? 응? 요정들을 어디로 보냈는지 알려 주지 않을래?”
-부르르.
“짠! 이거 보여? 극세사 양모 클리너야. 이걸로 거울 표면을 닦으면 먼지 한 톨까지 전부 닦을 수 있어.”
-부르르르르.
알을 닦아 주려고 일부러 여러 장 구매해 둔 것이었다. 클리너는 색도 부드러운 크림색에 재질 역시 흠이 생기지 않는 재질이었다. 태주가 보석 거울이 잘 볼 수 있도록 클리너를 그 앞에서 흔들었다. 천의 움직임이 커질수록 보석 거울의 떨림이 더 거세졌다.
“요정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 주면, 이걸로 네 거울을 닦아 줄게.”
-부르부르.
“지금 당장 닦아 달라고 하는구나.”
“요정들은요?”
여왕님이 고개를 저었다. 보석 거울은 요정이 어디 있는지는 말하지 않고 거울만 닦아 달라 보채고 있었다. 여왕님의 통역을 들은 태주는 들으라는 듯이 크게 한숨을 쉬더니, 클리너를 착착 접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지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부르!
“큼. 저런 정원사는 요정이 걱정돼서 네 거울을 닦아 줄 여유가 없는 것 같구나. 참 부드러워 보이는 클리너였는데, 아깝게 되었어.”
-부르부르!
“단장, 협회에 연락하게나. 이 보석 거울은 요정의 행방을 알려 주지 않을 듯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부르부르!
보석 거울을 힐끗 보면서 요정 여왕이 말을 꺼내자, 그에 맞춰서 단장이 오른 주먹을 가볍게 왼쪽 가슴에 손을 대는 엘프식 경례를 했다. 보석 거울이 힘차게 몸을 떨었지만, 둘 중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부르르르르.
“그래? 어디라고?”
-부르르르.
“이런 골칫덩어리 같으니!”
“어디인가요?”
“폐쇄된 던전이야. 단장은 알지? 미식 던전.”
“헛! 설마 그곳입니까?”
던전의 이름을 들은 엘프 단장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마법 주머니를 열어서 태주에게도 익숙한 주전자를 꺼냈다.
-스윽스윽.
‘강, 강아지?’
주전자 군은 레이스가 달린 파우치 안에 들어 있었다. 단장은 그 주전자 군을 한 손에 안고 쓱쓱 쓰다듬고 있었다. 주변 반응을 보니, 단장의 저런 모습이 하루 이틀이 아닌 듯했다. 태주는 새삼 단장의 취향이 특이하단 걸 깨달았다.
“후우. 이제야 좀 진정이 되는군요.”
“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곳은 괴랄한 음식들이 있는 곳입니다. 온갖 괴상망측한 음식들을 일정량 이상 먹어야만 탈출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혹시 위험한가요?”
“위(胃)가 위험하긴 합니다.”
미식 던전은 사실 미식이라기보단 괴식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세상의 온갖 이상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있는 곳으로, 그곳에 들어간 모험가는 일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어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요정 여왕과 숲의 주민들은 차마 그 던전을 파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출입을 금지해두었었다.
“던전은 어디 있죠?”
“정원사, 들어갈 생각인가?”
“네. 희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데리러 가야죠.”
“정원사 아이들을 무사히 데려오면 보상은 톡톡히 하겠네. 단장, 정원사를 던전 입구로 안내해 주게.”
“네. 가시죠. 정원사님.”
뒤에서 보석 거울을 달래는 요정 여왕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태주는 아차 했다. 클리너를 주고 왔어야 하는데, 주머니에 넣은 채로 그대로 와 버렸다. 얄미운 보석 거울이지만, 클리너를 많이 기대한 것 같았는데, 조금 미안했다.
그는 나중에 희와 다른 요정을 찾으면 보석 거울을 다시 만나러 오자 다짐하고, 부지런히 엘프 단장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뒤를 쫓으면서 던전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은 있는지, 그곳에는 주로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등등을 단장에게 물었다. 단장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줬다.
“참으로 괴랄한 음식들이 있었습니다. 새의 다리를 잘라서 껍질을 벗긴 요리도 있고, 곤충을 기름에 튀긴 것도 있었습니다.”
‘응? 닭발하고 메뚜기 튀김?’
엘프 단장이 말하는 것들은 취향이 많이 갈리지만, 충분히 음식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태주는 던전에서 정말 이상한 것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름 상식적인 것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아아. 이곳 주민들은 새콤달콤한 맛을 제일 좋아하지.’
뛰어난 마법 실력에 정령 친화력을 갖춘 엘프 단장도 해나의 달콤한 파이나 적절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길 좋아했다. 근육질 상체를 드러내고 다니는 요원 S도 단 음식을 좋아했었다.
숲길을 한참걸어서 도착한 곳은 평범한 음식점 건물이었다. 미식 던전이라고 해서 동굴 같은 곳을 떠올렸던 그는 간판에 메뉴까지 붙은 건물을 보고 신기해했다.
“혹시 이곳을 빨리 통과하는 팁 같은 건 없나요?”
“음. 그냥 눈 딱 감고 드십시오. 맛이나 모양, 특히 재료는 떠올리지 마시고 그냥 먹어 치우는 방법뿐입니다.”
“그, 그렇군요.”
단장이 알려 주는 팁 아닌 팁을 기억해 두면서 태주는 일행을 돌아봤다. 위험한 던전이 아니라고 하니, 굳이 먹기 힘든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곳에 제피르나 태산이를 데려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2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식에서 섭취하는 에너지는 많지 않다며 잘 먹지 않으니 굳이 데려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너흰 밖에서 기다릴래? 위험한 곳은 아니라니까, 밖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냥!”
“히힝.”
“같이 가겠습니다.”
“…그래.”
태주는 사실 그의 말을 셋이 거절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도 그가 그런 말을 꺼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아아! 이렇게 같이 가게 되는구나. 불길해. 이 셋의 몫까지 내가 먹게 될 것 같단 말이지.’
던전 입구, 음식점 문을 여는 태주의 손이 조금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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