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2
171. 미식 던전 탐험 >
[미식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곳은 훌륭한 맛에도 불구하고 겉모습 때문에 세상의 오해를 받는 수많은 음식을 위한 곳입니다.
부디 마음을 열어 진정한 맛의 세계에 도달하시기 바랍니다.]
던전 입구에 있는 거창한 안내 표지판을 지나치자, 낯설면서도 익숙한 모습의 던전 내부가 보였다. 쇼핑몰의 푸드 코트 혹은 음식 박람회처럼 수많은 음식 부스가 던전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태주는 그곳을 둘러보며 희와 요정들의 모습을 찾아봤다.
“안 보이네. 제피르 하늘로 올라가서 희를 좀 찾아봐 줄래?”
“히이힝.”
“태산이도 희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줘.”
“냐앙.”
“제 감지 범위 안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선 제 능력을 온전히 쓸 수 없습니다. 비무장 지역으로 설정된 것 같습니다.”
“그래?”
2호가 무력을 쓸 수 없다고 했지만, 태주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무력이 필요할 거란 생각은 안 했었다. 게다가 음식을 먹어서 클리어할 수 있는 던전이었다. 이곳은 무력이 강한 사람보다 비위가 강한 대식가가 더 필요한 곳이었다.
“희랑 요정들을 찾으면 음식을 먹기로 하자. 후보군을 추려 볼까?”
“네.”
“윽. 냄새야. 청국장도 있구나.”
“아시는 음식입니까?”
“응. 우리나라 전통음식.”
엘프 단장이 괴식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맛과 효능이 무척 좋은 청국장이지만 냄새는 한국인인 그도 괴로웠다. 최근에는 냄새가 별로 안 나는 청국장도 개발된 것 같았는데 이 던전 안의 청국장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것 같았다. 음식 부스와 꽤 떨어진 것 같은데도 냄새가 계속 났다.
“킁킁. 크르릉.”
“이런, 괜찮아? 태산이한테 여긴 너무 괴로운 곳이다.”
그는 희의 냄새를 쫓으며 걷던 태산이를 안아 들었다. 냄새와 소리에 예민한 태산이에게 온갖 음식 냄새가 나는 이곳의 환경은 아주 좋지 않았다. 다행히 소리는 없었지만, 다양한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아! 소리가 전혀 없는 게 더 이상한 거구나.’
던전 안은 마구잡이로 뒤섞이는 음식 냄새와 달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폐쇄된 던전이라 모험가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비상식적으로 조용했다. 요리하는 소리나 그릇을 씻는 물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일한 소음은 태주와 일행의 발걸음 소리였다.
“히히잉.”
“찾았어?”
“히히힝.”
“그래.”
하늘에서 던전 안을 살펴본 제피르도 희 일행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힘없는 울음소리를 내는 제피르의 등을 살살 어루만진 그는 희에게 자주 했던 것처럼 어깨를 두드려 보였다. 제피르가 그 사인을 알아듣고 바로 그의 어깨에 내려섰다.
“우선 괜찮은 음식을 골라서 먹자. 던전이 어떤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깨다 보면 만날 수 있겠지.”
“네. 그럼 어떤 음식을 드시겠습니까?”
“보자. 그래도 지구 음식이 꽤 있어서 다행이다. 저거 먹자, 육회.”
육회.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으로 먹지 못하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태주는 잘 먹는 음식이었다. 붉은 살코기를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는 음식이라, 요정이나 엘프들이 질겁할 만한 메뉴이기도 했다.
“육회 양념을 빼면 태산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육회라고 써진 부스에 자리를 잡고 앉자 바로 음식이 나왔다. 4인분. 예상대로 던전의 출입 인원수에 맞춰서 음식이 나왔다. 태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피르의 몫은 자신이 대신 먹어야 할 것 같았다.
“2호야. 음식 먹어도 괜찮은 것 맞지?”
“네. 먹어도 괜찮습니다.”
“그럼 부탁해.”
태산이 몫으로 나온 그릇에서 양념을 건져 내고 다시 건네려 할 때였다.
-삐!
-경고! 음식 본연의 맛을 즐기십시오.
-첨가된 향신료를 제거할 경우 클리어 포인트를 얻을 수 없습니다.
태주는 그 소리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소량이지만 마늘도 들어가는 음식을 태산이가 먹게 둘 수는 없었다. 그가 태산이 앞에 내려 놓으려던 육회 접시를 다시 자신 앞으로 가져왔다.
“냥!”
“미안. 이 양념은 태산이가 먹으면 안 되는 거라서 그래.”
“앙. 산이.”
“…큽. 그래 먹어. 형이 비벼 줄게.”
태산이는 예전에 현실에서 육회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떡갈비를 먹으러 간 곳 메뉴에 육회가 있어서 시켜 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입에 맞는지 잘 먹었었다. 주변에선 어린아이가 육회를 먹는 걸 보고 놀라워했지만, 평소 모습을 아는 그와 쿠첼루스는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코스 요리 같은 것 중에 조금 나오는 게 아닌, 육회만 한 접시를 먹는 건 확실히 좀 버거웠다. 그런 그와 다르게 태산이 녀석은 어린이용 포크를 들고 야무지게 육회를 집어 먹고 있었다. 사실 포크는 쥐고만 있었다. 야무지게 육회를 입에 집어넣는 것은 비어있는 왼손이었다.
-클리어 포인트 1을 얻었습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3번 더 나왔다. 일행은 네 접시의 육회를 먹어서 클리어 포인트 4를 얻었다. 육회 부스에서 나온 일행은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얻어야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지, 안내 표지판을 찾아보기로 했다.
“히이힝.”
“고마워 제피르.”
다시 한번 제피르가 하늘로 올라가서 탐색한 결과 중앙 광장 비슷한 곳에서 안내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찾아낸 안내 표지판의 내용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던전은 총 3층 구조로 되어 있었고 층마다 클리어 포인트 5가 필요했다.
“헛!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각각 15포인트씩 필요하잖아.”
“저흰 전부 60포인트가 필요하군요. 이제야 4포인트를 모았는데….”
“희랑 만나면 그보다 더 필요할 거야. 그쪽도 세 명이니까.”
한 명당 15접시의 괴상한 음식을 해치우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아 보였다. 같은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포인트를 다시 주지 않으니, 먹어도 괜찮은 음식으로 잘 골라야 했다.
태주는 자신이 꿈의 세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따져봤다. 아직은 하루가 남아 있으니, 시간이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수많은 부스에서 먹을 만한 음식을 찾아내는 일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을 먹는 것은 더 어려워 보였다.
“어휴. 가자. 가서 먹을 만한 음식을 찾아보자.”
그는 앞으로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무리하게 음식을 권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
한 시간 후, 태주는 부스 사이에 마련된 벤치에 몸을 눕히듯 앉아 있었다. 배가 너무 불러서 바른 자세로 앉는 것도 눕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의 예상대로 부수에 태산이와 제피르가 먹을 만한 음식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골라낸 육회는 정말 정상적인 음식이었다. 도저히 고를 게 없어서 고른 초두부와 취하(醉臟: 술에 절인 새우)의 독한 냄새가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 토할 것 같아.”
“좀 쉬십시오.”
“으으. 소화제 아니면 탄산음료라도…. 한 시간 동안 대체 몇 인분을 먹은 거야.”
두 요리의 냄새는 괴로웠지만, 예전 중국에 방문했을 때 먹어 본 기억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았다. 다른 부스에 있는 뱀탕이나 생선 젤리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이렇게 먹었는데도 아직도 두 가지 요리를 더 먹어야 했다. 태주는 언제든 수시로 열 수 있었던 상점이 이렇게나 아쉬워질 줄 미처 몰랐다. 그는 상점에서 파는 수많은 소화제가 너무 아쉬웠다.
몇 시간 뒤, 태주 일행은 가까스로 던전의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클리어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다. 태주는 이제 음식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꾹 참으면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제피르.”
“히히잉.”
2층에 도착하자마자 태주가 제피르의 이름을 불렀다.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던 제피르는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태주는 자신의 손을 붙잡고 걷는 태산이를 품에 안아 들었다.
음식 냄새에 시달리던 태산이는 호랑이 모습보다 코가 무딘 아이 모습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산이로 변한 뒤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이곳에 희가 있으면 좋겠다. 그치, 산아?”
“앙. 희.”
“그래. 희. 산이 모습으로 네가 변한 게 몇 달 만이지?”
“앙.”
“전원주택으로 이사할 때쯤 바꿨던 게 마지막이니까…. 정말 오랜만이구나.”
태주는 제피르를 기다리는 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기로 했다. 태산이로 있는 동안에는 희의 통역이 없으면 정확한 의사소통이 힘들었지만, 산이로 있을 때는 달랐다. 쓸 수 있는 단어가 적긴 했지만, 대화가 가능했다.
“산아 친구랑 놀고 싶으면 형이나 쿠첼한테 꼭 얘기해야 해.”
“틴구?”
“응. 친구. 전에 같이 기타랑 장난감 가지고 놀았잖아. 그때처럼 친구랑 놀고 싶으면 얘기하는 거야. 알았지?”
“앙. 틴구.”
“하하하. 금방 배우네. 똑똑하다, 우리 산이.”
그 외에도 태주는 태산이한테 여러 가지를 당부해 두었다. 그는 특히 집 뒤편의 산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고 안 가겠다는 다짐도 받아 냈다.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고 시간이 좀 지나자, 요 말썽꾸러기가 집 뒤편에 있는 산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집 뒤편은 국유지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산이었다. 산책로는커녕 사람이 다닌 흔적 자체가 없는 곳이라서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그렇게 태산이를 품에 안고 미처 해 두지 못한 당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제피르와 그가 애타게 찾고 있던 희가 나타났다.
“태주!”
“희! 여기야. 나 여기 있어.”
“히잉, 태주. 보고 싶었어.”
“나도. 나도 희 보고 싶었어. 희, 무사해서 다행이야.”
“응. 다행이야.”
희를 찾아온 제피르한테 감사 인사를 한 그는 그제야 다른 요정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니와 폴라. 둘 다 그와 안면이 있었다. 폴라는 이름은 몰랐지만, 요정 숲에서 본 적이 있었다.
“너희 둘 다 괜찮아? 어디 다치거나 한 건 아니지?”
“괜찮아, 정원사. 고니는 안 다쳤어.”
“폴라도. 그런데 너무 배불러.”
“나도. 나도 너무 배불러.”
“하하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낯선 곳에 떨어졌는데도 요정들은 씩씩했다. 희도 그렇지만, 요정들은 항상 밝고 즐거웠다. 배부르다고 투정 부리는 지금 상황도 재밌는지 날개 가루가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요 녀석들은 대체 어떻게 1층을 통과한 것일까? 작은 몸으로 어떻게 5인분이나 되는 음식을 먹고 이곳에 와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태주, 태주. 이상한 게 많아.”
“이상한 거?”
“응. 이만한 얼굴. 코는 꾹 했어.”
“아! 돼지머리 봤구나.”
“돼지야?”
“응.”
1층엔 그다지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먹은 육회 같은 음식도 그랬고 차마 손대지 못한 뱀탕 같은 것들도 그랬다.
“너희 2층에서 포인트 모았어?”
“아니. 태주, 여기서 포인트를 모으는 거는 무리야.”
“그렇게 이상한 음식이 많아?”
“우웅. 해나가 한 요리랑 아주 달라.”
“그래?”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는 먹보 희가 해나 요리랑 비교하며 다르다고 할 정도였다. 태주의 마음에 슬쩍 꺼려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알싸하게 매운 향도 돌고 있어서 먹을 만하겠지 싶었는데, 희의 반응을 보니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우선 가서 확인해 보자.’
“희, 괜찮은 음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어?”
“응. 해나가 해 준 거랑 비슷한 거 있어.”
“그래? 그럼 부탁할게.”
“응. 호호호, 맡겨 둬.”
크흡. 태주는 저절로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해나의 웃음과 포즈를 흉내 내며 맡겨 두라고 장담하는 희가 귀여웠다. 그 옆에서 ‘우와!’ 하면서 감탄하는 요정 둘도 마찬가지로 귀여웠다. 아무래도 한동안 해나의 웃음소리와 포즈가 요정 숲에서 유행할 듯했다.
“어휴. 매운 내.”
-콜록.
“헉! 희, 제피르. 요정들이랑 위로 올라가. 연기랑 냄새 때문에 안 되겠다.”
-콜록콜록.
“산이는 형한테 꼭 안기자.”
“실례하겠습니다.”
희의 안내를 따라가던 중 고춧가루를 태운 듯 매운 연기가 갑자기 퍼지기 시작했다. 성인인 그도 괴로울 정도로 지독하게 매운 연기였다. 날 수 있는 아이들은 하늘로 올려 보내고 연신 기침을 해 대는 태산이를 품에 꼭 안았다.
태주가 걸음 속도를 높이려 할 때였다. 2호가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더니 그를 두 팔로 안아 들었다.
‘헉.”
“이동하겠습니다.”
“꺄하!”
“재밌니?”
“앙.”
공주님 안기. 성인이 되어서, 비록 실체는 전투 인형이라지만, 같은 성인 남자에게 공주님처럼 안겨서 이동하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민망한 일이었다. 그와 반대로 그의 품에 매달린 태산이 녀석은 휙휙 바뀌는 풍경이 재밌는지 그새 웃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지나온 곳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매운 내가 감도는 장소였다. 아니 2층 전체에 맵고 짠, 혹은 역할 정도로 단내가 돌고 있었다. 2층은 1층과 달리 온갖 향신료에 버무려진 음식이 주메뉴인 것 같았다.
“피하십시오. 새끼 괴물입니다.”
“응?”
“새끼 괴물까지 요리하다니, 지독한 곳입니다.”
“큼. 아니야, 2호야. 그건 낙지라고 해산물이야.”
낙지가 있는 부스는 매운 낙지 호롱이 메뉴인 것 같았다. 양념이 발라진 것들은 그냥 보기에도 매워 보였다. 낙지 호롱은 좋아하지만, 제피르, 태산이, 요정들을 대신해서 먹을 만한 음식은 아니었다.
그곳을 지나쳐 희가 안내한 곳으로 가자, 커다란 솥에 소고기 스튜를 끓이고 있는 부스가 나왔다. 스튜는 평소에도 자주 먹는 음식이었다. 단지 이곳의 스튜는 해나가 해 주던 것과는 비주얼부터 달랐다. 시뻘건 용암처럼 끓고 있는 스튜는 도저히 먹고 싶은 모양이 아니었다.
“어휴. 차라리 1층이 나은 것 같아.”
“음.”
“안 되겠다. 다른 걸 찾아보자. 덜 자극적인 걸로.”
“제가 먹겠습니다.”
“응?”
2호는 다른 부스로 가려는 태주를 말리고 자리에 앉았다. 음식을 먹기 전 미각과 통각의 감각 수치를 최저치로 내린 2호가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어 치웠다. 2호는 스튜를 거의 물처럼 마셨다.
“2, 2호야. 괜찮아?”
“괜찮습니다. 다음 음식으로 가시죠.”
“진짜 괜찮은 거지?”
“네. 신체 기능과 감각을 조금 조정했습니다.”
“응?”
2호는 감각을 낮춘 일과 에너지 전환 기능을 최대치로 해둔 것을 설명하며 바로 옆 부스로 움직였다. 약간의 붉은 기가 도는 카레 소스와 난의 부스였다. 이번에도 2호는 빠른 속도로 음식들을 먹어 치웠다. 그렇게 2호의 활약으로 태주와 일행은 무사히 미식 던전 클리어에 필요한 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다.
3층의 끝에 있는 문을 통과하자 보상을 얻는 공간이 나왔다. 보상은 요리 도구, 레시피, 요리 재료 같은 요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요정들이 보상을 양보해서 태주는 7명분의 보상으로 괜찮아 보이는 도구와 재료를 모두 쓸어 담을 수 있었다.
던전을 나가자, 하늘에 달이 높이 떠 있었다. 안에서 보낸 시간이 꽤 됐는데, 하루가 지난 건 아닌 것 같았다. 던전으로 안내해 줬던 엘프 단장이 그대로 태주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장은 주전자 군과 오붓하게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일행이 무사히 돌아온 소식을 요정 여왕에게 전해 줬다. 태주는 그 모습을 본 후 바로 정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여왕님이 약속한 보상은 나중에 받기로 했다. 보석 거울을 클리너로 닦아 주기로 한 일도 잊지는 않았지만, 조금 심술이 나서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해나가 걱정할 것도 신경 쓰였고 무엇보다 속이 부대껴서 화장실이 급했다.
*
다음날. 태주는 여전히 부대끼는 속을 부여잡고 거실로 나갔다. 자기 전에 소화제를 먹고 잤지만, 뱃속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느릿느릿 힘겹게 나간 거실엔 정원의 모든 식구가 모여 있었다. 오두막엔 잘 오지 않는 단단까지 와 있었다.
“다들 모여서 뭐 해요?”
“호호호, 정원사 씨. 이것 봐.”
“뭔데요?”
“태주, 보석 거울이야. 보석 거울이 놀러 왔어.”
-부르르르. 부르부르.
보석 거울 때문에 한 고생은 그새 잊었는지 희는 보석 거울의 방문을 좋아하고 있었다.
양모 극세사 클리너.
보석 거울은 아마도 그걸 바라고 온 것일 터였다. 태주는 어쩐지 속이 어제보다 더 불편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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