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4
173. 한창석 감독의 제안 >
7월에 들어서면서 태주의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 실제로 여유 있는 일정은 아니었지만, 두 작품을 동시에 하다 한 작품을 하게 되자, 여유가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일정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미나의 모습이, 여전히 피곤해 보였지만 그나마 봐 줄 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태주는 집을 정리하는 일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전원주택으로 이사 온 후에 모든 집안일을 쿠첼루스가 하고 있었다. 가사 도우미나 업체가 방문하는 걸 반기지 않는 쿠첼루스가 나서서 하는 일이었지만, 그 혼자한테만 맡겨 둔 게 미안했다.
“태주.”
“응. 산아. 왜?”
“이꺼.”
“음. 산아. 이거는 태산이일 때만 먹자. 다른 과자 가져와. 형이 열어 줄게.”
“노. 이꺼.”
오랜만에 현실에서 아이 모습으로 바뀐 태산이 녀석이 귀신같이 간식을 찾아내서 들고 왔다. 문제는 호랑이로 있을 때 먹던 간식이라, 아이 모습인 지금은 먹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먹고 싶은데 자꾸 안 된다고 하자, 태산이의 작은 얼굴에 심술이 돋고 있었다.
“에효, 형은 분명히 말렸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야? 줘 봐. 까 줄게.”
태주는 길쭉한 짜 먹는 고양이 간식의 성분을 확인해 봤다. 닭가슴살, 당근, 브로콜리 외에 칼슘과 인이 들어 있었다. 인체에 해가 없다는 설명도 있으니, 먹여도 될 것 같았다.
‘호랑이 입맛하고 아이 입맛하고 완전히 다를 텐데. 뭐, 겪어 봐야 알겠지.’
“자. 손으로 잘 잡고 먹어.”
“앙.”
짜 먹는 간식 스틱의 윗부분을 잘라서 건네자, 태산이 얼굴이 밝아졌다. 호랑이 모습일 때, 하루에도 몇 개씩 먹으려 들 정도로 좋아하는 간식이라 기대하는 것 같았다. 꺄하하. 웃음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태산이가 좋아해서 그는 지레 미안한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주르륵!
“킥. 크크크. 거 봐. 형이 뭐랬어? 다른 거 가져오랬잖아.”
“에베베. 태주. 이꺼. 노.”
“그런 거야. 이리 와. 그거 쓰레기통에 버리자.”
고양이 입맛에 맞춰서 만들어진 간식을 아이 입에 넣어봤자, 밍밍하기만 하고 아무 맛도 없는 게 당연했다.
아이 모습일 때는 평소보다 어리광도 고집도 세지는 편이라,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경험하게 하는 게 나았다. 그 생각으로 간식을 쥐여 줬지만, 전부 뱉어 내는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했다.
“여기 쓰레기통. 쓰레기는 여기에 버리는 거야. 산이가 넣어 봐.”
-톡!
“옳지! 잘했어.”
-후두두둑!
“어? 헉. 이놈 자식. 새 간식을 다 버리면 어떻게 해.”
“노. 이꺼.”
“아이고. 이놈 자식, 진짜.”
대체 저 목줄 안에 어떤 걸 넣고 다니는 건지…. 손에 쥐고 있던 간식 스틱 한 개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쓰레기통 안에 간식이 가득했다. 아마 제 간식 서랍 안의 것들을 전부 목줄에 담은 것 같았다.
-후두득.
“그만하랬지!”
“뭐가, 노야? 간식은 전부 버려 놓고. 나중에 먹으면 되는데.”
안이 비어 있는 깨끗한 쓰레기통이었지만, 태산이가 먹을 간식이라 다시 집기 꺼려졌다. 그래도 그냥 버리기 아까운 느낌에 봉지째 버려진 것들만 전부 꺼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
오후 촬영이 없는 날에 집안 정리를 좀 하려던 태주는 작은 방해꾼 덕분에 약간의 회의감이 들었다.
미뤄 뒀던 짐 정리를 하는 내내 그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귀여웠다. 다른 무엇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아이는 귀여웠다. 하지만 아이를 옆에 끼고 집안일을 하기에는 그의 요령이 한참 부족했다.
옷을 정리하려고 박스를 열고 있으면 어느샌가 나타난 태산이가 상자를 헤집고 있었다. 잠시 뒤를 돈 사이엔 선반 위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무사히 받아 안았지만, 심장이 덜컥거릴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너무 놀라서 화날 때 가끔 속으로 하는 ‘똥고양이’라는 단어를 뱉을 뻔했다.
“비는 계속 오고 같이 놀아 줄 제피르는 없고. 에효.”
“꺄하하하.”
“읏차. 균형 잘 잡아.”
“꺄하.”
자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는 태산이를 목말을 태워서 창가에 선 그가 한숨을 삼켰다. 오늘은 정말 정원에 두고 온 제피르가 아쉬웠다. 제피르만 있었다면 둘이 노는 사이에 정리를 마칠 수 있었을 텐데, 태산이를 돌보면서는 다른 일을 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미뤄 뒀던 집안 정리는 나중에 제피르가 현실로 왔을 때 하기로 하고 태주는 태산이와 같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놀았다.
*
저녁 식사 시간, 쿠첼루스는 태주에게 전에도 얘기했던 2호에 관한 얘기를 다시 꺼냈다.
“2호는 데려오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어? 2호요?”
“네. 태주 씨 안전 문제도 있고요.”
“아아. 그렇죠.”
“여러 안전장치를 해 두긴 했지만, 가장 최선은 태산이나 2호가 같이 다니는 겁니다. 2호를 빨리 데려오는 것을 고려해 보십시오.”
“네. 그럴게요.”
2호를 얻게 된 초반부터 줄곧 현실로 2호를 데려오라고 쿠첼루스가 말했지만, 태주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2호는 정원과 현실 양쪽을 오갈 수 없었다. 현실로 온다면 다시 정원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내가 없는 사이 2호가 정원에 있어서 든든했는데.’
사실 해나도 있고 방어 탑도 있어서 걱정할 일은 없었다. 이레귤러의 침입 같은 일이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가 현실에서 보내야 하는 하루 사이에 정원에 무슨 일이 생겨도 2호가 보험이 되어 줄 것 같아서 든든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무엇보다 태주 씨의 안전이 중요합니다.”
“그, 렇죠.”
“정원은 정원사이신 태주 씨가 계셔서 유지가 되는 겁니다. 태주 씨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원 소속원 모두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후우. 쿠첼 말이 맞아요. 2호를 최대한 빨리 데려올게요.”
또 한 번 이나타에게 신분 생성을 의뢰해야 할 것 같았다. 머리 색과 눈 색만 다른 외형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이 기회에 2호와 이동문까지 정원에서 쌓아 두고 현실로 가져오지 않았던 것들을 전부 챙겨 오자 마음먹었다.
“앙. 태쭈.”
“응? 아! 미안. 자, 이번엔 이거 먹어 보자.”
-꾸욱!
“옳지. 잘한다. 이렇게 콕 찍는 거야.”
쿠첼루스의 얘기를 듣고 생각에 잠긴 태주를 태산이가 불렀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태산이가 계속 아이 모습을 하는 중이라, 숟가락과 포크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직은 미숙해서 태주가 아이 손을 잡고 음식을 하나씩 찍어 주고 있었지만, 배우는 게 빨라서 곧 혼자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면은 아직 너무 어려우니까, 형이 줄게.”
“노. 산이.”
“그래. 면은 이렇게 조금씩 돌돌 감아서 먹으면 돼.”
“앙.”
“하하하. 괜찮아. 그냥 먹어. 감는 건 나중에 하자.”
태산이에겐 포크로 찍어서 먹는 것까진 괜찮았지만, 면을 감아서 먹는 것은 아직 어려운 것 같았다. 자꾸 도망가는 면을 왼손으로 집어 든 태산이가 그를 올려다봤다. 손으로 먹어도 되는지 묻는 모습에 편하게 먹으라 대답했다.
그는 태산이에게 굳이 포크로만 먹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아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호랑이였다. 그리고 똑똑한 아이라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할 터였다.
*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는 태주와 다르게 저녁을 가벼운 음식으로 때우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태주가 출연한 드라마와 예능이 좋은 반응을 얻자 덩달아 늘어난 일거리를 처리하는 트리즈의 직원들이었다.
그중에서 태주의 홍보를 담당하는 김도진 실장과 일정과 계약 등을 책임지는 우원희 팀장, 두 사람이 특히 바빴다.
“어린 연인에서 입은 슈트 관련 기사 내보냈어?”
“네. 전속으로 활동 중인 브랜드라는 내용도 넣었습니다.”
“어휴. 방영 시작하고 나선 계속 이런 기사만 내보내네. 어디 좋은 소식 없나?”
“맑은 날이 200만 넘겼다는 기사 외에는 없는데요.”
“여행 좀 다녀오시라고 등이라도 떠밀까?”
“킥. 그러다 우 팀장님한테 걸리면 큰일 나요.”
최근 홍보팀에서 돌리는 태주의 기사는 비슷비슷했다. 드라마 얘기를 하고 기사 말미에 태주가 입은 옷이나 착용한 물품들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촬영장과 집만 왕복하니 기사화할 만한 건수가 없었다.
“실장님. 여기 기사 좀 보세요.”
“뭔데? 이게 뭐야? 우리 태주 씨가 차기작으로 영화 들어가?”
“그럴 리가 있어요? 거기 가셔야 하는데.”
“내 말이. 영화 ‘머니 게임’은 한창석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주연으로 김동현, 이태주, 김길선 등의 배우가 물망에 올랐다?”
“헐. 태주 씨, 박지헌 씨랑 친하지 않아요?”
태주는 박지헌과 방송 데뷔작인 도깨비 무사와 더 노블레스를 찍으면서 친분을 쌓았다. 회사에선 두 사람이 사적으로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박지헌과 앙숙인 김동현이 출연하는 작품에, 그것도 태주 외에는 출연진이 거의 LT 소속 배우인 작품에 출연할 리가 없었다.
“여보세요. 우 팀장? 기사 링크 하나 보냈거든. 보고 있다고?”
-….
“아니. 우리 쪽에서 그런 기사를 내보낼 리가 없잖아.”
-….
“어. 괜찮아. 그것보단 그쪽에서 연락받은 적 없지?”
-그딴 놈들하고 우리 배우님이 일하게 둘 것 같아요!
“절대 아니지. 알았어. 내가 그쪽에 연락하고 정정 기사 내라고 할게. 안 내면 우리 쪽에서 오보라고 낼게.”
침착하게 대답하던 우 팀장이었지만, 마지막엔 열 받은 목소리가 스피커를 뚫고 나올 정도가 되어 버렸다. 김도진 실장은 우 팀장이 말한 제작사 이름을 보고는 혀를 찼다. 절대로 태주가 같이 작업을 할 만한 제작사가 아니었다.
“바른 제작사. 이것들이 미쳤나. 이제영 감독이랑 작품하고 몇 년이나 지났다고.”
“거기가 원래 이런 언론 플레이를 많이 하잖아요. 태주 씨가 한참 뜨니까, 엮어 본 것 같아요. 설마 진심으로 거기 출연할 거로 생각하진 않겠죠.”
“그래야 정상인데. 하도 이상한 것들이 많아 곳이라서.”
“그렇긴 하죠. 그래도 진짜로 섭외할 생각이었으면 일정 확인 먼저 했겠죠.”
“그렇지. 우 팀장도 모르는 눈치더라고.”
제작사에서 일부러 내보낸 기사이든 감독 쪽에서 섭외하고 싶어서 내보낸 기사이든, 불쾌한 건 마찬가지였다. 태주의 소속사인 트리즈 쪽에 일정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올린 건, 그저 태주의 이름을 이용해서 화제를 끌어 보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Trrr.
“안 받네.”
“바른 제작사요?”
“응. 기사 관련해서 확인 전화 오면 사실대로 말해. 제작사나 감독에게 연락받은 적 없고, 영화 출연도 예정에 없다고.”
“네.”
“우 팀장 쪽도 난리겠네. 차기작 섭외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는데, 이딴 기사가 나와 버려서.”
김도진 실장의 예상대로였다. 우 팀장은 끊임없이 울리는 진동 소리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그녀는 좋은 말로 섭외를 거절했던 감독과 작가들의 항의 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아니에요. 작가님. 지금도 촬영 중이세요. 촬영 끝나면 바로 휴식기를 가지실 예정이세요.”
“물론이죠. 감독님. 예능에, 드라마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세요.”
“네. 그럼요. 휴식기 끝나면 바로 연락 드릴게요.”
“어머. 차기작을 벌써 고르실 리 있겠어요? 아직 촬영도 안 끝났어요.”
통화 중에도 수시로 F5 키를 눌러댄 우 팀장의 눈에 김도진 실장이 올린 듯한 기사가 들어왔다.
[이태주 영화 ‘머니 게임’ 출연 예정 없다.]-한창석 감독의 영화 ‘머니 게임’ 주연으로 거론됐던 이태주 씨의 소속사에서 영화 출연 소식은 사실무근이며, 일정 확인 연락조차 받은 적 없다고 발표했다.
기사가 나간 후 작가와 감독들에게서 오던 연락이 멎었다. 우 팀장은 뜨끈뜨끈해진 폰을 충전기 위에 얹은 후 김도진 실장에서 이번 기사가 나온 경위를 찾아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일은 사실 해프닝 정도로 넘겨도 되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우 팀장은 어디서 말이 나왔는지 상대를 확인하길 바랐다. 다른 상대라면 모를까, 바른 제작사와 LT가 상대이다 보니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태주와 바른 제작사 그리고 LT 기획사는 악연에 가까웠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서 열심히 연기하기만 한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안 좋던 관계에 태주가 끼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사이가 되었다.
이제영 감독의 선율에 출연하면서 바른 제작사와는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또 도깨비 무사를 찍으면서, 지금은 LT 제작사 대표가 된 방 CP에게 피해를 봤었다. 우 팀장과 김도진 실장이 약간의 복수를 했지만, 관계는 여전했다.
“아무리 한창석 감독 영화라도 이런 장난질을 칠 이유가 없는데.”
태주가 영화판에서 꽤 인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 수가 적은 편이었다. 이제 삼 년 차의 배우라 당연한 일이었다.
한창석 같은 유명 감독이 바란다면 노 개런티로도 출연할 배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만약 태주의 섭외를 바란다면 감독의 전화 한 통화면 충분했다. 기사를 내보내서 간을 볼 필요는 없었다. 태주의 연기력이나 태도 등을 높이 사는 우 팀장이라도 수긍하는 부분이었다.
“어느 쪽이 벌인 짓이든 우리 배우님 이름에 흠집을 내려는 거라면, 그냥 둘 생각은 없지만.”
그녀가 정체 모를 기사의 유포자에게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 때였다. 충전기 위에 올려 둔 폰이 부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폰 화면에 떠 있는 번호는 저장되지 않은, 그녀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의 번호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우원희 팀장님이십니까?
“네 . 맞습니다.”
-휴우. 제대로 연결이 됐네. 한창석입니다.
“네, 감독님. 말씀하세요.”
전화 건 상대의 이름을 들은 우 팀장은 속으로 뜨끔했다. 상대가 좀 전까지 태주를 음해하는 세력의 한 명으로 상정하고 바득바득 이를 갈며 복수의 칼날을 날리던 상대여서였다.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더 친절한 말투로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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