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8
177. 태산이의 난동 >
하울링이 울리는 오두막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2호였다. 삽을 땅에 꽂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오두막에 도착한 2호는 지붕 위에서 연신 ‘아우우우!’ 하울링을 하는 태산이를 볼 수 있었다.
‘경계 모드!’
2호는 태산이를 확인하자마자 오두막을 중심으로 감지 범위를 넓혔다. 하늘과 땅, 양쪽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지만, 경계하지 않았다. 둘은 2호가 익히 아는 이들이었다.
“2호 무슨 일이야?”
“히이잉.”
“잘 모르겠습니다. 적의를 가진 존재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음. 나도 안 느껴지는데.”
“아우우우!”
혹시 둘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강한 적이 숨어든 것은 아닐까? 해나가 감각을 벼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 해나를 따라 2호와 제피르도 주변을 둘러봤다. 세심히 둘러 봤지만, 그들의 눈에 이상한 곳이나 바뀐 곳은 보이지 않았다. 오두막과 그 근처는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해나! 2호야!”
태산이 하울링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오두막과 주변만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돌길을 따라 태주가 그들을 부르면서 오두막으로 다가왔다.
“2호. 정원사 씨 곁으로 가줄래?”
“네.”
해나의 말에 따라 2호가 태주의 곁으로 옮겨간 순간이었다. 공중에서 크헝! 소리가 울리더니 하얀 물체가 태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태주!”
“정원사!”
하얀 물체가 달려들기 직전 태주의 앞을 가로막은 2호가 물체를 쳐냈다. 날아온 것만큼 빠른 속도로 쳐내진 하얀 물체가 돌길 옆 과실수에 부딪혔다.
직후, 자신이 쳐낸 물체를 확인하던 2호도 급하게 태주의 곁으로 다가온 해나도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켁!”
2호가 쳐낸 물체는 그들에게 몹시 익숙한 존재였다.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원조 말썽꾸러기 태산이였다. 태주가 매일 먹이고 재우며 돌봐 온 작은 태산이가 괴로운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며 나무에 부딪힌 물체가 태산이라는 걸 안 순간 태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놀란 태주가 큰 소리로 태산이를 부르며 다가가려 했다.
“안 돼! 태산아!”
“잠깐. 정원사 씨. 2호 막아.”
“네!”
휘청거리면서도 태산이에게 달려가려는 태주를 해나가 말렸다. 2호 역시 그가 태산이 곁으로 가지 못하게 앞을 막았다. 그뿐 아니라 2호는 태주를 들어서 태산이와 거리를 벌리게 했다. 태주가 그런 2호한테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잠깐만. 2호야. 멈춰 봐. 태산이잖아.”
“위험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우리 태산이야.”
태주는 아직도 흙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는 태산이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딪히면서 큰 소리가 났었다. 어서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크르르르릉.“
“태산아!”
“이런! 2호, 막아!”
해나가 말하기 전에 2호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2호는 이번에는 달려드는 태산이를 쳐내지 않고 품으로 받아 안았다. 좀 전, 상대가 태산이인 줄 모르고 쳐냈을 때 창백하게 질린 태주를 봤었기 때문이었다.
2호한테 잡힌 태산이 벗어나려고 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크르릉, 낮게 목을 울리며 몸을 뒤틀었지만, 2호의 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제 다가가도 괜찮아?”
-팟! 다다다닷!
“이런!”
-땅!
2호 손에 제압당한 태산이를 확인한 태주가 근처로 다가가도 괜찮은지 물었을 때였다. 힘이 빠진 듯 몸을 늘어뜨렸던 태산이 고개를 바짝 들더니 바로 분신 기술을 사용했다. 2호의 발아래 쪽에 생겨난 분신 둘이 순식간에 태주를 향해 뛰었다.
-퍽!
“억!”
“캬악!”
“이 녀석. 얌전히 있어야지.”
달려든 분신 중 한 마리는 해나의 손에 잡혔다. 나머지 한 마리가 태주에게 달려들기 전 다행히 제피르의 보호막이 펼쳐졌다. 태주는 바닥을 구르긴 했지만, 내던지듯 몸을 던진 태산이를 무사히 받아 안을 수 있었다.
“정원사 씨 괜찮아?”
“크흠. 괜찮아요. 보호막 덕분에 충격은 없었어요.”
“거기서 분신을 쓸 줄은 몰랐어.”
“키킥 . 간지러워라. 얘가 왜 이리 어리광을 부리지?”
“너무 사나운 기세로 달려들기에 막긴 했는데, 해치려던 건 아니었나 보네.”
끊임없이 목덜미에 머리를 비비는 태산이를 보듬으며 일어나 앉은 태주가 그 말에 동의했다. 덮쳐드는 기세가 사납긴 했지만, 그저 태주에게 다가오려던 것뿐이었다. 태주한테 안긴 태산이는 작고 따끈한 제 몸을 연신 그의 몸에 비비적거리기 바빴다.
-챱챱!
“웃! 태산아 잠깐만.”
“정원사 씨, 분신은 어떻게 할까? 놔 줄까?”
“흐읏. 얌전해진 것 같으니 이제 놔 주세요. 2호도.”
“네.”
분신 두 마리도 바닥에 내려주기 무섭게 태주에게 몰려들었다. 여전히 맨바닥에 앉은 채 태산이를 달래고 있던 태주는 나머지 아이들까지 매달리자 다시 한 번 바닥을 굴러야 했다.
하지만 그가 바닥을 구른 것보다 더 큰 일이 곧 벌어졌다. 세 마리 분신이 서로 안기겠다며 난투를 벌이기 시작한 일이 그것이었다.
제일 처음 안긴 태산이 녀석이 나중에 온 녀석들을 앞발을 휘둘러 떨쳐 냈다. 물론 나머지 녀석들이 앞발 펀치 한 방에 그냥 물러날 리 없었다. 두 녀석은 이리저리 뛰며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파파파팍!
“크릉!”
“악!”
-파파팍!
“캬아악!”
“악! 그만해! 이 똥고양이들아!”
몸에 매달린 녀석 하나, 다리 위에 올라탄 녀석 하나, 팔뚝을 짚고 주먹을 날리는 녀석까지. 태주는 그의 몸을 전장 삼아 전쟁을 벌이는 녀석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최근 얌전했던 태산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냐아아.”
“왜? 왜 그래? 왜 갑자기 축 늘어져. 형 무섭게.”
“헥헥헥.”
“열? 헉! 태산아 너 열나잖아?”
기운차게 펀치를 날려 대던 태산이가 갑자기 축 늘어졌다. 태산이는 그만하라고 야단치자마자 쓰러지듯 안겨서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게다가 축 늘어진 태산이는 열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뜨거웠다. 코도 바싹 말라 있었고, 눈동자의 초점도 흐렸다.
“헉! 병원! 아니, 약! 약을 먹여야!”
“진정해 정원사 씨. 우선 분신 기술을 해제하게 시켜야지.”
“아! 태산아. 분신. 분신 없애. 어서.”
“냐아아.”
지금 보니 분신의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두 녀석도 품 안의 녀석처럼 헥헥 거리고 있었다. 개중 한 녀석은 그새 흙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정원사 씨 우선 일어나는 게 좋겠어. 오두막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네.”
“냐아.”
“어? 분신아, 어디가?”
-다다다닷! 쾅!
태주는 품 안의 태산이를 추슬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분신 녀석들은 해나와 2호의 도움을 받아 옮길 생각이었다. 그가 두 사람에게 분신을 안아달라 말하려던 순간, 옆구리에 붙어서 치대던 녀석도 바닥에 누워있던 녀석도 벌떡 일어나서 과실수 사이로 달려가 버렸다.
“헉!”
-쾅! 쾅! 쾅!
“어머! 정원사 씨, 오두막으로 가 있어. 2호랑 내가 저 녀석들을 막아 볼게.”
“이게 대체….”
“태주 씨. 오두막으로 먼저 가세요.”
“어. 그, 너, 너무 거칠게 제압하진 말고.”
쾅! 쾅! 쾅! 분신과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2호한테 거칠게 막지 말라고 당부하는 그는 말을 더듬고 말았다. 난동부리는 태산이 분신을 제압하려면 다소 강압적인 행동이 필요할 텐데, 그 반대되는 주문을 하려니 좀 무안했다.
태주는 무안한 마음에 분신이라지만 태산이 모습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작게 변명했다. 해나는 분신들 때문에 땅바닥을 구른 건 상관 않고 걱정만 하는 정원사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호호호. 알아서 잘 막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왁!”
“헉! 태산이?”
오두막으로 장소를 옮기려던 태주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무게에 한순간 손에서 힘이 풀릴 뻔했다. 태주의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하마터면 태산이를 떨어뜨릴 뻔해서이기도 했지만, 그가 안은 태산이 모습이 바뀌어서이기도 했다.
“해나, 희. 보여요?”
“보여, 정원사 씨.”
“보여, 태주. 태산이야?”
“그런 것 같아. 이게 본 모습인가 봐.”
“태산이 커졌어.”
-콰앙!
그렇게 위장을 풀고 본 모습을 보여 달래도 보여주지 않던 태산이가 몸이 아프자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놀란 것도 잠시였다. 그는 위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본래 모습으로 변할 정도로 몸이 아픈 태산이가 너무 걱정스러웠다.
태주는 평소보다 두 배는 커진 듯한 태산이를 잘 추슬러 안았다. 어서 오두막으로 가서 편한 곳에 태산이를 눕혀야 했다. 눈밭을 헤매고 다녀도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녀석이었다. 이렇게 열이 나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태산아. 형이 금방 낫게 해줄게.”
태주의 머릿속에 펫 전용 약을 챙겨둔 구급상자가 떠올랐다. 그는 예전부터 꾸준하게 펫 전용 약품의 유통 기한을 확인하고 교체하고 있었다. 바로 사용해도 문제는 없었다.
정원에는 활동적인 동물 식구가 많았다. 태산이, 그렘린, 정원 일을 도와주는 단단까지. 다들 한 시도 가만있지 않아서 그의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펫 전용 구급상자는 그런 그의 걱정을 덜어주는 수단이었다.
“곧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태주는 끊임없이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하면서 오두막으로 향했다.
*
오두막 침대 위에 태산이를 눕힌 후 태주는 이마에 난 땀을 닦았다. 덩치가 커진 태산이는 제법 무게가 나갔다. 베개까지 잘 받쳐준 그가 일어나려 하자 태산이가 소매를 물고 늘어졌다.
“잠깐 약 상자만 가지고 올게.”
“아우웅.”
“쉬이. 착하지. 조금만 기다려. 형 금방 올게.”
“태주, 희가 가져올게.”
“후우. 부탁해, 희.”
거실에 둔 구급상자를 가져오는 그 잠깐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태산이 때문에 곤란했다. 그의 곤란한 모습을 보던 희가 구급상자를 가져오겠다고 나서 줬다.
태주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침대에 걸터앉은 몸을 움직였다. 여전히 한쪽 소매를 태산이에게 내준 채였다. 그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 소매를 질겅거리는 태산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태주, 여기 상자.”
“고마워.”
희가 가져다준 상자 안엔 여러 가지 물건이 있었다. 해열제, 소화제, 체력 회복 물약 같은 먹는 약과 소독약, 붕대, 지혈제 같은 외상에 쓰는 물품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펫 질병 진단 도구도 들어 있었다.
펫 질병 진단 도구는 태산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사 둔 물건이었다. 그럴 일은 없어야 하지만, 혹시라도 태산이가 아프면 쓰려고 마련해 두었었다.
진단 도구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팔찌 형태의 도구를 채우고 작동시키면 끝이었다. 작동 후 잠시 기다리면 진단 결과를 연동한 기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태주는 태블릿에서 진단 결과를 볼 수 있게 연동해 두었다.
[진단 결과: 숙취. 혈중알코올농도(0.211%)가 매우 높습니다.]숙취? 태주는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진단 결과가 제대로 된 결과인지 의심스러웠다. 처음 써본 진단 도구라 사용법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는 태산이 오른쪽 앞발에 채웠던 도구를 풀어서 살펴본 후 이번엔 왼쪽 앞발에 채웠다.
[진단 결과: 숙취. 혈중알코올농도(0.211%)가 매우 높습니다.]같았다. 재진단한 결과도 숙취였다. 태주는 속에서 불길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대체 어디서 무얼 먹었길래 숙취에 걸린단 말인가. 그는 제피르가 애용하는 홍차 와인 분수를 잠깐 떠올렸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과일을 안 좋아하는 태산이가 와인을 마셨을 리 없었다. 물론 확인은 해봐야 했다.
“크르릉.”
“쉬이. 착하지. 잠깐 형한테 얼굴 좀 보여줘.”
“아웅.”
“응? 갈색? 뭐지?”
붉은색이 아니었다. 와인을 마셨다면 입가의 털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어야 했는데, 태산이의 입 주변은 갈색이었다. 입가의 흰색 털은 진흙이 묻은 듯 지저분한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정원사 씨, 어머! 이게 무슨 난리야?”
침실 밖에서 들리는 해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신 기술의 유지 시간이 끝나서 돌아온 것 같았다. 태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나한테 상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태산이가 그의 소매를 다시 물고 늘어졌지만, 이번에는 냉정하게 소매를 빼내었다. 취해서 부리는 어리광에 어울려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못된 녀석.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숙취라니!’
큰 병이 아니니 고마워해야 할까? 아니. 절대 아니었다. 만으로 세 살, 아이로도 호랑이로도 많은 나이가 아니었다. 그런 녀석이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렸다. 태주는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었다.
-똑똑똑!
“정원사 씨, 혹시 태산이 약을 벌써 먹였어?”
“들어오세요, 해나. 약은 아직 못 먹였어요.”
“그래? 다행이네. 정원사 씨, 아무래도 태산이가 초콜릿을 먹은 것 같아. 안에 위스키가 든 초콜릿 말이야.”
“아! 갈색!”
그제야 태산이 입 주변에 묻은 갈색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이 말썽꾸러기가 주방에 놓아둔 위스키 초콜릿을 주워 먹고 취한 모양이었다.
“어휴. 이 말썽쟁이.”
“호호호. 정원사 씨 이번에는 단단히 혼을 내주라고.”
“네. 그럴 거예요.”
뿌득! 해나의 말끝에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태주는 모른척했다. 괜히 아는 척해서 해나의 화를 더 돋우고 싶지 않았다. 태주는 주정뱅이 호랑이의 몸을 한번 쓸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단히 혼을 내겠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는 태산이 먹이에 신경을 많이 썼었다. 아이 모습일 때는 먹고 싶어 하는 대로 먹였지만, 호랑이 모습일 때는 아니었다. 호랑이 모습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먹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훔쳐 먹은 건 괘씸했지만, 열 때문에 헥헥 거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였다. 위장을 벗고 본모습이 된 태산이는 덩치가 두 배로 커진 상태였지만, 여전히 그의 눈엔 작아 보였다.
“에효. 상점에서 파는 사람용 숙취해소제라도 먹여 봐야겠어요.”
“호호호. 잘 들었으면 좋겠네.”
사람용 숙취해소제를 먹여도 괜찮을지 조금 걱정됐지만, 그거라도 먹이는 게 계속 열이 나는 상태로 두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생각은 오두막 문을 열고 정원 모습을 보자 바로 바뀌었다. 태산이 분신이 난동을 부린 정원은 그가 알던 정원과 달랐다. 2호와 단단의 도움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던 정원은 거기 없었다.
정원은 무슨 폭격이라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나무는 꺾이고 땅은 온통 파여있었다. 돌길은 틀어졌고 울타리는 부서지고 무너져 내렸다. 익지 않은 과일이 전부 떨어져 땅에 굴러다녔고 꽃과 잔디는 뿌리째 뽑혀 나뒹굴었다.
“이태산! 이 똥고양이 자식!”
아칸서스 가족 초대, 알의 상태 진단, 2호의 신분 생성 의뢰, 2호의 현실 이주 등. 이번 방문에는 할 일이 무척 많았다. 많았지만, 모두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이 상태의 정원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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