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0
179. 월드 스타 박재우 >
2호의 현실 이주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태산이가 망가뜨린 정원 회복에 2호의 도움이 필요했다. 게다가 2호 역시 현실로 가기 전에 러닝 트랙을 완성하고 싶어 했다. 러닝 트랙은 아직 그가 바라는 길이의 반도 채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2호가 오는 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침 식사를 하면서 태주는 지난 정원 방문에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태산이가 술에 취해서 정원을 부순 일과 그 때문에 알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과 2호의 이주가 늦어진 걸 설명했다.
“하하하. 고생하셨습니다.”
“크흠. 사실 고생은 태산이가 제일 심했죠. 숙취로 말이죠.”
“하하하.”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쿠첼루스를 따라서 그도 웃어 버렸다. 지금은 이렇게 웃고 있지만, 처음 태산이 열이 심할 때는 많이 놀랐었다. 혹시 잘못될까 봐, 수도 없이 괜찮을 거라는 단어를 되뇌기도 했었다.
“냐아.”
“다 먹었어?”
“냐아아.”
“착하다, 우리 태산이. 사료도 안 가리고 잘 먹네.”
“이젠 사료도 주기로 했습니까?”
“가끔 주려고요. 사료를 별식이나 간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태산이 녀석은 오독오독 소리가 나는 사료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아침밥으로 사료 반, 생고기 반을 담아 주자, 그릇을 씻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태산이가 비운 그릇까지 식기 세척기에 넣은 태주가 외출 준비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견우가 그를 태우러 올 때까지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도 빽빽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주가 씻으러 간 사이 쿠첼루스는 태산이를 안아서 소파에 내려 주었다. 그는 물을 마시느라 젖은 태산이 얼굴을 꼼꼼하게 닦아 준 후, TV를 틀었다. 아침 뉴스를 볼 시간이었다. 소파에 등을 깊게 묻고 편하게 화면을 보던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자막이 지나갔다.
[월드 스타 박재우 주연 8월 전 세계 동시 개봉. 박재우 전격 내한….]작년 영화제에서 기억 조작 능력으로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던 이레귤러가 돌아온다는 소식이었다. 근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었던 이레귤러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태산. 2호가 현실로 오기 전까지 태주 씨와 같이 다니시겠습니까?”
“냐아.”
“전에 드린 아이템은 어디에 있습니까? 목줄에 넣어 두세요. 사용 방법을 다시 알려 줄까요?”
“냐아아.”
정확하게 박재우가 언제 내한을 하는지 찾아봐야 했다. 그의 동선과 태주의 동선이 겹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박재우는 기억 조작 능력을 금제 당한 상태였다. 금제를 가한 범인이 태주인 것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최선은 박재우를 먼저 치는 것이지만, 상대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서 있는 스타라서 쉽지 않았다.
‘그건 상대 쪽도 마찬가지인가? 태주 씨 위치가 올라갈수록 건드리기 힘들어지는 건….’
쿠첼루스는 할리우드에서 돌아온 박재우의 기사를 찾아봤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서 북미 및 아시아 지역을 돌고 있었다. 홍보 일정이 빠듯한 듯, 나라별로 하루, 이틀의 일정만 잡혀 있었다. 한국에서 배우들이 참석하는 공식적으로 행사가 있는 날은 이틀이었다.
하지만 다른 동료 배우와 다르게 박재우만 한국 홍보 일정이 삼 일이었다. 동료들이 출국하고 남은 하루 동안 무슨 일을 할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모국이니 무언가 개인적인 볼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바쁜 일정 중 하루를 뺄 정도였다. 가벼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쿠첼루스가 박재우의 일정을 확인하는 사이 태주가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날이 더워져서인지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태주는 쿠첼루스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그대로 주방으로 갔다. 정원에서 가져온 과일과 음료수, 해나가 준비해 준 디저트를 챙길 생각이었다.
평소처럼 아이스박스에 이것저것 챙겨 넣던 태주의 곁으로 쿠첼루스가 다가왔다. 쿠첼루스는 태주의 짐 옆에 가방을 하나 내려놨다. 평소 태산이의 장난감과 간식, 그릇과 담요 등을 담는 가방이었다.
“아! 쿠첼. 요샌 일행이 늘어서 태산이는 같이 다니기 힘들어요.”
“그래도 데려가셨으면 합니다.”
“어? 무슨 일이 있나요?”
“이레귤러 박재우가 오늘 오후 입국합니다. 영화 홍보 때문에 삼 일간 한국에 머문다고 합니다.”
“이레귤러….”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은 미나와 임시 스태프 누님들은 드라마 촬영장으로 바로 간다. 소품과 의상을 미리 준비해 놓고 그의 도착을 기다린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태주와 한 차로 움직이면서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태주는 오늘 일정을 떠올려 봤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나면, 가을 의류 화보 관련 미팅이 있었다. 미팅뿐이라서 다른 스태프는 두고 미나만 같이 가도 될 것 같았다.
“태산이를 데리고 가도 괜찮을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걸 받으십시오.”
“뭐예요?”
“제피르의 보호막과 비슷한 겁니다.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물론 착용 중이어야 합니다만….”
“음.”
쿠첼루스는 태주에게 몸을 보호할 여러 가지 물건을 갖춰주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몸에 착용하는 물건이 가장 만들기도 쉽고 사용하기도 쉬운데, 태주는 그런 것들을 쉽게 착용할 수 없었다.
태주가 착용하는 옷과 소품 모두 촬영에 필요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배역에 맞지 않으면 착용할 수 없었다. 게다가 화보를 많이 찍는 편이라서 소품이나 의상이 수시로 바뀌었다. 그래서 태주에겐 방어용 아이템을 챙겨 주기 어려웠다.
“옷 속으로 넣을 수 있게 목걸이로 만들긴 했습니다만….”
“될 수 있으면 차고 있을게요. 그런데 촬영 중엔 힘들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태산이가 있으니까요.”
“하하하. 보디가드 태산이의 재등장인가요?”
“생각보다 든든하지 않습니까?”
“든든하죠.”
사실 자신을 지켜 줘서 든든한 것보다, 지켜 주려는 그 마음이 고맙고 예뻤다. 태산이가 지켜 주겠다며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다만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게 걱정이었다. 뛰어놀지도 못하고 텐트에서 얌전히 있어야 하는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태산이는 태주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같이 가는 것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제피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노는 것보다 태주랑 같이 촬영장에 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았다. 쿠첼루스와 얘기를 나누는 그사이를 못 기다리고 현관과 주방 사이를 왕복하고 있었다.
“킥. 어서 가자고 하네요, 태산이 녀석이. 쿠첼 다녀올게요.”
“하하하. 다녀오십시오.”
견우의 차가 정문을 통과해서 안쪽 주차장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태주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짐을 집어 들었다. 태산이 짐은 아이스 박스 위에 얹은 채였다.
*
박재우. 33살에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자마자 바로 할리우드로 진출, 영화 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박재우에 관해 알려진 것은 저것이 다였다. 그가 태어난 곳이 한국의 서울이라는 점도 알려지긴 했지만, 그 외의 사항은 마치 베일에 싸인 것처럼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 학교를 나왔고 누구와 친분이 있는지 등의 얘기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다. 태주와 그의 주변의 몇몇을 빼면 모든 사람이 그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촬영장으로 향하면서 박재우 관련 기사를 찾아보던 태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있지도 않은 전작을 본 것처럼 늘어놓는 박재우의 연기력을 찬양하는 말이 거슬렸다. 대체 뭘 보고 ‘믿고 보는 박재우’, ‘천의 얼굴 박재우의 화려한 액션 연기’ 같은 말을 하는 건지.
더 노블레스 촬영장에서 박재우는 조연 롤이었다. 능력보다 사내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젊은 과장역이었다. 박재우는 그때 처음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것이었다. 촬영도 며칠밖에 하지 않았었다. 물론 그 촬영분도 중간에 때려치우고 나가 버려서 모두 사라졌다.
‘영화 한 편에 월드 스타라…. 이렇게 보니 월드 스타라는 호칭이 참 가볍네.’
만약 정원을 얻지 못해서 박재우의 능력에 당했다면, 자신도 지금 이 기자들처럼 박재우를 찬양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회귀 전에는 박재우의 수상 장면을 보고 자신도 연기자가 되자고 결심했었다. 무대 위의 모든 조명을 한몸에 받던 당당한 모습에 홀렸었다.
물론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 박재우는 출연작 한 편 없는 수상자였다. 그의 수상 자격은, 이레귤러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결과였다.
‘협회의 인물이 현실로 올 수 없는 게 아쉽네. 요원 S가 있었으면 바로 체포할 수 있을 텐데.’
박재우는 꿈의 세계에 나타난 이레귤러처럼 숨는 능력이 특기인 것도 아니었다. 그의 위치는 알고자 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그나마 협회에 금제를 당해서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지 못하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만약 박재우에게 기억 조작을 당해서 자신도 그를 찬양하는 무리에 낀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촬영장 도착했습니다. 태주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별거 아니에요. 그냥 오랜만에 태산이가 촬영장에 왔는데, 잘 적응할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괜찮을 겁니다. 촬영장은 익숙한 데다, 많이 의젓해지지 않았습니까?”
“의젓해지긴요. 아직도 사고뭉치죠.”
“하하하. 내리시죠.”
이제 곧 촬영이 시작된다. 박재우, 이레귤러, 기억 조작. 이런 것들에 관한 고민은 잠시 미뤄둬야 했다. 태주는 매니저들을 도와 짐을 옮기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이레귤러가 신경 쓰이지만, 촬영보단 못했다. 지금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드라마 탐정 박수의 촬영이었다.
*
한창석 감독은 제작사 대표의 연락을 받고 인상을 썼다. 그는 미련이 가득한 눈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담뱃갑을 한 번 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힘들게 끊은 담배였다. 최근 몇 가지 일 때문에 속상해서 사 오긴 했지만, 다시 피우는 건 망설여졌다.
-달그락.
“후우. 징글징글하다, 진짜.”
담배 대신 사탕이 든 통을 열면서 내뱉은 단어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머니 게임’의 촬영을 미루고 싶다는 말을 꺼낸 후로 그는 시시 때때로 제작사의 대표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바른 제작사 대표는 김동현을 주연으로 출연시키고 나에서 투자를 받기로 했었다. 김동현이 마음에 차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한창석 감독의 기준을 통과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쪽에서 들이민 악역은 정말 아니었다.
“쯧. 하필이면 이럴 때 군대에 갈 건 뭐야. 그냥 일 년만 늦추면 안 되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주를 빼고 다른 배우로 영화를 찍는 건 아니었다. 그가 조금만 기준을 낮추면 될 일이었지만, 그 부분만큼은 도저히 양보할 수 없었다. 제작사 요구대로 성에 차지도 않는 배우를 데리고 촬영할 수는 없었다.
-까드득!
잠시 입안에서 굴리던 사탕을 깨물어 부순 한창석 감독은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았다. 역시 이태주가 아니면 안 됐다. 제작사 대표가 또 무슨 말로 그를 구슬리든 그의 마음은 확고했다. ‘머니 게임’의 악역은 이태주였다.
굳은 다짐을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간 한창석의 감독은 순간적으로 말을 잊었다. 약속 장소에 그가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인물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화 ‘더 히트’의 주연이자,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배우 박재우가 그곳에 있었다.
“하하하. 한 감독, 어서 와요. 이쪽은 내가 소개 안 해도 알지요?”
“알죠. 박재우 씨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습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감독님, 박재웁니다.”
“반가워요. 한창석입니다.”
한창석 감독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음식이 나왔다. 일 인분에 수십만 원은 가볍게 넘는 메뉴였다. 주문한 와인은 그 몇 배는 넘는 것이었다. 월드 스타가 좋긴 좋은 것 같았다. 매일 식비 지출이 많네, 인건비 지출이 많네, 난리를 치던 양반이 월드 스타 앞이라고 통 크게 주문했다.
식사 자리는 싱글벙글한 제작사 대표의 노력 덕분인지 꽤 즐거운 분위기였다. 말 못 하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것처럼 대표는 쉬지 않고 박재우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한창석 감독의 눈에 박재우가 짜증을 억누르는 게 보였다.
한창석 감독은 제작사 대표를 말릴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괜히 대표에게 말을 걸었다가 화제가 ‘머니 게임’으로 옮겨 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얌전히 맛있는 식사나 하고 돌아가고 싶었다.
“한 감독님은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물론 한창석 감독의 그런 마음은 박재우의 가벼운 질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회를 잡았다는 듯 눈을 희번덕거리며 허리를 곧추 세우는 대표 때문이었다. 그는 박재우한테 칭찬하는 눈빛을 보내더니 곧 한창석 감독을 잡아먹을 것 같은 매서운 눈으로 쳐다봤다.
“한 감독님은 영화 준비 중입니다. 기사도 나갔는데…. 하하하. 너무 바쁘셔서 못 보셨나 보네요.”
“아, 제가 최근에 북미 지역 홍보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무슨 영화를 준비 중이세요?”
“입니다. 4년 만의 작품인데. 후우. 이게 참.”
“무슨 문제라도?”
“문제 있죠. 아주 큰 문제.”
한창석은 자신을 빼놓고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가 불편했다. 하지만 제작사 대표도 박재우도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떠들고 있었다. 개중 압권은 한 감독이 배우 캐스팅에 어깃장을 놔서 다 된 영화를 못 찍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뭔 개소리야. 캐스팅은 감독의 권한인데.’
아직 영화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였다. 배우 캐스팅은 물론 연출진도 다 갖춰지지 않았다. 그와 손발을 맞췄던 연출진들의 스케줄을 맞춰 보다가, 이태주의 섭외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섭외를 멈췄었다.
“감독님 영화라니, 저도 출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실 재우 씨한테 딱 맞는 역이 있긴 한데…. 재우 씨가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서 우리 쪽에서….”
한창석 감독은 수저를 내려놓은 지 한참 됐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어디까지 하는지 두고 보자는 기분으로 둘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는 그의 모습을 허락이라고 생각한 건지, 제작사 대표가 박재우에게 배역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태주에게 주려는 배역이었다.
“그 역엔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습니다. 대표님도 아시죠?”
“이미 안 된다고 거절당해 놓고 언제까지 붙들고 있으려고요?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요, 한 감독?”
“아뇨. 포기 못 합니다.”
“하하하. 두 분 진정하세요. 대체 어느 배우가 그렇게 감독님 마음에 드셨을까요?”
“이태주. 이태줍니다. 내 영화에서 조태식 역할을 맡을 배우는 이태주뿐입니다.”
한창석 감독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은 박재우의 인상이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정면에서 그 모습을 목격한 한창석 감독은 놀라서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였다. 아까도 짜증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번엔 아예 감출 생각을 안 한 것 같았다.
“하! 이태주!”
“박재우 씨?”
“감독들은 참 고집이 세. 아니, 쓸데없는 곳에서 고집을 부려.”
“박재우 씨,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귀찮게 말이야. 이제 몇 개 남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불렀다가 그대로 무시당한 한창석 감독도, 좀 전까지 열심히 비위를 맞추던 대표도 순식간에 변한 박재우의 태도에 당황했다. 박재우는 그런 두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주머니에서 작은 동전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봐요. 박재우 씨, 지금 뭐라….”
“코인 사용. 대상 지정 한창석, 이우연.”
한창석 감독의 말을 끊고 박재우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뱉었다. 그 직후 박재우의 손안에서 반짝이던 동전이 폭발적인 빛을 내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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