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6
185. 동우 >
태주는 오늘 오는 아동 출연자가 동우인 줄 몰랐었다. 원래 출연하기로 계약한 것은 다른 아이였는데,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오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교체되어서 온 아이가 동우였다.
작년 봄, 우유 광고 촬영 이후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동우는 못 본 시간만큼 많이 자라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곱슬곱슬한 머리가 잘 어울리는 귀여운 아이였다. 아역으로 연기를 계속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날 거로 생각하진 못했었다. 뜻밖의 만남이라서일까, 태주는 아이가 꽤 반가웠다.
“태쭈.”
“산아. 인사하자. 동우 형이야.”
“내가 형이에요?”
“응. 산이는 세 살, 아니, 네 살이거든.”
“나는 여섯 살인데.”
“응. 동우가 형이야.”
자신이 형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동우가 태주에게 내려 달라 부탁했다. 그리고는 2호의 근처로 가서 태산이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우, 점심 누구랑 먹어?”
“삼촌이랑 먹어요.”
“삼촌? 혹시 매니저 삼촌이야? 안 보이는데.”
“네. 어? 어디 갔지?”
우유 광고를 찍을 때는 동우 어머니가 같이 있었다. 태주도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있었다. 오늘도 그럴 거로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동우에게 물어보자, 못 본 사이에 소속사에 들어갔는지 매니저와 같이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는 그 매니저 역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점심시간은 길지 않았다. 지금 출발해야 제시간에 쿠첼루스와 약속한 음식점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약속에 늦는다고 어린 동우를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또 보호자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 아이를 촬영장 밖의 음식점에 데려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태주가 회의실 앞에서 동우의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견우가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태주를 데리러 왔다.
“태주 씨. 아역… 같이 계셨군요. 혹시 동우 군도 같이 가도 괜찮겠습니까? 동우 군 매니저한테 연락은 해 뒀습니다.”
“네. 괜찮아요. 지금 갈까요? 미나 누나는요?”
“미나 씨는 다른 스타일리스트분들과 먼저 출발하셨습니다.”
“네. 그럼 우리도 가요. 동우야, 형이랑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네.”
견우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태주는 동우의 매니저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동우가 불안해할까 봐,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그가 알아야 할 사항이라면 나중에라도 견우가 알려 줄 게 분명했다.
“산이는 왜 안겨서 가요?”
“응? 어, 산이는 아직 아기라.”
“맞다. 네 살이니까 아기구나.”
“노. 사니. 앙.”
2호의 품에 안겨서 음식점으로 가던 태산이는 동우 말에 바로 내려 달라고 몸을 들썩였다. 태주의 관심을 차지한 동우가 아기라고 부르는데 안겨서 갈 수는 없었다.
“호야, 산이 내려 줘. 음식점 별로 안 머니까 걸어가도 괜찮을 거야.”
“네.”
“걸어가도 돼요?”
“응? 응. 별로 안 멀어. 아! 점심 떡갈비인데 괜찮아?”
“네. 좋아해요.”
“다행이네. 손잡고 갈까?”
동우는 태주가 내민 손을 바로 잡았다. 그리고 태주의 반대편 손과 태산이를 번갈아 보았다. 2호의 품에서 내려온 태산이는 동우가 잡은 손을 놓게 할 생각이었다. 태산이 아침에 2호와 태주 사이에 끼어들었던 것처럼 동우와 태주의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
“노. 산이 가티.”
“응?”
“산이도 같이 손잡고 싶대요.”
“아아. 그렇구나.”
“자. 산아, 형아 손잡아.”
태산인 자신에게 내민 손의 주인을 무섭게 쳐다봤다. 상대는 ‘노.’라고 말했는데도 여전히 태주의 손을 잡고 있었다. 게다가 자기 손을 잡으라는 듯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하하. 산아 뭐 해? 동우 형이 손잡자고 하잖아.”
“산아, 형아랑 손잡고 가자.”
“둘이 손 잘 잡았지? 그럼 가자.”
“네.”
“…태쭈?”
손을 잡지 않고 태주만 보는 태산이의 손을 동우가 잡았다. 둘이 손을 꼭 잡은 것을 보자마자 태주가 다시 음식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음식점이 먼 곳은 아니었지만, 아이들 걸음 속도를 생각하면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그래야 약속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태산이는 두 사람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얼떨떨했지만, 손을 잡고 있어서 같이 걸어야 했다.
“앙. 태쭈.”
“산아 그러면 안돼. ‘태주 형아’라고 해야지.”
“앙.”
“태주 형아. 그리고 나는 동우 형아야. 동우 형아.”
동우는 혹시 형아라고 불러 주지 않을까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동우는 태주의 동생 산이를 오늘 처음 봤지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산이는 이름도 귀엽고 반짝이는 파란 눈은 인형보다도 더 예뻤다. 고개를 갸웃갸웃할 때는 강아지보다 더 귀여웠다.
태주는 제 손을 붙들고 열심히 걷는 동우와 동우 손을 잡고 잘 따라오는 태산이를 보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는 사실 태산이가 골이 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단지 밥을 먹일 시간이 가까워져서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
골이 나서 주변 사람에게 심술을 부릴까 걱정했던 것이 쓸모없어졌다. 태산이는 심술을 부리기도 전에 형아 역할에 취한 동우의 기세에 휘말려 버렸다.
동우는 대본 리딩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제 나이에 맞게 어리광을 부렸지만, 지금은 의젓한 형 행세를 하고 있었다.
“산아, 횡단보도 건널 때는 손 들어야 해.”
“앙?”
“이렇게. 한쪽 손을 드는 거야.”
“앙.”
횡단보도 앞에서 태주의 손을 놓은 동우가 시범을 보여 줬다. 눈만 깜빡이면서 보던 태산이는 어서 해 보라는 동우의 기세에 저도 모르게 한쪽 손을 들었다. 신호가 바뀌고 태주와 2호, 견우 등은 두 아이를 둘러쌌다. 두 아이는 그런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서로 손을 꼭 잡고 한 손을 귀 옆으로 든 채였다.
*
음식점 앞에는 미리 출발한 미나와 다른 스타일리스트 누님들 그리고 쿠첼루스가 도착해 있었다. 태주는 낯선 어른들이 많은 자리가 불편할까 봐 동우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아직 혼자 먹는 게 익숙하지 않은 태산이는 그의 다른 옆자리에 앉혔다.
“산이는 포크예요? 젓가락 못 써요?”
“응 젓가락은 못 써 ”
“괜찮아, 산이야. 형아도 네 살 때는 젓가락 못 썼었어.”
“큼. 그래 산이도 여섯 살 되면 젓가락 쓸 수 있을 거야.”
“앙.”
태주의 걱정과 다르게 낯선 어른은 동우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다. 동우는 여전히 형아 역할에 빠져 있었다. 얼마나 그 역할에 빠져 있었는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라 태주가 곁에서 반찬을 밥그릇에 얹어 줘야 했다.
“산아. 한 번에 하나만 찍어야지. 두 개 찍어도 먹지도 못할 녀석이 욕심은.”
“태주 형, 산이는 왜 고기만 먹어요? 밥도 안 먹고 반찬도 안 먹고.”
“응? 산이는 야채 별로 안 좋아해서.”
태산이 앞엔 작게 자른 떡갈비가 담긴 접시만 놓여 있었다. 다른 사람의 앞에 밥과 국그릇이 놓여 있는 모습과 달랐다. 게다가 나물이나 멸치볶음 같은 밑반찬은 전혀 먹지 않았다. 산이는 싫어하는 야채는 전혀 먹지 않고 좋아하는 고기만 먹고 있었다.
편식하면 키 안 큰다는 얘기를 매일 들었던 동우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면 키 안 크는데.”
“응?”
“골고루 먹어야지 키 크는데.”
“그, 그렇지. 골고루 먹어야지.”
산이는 괜찮다고 말하려던 태주는 바로 말을 바꿨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인 동우 때문이었다. 동우는 태산이와 식탁을 여러 번 번갈아 보더니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는 식탁 위의 반찬을 하나씩 모두 맛보았다.
“아. 콩나물 맛있다.”
“앙?”
“으음. 계란말이도 맛있다.”
“앙!”
“크흠. 동우는 반찬도 안 가리는구나. 골고루 잘 먹네.”
“네. 김치도 먹을 수 있어요.”
시범을 보이듯이 골고루 반찬을 먹는 동우의 모습에 무언가 느낀 듯 태산이 눈이 커졌다. 태주는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동우의 젓가락이 지나간 반찬을 태산이 그릇에 놔주었다. 태산이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앞에 놓아 주는 반찬을 잘 집어 먹었다.
“어? 동우야 김치 매워. 물에 씻어 줄까?”
“아니요. 김치 먹을 수 있어요.”
“매울 텐데.”
“먹을 수 있어요. 여섯 살은 매운 것도 먹어야 한댔어요.”
“응? 누가?”
아빠가 그랬다고 대답한 동우가 한입에 김치를 먹었다. 동우가 김치를 먹는 걸 보고 태산이가 달라고 했지만, 그는 차마 김치를 태산이 접시에 놔줄 수 없었다.
“동우야 물 줄까?”
“쓰읍 네.”
“여기 김치는 너무 맵다. 형한테도 매우니까, 동우는 김치 말고 다른 반찬 먹자.”
“김치 먹을 수 있는데…. 여섯 살은 김치도 먹는 거랬는데….”
“한 번 먹었으니까, 됐어. 이제 떡갈비 먹자.”
“앙. 사니 머짜.”
매운 김치를 먹는 거로 무리하게 형아 행세를 하려는 동우를 살살 달래 놓았더니, 태산이가 나섰다. 태주는 그런 태산이의 의견은 모른 척 떡갈비를 잘라서 동우의 그릇에 담아 주었다.
미나와 스타일리스트들은 음식점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새로 등장한 미남, 2호와 쿠첼루스한테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다. 태주를 닮았지만, 그보다 더 냉정하고 거칠어 보이는 2호와 단정한 차림에 지적으로 보이는 쿠첼루스는 상반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녀들은 둘을 관찰하기 바빴었다.
하지만 식사가 시작된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들 외에 다른 사람들까지도 동우와 태산이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크으. 김치도 먹을 수 있는 여섯 살의 위엄.’
‘호호호. 제대로 형아네.’
‘아이고 귀여워라.’
‘어쩜 좋아. 산이는 열심히 경쟁하는 중인 것 같은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주네.’
식사를 마치고 태산이가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 걸 알고 의젓하게 굴던 동우가 울먹이긴 했지만, 꽤 유쾌한 식사였다. 이상한 경쟁 심리에 불타오르던 태산이도 형아 역할에 푹 빠진 동우도 모두 귀여웠다.
*
태산이와 쿠첼루스를 배웅하고 다시 돌아온 스튜디오는 유쾌했던 그들의 기분이 절로 가라앉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스태프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촬영 시작 초기부터 지금까지 출연진, 연출진 나누지 않고 잘 지내 왔는데, 오늘은 달랐다. 지나가는 스태프들이 태주 쪽을 흘겨보면서 지나갔다. 정확히는 동우를 흘겨보면서 지나갔다.
“매니저님?”
“음. 조금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분장실로 가시죠.”
“네. 동우도 같이 갈게요. 동우 매니저님한테 연락 부탁드려요.”
“예.”
스태프들의 태도는 점심시간 전에 봤던 견우의 안 좋은 표정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태주는 분장실로 향하는 도중 마주치는 스태프 때문에 동우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을까 걱정됐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챈 듯 이동하는 도중 마주치는 스태프의 시선을 2호가 요령 좋게 막아 줬다.
일행이 분장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쾅쾅쾅.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들어오라고 허락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강퍅하게 생긴 여성이 아이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세요?”
“너. 여깄었구나.”
“이런!”
견우는 멋대로 분장실에 들어선 여성을 아는 눈치였다. 그는 순식간에 그녀와 태주 사이를 가로막았다. 정확히는 태주와 같이 있는 동우에게 다가오려던 것을 막은 것이었다.
“잠깐만 비켜 봐요! 난 쟤랑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니까.”
“나가시죠. 이곳은 이태주 배우의 분장실입니다.”
“아, 좀 비켜 보시라니까요. 이태주고 뭐고 난 동우 쟤 보러 온 거라니까요!”
여성은 견우의 제지에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려 했다. 견우를 밀치는 여성의 손길이 거칠어지고 있었지만, 견우는 그저 꿋꿋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는 아이 손을 붙잡은 여성을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참는 중이었다.
그런 여성이 보기 싫어서 태주가 나서려던 때였다. 다급한 발소리가 울리더니 견우와 비슷한 또래의 남성이 태주의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상황을 파악한 듯 여성을 분장실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윤석이 어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매니저님이랑 말이 안 통하니, 당사자랑 얘기를 해야죠.”
“이미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당사자라뇨? 여섯 살짜리 아이한테 무슨 억지를 쓰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무슨 억지를 썼다고 그래요. 원래 우리 윤석이 배역이니까 돌려 달라는 것뿐인데.”
“그게 억지가 아니고 뭡니까?”
두 사람의 실랑이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태주는 세면도구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품에는 동우를 안은 채였다. 그런 그를 2호가 따라나섰다.
“동우야, 치카치카 하러 가자.”
“쉬이. 괜찮아. 저 아줌마는 곧 돌아갈 거야.”
“윤석이 형 아줌마 이상해요.”
“응? 아는 아줌마야?”
아는 아줌마라고 고개를 끄덕인 동우가 작은 목소리로 제가 본 걸 얘기했다. 아줌마가 매일 회사에 와서 소리 지른다는 얘기에 태주가 깜짝 놀랐다. 동우의 소속사는 아역 배우 전문 소속사였다. 그런 곳에서 소리를 지르다니, 너무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물론 좀 전의 무례한 행동을 보면 아이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서도 충분히 큰 소리를 낼 사람처럼 보이긴 했다.
태주는 동우의 손도 씻기고 양치도 시켜서 분장실로 돌아왔다. 여성은 동우의 매니저가 데리고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태주는 자신의 스태프들을 살펴본 후 이어서 분장실을 둘러봤다. 다행히 분장실 안은 그가 나갔을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태주가 메이크업을 받는 도중 여성을 돌려보낸 견우와 동우의 매니저가 질린 얼굴로 분장실로 돌아왔다. 동우의 매니저는 태주가 촬영 준비 중인 걸 보더니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실례했다는 인사를 남긴 후, 동우를 안아 들고 배정받은 분장실을 향해서 뛰어갔다.
“매니저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
“윤석이 어머니가 배역을 거절했다가, 다시 하겠다고 온 겁니다.”
“네?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에요? 이미 대타로 동우가 와서 리딩까지 했는데. 다시 할 거였으면 리딩 전에 왔어야죠.”
“리딩 전에 왔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건 그렇죠. 미니시리즈의 단역인데, 할 아이가 없을 리 없죠.”
인기 케이블 드라마의 단역이었다. 그런 자리를 자기 마음대로 때려치웠다가 다시 하겠다고 나선다고 들어줄 리 없었다. 이미 대타도 구해졌고, 곧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뜻대로 일이 풀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태주가 여성의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궁금해하자 견우가 자신이 아는 얘기를 풀어놨다. 견우는 동우의 매니저와 다른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비슷해서 금세 친해졌다. 그때의 친분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었다. 그 덕분에 동우 소속사 사정을 제법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문제의 윤석이와 동우는 같은 소속사였다. 윤석은 올해 일곱 살로 동우보다 한 살 많았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고 비슷한 시기에 소속사에 들어왔다. 다만 소속사에 들어온 이후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
소속사의 방침에 잘 따르는 편인 동우와 다르게 윤석이는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켰다. 출연료, 배역, 출연 비중, 작품 내용 등을 가지고 윤석의 어머니가 매번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오늘도 사실은 드라마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윤석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스케줄을 핑크 냈었다. 무당이 나오는 드라마라는 이유였다. 갑작스러운 일에 소속사에서 부랴부랴 동우를 대타로 보냈는데, 촬영 직전에 나타나서 배역을 다시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린 것이었다.
“와아.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촬영장에 돌아왔을 때 좋지 않았던 분위기는 윤석이 어머니 탓이었다. 그녀가 강은진 감독님한테까지 찾아가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스태프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었다.
촬영은 꽤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무사히 제시간에 시작됐다. 이미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스태프들이라서 그런지, 촬영장의 분위기는 금세 본래대로 돌아왔다.
태주가 곁에서 돌봐준 보람이 있었는지, 동우는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았다. 연습한 대로 제대로 연기를 해냈다. 그 때문일까, 오후 촬영을 마치고 동우가 돌아갈 무렵에는 스태프들의 따가웠던 시선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촬영장의 사람들은 오후에 있었던 일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여겼었다. 무례한,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인터넷에 태주에 관한 안 좋은 기사가 올라왔다.
[모 케이블 드라마 촬영현장 주연 배우 A 씨 수모당하는 아역 배우 보호자 외면]소스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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