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8
187. 공부 >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나갔지만, 태주가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아니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기사가 나가고 어뷰징 기사가 올라오고 반박 기사가 나갈 때까지 그는 촬영 중이었다. 그의 촬영이 마쳤을 때는 방송국의 대처로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어 있었다.
탐정 박수는 tvM 자체 제작 드라마에 시청률도 예상보다 잘 나오는 효자 상품이었다. 드라마 전후 광고에 중간 광고까지 모두 팔렸다. 방영 도중 광고 단가를 올렸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그뿐 아니라 광고 수익의 반이라는 무시 못 할 PPL 수익을 낸 상태였다.
그런 상품에 흠을 내는 기사를 방송국에서 두고 볼 리 없었다.
“어뷰징 기사가 많이 뜨긴 했는데, 방송국에서 반박하는 기사를 낸 후로 모두 내려갔습니다.”
“이상하네요. 미디어가 달려들 만한 내용이 아닌데.”
“예. 고의로 퍼트린 흔적이 보였습니다.”
“이유도 아세요?”
“회사에선 다른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건수는 너무 약했다. 지속력도 없는 기사였고, 사건 자체도 사회의 공분을 살 만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최근에 연예인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기삿거리가 없긴 했지만, 다른 사건을 덮기엔 그냥 결말이 보일 정도로 단순한 사건이었다. 견우의 얘기대로 어떤 사건을 덮기 위해서였다면, 태주의 기사보다 더 크고 먹음직스러운 기사를 뿌렸어야 옳았다.
“무슨 사건이래요?”
“보이 식스의 김영준이 운영하는 SB 클럽에서 성추행 건이 있었습니다. 그걸 덮으려 시도한 거로 보고 있습니다.”
“아! 보이 식스 김영준.”
사건 장소와 책임자를 듣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보이 식스 김영준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아무리 작은 건수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김영준은 연예인과 부유층 자제에게 마약을 공급한 마약 공급책이었다. 그는 자신의 클럽에서뿐 아니라 숨겨진 다른 건물에서 주기적으로 마약 파티를 열었었다.
우연한 일로 사건이 밝혀지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마약 외에 숨겨진 많은 범죄가 드러났었다. 성 상납, 매춘, 뇌물공여, 사기 등 상당히 많은 범죄에 연관되어 있었다.
‘그 사건이 벌써 일어나나? 아직 시기가 이른데. 회귀 전엔 한참 뒤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그런데 성추행 건도 있었던가? 성매매 알선은 있었던 것 같은데.’
수사 도중 경찰, 기자 등에게 유흥과 뇌물을 제공하고 덮은 사건들이 밝혀졌었다. 어쩌면 이번에 태주가 겪은 일도 그렇게 사건을 덮는 과정 중 하나였을 지도 몰랐다. 태주는 아마 자신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도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방송국에서 나섰으니, 제 기사는 이제 안 나오겠네요.”
“그럴 겁니다.”
“tvM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 가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되네요.”
“맞습니다.”
“그에 비하면 MBS는, 에효.”
어린 연인의 홍보를 위해 보이는 라디오에 출연했지만, 방송국에선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tvM에선 꽃미남 포차라는 예능의 고정 멤버로 출연했는데, MBS에선 고작 라디오 방송이냐는 반응이었다.
“세라 누나가 예능 촬영한 거로는 안 되나 보네요.”
“정말 오랜만에 괜찮은 드라마 성적이지 않습니까?”
“케이블보다 못하지만요.”
“하하하. 월화 미니에서 두 자릿수 넘긴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근 몇 년 만에 나온 시청률입니다.”
“방영 끝나고 토크쇼 같은데 나가는 거는요?”
“그것도 나가 줬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어린 연인의 성적은 꽤 괜찮게 나오고 있었다. 방영 중반에 들어선 지금은 안정적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탐정 박수보다는 못했다.
탐정 박수는 3화 방영 시기에 이미 12%를 넘기고 지금은 매 화당 평균 14%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어린 연인보다 2~3% 정도 더 높게 나오고 있었다. 물론 5화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한 어린 연인보다 1주 먼저 달성한 시청률이었다.
“우 팀장님은 어떻게 하시길 바라세요?”
“화보 작업을 새벽으로 옮기고 예능에 출연하시는 건 어떤지 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가을 화보 건 말이죠? 그렇게 할게요.”
“예.”
“혹시 스튜디오에서 찍는 거 말고는 없나요?”
견우는 태주가 스튜디오 촬영을 어색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목록에서 예능을 몇 개 뺐다.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너무 고생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말이 나온 이상은 건네주는 게 맞았다.
“여기요.”
“야외에서 하는 게 있네요.”
“솔직히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뺀 것입니다.”
“음. 이거요? ‘일하는 사람들’?”
“일손이 부족한 곳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일당을 받는 내용의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게 재밌을까요?”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는 설명을 보자 견우가 왜 빼놨는지 알 만했다. 태주가 출연을 허락하면 할 일은 밭에 웃거름 주기, 감자 캐기, 작물 순치기, 김매기 등이 있었다.
꽃미남 포차도 그러더니 예능의 감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엔 전혀 재밌어 보이지 않는데, 시청자들은 좋아했다. 초등학교 운동회도 직접 회를 떠야 했던 섬 촬영도 재밌었다. 단지 찍는 내내 대체 이런 걸 보는 게 왜 재밌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 감자. 저 작년 여름에 감자 캐 봤어요.”
“용좌 촬영 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때 팬션에서 쪄 먹은 감자가 저랑 동생들이 캔 거였어요.”
“그럼 이 ‘일하는 사람들’에 출연하시겠습니까?”
“시간만 맞으면요.”
촬영은 태주가 허락만 하면 어느 회차든 상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태주만 출연하겠다면 기존 게스트를 빼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정도로 태주의 출연을 바라고 있었다.
견우는 제안서와 태주의 스케줄을 비교해 봤다. 새벽에 출발해서 한밤중에 돌아오는 일정이 되겠지만,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화보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때의 얘기였다.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내용도 고된 일을 하는 건데, 바로 화보 촬영까지 하는 건 무립니다.”
“괜찮아요. 여러 패널이랑 MC 사이에 껴서 찍는 예능보단 차라리 몸 쓰는 게 훨씬 나아요.”
“후우. 그럼 이 예능에 출연하는 거로 계약하겠습니다.”
“네. 장소는 감자밭이 좋겠어요. 혹시 거기로 할 수 있을까요?”
“얘기해 두겠습니다.”
감자밭을 얘기하는 태주의 얼굴이 기대에 차 있었다. 태주는 감자밭으로 촬영 장소가 정해지면 선물 받은 커스텀 가드닝 세트를 가져갈 생각이었다.
분홍색의 이니셜이 새겨진 가드닝 세트를 선물 받고 벌써 몇 주나 지났다. 그 사이 스케줄이 바빠서 사용해 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 만약 감자 캐기를 찍게 된다면 그걸 가져가서 써볼 생각이었다.
*
견우와 짧게 스케줄 얘기를 나눈 태주가 집에 돌아오자, 시간이 이미 자정에 가까웠다. 태주는 이 시간에 그를 집까지 태워다 주고 다시 돌아가는 견우를 보자, 이동 방법을 바꾸는 일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전원주택에서 회사가 있는 압구정까지는 차로 삼, 사십 분 거리였다. 아침에 이동할 때는 상관없었다. 스튜디오가 경기 지역에 있는 경우가 꽤 돼서 바로 이동하면 됐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태주를 집으로 바래다줄 때가 문제였다. 새벽부터 움직인 견우나 형식이 집까지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을 운전해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얼마 쉬지 못한 채 그를 데리러 와야 했다.
‘2호 면허가 나오면, 2호 차를 타고 회사로 가는 게 낫겠어. 회사에서 매니저님을 만나서 스케줄을 가면 될 것 같네.’
태주는 우선 2호의 면허와 차량 문제를 해결하고 견우와 이 일을 의논하기로 했다. 만약 견우가 거절한다면 지금 방식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태산이는요? 자요?”
“후후후.”
자고 있었어도 그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맞이하러 나오는 태산이가 보이지 않았다. 쿠첼루스는 웃기만 했다. 녀석이 왜 보이지 않는지는 알려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가족실에 가 보시겠습니까?”
“가족실로요?”
며칠 전 쿠첼루스가 가족실을 아이 놀이 공간처럼 꾸민 것은 알고 있었다. 원래는 켓 타워와 소파만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을 아이 가구와 장난감으로 꾸며 두었다.
태주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가족실로 향했다. 요 며칠 쿠첼루스와 태산이, 두 사람이 자신에게 비밀로 하고 무언가 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게 무엇인지 알려 주려는 것 같았다.
“아! 세상에.”
“하하하.”
“세상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태산이라니! 이게 진짜인가요?”
짧은 복도를 지나 들어선 가족실엔 그가 상상해 본 적 없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태산이가 작은 의자에 앉아서 무언갈 그리고 있었다.
“최근에 한글이랑 숫자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요?”
“네. 사실 한글을 배우는 것보다 스케치북에 색칠하는 걸 더 좋아하긴 합니다.”
“아무렴 어때요. 재밌어하기만 하면 충분하죠.”
“재밌어하긴 합니다.”
태주는 그가 온 것도 모르고 열심인 아이의 옆에 앉았다. 아이 책상 건너편의 의자가 너무 작아서 그냥 바닥에 앉았다. 그가 바닥에 앉고 나서야 온 걸 알았는지 태산이가 돌아봤다.
“태쭈.”
“하하하. 형 왔어. 우리 산이 뭐 하고 있었어?”
“겅부!”
“우와! 공부하고 있었어? 산이 대단하다.”
“꺄하하.”
짧은 칭찬에도 좋아서 웃는 아이가 귀여웠다. 아이에게 마주 웃어 준 후, 태주는 스케치북을 봐도 되는지 물어봤다.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었지만, 일부러 허락을 구했다.
“자아. 태쭈 바.”
“보여 줘서 고마워. 그런데 우리 산이 말 진짜 많이 늘었다. 하하하.”
그는 태산이가 하는 말에 자신의 평소 말투가 밴 것을 알아챘다. 특히 좀 전의 태산이가 한 ‘자아, ~하자.’는 말의 억양이 딱 그가 태산이에게 자주 했던 것이었다.
제 말투를 배워 쓰는 아이를 보길 잠시, 왜 스케치북을 안 보냐는 눈빛에 그가 시선을 내렸다. 사실 그림은 이미 바닥에 앉는 순간에 다 본 상태였다.
‘굳이 이런 건 형을 닮지 않아도 되는데. 대체 뭘 그린 거니?’
“잘 그렸네. 산아, 형한테 뭐 그렸는지 알려 줄래?”
“희.”
“희? 산이 희 그렸어? 잘, 잘 그렸네.”
태주는 태산이가 날개 달린 걸 그렸다는 것까진 맞췄다. 단지 그게 희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희가 이렇게 생겼습니까? 요정이라고 해서 팅커벨 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임프를 닮았었군요.”
“네? 절대 아니에요! 우리 희는 팅커벨보다 훨씬 귀여워요. 이런 으깨진 초콜릿 같은 색도 아니에요. 은색에 반짝반짝하는 게 얼마나 예쁜데요.”
“…태주 씨.”
“헉!”
희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흥분해서 말이 막 나가 버렸다. 태산이가 그린 그림을 으깨진 초콜릿이라고 깎아내리고 말았다. 태주는 조심성 없는 자신의 입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조그만 아이가 열심히 그린 걸 한순간에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렸다.
“쪼코리.”
“윽.”
“희. 쪼코리.”
“미안, 산아. 형이 잘못 말했어.”
다행히 태주의 말에 삐진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무언가, 아마도 초콜릿에 꽂힌 듯했다. 그는 아이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틈을 타서 안아 들었다. 좋아하는 거품 목욕을 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걸로 좀 전의 그림을 가볍게 평가한 걸 대신 사과할 셈이었다.
“산아 첨벙첨벙하자.”
“텬버텬버?”
“응. 첨벙첨벙.”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요 며칠 계속 아이 모습으로 지내더니 진짜로 말이 많이 늘었다. 발음은 여전히 부정확하긴 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고 귀여우니 괜찮았다.
욕실로 아이를 데려간 그는 온수를 켜놓고 바닐라 향 거품 목욕제를 풀었다. 지나치게 단 향기 때문에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킁킁.”
“킥. 산아 치카치카 먼저 할까?”
“노.”
“후후후. 그럴 줄 알고 형이 오늘은 새 치약을 준비했지. 초콜릿 맛. 초콜릿 맛 치약이야.”
“쪼코리?”
초콜릿 맛 치약. 양치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특별히 사 놓은 물건이었다. 태주는 초콜릿이라는 말에 얌전히 기다리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안아서 세면대에 앉혔다. 파란 눈이 초콜릿 맛 치약에 대한 기대로 보석처럼 빛났다.
‘기대한다. 기대해. 크윽. 왜 이리 귀여운 거야.’
“자아. 아, 해.”
“아.”
-쓱쓱.
정직하게 ‘아’ 소리 내며 입을 벌린 아이를 보는 태주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팬들이 나노 단위로 캡처해서 감상하는 꿀 떨어지는 미소가 한밤중에 욕실 안 아이에게 쏟아졌다.
-쓱쓱.
“다 됐다. 이제 뱉, 헉! 산아 뱉어! 삼키지 마!”
-꿀꺽!
“쪼코리 마시찌.”
“아니. 그건 먹는 게….”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둘은 무사히 목욕을 마칠 수 있었다. 태주는 목욕 중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뽀송뽀송하게 닦아 준 후 침대에 뉘어 주었다.
-짜랑.
“2차 성장 때 변신 기술 같은 것 못 얻나?”
태산이를 눕히는 도중 목걸이의 동전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 모습을 유지하려면 흉내쟁이의 펜던트를 꼭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호랑이일 때는 목줄을 차고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았는데, 아이 모습일 때는 조금 거슬렸다.
요원 S나 해나는 모두 2차 성장을 오래전에 마친 상태였다. 그때 아주 유용한 기술을 얻었다고 했었다. 해나는 잠입을 얻었었고, 요원 S는 거대화 기술을 얻었다고 했었다.
태산이는 1차 성장을 하고 아직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2차 성장을 언제 할지, 그 조건은 무엇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꼭 애교 같은 강력하지만 애매한 기술 말고, 두 사람처럼 마음껏 쓸 수 있는 기술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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