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1
190. 입대 >
사회면에 화려하게 데뷔한 보이 식스 출신 김영준의 얘기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태주의 스케줄은 계속됐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로는 화보와 광고 촬영이 이어졌다.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동생들과 식사 시간도 겨우 뺄 수 있었다.
“형, 군대 가 있는 동안 산이는 내가 볼까?”
“괜찮아. 쿠첼도 있고 호도 왔으니까.”
“아! 호 형이 있었지. 그럼 괜찮겠다.”
산이를 돌봐 줄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걸 알고 나자, 태우의 인상이 펴졌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연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 다 산이 거취를 많이 걱정한 것 같았다.
“새로 옮긴 작업실은 어때?”
“완전 넓어. 진짜 좋아.”
“마당도 있어서 저희 화분도 다 그쪽으로 옮겼어요.”
“찬성이 형이 자기도 이사 오고 싶다고 난리야.”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거기 쿠첼이 골랐거든.”
역시 쿠첼 형이라면서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는 스케줄 때문에 동생들이 쓸 공방을 구해 줄 시간이 없었다. 그런 그를 대신해서 쿠첼루스가 나섰다.
동생들 집에서 버스 정거장 세 개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전에 세입자가 화실로 쓰던 곳이었다. 공간도 넓고 방도 한 칸 따로 있어서 작업하다 쉴 수도 있었다.
“그 건물 2층 계약 곧 끝나. 그러면 너희가 거기도 써도 돼.”
“진짜? 위층도?”
“어. 1층은 주방이 좀 좁잖아.”
“그렇긴 해.”
“너희 요샌 다른 미튜버랑 같이 영상 자주 찍더라. 위층 리모델링 해 줄게.”
동생들의 놀란 얼굴이 재밌었다. 태주는 더 놀리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명의 건물이라고 얘기했다. 처음엔 임대로 계약할 생각이었는데, 정산받은 액수가 꽤 커서 매입하게 됐다. 입대 대비로 광고와 화보를 많이 찍은 덕분이었다.
태주는 동생들과의 식사처럼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지인을 만나러 다녔다. 도중 그는 가끔 친구 은혁처럼 자신이 군대 선배라며 뻐기는 사람을 볼 때마다 멱살 잡고 난 두 번째라고 외치고 싶은 걸 힘겹게 참아야 했다.
인내심과 싸우는 약속들을 해치우는 태주와 비슷하게 인내심과 싸우는 사람이 있었다. 태주의 계약과 기획을 총괄하는 우 팀장이었다. 그녀는 오늘도 광고 섭외 요청을 보면서 나오는 한숨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우 팀장, 뭐 해?”
“이 배우님 스케줄 조정이요. 광고 하나를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거기에 뭘 더 넣어?”
“행복한 농장이라는 게임 광고예요.”
“응?”
우 팀장의 말을 들은 김 실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잠시 지었다. 게임 광고에 연예인이 등장하는 게 낯선 것은 아니지만, 태주에게 섭외 요청을 한 게임 장르가 이상해서였다. 스타마케팅을 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규모가 큰 롤플레임 게임이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단가는?”
“1년 단발 계약에 1억5천이요.”
“음. 너무 싼데.”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 배우님이 이 게임 펫이 그렘린을 닮았다며 꼭 하길 바라셔서요.”
태주의 광고 출연료는 꽤 오른 상태였다. 2년 차였던 작년부턴 6개월 2억, 1년 4억을 기본으로 출연료를 협상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보다 더 오른 상황이라 우 팀장이 얘기하는 게임 광고의 출연료가 상당히 낮게 책정된 게 사실이었다.
“그렘린이면 그거지? 12시 넘어서 음식 먹으면 분열하는 거.”
“물을 마시면 분열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오래전에 본 영화라 기억도 잘 안 나네. 태주 씨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영환데, 그런 걸 좋아하셨나?”
“그러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상황이 좀…. 일하는 사람들에서 감자를 캐시던 게 방영되자마자 비슷한 콘셉트로 출연 요청이 계속 들어오네요.”
“킥. 일 잘하시잖아. 게다가 땀 닦는 장면을 무슨 영화처럼 뽑아 놔서 그렇지. 거기 김 PD는 드라마 연출해도 잘하겠어.”
태주는 뛰어난 외모 덕에 데뷔 초부터 광고를 많이 찍었다. 거기에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움직이는 장소마다 화제를 몰고 다닌 태주였다. 덕분에 새로운 광고 섭외가 끊이지 않았고, 기존의 광고도 오른 출연료로 연장하거나 계약 조건을 갱신했었다.
“올해 태주 씨가 광고를 몇 편 찍었지?”
“2월부터 꽤 많이 찍었죠.”
“제대하시면 작품은 마음대로 고르실 수 있겠네.”
“그건 그렇죠. 원래도 여유로운 편이셨는데, 이젠 일이 년에 작품 하나 해도 될 정도세요. 물론 작품 욕심이 있으셔서 그럴 일은 없으시겠지만요.”
광고를 많이 찍는 편인 태주는 올해만 해도 영화, 드라마의 출연료 서너 배를 가볍게 넘는 광고 수익을 올렸다. 이제 겨우 2분기가 넘었을 시기였지만, 태주가 올린 수익은 단순히 계산해도 수십억이 넘었다.
제대 후 복귀한 후에는 경제적인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서 해도 될 기반을 쌓았다 볼 수 있었다. 물론 태주의 성향도 그렇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수익성 없는 일만 하게 두진 않겠지만,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대단하네. 데뷔 삼 년 만에 자리 잡고 자유롭게 작품을 고르게 되다니.”
“그만큼 한눈 안 팔고 활동하셨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상황이 참 묘하네요. 이 배우님이 조용히 입대하고 싶어 하셨는데, 굳이 감추고 말고 할 필요도 없겠어요. 지금은 무슨 기사를 내보내도 다 묻힐 것 같아요.”
“크흐흠. 그렇지. 하여간 GSN 그쪽은 문제가 많아.”
SB 클럽 종업원 성추행 사건은 마약 파티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엔 숨겨졌던 범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 보도가 나온 이후로 끊임없이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태주의 입대 정도로는 대중의 시선을 끌어오기 힘들 정도였다.
“이 배우님 바라시는 대로 됐으니, 우리한텐 나쁘지 않은 일이죠.”
“그렇지?”
“이 기회에 물갈이 좀 했으면 좋겠어요.”
“크흠. 그렇지.”
김 실장은 지레 찔려서 헛기침을 하는 모습을 의아하게 보는 우 팀장을 알고 있었지만, 입을 꾹 닫았다. 앞으로도 최 대표와 했던 약간의 보복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을 생각이었다.
“팬클럽엔 어떻게 하기로 했어? 바로 알릴 거야?”
“입대 며칠 전에 공지만 올릴 계획이에요.”
“이제 보름도 안 남았네…. 확실히 신인 배우가 있으니까, 일이 재밌었어.”
“이 배우님은 그다지 신인답진 않으셨지만요. 그래도 말씀대로 일이 재밌긴 했어요.”
트리즈는 오랫동안 중장년 배우가 중심인 소속사였다. 태주처럼 젊은 신인 배우의 서포트는 오랜만이었다.
새로운 전담팀이 꾸려지고, 배우가 갈 길을 하나하나 세팅하고 성장하는 걸 지켜봤다. 자신들의 서포트를 받으며 착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세워 가는 배우를 보는 건 뿌듯하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우 팀장, 배우 몇을 살피는 중이라는 얘기 들은 적 있어?”
“아니요.”
“JJ 배우들이 전부 시장에 나올 거란 건 알지?”
“네. 배우 쪽은 정리하고 가수 쪽만 남기기로 했다고.”
“맞아. 그 배우 중 몇 명을 대표님이 눈여겨보시는 중이야.”
태주가 군대에 간 2년 동안 팀에서 새로운 배우를 맡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대표님의 눈에 들 정도라면 실력은 의심할 필요 없었다. 단지 자신들과 얼마나 괜찮은 관계를 이어 갈지가 문제였다.
태주는 신인이지만, 행동은 신인답지 않은 면이 많았다. 바라는 바는 정확하게 얘기했고, 자신이 꺼낸 말은 반드시 지키는 편이었다. 회사와 소통도 잘했고 본의 아니게 뉴스에 나온 적은 있었지만, 평소엔 회사의 계획을 잘 따라왔다.
‘견우 씨나 미나 씨 모두 이 배우님 제대하시면 다시 같이 일하길 바라는 것 같던데.’
“누구래요? 박수진? 김강훈?”
“음, 아니. 최나라라고 가수 연습생이었다가 올해 초 배우로 전향한 애랑 송재성이라고 올해 스물일곱인데…. 어디 나왔는지는 찾아 봐야 할 것 같은데.”
“최나라는 단역 두 번 했네요. 박수진이랑 드라마에 같이 들어갔었네요. 송재성은 영화 단역 한 번, 드라마 조연 한 번이고.”
“나도 화면 좀 보지. 외모는 괜찮네.”
“이 둘이든 다른 사람이든 저희가 맡는 건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 배우님이 복귀하셔서 원래 스태프를 요구하시면 전 바로 두 사람을 빼서 보낼 거예요.”
그것은 김 실장이 간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다만 태주와 견우, 미나의 팀워크가 나쁘지 않았고, 소속 배우의 의견을 우선하는 대표님이라면 아마 태주가 바라는 대로 해 줄 것이다.
“그건 태주 씨한테 달린 일이니까. 태주 씨는 대표님한테 직접 두 사람을 요구할 성격이잖아.”
“그렇긴 하죠. 태주 씨 복귀하시면 이젠 신인 배우 팀이라는 팀 이름도 바꿔야겠어요.”
“하하하. 사실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잖아.”
“그랬죠. 신인 배우 같은 구석이 많지 않으셔서요.”
복귀 후에 태주의 팀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태주와 같이 일한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큰 문제가 없다면 세 사람이 다시 함께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태주는 서재에 쌓아 둔 상자를 열어 보고 있었다. 옷 상자는 드레스 룸으로 옮겨서 정리했지만, 책 상자는 상자째 그대로 두었었다. 책이라 정리가 급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스토커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 노렸던 것이라 꺼림칙해서 미뤘었다.
“책 사이에 끼워 뒀었는데, 안 보이네. 빠졌나?”
“태쭈.”
“산이 그러다 떨어진다. 형 계속 움직일 건데, 잘 매달려 있을 수 있어?”
“앙.”
“그래. 떨어지지 않게 잘 매달려.”
태주는 책 사이에 끼워 둔 [예술 체육 요원 자격 생성권(보충역)]을 찾고 있었다. 사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티켓의 내용을 다시 확인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자 안의 책을 모두 꺼내서 뒤져 봐도 그가 넣어 둔 책도 티켓도 보이지 않았다. 정원사인 그의 눈에만 보이는 문자이니, 남에게 티켓 내용이 밝혀질 걱정은 없었지만, 아예 티켓이 사라진 것은 마음에 걸렸다.
“없네. 통째로 사라진 건가, 책이랑 같이? 어이쿠.”
“꺄하하.”
“요놈. 형이 잘 매달려 있으라고 했지? 응? 떨어질 뻔했잖아.”
“앙.”
상자 안을 뒤적거리던 태주는 자세를 바꾸다 떨어질 뻔한 아이를 겨우 붙잡았다. 등에 매달려 있던 녀석은 구경만 하는 게 심심했는지 그새 몸을 뒤틀고 있었다.
“에효. 못 찾겠다. 그냥 산이랑 놀아야겠네.”
“꺄하.”
“산아 공차기할까?”
“앙.”
‘스토커 쪽에서 가져간 것 같네. 여러 번 읽은 흔적이 남은 책이니.’
공을 찾아서 정원으로 나서는 태주의 표정이 복잡했다. 하필이면 티켓을 넣어 둔 책이 사라져서였다.
사라진 책은 태주가 좋아하는 소설이었다. 수년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던 책이었다. 그의 손이 탄 흔적이 많이 남은 책이어서, 만약 그의 소장품을 가져다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면 노리고도 남을 만한 물건이었다.
‘티켓이 백지 종이로 보일 텐데. 부디 종이를 찢지 않길 바라야지.’
정원의 물품 중엔 귀속 물품이 몇 가지 있었다. 태산이와 아이들이 선물해 준 바이올린이 그랬고, 몇 가지 물품도 귀속 물품이었다. 태주가 찾고 있던 티켓 역시 귀속 물품이었다. 지금 가진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티켓을 찢으면 효과는 태주가 적용받게 되어 있었다.
며칠 남지 않은 입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일은 김영준 마약파티 건이면 충분했다. 어째서 몇 년이나 일찍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몰랐지만, 사건이 빨리 터진 바람에 피해자가 덜 생기겠다는 생각을 하면 나쁘진 않았다.
‘그래도 회귀 전과 너무 달라. 이레귤러 건도 그대로고.’
이레귤러의 얘기가 나오자 태주는 얼마 전에 봤던 영화를 떠올렸다. 새벽 스케줄 사이에 난 몇 시간에 박재우가 출연한 영화를 봤었다. 낯선 제목이었지만, 영화 내용은 그가 알던 다른 영화와 같았다.
회귀 전엔 몇 년 뒤에 더 히트라는 제목이 아닌 히트맨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서 흥행하는 작품이었다. 시리즈로 제작되고 게임으로도 만들어지는 작품이었다. 그가 기억하기론 무명의 연극배우 출신 주연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었다.
‘액션은 훌륭했지만, 연기는 회귀 전에 출연한 배우의 연기를 그대로 카피한 것이었지.’
태주는 고작 다른 사람의 연기를 카피하기 위해서 능력을 사용하고 영화의 제작 시기를 앞당겼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말 연기를 좋아해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원본 영화에선 주인공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배신당해서 아내를 잃는다. 그 복수를 위해서 살인청부업자가 되고 한 사람 한 사람 조직의 간부를 암살한다.
박재우는 아내를 잃는 장면이나, 가장 믿었던 동료를 암살하는 장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 모습을 연기할 때 다른 사람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 했다. 회귀 전 영화를 여러 번 봤던 태주는 박재우의 그런 모습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눈엔 박재우가 남의 연기를 흉내 내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태주는 회귀한 후로 출연하는 작품을 고를 때 꽤 많은 고민을 하고 골랐다. 지뢰를 피해 가는 일은 당연했지만, 그렇다고 남의 성공작을 함부로 탐하지도 않았다. 물론 신조선 사또전처럼 훌륭한 작품이 불합리한 이유로 망가지는 걸 막을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와 다르게 박재우는 남이 받을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 같았다.
쿠첼루스가 한창석 감독 영화에 박재우가 캐스팅된 일을 의심할 때는 아닐 거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태주 역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전혀 다른 영화일 줄 알았던 작품이 제작 시기를 앞당긴 히트작이라는 점을 알자, 자연스럽게 드는 의심이었다.
“에효. 스토커에 이레귤러. 조용할 날이 없네.”
골치 아픈 상대들 때문인지, 입대가 약간, 아주 약간 반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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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일 배우 이태주 현역 입대.배우 이태주는 8월 2x일 육군 훈련소에 입소, 5주간의 기본 군사 훈련을 받고 현역으로 복무할 예정이다. 이태주의 소속사 트리즈에선 배우 본인이 빠른 복무 이행을 원해 논의 끝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태주는 독립 영화 버스킹으로 데뷔한 후, 이듬해 드라마….]
트리즈에선 계획대로 태주의 입대 소식을 팬클럽에 공지로 알렸다. 그 후 팬클럽의 소식을 주시하는 언론에서 확인 연락을 받고 입대 사실을 알렸지만, 태주의 바람대로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은 여전히 김영준과 GSN의 기사가 뉴스 지면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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