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4
193. 정체 >
[이태주 예술·체육요원 자격에도 현역 복무.]박재우는 기사 타이틀을 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기억하는 이태주는 운이 꽤 좋은 배우라는 것이었다. 이태주는 시스템을 얻기 전의 자신과 다르게 무명시절이 없었다. 또 작은 소속사 출신이면서도 작품을 잘 골라서 들어갔었다. 그가 본 이태주는 데뷔 시절 부터 소위 꽃길만 걸은 배우였다.
“회귀 전에도 현역으로 다녀온 덕에 군인이 주연인 드라마도 찍었었지.”
국제 대회에서 상까지 받은 녀석이 굳이 자청해서 현역으로 군대에 간 게 이해하기 힘들긴 했지만, 현재의 이태주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태주는 연주가가 아닌 배우로 활동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회귀 전보다 더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광고를 찍고 있었다. 회귀 전보다 더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필모를 쌓고 있었다.
“됐어. 이태주 정도는 신경 쓸 필요 없지. 어차피 나와는 출발선이 다르니.”
데뷔를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로 하고 한창석 감독의 작품으로 국내 영화계에도 데뷔하는 자신과 국내용 배우인 이태주는 격차가 있었다. 회귀 전에도 자신은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였고, 이태주는 아니었다. 신인상 하나 받지 못한 이태주를 안중에 둘 필요가 없었다.
회귀하기 직전의 이태주라면 몰라도 현재의 이태주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몇몇 부분이 눈에 좀 거슬리지만, 굳이 나서서 치울 필요조차 없었다. 박재우는 자신을 찾으러 온 사람을 따라나서는 순간 이태주의 기사를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
트리즈의 신인 배우 송재성은 예전 소속사인 JJ에서 하던 방식대로 유명 배우의 이름을 등에 업고 영화에 출연하길 바랐다. 트리즈에 즐비한 톱 배우의 유명세를 이용하길 바랐지만, 그것도 상대의 양해를 얻었을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이미 이성군이 소개해 준 드라마를 걷어찬 송재성이었다. 그런 그를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나설 사람은 없었다. 송재성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 팀장에게 계속 선배 배우의 영화, 정확히는 곧 촬영에 들어가는 김윤선의 영화에 출연하게 해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그는 태주가 메이저 영화 데뷔를 주연으로 한 것이 회사의 도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선율에 이태주를 띄우기 위해 김윤선과 같은 영화에 출연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태주가 먼저 캐스팅된 후 김윤선이 합류한 것이라는 우 팀장의 설명은 믿지 않았다.
‘이제 겨우 본인 영화 촬영이 시작된 마당인데, 김윤선 배우님 영화에 넣어달라니.’
우 팀장은 배우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필모이니 작품을 욕심내고 조건이나 환경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송재성의 출연 요구를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우 팀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배우가 선배 배우에게 민폐를 끼치게 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 배우님 계실 때가 편했지. 복귀까지 얼마나 남았나?”
우 팀장은 북마크 해둔 태주의 팬카페를 열었다. 태주의 팬카페 상단에는 제대 일을 D-Day로 정하고 하루하루 날짜를 세는 달력이 있었다. 그녀는 가끔 복귀 일을 확인해야 할 때 팬카페에 들어가서 보곤 했다.
태주의 입대는 회사로서는 오래전부터 상의하고 준비한 계획된 일정이었지만, 팬에게는 아니었다. 날벼락에 가까울 정도로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태주가 입대한 초기에는 대부분이 회사를 욕하는 글이어서 팬카페에 들어가는 것도 조심스러웠지만, 이젠 팬들도 꽤 진정한 상태였다.
“이게 뭐야? 내 배우 군대 왜 갔어?”
팬카페 게시판에 화제의 글로 올라온 제목이었다. 게시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글이었는데, 댓글이 무서울 정도로 많이 달려 있었다.
“뭐? 예술·체육요원?”
화제가 된 게시글 내용을 확인한 우 팀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녀는 팬들이 미친 듯이 댓글을 다는 이유를 바로 이해했다. 안 가도 되는 걸 굳이 왜 가? 그것도 현역으로…. 우 팀장 역시 팬들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심정이었다.
드라마, 영화, 예능, CF, 화보, 팬 미팅, OST, MC 등등. 군대에서 보내는 2년 동안 할 수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자, 아까워서 미칠 것 같았다. 실제로 저렇게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을 테지만, 흥분한 우 팀장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수많은 기회가, 쌓아둔 인지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까웠다.
-뿌드득!
“말씀을 안 하신 거든 잊으신 거든, 각오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 배우님 2년 동안 쉬신만큼 아주 제대로 확실하게 서포트를 해드릴게요.”
우 팀장은 D-Day 달력을 다시 확인했다. 복귀까지 아직 날짜는 많았다. 고수익에 인지도를 끌어 올리기 쉬운, 무엇보다 아주 빡빡한 계획을 세울 시간은 충분했다.
태주는 본의 아니게 우 팀장에게 매니지먼트 의욕을 불어 넣었다.
*
전원주택 안에 쿠첼루스의 발걸음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그는 한참 전부터 보이지 않는 태산이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태산.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태산이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살피고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2층의 빈방도 뒤져보고 거의 쓰지 않는 지하의 연습실에도 가봤지만, 하얀 고양이 모습을 한 태산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 정원에 있나?’
태산이는 태주가 돌아오는 저녁에는 같이 있으려고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떨어져 있던 시간을 보상받듯 주로 태주의 옆에 붙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낮에는 아니었다. 온 집안을 뒤지고 다니고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정원을 매일 뛰어다니며 놀았다. 오늘도 마찬가지 같았다. 날도 흐리고 바람도 찬 데, 정원에 나가 노는 것 같았다.
쿠첼루스는 외투를 챙겨 입고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으로 향하는 그의 얼굴에 걱정이 서렸다. 정원에서 놀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담 밖으로 나갔다면 큰일이었다.
태산이의 최근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의 걱정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태산인 나무 위에서 담 밖을 자주 구경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나무 위에서 안 내려와서 그가 가서 데려와야 했을 정도였다. 이미 이곳으로 이사 오고 반년이 훌쩍 넘었다. 겁 없고 호기심 많은 호랑이가 담 밖을 궁금해할 만했다.
“태산.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어디 있습니까?”
-휘이이잉!
“…후우! 나갔군.”
정원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하얀 털의 호랑이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를 봤다면, ‘냐아!’ 울어서 자신의 위치를 알렸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그의 걱정대로 담을 넘어간 것 같았다.
쿠첼루스는 바로 태산이를 찾으러 나가기로 했다. 그는 얼마 전 전원주택 주변을 돌아다니는 낯선 사람을 봤었다. 이 근처는 편의 시설이 전혀 없어서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사람이 올 일이 없었다. 태산이 혹시 낯선 사람을 마주치지 않았을지 걱정이었다.
-드르르륵.
‘우선 개울가로 가보고, 거기에 없으면 도롯가까지 가봐야지.’
쿠첼루스는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지난 여름에 가끔 태산이를 데리고 갔던 개울가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여름에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으며 재밌게 놀았던 개울가에 태산이가 가 있길 바랐다.
“태산?”
“냐아아.”
“후우. 어디에 다녀왔습니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냐아.”
쿠첼루스가 개울로 향하는 길을 따라 조금 걸었을 때였다. 도로 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태산이가 꼬리를 세우고 발랄하게 통통 튀는 걸음으로 주택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태산이는 쿠첼루스의 다리를 한 번 감고는 그대로 집 쪽으로 걸어갔다. 걱정한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는지 왜 안 따라오냐는 듯 그를 돌아보기도 했다.
“후우. 우선 들어가서 얘기하지요.”
냐냐아. 신이 난 울음소리를 따라 집으로 돌아간 그는 우선 점심을 챙겨 주기로 했다. 야단을 치더라도 밥을 먼저 먹여야 한다는 게 태주와 그의 생각이었다. 쿠첼루스는 태산이가 좋아하는 오리고기와 사료를 적당히 섞어서 내주었다.
-찹찹. 오도독.
“냐냐앙.”
좋아하는 고기를 먹는 태산이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쿠첼루스는 귀여운 소리에 풀릴뻔한 입꼬리를 다잡았다. 그는 이번에는 단단히 주의 줄 생각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 태산이가 말을 들을까 고민하던 그의 눈에 낯선 목걸이가 들어왔다. 태산이 여성용 목걸이를 두 번 감아서 목에 걸고 있었다.
“태산? 목에 뭘 걸고 있습니까?”
“냐아.”
“못 보던 목걸이군요. 보여주시겠습니까?”
“냐아아아.”
유명한 브랜드의 목걸이였다. 화이트골드 체인에 다이아몬드 펜던트는 태산이가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쿠첼루스는 이 목걸이를 얼마 전에 봤던 낯선 사람에게 받은 게 아닌가 의심했다.
“태산, 이 목걸이 누구에게 받았습니까?”
“냐아.”
“잠시만 산이로 바꿔주시겠습니까?”
“앙. 누나.”
“누나요? 어떤 누나가 줬습니까?”
“누나.”
누나로 불릴 정도 젊은 여성이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태산이에게 걸어줬다는 얘기였다.
쿠첼루스는 태산이 얼굴을 닦아주면서 목걸이를 자세히 살폈다. 이런 고가의 목걸이를 사고 아무렇지 않게 고양이에게 걸어 줄 정도의 재력가라면 고객 정보가 남아있을 터였다.
‘VIP 고객 정보 정도는 쉽게 확인할 수 있지. 그 전에 주의를…, 읔!’
주택 밖으로 혼자 나가는 것에 대해 주의 주려던 쿠첼루스는 그새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며 장난을 치는 태산이 때문에 멈칫했다. 작은 아이가 꼬물꼬물 올라와서 안겨 오자, 걱정으로 들끓던 뱃속이 순식간에 진정됐다.
“까꾸웅.”
“귀엽, 크허험. 산, 혼자 있을 때 모르는 사람이랑 말하면 안 됩니다.”
“왜에?”
“모르는 사람이 산이를 데려가 버릴 수 있으니까요.”
“왜에?”
“너무 귀여, 크헙. 태주 씨와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요.”
뜨악! 만화에서나 나왔을 법한 반응이었다. 좀 전까지 품에 안겨서 왜에를 연발하며 짓던 귀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쿠첼루스의 대답에 많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 사니 태쭈 가티.”
“네. 산은 태주 씨랑 같이 살아야 하지요. 하지만 아직 몸이 작으니 이렇게 들고 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노!”
-파파파파팍.
“커허읔. 쿨럭! 잘했습니다. 쿨럭! 모르는 사람이 안으려고 하면 그렇게 때리십시오. 물론 모르는 사람하고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좋습니다.”
쿠첼루스는 시범을 보이려 태산이의 몸을 잡고 안았다가 꽤 강력한 펀치 세례를 맞았다. 작은 아이의 주먹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묵직했다. 태주가 겉모습만 어린아이고 신체 능력은 호랑이일 때와 같다고 했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설명에 많이 놀란 것 같은 태산이를 품에 안고 등을 쓸어 주며 달랬다. 태산인 한참 동안 등을 쓸어 주고 나서야 진정이 됐는지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는 꽉 쥐었던 주먹을 풀고 상의를 붙든 태산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는 한편 낯선 사람을 보면 바로 자신이나 태주 혹은 2호한테 알리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
달콤한 간식으로 놀란 아이를 달래준 쿠첼루스는 목걸이 주인의 정체를 찾기 위한 작업을 했다. 그의 예상대로 쥬얼리 브랜드 서버에는 VIP 고객의 정보가 있었다. 그는 목걸이의 일련번호와 고객 데이터의 보증서 정보를 비교해서 구매자를 찾아냈다.
“일 년에 이 브랜드에서만 수십억을 쓰는, 상해에 거주하는 VIP. 스토커군.”
운이 좋았다. VIP 행사 초대를 위한 정보가 고객 데이터에 남아있어서 바로 대상을 특정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정보를 토대로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찾아내면 될 것 같았다.
한동안 서재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쿠첼루스가 주방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슬쩍 열어 본 태주의 침실 안엔 태산이가 쿨쿨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꿈나라 여행에 여념이 없는 아이를 한 번 더 살펴본 후 계단을 내려갔다.
-벌컥벌컥
“후우. 15살?”
쿠첼루스는 자신이 알아낸 스토커의 정체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처음엔 고객 데이터상의 중년 여성이 스토커인 줄 알았지만, 곧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토커는 중년 여성의 딸인 15살 소녀였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것은 15살 소녀 혼자였다.
태주가 스토킹을 처음 눈치챈 게 2년 전이었으니, 당시 소녀는 13살이었다. 실제 소녀가 어떤 성격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생각에 스토킹 같은 범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아마도 소녀의 부모나 가까운 수행원 중의 누군가가 나섰을 것 같았다.
쿠첼루스는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그녀의 일행 중 두 명을 꼽았다. 비서들을 움직이는 사람과 경호원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 얘기를 태주에게 알리기 전에 이 두 사람의 주변을 더 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날 저녁 태주는 평소보다 더 기운차게 달려와서 안기고 매달리는 아이를 받아 주느라 꽤 고생했다. 그 후엔 그를 소파에 앉혀 놓고 긴 설명을 하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느라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라찌? 태쭈, 사니 가티야.”
“응. 알았어.”
“파파파 해.”
“응. 파파파 할게.”
“후우. 태쭈 조시매.”
“어. 조심할게.”
한참 동안 이어진 아이의 얘기를 주의해서 들어보자, 자신이 자주 했던 얘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조심하라는 얘기였다. 태산인 그 얘기를 아주 중대한 일처럼 강조하며 그에게 알리고 있었다.
태주는 대체 왜 자신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린아이나 들을 법한 주의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얌전히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아는 단어를 총동원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아이가 대견해서였다.
게다가 자신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한 게 무척 뿌듯했는지, 아이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태주는 그런 아이가 귀여워서 더 장단에 맞춰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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